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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가 되었습니다.
작가 : 한으
작품등록일 :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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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천사가 되었습니다?!
작성일 : 17-11-06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6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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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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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둑어둑한 하늘로부터 비도 눈도 아닌 진눈깨비가 내렸다.

 

 어젯밤 쌓인 하얀 눈은 추적추적 내리는 진눈깨비로 인해 더러워진지 오래였다.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전부 짜증 섞인 불만들뿐이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너나할 것 없이 조심스러웠다.

 

 그런 사람들과 사이로 작은 체구의 검은 우산을 꾹 눌러쓴 여자가 그들 사이에서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주변은 꾹 눌러쓴 검은 우산 탓인지 어쩐지 다른 곳보다 어두워 보이는 착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질척해진 바닥을 조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주변을 조심스럽게 피해갔다.

 

 그런 사람들의 낌새를 느꼈는지 여자는 우산을 더욱 꾹 눌러썼다.

 

 

 “서둘러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우리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진눈깨비로 인해 질척해진 바닥은 그녀에게 전혀 개의치 않는 사항인 듯 했다.

 

 평소보다 도서관에서 나오는 시간이 1시간 늦었더니, 밖으로 나오니 눈이 아닌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진눈깨비를 보며 우리는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눈이 온다고 했는데 오늘 제법 따뜻한 날씨 탓인지 눈은 진눈깨비로 바뀐 모양이었다.

 

 눈은 괜찮았지만 이렇게 우울한 진눈깨비는 좋지 않았다. 이런 날씨일수록 우울해진 영혼들이 거리에 많이 돌아다닌다.

 

 어서 서둘러서 집으로 가야겠다. 여차하다 귀찮은 귀신과 눈이라도 마주쳐 골치 아픈 일이 생기는 것은 사양이었다.

 

 작은 체구의 우리는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발걸음을 좀 더 서둘렀다.

 

 

 “끼잉”

 

 

 발걸음을 서두르던 우리의 귓가에 도움을 청하는 짐승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끼잉, 끼이잉.”

 

 

 잘못 들었나 싶어 서두르던 걸음을 멈추니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순간 우리의 머릿속엔 버려진 강아지의 모습이 떠올렸다. 전에도 이 근처에서 몇 번 이런 경우가 있었었다. 요새 잠잠하나 했더니.

 

 이런 날씨에 대체 어떤 놈이 기르던 강아지를 길가에 버렸는지. 상종도 못할 새끼라고 속으로 욕하며 우리는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끼우웅.”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려오는 그 애처로운 소리에 우리는 속에서 울컥하고 폭발적인 감정이 올라왔다. 쓰레기 자식.

 

 평소에 욕을 쓰지 않던 우리는 오늘만큼은 자신이 아는 욕이란 욕은 다할 기세였다. 진짜 키우지 못할 거면 애초에 키우지 말란 말이다.

 

 게다가 이런 날씨에 꼭 버려야하는 건가? 이런 날씨에 키우던 개를 버렸다는 것은 그 개가 죽기를 바란다는 뜻과 마찬가지였기에 우리는 더더욱 화가 났다.

 

 

 “진짜 재활용도 못될 쓰레기 같으니라곤.”

 

 

 작게 씨근덕거리던 우리의 시야에 도움의 손길을 바라며 울부짖는 작은 생명체가 보이자 걸음을 멈춰서 그 강아지를 바라봤다.

 

 원래 털색깔이 무엇인지 알 수도 없을 만큼 진흙에 더럽혀진 모습이 보였다. 진흙땅과 강아지의 모습이 구분이 가지 않았다.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으로 인해 그곳에 강아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찌나 애처로운지 우리는 잠깐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알았는지 강아지가 더 애처롭게 울어댔다.

 

 

 “끼우웅. 끼잉, 끼이잉!”(아파, 도와줘!)

 

 “······뭐?”

