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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이 너무 약해서 내가 빌런이 되기로 했다.
작가 : 하얀유령
작품등록일 :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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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2 충격의 반장선거(3)
작성일 : 17-11-03     조회 : 37     추천 : 0     분량 : 5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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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탕!! 타탕!!

 

 순식간에 발사된 서너발의 테이져탄이 유리의 측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어딜 감히..!'

 

 단숨에 고개를 돌린 유리가 팔을 휘둘러 자신의 주변을 빙벽으로 감쌌다.

 

 아슬아슬하게 빙벽에 박힌 테이져탄들이 전류를 방출했고 그 순간 빙벽을 밟고 뛰어오른 태성이 유리의 머리 위로 총구를 겨누었다.

 

 "까꿍?"

 

 "어..어느 틈에..?!"

 

 흠칫 놀란 유리가 곧바로 양손에 뾰족히 선 얼음창을 소환했다.

 

 하지만 태성이 방아쇠를 당기는 속도가 더욱 빨랐고 유리의 머리 위로 가차없이 테이져탄들이 쏟아졌다.

 

 - 빠지직!! 빠직!!!

 

 유리의 좌측 어깨와 허리,무릎을 노리고 날아든 탄환이 곧바로 유리의 몸에 전류를 흘려넣었다.

 

 머리가 울리고 온몸이 따끔거리는 절륜한 위력이었지만 유리는 용캐 이를 악 물며 겨우 버텨냈다.

 

 '큭!! 비살상용 총이라고 너무 방심했어! 감히 하급 셀렉션 주제에..!!'

 

 이를 부득 갈아댄 유리는 곧바로 날이 바짝 선 얼음으로 된 삼지창을 만들어냈다.

 

 나름 그녀의 주무기 중 하나였고 시퍼런 냉기가 감돌고 있어 스치기라도 하면 금세 베인 자리가 동상을 입는 무서운 무기였다.

 

 "하앗!!"

 

 기합성과 함께 창을 휘두른 유리가 빙벽 사이로 뛰쳐나와 정면의 태성에게 달려들었다.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이던 태성은 즉시 쌍권총을 겨누었고 곧바로 테이져탄 몇발이 유리의 정면으로 날아왔다.

 

 - 캉! 피융! 빠캉!

 

 "오오? 제법하는데? 마냥 요조숙녀는 또 아니었나봐?"

 

 "시끄러워요!!"

 

 거침없이 일갈한 유리가 곧바로 태성에게 연달아 삼지창을 휘둘렀다.

 

 - 훙! 후웅! 훙!

 

 빠르고 빈틈없는 위협적인 창질에도 태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종이 한장 차이로 창날을 모조리 피해냈고 이에 열이 받친 유리는 더욱 강맹한 기세로 창을 휘두르며 태성을 경기장 내벽까지 몰고갔다.

 

 "어..어떡해요! 저러다 태성 오빠가 지겠어요!"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나현이 바로 옆자리에 있던 원중의 팔을 잡아당겼다.

 

 "지..진정해 나현아! 확실히 태성이 놈이 불리해보이지만..저 녀석 용캐 잘만 피하고 있잖아!"

 

 "그야 그렇지만..저대로 가면 결국.."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발만 구르는 나현에게 원중은 애써 강하게 대꾸했다.

 

 "걱정할 거 없대도? 두고봐! 태성이 저놈..아직도 여유작작한 표정이야.저건 궁지에 몰린 사람이 짓는 표정이 아니라고."

 

 - 빡!

 

 원중이 대답하기가 무섭게 거센 타격음이 경기장에서 터져나왔다.

 

 막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던 유리에게 태성은 뒷쪽 벽을 딛고 뛰어올라 얼굴에 니킥을 꽂아넣었다.

 

 "큭?!"

 

 정확히 인중을 얻어맞은 유리의 몸이 크게 뒤로 밀려났다.

 

 고통스럽게 얼굴을 부여잡던 유리는 곧장 허공에 무수한 얼음 화살들을 생성하더니 한꺼번에 태성을 향해 날려보냈다.

