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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이 너무 약해서 내가 빌런이 되기로 했다.
작가 : 하얀유령
작품등록일 :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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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 파란의 입학식(1)
작성일 : 17-10-31     조회 : 83     추천 : 0     분량 : 3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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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콩!

 

 따끔한 충격과 함께 여고생의 이마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그녀의 이마에 맞고 튕겨나온 비비탄 한발이 지면을 뒹굴었고 이에 어안이 벙벙해진 여학생이 슬쩍 제 이마를 양손으로 문질렀다.

 

 "어..어라? 안 죽었네? 어떻게 된거지?"

 

 "뭐긴 뭐야.낚인거지.미쳤다고 18살 밖에 안된 놈이 실물 총을 들고다니겠냐?"

 

 슬쩍 여학생에게 대꾸한 태성은 조소를 지으며 쥐고있던 권총을 도로 품속에 집어넣었다.

 

 "처..처음부터 속였던 거군요! 놀랐잖아요! 진짜 총인줄 알고 얼마나 무서웠는데..!"

 

 "난 진짜 총이라고 한 적은 없다? 니가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했으면 적어도 쫄지는 않았을텐데.."

 

 도리어 자신을 비난하는 태성에게 여고생은 있는 힘껏 볼을 부풀리며 그를 째려보았다.

 

 하지만 워낙 귀여운 외모를 지니고 있어 효과는 별로 좋지 못했고 잠시 그런 여학생을 바라보던 태성은 힐끗 그녀의 이목구비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딱 봐도 미소녀 소리 듣고 자란 녀석이군.'

 

 농담이 아니고 당장 태성이 봐도 여학생의 외모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사춘기를 막 맞이한 소녀의 풋풋함이 때 묻지 않은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나오고 있었다.

 

 은은한 자스민꽃 향기가 새하얀 세일러 교복에서 풍겨나왔고 매끈하게 잘 뻗어나온 팔다리엔 적당한 윤기와 함께 잔근육이 알알이 박혀있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왜 자꾸 어디서 본것 같지? 예전에 비슷한 애를 만난 것 같기도 하고..기분 탓인가?'

 

 슬쩍 속으로 중얼대던 태성은 다시금 자신의 앞에 주저앉아있던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어딜봐도 흠잡을데 없는 소위 '나이스바디'였다.

 

 교복이 아니라 어떤 옷을 입어도 무난히 소화할 것만 같았고 한가지 아쉬웠던 건 오른팔에 묶고있던 흰색의 때묻은 천조각이었다.

 

 "그거 혹시 손수건 아니냐? 왜 팔에 그런 건 묶고 다니고 그래?"

 

 "아, 이거 말이죠? 헤헷..예전에 목숨을 구해준 어떤 멋진 오빠한테서 받은 거에요.제 보물 1호에요!"

 

 자랑스레 팔을 들어보이는 여학생에게 태성은 피식 웃으며 곧바로 대꾸했다.

 

 "뭐 그러냐? 거 누군지는 몰라도 참 할짓없는 양반도 다 있네.아무 상관없는 남을 구해주다니.."

 

 "그..그 오빠를 모욕하는거에요 지금?! 당장 취소해요! 그 오빠는 제 우상이고 히어로라구요!"

 

 "아, 그래? 거참 대단한 놈이네.이런 이쁜 여자애한테 우상 취급도 받고 말이야.누군진 몰라도 아주 행복하겠어?"

 

 여전히 조롱하는 투로 대꾸하는 태성에게 여학생은 더더욱 매섭게 태성을 노려보았다.

 

 태성도 지지않고 여학생과 눈을 맞대었고 문득 한참동안 그를 째려보던 여학생이 슬쩍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라? 저기..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응? 임태성인데..그건 왜?"

 

 "저..정말로요? 그럴리가..농담하는거 아니죠 지금?!"

 

 갑자기 태도가 급변한 여학생이 태성에게 바짝 얼굴을 들이밀었다.

 

 왠지 심하게 초롱초롱해진 여학생의 눈빛에 태성은 조금은 의아한 어조로 여학생에게 곧바로 대꾸했다.

 

 "이름 가지고 농담치는 버릇은 없거든? 것보다 갑자기 왜 그래? 내 이름에 뭐 불만이라도 있냐?"

 

 "아..아뇨! 불만이라기보단 오히려 확인하고 싶달까..아무튼 확실히 태성이란 이름이 맞는거죠?"

 

 "그래그래.내가 그 태성이란 놈 맞아.이젠 됐냐?"

 

 확답이나 다름없는 태성의 대답에 곧바로 여학생의 안색이 확 밝아졌다.

 

 마치 굉장한 것이라도 본듯 감격에 찬 여학생은 곧장 양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난데없이 떨리는 어조로 태성에게 말을 이었다.

 

 "말도 안돼..태성 오빠? 정말로 태성 오빠죠? 저 나현이에요! 신나현! 오빠가 구해줬던 그 여자애!"

 

 "엥? 나현이라고? 게다가 구해줬다니 그게 무슨..?"

 

 "자..잘 생각해보세요! 기억 안나세요? 3년 전쯤에 XX은행에서 있었던 은행강도 사건이요!"