 

 

 강아지의 애처로운 울음소리에 한걸음 다가가던 우리는 들려오는 강아지의 울음소리에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 잠깐, 지금 대체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그녀의 귓가에 단지 강아지의 울음소리가 아닌, 사람의 말 비슷한 것이 들려온 듯 했다.

 

 

 “낑, 끼이힝······!”(추워······!)

 

 

 착각이 아니다. 분명 추워 라고 했다. 아니, 대체 내가 언제부터 강아지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된 거지?

 

 우리는 현재 수의사를 목표로 수의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곧 대학을 졸업 후 대학원에 들어가 학위도 딸 예정이었다.

 

 그만큼 우리는 그 누구보다 많은 강아지들과 동물들을 매일 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동물의 말을 알아들은 것은 기필코 오늘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놀란 우리가 멍청하게 서서 강아지를 쳐다봤다.

 

 

 “끼이, 끼잉”(엄마, 아빠.)

 

 

 이번엔 엄마아빠까지 찾는 강아지의 소리에 우리는 용기를 내 좀 더 가까이 강아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 놀라 들고 있던 우산을 놓쳤다. 툭!

 

 

 “이게 대체······.”

 

 

 툭하고 검은 우산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우산에 가려졌던 우리의 얼굴이 들어났다.

 

 빛이 사라진 어두운 저녁. 가로등의 불빛이 그녀의 작고 흰 얼굴을 비췄다. 흰 피부에 비해 까만 눈동자와 어깨까지 내려오는 눈동자와 같이 새까만 긴 생 머리카락이 가로등 아래 반짝였다.

 

 그 인기척에 강아지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려 우리를 쳐다봤다.

 

 

 “······끼잉?”(······천사?)

 

 

 흐릿한 의식 속에서 재원은 자신에게 다가온 우리의 모습이 마치 천사처럼 보였다. 아, 난 이대로 죽는 거구나. 흐릿한 의식 속에서 재원은 그렇게 생각했다.

 

 집 떠나 이렇게 개고생 하다가 죽다니. 화려했던 서재원 인생의 끝은 참 기구하구나. 누가 천하의 서재원이 이런 끝을 보게 되리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가는 끝에 재원은 제 얼굴에 닿는 따스한 손길을 느끼며 그는 끝내 정신을 잃었다.

 

 

 “어? 어어? 서재원!”

 

 

 털썩, 힘없이 쓰러지는 재원의 모습을 보고 당황한 우리가 저도 모르게 소리 내 재원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다 아차 싶어 손으로 입을 가렸다. 다행히 정신을 잃고 쓰러진 재원은 우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게 대체······?”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이 상황이 제대로 인식이 되지 않았다. 가장 처음 자신이 알던 사람의 영혼을 봤을 때보다도 더 당혹스럽고 놀라운 상황이었다.

 

 이일을 어쩌나 그 자리에 서서 고민을 하던 우리는 길가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우선 조심스럽게 진흙투성이가 된 재원을 품에 안았다.

 

 

 “······이대로 두고 갈 수는 없으니까.”

 

 

 왜 재원이 강아지가 되어버렸는지, 그리고 왜 이렇게 더럽혀진 채로 길가에 버려져있는지 많은 의문점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우선 재원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워낙 희귀한 것들을 어렸을 때부터 많이 접하다보니 이런 상황에서도 덤덤히 행동할 수 있는 행동력이 그녀에게 있었다.

 

 무슨 사정인지는 몰라도 그의 겉모습은 막 젖을 땐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강아지로 보였다.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이 강아지의 죽음을 의미했다. 수의사로서 그것만큼은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왈왈왈~!”

 

 

 혼자 살고 있는 원룸 안으로 들어오자 우리가 키우고 있는 강아지인 쉬리가 그녀를 반겼다. 그러다 그녀의 품에 안겨있는 재원을 보자 킁킁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안 돼. 쉬리 집으로 들어가!”