 

 - 파팍!! 파파팍!!

 

 사방으로 날아드는 매서운 얼음 화살들을 태성은 이번에도 전부 피해냈다.

 

 애꿏은 내벽과 경기장 바닥만이 화살투성이가 되어 순식간에 쩍쩍 얼어붙었고 짜증이 치솟은 유리는 아예 바닥에 창을 박아넣어 지면을 전부 얼려버렸다.

 

 - 쩌적!! 쩍!! 쩌억!!

 

 순식간에 얼어붙은 지면에서 새하얀 한기가 솟구쳐 올라왔다.

 

 빙하기라도 재림한듯 주변의 기온이 단숨에 급강하했고 막 유리의 코앞까지 접근했던 태성도 유리가 터뜨린 한기파동에 두 발이 바닥에 딱 붙어버리고 말았다.

 

 "어이쿠..바닥이 죄다 얼어버렸네? 여길 아이스링크로 개조할 셈이야?"

 

 "농담은 집어치워요! 이제 당신의 두 발도 전부 얼어버렸으니 더는 제 공격도 피할 수는 없을 거에요!"

 

 앙칼지게 대꾸하는 유리에게 태성은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었다.

 

 어차피 이기나 지나 별 상관없는 싸움이었다.

 

 이대로 최후의 일격을 맞고 진다고 한들 태성에게 나쁠 것은 하나도 없었다.

 

 "뭐어, 확실히 이대로라면 볼것도 없이 내 패배라는 느낌이긴한데..어떻게 조질 계획이냐?"

 

 "훗.그야 뻔하잖아요? 감히 제게 모욕을 준 대가로 목만 남기고 전부 얼려드리죠!"

 

 단숨에 대꾸한 유리는 삼지창의 창날을 태성의 얼굴에 겨누었다.

 

 그녀의 창 끝에 서서히 한기파동이 집중되어 차디찬 소용돌이로 변해갔고 이를 지그시 바라보던 태성의 옆으로 돌연 쩌렁쩌렁한 고함이 터져나왔다.

 

 "태성 오빠! 지면 안돼요!!!"

 

 난데없이 터져나온 고함은 다름아닌 관중석에 앉아있던 나현의 목소리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나현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태성에게 간절히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저 여자애는..분명 나현이란 애였죠? 팬이라도 되는가 보죠?"

 

 넌지시 질문하는 유리에게 태성은 또다시 피식 웃어보였다.

 

 "뭐, 제멋대로 날 동경하는 녀석이지.그보다 끝장낼거면 얼른 끝장내지 그래?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꺼야?"

 

 "후훗.죄송해요.저 아이가 너무 애처롭게 외쳐서 그만 한눈을 팔았네요.원하는대로 단숨에 끝내드리죠."

 

 대꾸를 마친 유리는 더욱 더 굳세게 삼지창을 힘을 주어 붙잡았다.

 

 이미 창 끝에 모인 소용돌이는 주먹만한 크기로 불어나있었고 금방이라도 쏘아져나갈듯 거세게 웅웅대고 있었다.

 

 '차라리 잘됐지 뭐.이걸로 귀찮게 반장될 필요도 없고 나현이 녀석도 나한테 더 귀찮게 굴진 않을테니..'

 

 반쯤 체념한 태성은 이내 시원스레 경기를 포기하려했다.

 

 하지만 태성이 포기하기 일보 직전에 또다시 허공을 가른 나현의 외침이 태성의 뇌리를 강타했다.

 

 "..최강이 되기로 했잖아요!"

 

 울먹거리는 나현의 외침이 끊어질듯 계속 이어졌다.

 

 "오빠는..'사상 최강의 히어로'가 되겠다면서요! 근데 여기서 져버리면..오빠는..그리고 오빠처럼 되려는 전 앞으론 어떻게 되는 건데요! 네?!"

 

 '어라? 잠깐만..히어로라니? 난 빌런이 목표인데..?'