 

 "은행강도..뭔 소리야 대체?"

 

 이어지는 나현의 말에도 태성은 전혀 뭐가 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3년 전이라면 자신이 아직 중학교 3학년일 시절이었다.

 

 당시에 있었던 일이라고 떠오르는건 그저 지독할 정도로 지루했던 시기라는 것 말고는 떠오르는게 없었다.

 

 '잠깐..강도 사건은 둘째치더라도 확실히 나현이란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는데?'

 

 짐짓 기억을 되새겨보던 태성의 뇌리로 번개처럼 한 장면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총알에 팔을 스쳤지만 자신을 보며 환히 웃고있는 여자아이의 모습.

 

 그때와 비교해 많이 변했지만 확실히 예전의 풋풋한 인상만큼은 태성이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그래.틀림없어.이 녀석은 그때의 그 여자애..근데 내가 왜 이 녀석을 알고있지?'

 

 "태성 오빠아!!"

 

 일순간 막 기억을 되짚어가던 태성의 목을 나현이 덥썩 끌어안았다.

 

 난데없는 포옹에 태성은 곧장 나현의 어깨를 부여잡았으나 나현은 이미 태성의 품에 얼굴을 부비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설마..오빠가 히어로 학교에 신입생으로 같이 입학하다니! 저 너무너무 기뻐요!"

 

 "이..인마.적당히 하고 그만 떨어져.쪽팔리게 뭐하는 짓거리야 지금?"

 

 "헤헷..미안해요.너무 기뻐서 그만..저, 오빠를 동경해서 이 학교에 입학했어요! 오빠처럼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요!"

 

 "아니..아무렇지 않게 구한다는건 또 뭔 소리인데?"

 

 "그런 게 있어요.굳이 그것만 이유는 아니지만..헤헷."

 

 슬쩍 얼굴을 떼며 부끄러워하는 나현에게 태성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는듯 미간을 찌뿌렸다.

 

 나현은 조금 더 태성의 품에 얼굴을 부비는가 싶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태성의 팔을 부여잡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자자.이러고 서있을 때가 아니었죠? 입학식장은 이 근처니까 얼른 가봐요! 네?"

 

 "아니 뭐, 가는거야 당연히 가겠는데 왜 굳이 내 팔은 붙잡는건데?"

 

 "으에..혹시 안되는거에요?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렇게 매정하게.."

 

 금세 울먹이는 나현의 표정변화에 태성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끄응..아 진짜.알았어! 잡게 해줄테니까 얼른 표정 풀어!"

 

 "저..정말이죠? 에헤헷..그럼 사양말고 잔뜩 붙잡고 있을께요."

 

 "그런 건 좀 사양해주면 좋겠는데 말이지.."

 

 애써 대꾸하는 태성의 말을 무시한채 나현은 행복한 얼굴로 태성의 오른팔을 꼬옥 붙들었다.

 

 '뭔진 몰라도..엄청 귀찮은 애가 들러붙어버렸군.'

 

 담담히 속으로 중얼대던 태성은 별수없다는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전히 기뻐보이는 얼굴의 나현은 태성의 팔을 붙든 채 그의 얼굴을 빼꼼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그러고보니 태성 오빠는 어쩌다 여기에 입학한 거에요?"

 

 슬쩍 태성을 바라보던 나현이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왜긴 왜겠냐..망할 꼰대 아버지가 입학시킨거지.내가 히어로가 되면 형사인 자기가 할일도 조금은 줄거라나 뭐라나.."

 

 "아하핫..그럴 수도 있겠네요.아무튼 그럼 태성 오빠도 셀렉션(=이능력자)이란 얘기네요?"

 

 "그렇지.애초에 난 히어로 따윈 될 생각이 벼룩의 발톱 때만큼도 없지만 말이야."

 

 "네? 그..그럼 굳이 이 학교엔 왜 입학하신 건데요? 뭔가 다른 목적이라도 있는 거에요?"

 

 다시금 되묻는 나현에게 태성은 돌연 씨익 사악하게 미소지으며 나현을 돌아보았다.

 

 "그야 당연하지.특별히 너한테만 말해주겠는데..난 '빌런'이 될 생각이다.그것도 그냥 빌런이 아닌 '사상 최강'의 빌런이 목표지."

 

 "비..빌런이라구요?! 말도 안돼! 빌런이 어떤 것들인지는 오빠도 잘 알고 있잖아요!"

 

 "당근이지.이 학교는 단지 그걸 위한 수단일 뿐이야."

 

 "그..그럼 설마 오빠의 진짜 목표는..?"

 

 슬쩍 깨름칙한 표정으로 되묻는 나현에게 태성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나는 사상,아니 세계 최강의 빌런이 되있을거다.충고하는데 방해는 하지않는게 좋을꺼야."

 

 더없이 음흉히 대꾸한 태성은 이내 고개를 돌려 발걸음을 옮겨나갔다.

 

 아직 입학식이 열리는 대강당까지는 거리가 제법 남아있었고 옆구리엔 나현이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일단 이 녀석부터 어떻게든 떼어내야겠군..'

 

 나현을 떼어낼 생각에 태성은 더더욱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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