 

 

 쉬리도 쉬리였지만 재원의 상태도 걱정되었기에 우리는 가까이 다가와 냄새를 맡는 쉬리를 집으로 쫒아냈다.

 

 얌전히 집으로 들어가는 쉬리를 본 우리는 조심스럽게 재원을 바닥에 내려놨다.

 

 진흙투성이의 재원을 바닥에 내려놓은 우리는 마찬가지로 재원을 안고 오느라 진흙투성이가 된 겉옷을 벗었다.

 

 

 “이제 어쩌지?”

 

 

 겉옷을 벗은 우리는 답답한 마음에 양쪽 소매를 걷어 올리며, 진흙투성이의 강아지와 그 강아지 위로 보이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재원의 영혼을 쳐다봤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강아지와 마찬가지로 재원의 영혼 또한 잠이 든 듯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있는 모습이 우리의 눈에 보였다.

 

 살면서 많은 영혼들을 접해보았지만, 이렇게 짐승에 빙의된 영혼은 처음 접해보는 우리였다. 어쩌다 강아지의 몸에? 혹시 죽은 건가?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끼이잉.”(아파아)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아픔을 느끼는지 강아지가 된 재원은 아프다고 낑낑 댔다. 작은 몸짓으로 바들바들 떠는 강아지의 모습이 어찌나 애처로운지 순간 우리의 눈에는 재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는 우선 어디 심하게 다친 곳은 없나 살펴보기 위해 강아지가 된 재원의 몸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다행히 뒷다리 말고는 생명에 위협이 될 만한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선 온몸을 덮고 있는 진흙을 씻겨내야 했지만, 도저히 재원을 깨울 용기가 나지 않는 우리였다.

 

 

 “어쩌지? 쉬리야?”

 

 “꾸응”

 

 

 괜히 쉬리에게 말을 걸어보는 우리였다. 자신을 부르는 주인의 목소리에 명령 때문에 집안에서 나오지는 못하고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 퍽 귀여웠다. 그 모습에 찌푸려졌던 표정이 풀어졌다.

 

 결국 쉬리에게서 답을 찾지 못한 우리는 우선 더럽혀진 몸을 닦기 위해 수건을 따뜻한 물에 적셔왔다. 막상 따뜻한 물수건을 가지고 나왔지만 또 정신을 잃고 쓰러진 그의 영혼이 보여 강아지를 건드리기가 조심스러워졌다.

 

 그러나 역시 이대로 새끼강아지인 재원의 몸을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 용기를 낸 우리는 조심스럽게 강아지가 된 재원의 몸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몸을 닦아주는 동안 우리는 영혼인 재원의 눈치를 살폈지만, 다행히 한 번씩 몸을 뒤척이기만 할 뿐 깨어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서서히 진흙에 가려져있던 강아지의 외모가 드러났다. 하얀 털에 분홍 코가 사랑스러운 새끼강아지였다.

 

 

 “믹스인가?”

 

 

 진돗개라고 보기엔 어설픈 곳이 많았다. 물론 그렇다고 새끼강아지의 사랑스러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우리에게 있어서 강아지의 종자라는 건 별 의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증거로 현재 그녀가 기르고 있는 쉬리는 겉모습은 치와와를 많이 닮았지만, 치와와와는 엄연히 틀린 믹스견 이었고, 사실상 그녀는 품종이나 종자를 따지는 사람을 질색하는 편이었다.

 

 

 “다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지.”

 

 

 원래 강아지들에겐 품종이니 혈통이니 하는 것은 없었다. 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에 불과했다. 그 결과 이른바 품종이 있다는 비싼 강아지들은 질병이 많거나, 오래 살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았다.

 

 단지 믹스라서, 예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이유들로 버려지는 유기견들이 우리는 안타까울 뿐이었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몸을 다 닦아준 우리는 계속 아프다며 낑낑대는 재원을 말없이 내려다 봤다.

 

 그녀는 계속 낑낑대는 재원을 보고는 큰 용기를 내 얼마 전 쉬리가 아플 때 썼던 남은 진통제를 재원에게 놓아주기로 결심했다.

