" 미안해 .. 미안.. "
우리가 헤어지며 나눈 이야기는 이 미안이라는 말뿐이었다.너와 나에겐 서로 부끄러워하며 설렘을 나누던 시절, 질투도 하며 귀엽게 연애하던 시절, 서로의 존재가 정말 편하고 당연했던 시절. 이렇게 3년 동안이나 사귀었는데 우리가 헤어질 때 걸린 시간은 고작 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나는 네가 없는 세상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 우리는 그렇게 쉽게 헤어졌다. 왜 그때 너를 믿어주지 않았을까? , 왜 너의 말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더 신뢰하였을까?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이렇게 나는 너를 그리워하며 1년을 보냈다.
따르르릉! 따르르르릉!
" 여보세요? "
" 야 윤 여진! 너 설마 지금 일어났냐?
" 아 .. 몇 신데 지금 .. "
" 9시잖아! 진짜 이럴 줄 알았다. 너 빨리 나와! "
" 아 안 한다고 했잖아. 나 아직 현이 못 잊은 거 알고 있으면서 "
" 야 장난하냐? 1년이야 1년 응? 이제 잊을 때도 됐다. 걔도 다른 애 만나서 잘 살고 있겠지. 너 때문에 못 산다 내가 진짜! 그리고 너 이번에도 안 나오기만 해봐! 이번 건 진짜 취소 못해. "
" 하 .. 알겠어. 나가면 될 거 아니야? 끊어! "
" 하여튼 김 다정 쓸 데 없는 짓이나 하고 말이야 .. 아 귀찮아 "
그냥 대충 꾸며야지 하는 생각으로 화장을 연하게 했다.준비를 너무 빨리 했는지 시간이 남기까지 하여 나는 서점에 들렀다. 아 오해할까봐 말해두는건데 나는 소설을 딱히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소설 속 주인공들이 하는 사랑은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는 그런 비현실적인 사랑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웃기게도 내가 서점에 온 이유는 인터넷에서 하도 이 책은 꼭 읽어야 된다고 그러길래 궁금해서 들러본 것이다. 요새 제일 잘 나가는 ' 미안해, 그래도 사랑해 '라는 책이었다. 이 현 작가. 기분 나빠. 우리 현이랑 이름이 같네? 어쨌든 난 그 책을 구매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보니 그 사람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 아 안녕하세요 여진 씨? 김 진우라고 합니다.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
" 아 네 안녕하세요 "
나는 그 사람이 하는 말에 대충 형식적인 말을 뱉었고 그 사람은 어떻게든 대화를 이끌어가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카페 안에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현이 .. 이 현이 들어왔다. 아니 내 착각인가? 이 현일 리가 없지.. 하지만 현이와 닮은 사람을 보고 나서부터는 집중이 되지 않았다.
" 여진 씨 어디 아프세요? 집중을 못하시는 것 같은데.. "
" 네? 아니요 괜찮아요. 저희 이만 일어날까요? "
아까 서점에서부터 진짜.. 하필 내가 사려는 책 작가 이름이 이 현이 질 않나, 현이와 닮은 사람을 보질 않나 정말 짜증 났다. 그 사람과 대충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지곤 혼자 술을 마시러 갔다.
" 이모! 여기 소주 1병 더요!! "
" 아휴 .. 아가씨 괜찮겠어? 벌써 혼자 몇 병 째야. "
계속해서 잔을 들이켜며 현이를 생각했다. 1년이나 지났는데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내가 정말 한심하고 이젠 짜증나기까지 했다.
" 아가씨 이제 문 닫을 시간이야 ! 데리러 올 사람 없어? "
" ㅎ .. 현이요.. 이 현이요...내 남자친구 현이! "
" 현이?? 빨리 전화해봐. "
아줌마와 말을 나누고 있는데 내가 그토록 그리던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야 오랜만이다? "
나에겐 1년 전까지만 해도 내 모든 것을 줘도 아깝지 않은 그런 여자친구가 있었다.나도 너에겐 그런 존재였을까? 잘 모르겠다, 너의 마음을. 너는 나를 믿지 않았다. 항상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곤 날 의심했다. 물론 네가 하는 그 행동들엔 내 책임이 있었던 것을 안다. 네가 너무 익숙해져 널 너무 당연한 존재로만 생각했던 내 잘못이다.
