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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그래도 사랑해
작가 : 밎오
작품등록일 :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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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으면 만나자.
작성일 : 17-10-31     조회 : 333     추천 : 0     분량 : 2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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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좀 웃기지만 난 배우다. 배우이긴 배운데, 아무도 몰라주는 정말 무명인 배우. 신인 시절엔 작은 역할 하나라도 얻을라고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몇 년째 난 내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그때 너무 힘들어서 우울증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지금은 그냥 회사에 취직해서 다니고 있다.

 

 

 

 " 여진 씨 똑바로 안 해요? 열심히만 하지 말고! 좀 잘 좀 하란 말이에요! 예? "

 

 " 네 ..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 ."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회사에서 된통 깨졌다.내 일상이지 뭐. 항상 당하는 일이지만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이럴 때마다 항상 현이가 생각나다.헤어지고 나서야 항상 내 옆을 묵묵히 지켜주던, 힘들 때 조용히 위로해주던 그 작은 행동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됐다. 현이 앞에선 말이 예쁘지 않게 나가지만, 난 단 한 번도 현이를 싫어한 적 없다.가끔 그를 원망할 때도 있었고, 헤어진 책임을 현이에게 돌리기도 했지만 난 현이를 싫어할 수 없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어. 아 맞다, 또 현이 생각했네. 요즘 많이 우울해서 그런지 현이가 많이 생각나네. 난 현이 생각을 접곤 퇴근했다. 잘라고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저번에 서점에서 샀던 책이 떠올랐다.

 

 

 

 " 뭐야, 아 맞다 이거 읽을라고 사놓고 까먹고 있었네? 아 지금이라도 읽어야지. "

 

 

 

 난 책을 중간쯤까지 읽고선 인상을 찌푸리곤 혼자 중얼거렸다.

 

 

 

 " 뭐야 .. 이거 완전 현이랑 내 얘기 아니야? 소름 돋을 정도로 똑같네. "

 

 

 

 뭔가 좀 이상했지만 난 책을 끝까지 읽었다. 한 글자도 빠짐없이 정말 꼼꼼히.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 난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책 이현이 쓴 거다. 나도 모르게 절로 눈물이 나왔다. 이 눈물이 나도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지금 현이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난 재빨리 핸드폰을 들어 저번에 이현이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이현이 전화를 안 받아서 이현 집으로 뛰어가며 계속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 현아 .. 지금 나 좀 만나주라. "

 

 " 어? 뭐야 여진이? 너 지금 먼저 나한테 전화한거야? 아니 잠시만 너 울어? 어디야 빨리 말해. "

 

 " 너네 집 앞이야.. "

 

 " 뭐? 우리 집? 지금 시간이 몇 신데 혼자 우리 집까지 오면 어떡해 여진아. 위험해. 지금 바로 갈게, 울지 말고 응? 비밀번호 1122니까 치고 들어가 있어. "

 

 

 

 이현과 전화를 끝내곤 난 손을 떨며 현이 집 비밀번호를 눌렀다. 비밀번호 아직도 안 바꿨네. 내 생일이다. 1122.. 현이 냄새난다. 너무 오랜만에 맡는 냄새. 현이 앞에서 울고 싶지 않은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소파 위에 앉아 눈물을 닦고 있는데 이현이 비밀번호를 빠르게 누르곤 숨을 몰아쉬며 들어왔다.

 

 

 

 " 윤여진! 무슨 일 있어? 왜 울어 .. 어디 아파? 병원 갈까? "

 

 " 책 읽었어. 너가 쓴 우리 얘기. "

 

 " ..여진아 "

 

 

 

 현이가 뭐라 말을 하고 싶어 하는데 말을 시작하지 못하길래 현이를 올려다보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 있잖아, 현아. 그 책 읽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 5년 동안의 우리의 소소한 일상들 읽는데 그게 너무 슬픈 거야 .. 진짜 넌 나도 잘 기억 안 나는 사소한 거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추억하고 있더라 .. 내가 너무 나쁜 년이었어. 내가.. 막 맨날 너 오해하고 따지고 .. 다 너한테 책임 떠넘기고.. "

 

 " 넌 단 한 번도 나한테 나쁜 년이었던 적 없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런 말을 해. 넌 충분히 빛나.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언제나 나한테 넌 전부야. "

 

 " 너가 쓴 거 읽는데 내가 얼마나 사랑받는 사람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됐어. 그땐 너가 그렇게 해주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헤어지고 보니깐 아닌 거야. 너가 해준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다 그립더라. "

 

 " 여진아. 우리 1년 전에 헤어졌던 날 말이야, 그때 너가 나한테 울면서 화내는데 나 너무 화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너무나 예쁜 널 이렇게나 아프게 하다니.. 나 자신한테 너무 화가 나는 거야. 그래서 널 위해 떠난 거였어. 너 눈앞에서 사라져주는 게 너한테 좋을 거라 생각했거든. "

 

 " 그런 거였어..? 저번에 만났을 때 말해주지.. 그럼 내가 너한테 화 안 냈을 텐데. 계속 후회하고 있었거든 너한테 그렇게 화낸 거. "

 

 " 아냐, 난 오히려 너가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줘서 너무 고마웠어. 음.. 1년 동안 많이 생각해봤거든? 근데 난 정말 너 없인 아무것도 아니더라고. 염치없는 거 나도 잘 아는데.. 다시 만나볼래? "

 

 

 

 내가 대답을 안 하고 계속 울고 있자 현이가 날 초조하게 쳐다보다가 자기 손으로 내 눈가를 닦아줬다.

 

 

 

 " 여진아.. 대답하기 곤란하면 .. 지금 안 해도 되는데 .. "

 

 " 고마워, 용기 내서 말해줘서. 응 현아. 나도 너랑 마찬가지야. 너 없는 1년 정말 너무 힘들었어. 미안해, 그때 화나서 그냥 헤어지자고 홧김에 말한 건데.. 너가 그렇게 떠나버릴 줄 몰랐어. "

 

 

 

 이현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날 꽉 끌어안더니 잠시 놓곤 날 내려다봤다. 그리곤 내 양쪽 볼을 손으로 감싸더니 내 입에 키스해줬다. 그리곤 내게 사랑한다고 속삭여줬다. 정말 따뜻하고도 편안했다. 우리는 헤어져있는 1년 동안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현아,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내가 이런 말 잘 못해서 네가 서운해했잖아. 이번에도 말 못해줬네. 근데 진짜로 너무 고마워. 네가 날 위한다는 게 항상 느껴져. 사랑해.

 

 

 

 " 여진아, 너 울어서 눈 탱탱 부었다. "

 

 " 아! 안돼! 보지 마.. 못생겼단 말이야 진짜. 와 현아 너무해! 사귀자마자 하는 말이 이거냐?? "

 

 

 

 현이는 날 정말 사랑스럽게 쳐다보더니 귀엽다고 말해줬다. 현아, 너가 제일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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