 

 

 “깨면 어쩌지?”

 

 

 아무래도 몸을 닦아주는 것과 주사를 놓는 것은 엄연히 달랐다.

 

 혹여나 따끔함에 그가 깰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망설여졌지만, 계속 아파하는 작디작은 새끼강아지의 모습이 눈에 걸린 우리는 결국 마음을 굳게 먹고 강아지의 목덜미 쪽을 잡아 소독 후 주사를 놓아주었다.

 

 다행히 이번에도 재원은 한 번 아프다고 낑낑 될 뿐 깨어나지는 않았다.

 

 

 “근데 정말 어떻게 하지······?”

 

 

 대충 몸을 닦아주고 주사도 놓아주고 나니,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아니 정확히는 이 영혼의 정체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더 문제인 이 강아지에 빙의된 서재원을 어찌한담?

 

 한참을 서서 재원을 내려다보던 우리의 입에서 끄응하고 앓는 소리가 나왔다. 그렇게 그 자리에서 한참 고민하던 그녀는 일단 모른 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모른 척하자.”

 

 

 이미 이 세상의 것에서 뒤틀린 것들을 상대해봐야 골치만 아팠다. 사실상 그녀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것도 다 저런 것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인데, 사서 고생할 필요가 무엇이 있을까?

 

 그냥 모른 척하자. 사실 그가 새끼강아지의 몸에 빙의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모른 척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다음 날 일어나면 저 강아지는 그냥 강아지가 되어있을 지도 모르고. 워낙 7살 이후로 이런 희귀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을 많이 접하다보니 이렇게 가볍게 마음을 먹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으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영혼이 신경 쓰이지 않는 다는 것은 아니었다. 불편한 옷을 벗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려던 우리는 힐끗 여전히 정신을 잃고 쓰러진 재원을 쳐다봤다.

 

 역시 안 되겠다. 결국 우리는 편한 방을 내버려두고 좁은 욕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우리는 진통제를 맞고 아까보다 훨씬 편하게 잠이든 새끼강아지를 한 번 살펴본 다음 그 위에 눈을 감고 있는 재원의 영혼을 자세히 살펴봤다.

 

 

 “변했나?”

 

 

 살짝 변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학교 때의 수려한 외모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덕분에 자신이 한 번에 알아본 거긴 했지만.

 

 게다가 과는 다르지만 같은 학교여서 몇 번 지나가다가 마주친 적은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가까이서 재원의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여자보다 작은 머리통에 반듯한 눈썹 그리고 적당히 보기 좋게 솟아오른 콧대 그리고 중학교 때보다 굵어진 그의 선들이 그때는 느끼지 못한 남자의 매력이 한껏 느껴졌다. 우리는 홀린 듯 손을 그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

 

 그러나 손에 닿는 것은 그의 보드라운 뺨이 아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오히려 다른 곳보다 차갑게 느껴지는 공기였다. 그 차가운 공기에 오싹하니 소름이 돋았다.

 

 

 “아!”

 

 

 손끝에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에 화들짝 놀란 우리는 빠르게 뻗쳤던 손을 거두었다. 미쳤다. 미쳤어! 장우리 이 미친년.

 

 좁은 방안에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애완견인 쉬리 밖에 보는 이가 없었지만, 우리는 혹여나 지금 자신의 행동을 본 사람이 없나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이곳이 아무도 없는 자신의 방임을 자각한 그녀는 붉어진 뺨을 차가워진 손으로 매만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선 자자. 자고 나서 생각해보자.”

 

 

 그렇게 중얼거리며 우리는 방 한 구석 있는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바닥 한편에 잠들어 있는 남자인 재원의 영혼이 뻔히 보이는 상태에서 그녀는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에라, 모르겠다. 우리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양하나, 양 둘. 우리는 이 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장 많은 양을 센 후에야 간신히 잠이 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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