 

 일순간 터져나온 나현의 외침이 태성의 어이를 딱 때리고 지나갔다.

 

 확실히 최강이 되겠다고 선언은 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최강의 빌런이 된다는 얘기였지 히어로는 절대로,결단코 아니었다.

 

 "하하핫! 최강의 히어로라구요? 거기다 이런 형편없는 남자를 동경하다니! 당신만큼이나 아둔한 애로군요!"

 

 곧바로 폭소를 터뜨리는 유리의 비아냥에 순간 태성의 미간이 움찔거렸다.

 

 잠시 고개를 내린 태성의 두 발에 힘이 묵직하게 들어갔고 그의 발을 붙잡고있던 얼음이 놀랍게도 산산조각나며 깨져나갔다.

 

 - 콰장창!!

 

 "뭐..뭐죠 갑자기?! 어째서 제 얼음이..?!"

 

 "..다시 한번 지껄여봐.내가 어지간하면 그냥 대~충 넘어갈라 그랬는데..뭐가 어쩌고 어째?"

 

 순식간에 살벌해진 태성의 말투에 유리가 애써 코웃음치며 대꾸했다.

 

 "흥! 당신같이 된다고 하길래 멍청하다고 충고한 것 뿐인데요?"

 

 "아~그래? 멍청하다라..그래.확실히 저 녀석은 답도 없는 바보이긴 해.하지만 말이야..!"

 

 순간 말끝을 흐린 태성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유리의 배후에 총구를 겨누었다.

 

 전혀 예상조차 못한 움직임에 유리는 곧 뒤를 돌아보았고 그 순간 태성이 방아쇠를 당기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저 녀석은 까도 내가 까."

 

 - 파지직!!

 

 태성의 총구에서 튀어나온 테이져탄이 정확히 유리의 등에 전류를 터뜨렸다.

 

 온몸을 전율하는 짜릿한 충격에 유리는 순간 창을 놓아버렸고 방향이 어긋난 그녀의 냉동빔은 허공에 길쭉한 궤적을 그었다.

 

 - 파직! 파지직! 빠직!! 빠지지직!!

 

 등을 맞춘 것을 시작으로 태성은 연달아 유리에게 테이져탄을 퍼부었다.

 

 유리는 급히 반격하기 위해 창을 소환하려했지만 그때마다 귀신같이 태성의 탄환이 날아들어 짜릿한 충격을 주었다.

 

 '말도 안돼! 어떻게 내가 손을 뻗으려는 방향을 다 눈치채고 가로막는거야?!'

 

 속으로 외치던 유리는 계속해서 날아드는 테이져탄에 완전히 노출되어버렸다.

 

 그녀는 추가로 발사된 테이져 산탄에 맞아 앞으로 털썩 쓰러졌고 이에 태성은 어느새 뽑아든 샷건을 소리나게 장전하고는 정확히 유리의 뒤통수를 겨누었다.

 

 "자아, 그럼 어디 한번 더 지껄여보시지..날 동경한게 뭐 어쩌고 어째?"

 

 "끄윽..대..대체 어떻게 된거에요? 왜 제 공격이 한발도 맞지 않는 거냐구요!"

 

 애써 악을 지르는 유리에게 태성은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저런저런..그렇게 쳐맞으면서도 아직도 간파를 못한거야? 어이 A급 아가씨..진짜로 A급 맞아? 능력 알아보는 눈이 그렇게 형편없어서야 원."

 

 "뭐라구요?! 큭..다..당신 따위가 뭐라고 감히 그런 말을..!"

 

 "어이쿠.괜히 헤드샷 맞기 싫으면 얌전히 구는 게 좋아? 이 총들, 경기용이라서 살상력은 없지만 제대로 잘못 맞으면 못해도 반병신이라고?"

 

 슬쩍 샷건 총구를 까닥이는 태성의 말에 유리는 곧바로 이를 부득 갈았다.