" 야 이현! 너 어제 뭐야? 너 분명히 그때 집이라고 했잖아!! 이 여자는 대체 뭐야? "
" 하 .. 너가 걱정할까 봐 그랬지. 동기 애들이랑 있는데 갑자기 지랑 친한 여자애들 부른다잖아. "
" 그럼 .. 나한테 말이라도 해줬어야 하는거 아니야? 너 나한테 너무 소홀해졌어. "
" 그런 거 아니야. 나 피곤해, 응? 오늘은 그냥 그만하자. "
난 그런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결국 넌 내게 이별을 말했다. 나는 그런 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그냥 무작정 미안해서. 내가 너에게 소홀해져 네가 내게 지쳐버린 것 같아서, 난 너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난 널 위해 너를 잊으려 열심히도 노력했다. 널 잊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까지 떠났으니 말 다한거지 뭐. 너를 잊으려고 참 열심히도 노력했지만 내 마음은 널 떠날 수 없었다.결국 난 너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부메랑처럼. 그리곤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 이 현 씨 맞으신가요? 인터뷰를 좀 하고 싶은데요! "
" 이 현 씨!! 처음으로 내신 책이 이렇게나 흥행 중인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
' 이 현, 새로운 신인작가의 미안해, 그래도 사랑해 판매 1위 '
난 미국에서 네가 그리울 때마다 너와 있었던 일들을 조금씩 공책에 끄적였다. 그리곤 ' 이 책을 내면 네가 날 추억해주지 않을까 ? ' 하는 작은 바람에 나는 우리의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너와 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 나갔다.
" 여진이 보고 싶다. 남자친구.. 생겼으려나? "
난 너의 주변 친구들에게 연락해 너의 근황을 알아냈다.
" 야 오랜만이다? "
" 큭큭 보고 싶다고 했더니 진짜 나타났네. "
" 윤 여진, 너 술을 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
" 그냥 조금 마셨어 ~ 실은 이거 다 너 보고 싶어서 마신 거다?
" 정말? 나 보고 싶었어? 나도. 나도 너 진짜 많이 보고 싶었어, 넌 더 예뻐졌네. "
" 꿈속에 있는 현이는 말 진짜 예쁘게 한다 .. 진짜 현이는 무뚝뚝한데.. "
" 나 꿈 아닌데 .. "
술잔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팍 들곤 그를 쳐다봤다.
" 뭐야.. ㅈ.. 진짜 이 현? 너 뭐야. "
" 응 진짜 이현. 1년 전에 서로 죽고 못 살았던 사이였잖아 우리. 미안해, 내가 너한테 표현이 많이 부족했던 거 나도 잘 알고 있어. "
" 뭐? 안다고? 알면 다행이네! 뭐 하러 이제서야 나타났어 이 바보야! 1년씩이나 .. 어디 가 있다가!! 내가 너 소식을 주위 친구들한테서 들어야 돼? 너 빨리 가, 꼴도 보기 싫으니까. "
마음에도 없는 말을 너에게 쏟아냈다. 윤 여진 바보.진짜 내가 봐도 바보다.1년 동안 쟤 못 잊어서 매일 울고불고 난리 쳤으면서, 진짜 만나니까 이렇게 쌀쌀맞게 굴기나 하고. 그냥 마음이 너무 아팠다.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라서, 연락처는 주위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지만 너에게 연락할 구실이 없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돼버려서.
" 그래 미안. 니가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 몰랐다. 혹시라도 다시 할 말 있으면 이 번호로 연락해. "
이 현은 한숨을 한 번 쉬더니 내가 들고 있는 핸드폰을 가져가선 자기 번호를 입력한 뒤 돌려줬다.
" 늦었으니까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
나는 그냥 말없이 그의 손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