 

 경기가 마무리되어가자 곧바로 중앙 통로에서 채윤이 걸어나왔고 이를 갈며 분해하던 유리는 격통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둘다 그만! 한유리가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으므로 경기는 여기서 종료한다! 승자는 임태성이다!"

 

 "만세에!!! 태성 오빠가 이겼다아!!!!"

 

 "미친..말도 안돼.저렇게 무식한 셀렉션 배틀은 태어나서 생전 처음 본다.."

 

 곧바로 상반된 탄성을 지르는 나현과 원중이 경기장에 떡하니 선 태성을 바라보았다.

 

 태성의 손을 들어주던 채윤은 이내 손을 놓으며 스마트폰을 꺼내 어딘가에 연락을 넣었다.

 

 채윤의 행동에 태성은 곧 의아해했고 이내 흰색 모자와 제복을 쓴 구급요원들이 들것을 들고 나타나 유리를 실어가버렸다.

 

 "승리한걸 축하해주지.제법 고전하는듯 하더니 의외로 마지막에 가서 순식간에 정리해버렸군."

 

 곧바로 태성을 돌아본 채윤이 넌지시 태성을 향해 중얼거렸다.

 

 "아니 뭐, 솔직히 고전까지도 아니었어요.그냥 맞으면 아플테니까 피한 거 뿐이고 그렇다고 기권하거나 맞고 쓰러진 척하면 아까 그 A급 년 성질만 더 돋굴 것 같았거든요."

 

 뒤통수를 긁적이며 대꾸하는 태성에게 채윤은 곧바로 씨익 웃어보였다.

 

 "훗.뭐 한유리라면 충분히 그럴 성격이긴 하지.아무튼 간에 이제 승리자가 되었으니 니가 원하는 바대로 반장 당선은 전면 무효로 해주겠다."

 

 "오오~그래그래.그렇게 나와주셔야죠.이제 그럼 난 다시 돌아가서 낮잠이나.."

 

 "음.미안하지만 그건 안되겠군.너랑 한유리가 경기하고 있는 틈을 타서 성연 교장님께 보고를 드렸더니 이기는 사람은 무조건 반장을 시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즉 금일 부로 임태성 넌..좋든 싫든 반장이라는 이야기지."

 

 "뭐..뭐라구요?!!"

 

 "교장선생님의 지시는 이곳에서 절대적이란거 알고있겠지? 직접 명령이다 임태성 제군.넌 오늘부터 3반의 반장이다.그렇게 알고 맡은 바에 충실하도록."

 

 다시 한번 이어지는 채윤의 대답에 태성은 곧장 으엑하며 미간을 힘껏 찌뿌렸다.

 

 태성이 어이없는 얼굴로 절규(?)하는 사이 채윤은 그대로 등돌려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곧 바깥으로 빠져나온 그녀는 양복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더니 이내 불을 붙혀 입에 물었다.

 

 "후우..뭐, 애초에 저 녀석이 이기는게 당연한건가? 극한으로 발달되어 초고속 카메라보다도 정확한 동체시력..분명 [모션아이]라고 그랬지 아마?"

 

 담담히 중얼거리던 채윤은 잠시 경기장을 힐끗 돌아보고는 그대로 본관을 향해 걸어나갔다.

 

 - 다음 편에 계속 -

 

 추신 :

 

 나현 : 와~태성 오빠가 이겼다아!! 역시 내 동경의 남자! 최강의 히어로!

 

 태성 : 야이 씨.다 그렇다치고 난 히어로 아니라니까?! 내 목적은 빌런이라고! 빌런!

 

 나현 : 에에? 그치만 오빠가 설마 진짜로 빌런이 될리가 없잖아요.농담도 참.

 

 원준 : 그럼그럼! 저놈은 그냥 빌런 따위로는 절대 만족 못하지! 사상 최고로 성질더러운 빌런이라면 또 모를까!

 

 태성 : 가만있어봐..그러고보니 아직 샷건 탄환이 제법 많이 남아있던데..

 

 원준 : 우끼익?!! 얀마! 뭐하는겨! 총구 치워 인마! 으갸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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