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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녹아내리는 길
작가 : 이예지
작품등록일 : 2017.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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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의 기운을 타고난 여인
작성일 : 17-11-01     조회 : 357     추천 : 0     분량 :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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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수많은 여인들이 남성들을 위해 살아간다.

 그녀들은 스스로를 '달의 여인'이라고 칭했다.

 궁궐에서 왕의 여인으로 살아가는 궁녀들과 무수리, 한양 밖에 사는 기생들과 노예까지도

 나에게는 '달의 여인'으로 보였다.

 

 

 "오늘은 뭐가 좀 보이느냐."

 

 

 신녀님의 말에 가만히 앉아있던 소녀가 안대를 풀었다.

 빨려들어갈 것 같은 커다란 눈동자를 깜빡이자, 신녀가 고히 접힌 옷을 내밀며 말했다.

 

 

 "들어가자. 때가 되었다."

 "전 이제 어떻게 되나요?"

 "그건 네가 더 잘 알 것 아니냐. 확실한 건, 궁에 들어가면 넌 낮의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나라의 운수와 기(氣)를 살피는 신녀들의 집합소인 '한일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녀는

 올해로 열 일곱이 되었다.

 이미 혼기가 차고 넘쳤지만, 신녀들은 혼인을 할 수 없었다.

 대신에 신녀들은 열일곱이 되면 '신의 이름'을 받게 된다.

 

 

 

 "네 이름은 후월이다."

 "후월?"

 "후(嗅)월(月), 달을 맡은 신녀라는 뜻이지. 앞으로 넌 달의 여인이 될거다."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리고 처음보는 군졸 한 명이 다가와 말했다.

 

 

 "여기부턴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무녀님."

 "그래, 잘 도착하거든 답신하게."

 

 

 그렇게, 그녀는 열일곱 겨울에 처음 궁에 입궐하게 된다.

 

 

 .

 

 

 

 "해가 져야 넌 움직일 수 있다."

 

 

 후월은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궁궐에도 이렇게 쓰러져가는 건물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지나가는 궁녀들의 말에 따르면, 과거 신녀들이 머물던 장소라고 한다.

 달빛이 제일 먼저 뜨는 곳이라 그녀에겐 안성맞춤이라고, 그들은 주장했다.

 

 

 "또한 사람들을 보거든 몸을 숨기거라. 군졸들은 상관없으나, 대신들이나 대군께서 보셔선 아니된다."

 "명심하겠습니다."

 "특히, 전하를 조심하고."

 

 

 알고 있다.

 그녀의 임무는 신기를 이용해 그 사람을 지키는 것.

 후월이 말했다.

 

 

 "저는 제 눈에 보이는 자들만 지킬 수 있사옵니다."

 "내 이미 전하께 아뢰었으니, 그 점은 신경쓸 것 없다. 넌 달을 지키는 일만 하면 되니."

 

 

 후월은 대답하지 않았다.

 왕이 왜 그토록 신녀까지 두면서 달의 기운을 지키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어느덧 달빛이 환하게 창문을 뚫고 들어와 후월을 비췄다.

 그녀는 말없이 한쪽 눈을 가리고 의복을 가다듬었다.

 이번에 보이는 사람은, 누구일까.

 

 

 .

 

 

 

 "이원 장군님 만세!"

 "만세!"

 

 

 

 승전보를 울리는 북소리와 함께 건장한 사내가 위풍당당하게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피가 튀어있었고, 검은 뚝뚝 피를 흘리며 흔적을 남겼다.

 

 

 "장군, 축하드리옵니다."

 "이제 고작 승리 한번 했을 뿐이니, 경솔하지들 마시오."

 

 

 사내의 미소에 그들은 더 크게 소리치며 함성을 질렀다.

 그의 이름 이원.

 올해로 갓 스물이 된 무사다.

 무과에 장원급제도, 아버지가 무인도 아니지만 그는 검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그 노력이 가상했을까, 우연히 눈에 띄어 전장에 오게 되었다.

 

 

 "이제 나보다 실력이 출중하구나."

 "아닙니다, 장군. 장군이 아니었다면 제가 이런 기회를 어떻게 잡았겠습니까."

 

 

 수군통제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한양에서 급히 찾더구나."

 "한양에서요?"

 "저하께서 널 보자고 하시니, 마무리는 나한테 맡기고 이만 올라가보거라."

 

 

 이원과 세자는 각별한 사이는 아니었다.

 공통점이라곤 이원과 세자의 무예를 가르친 사람이 병조판서 유치환이었다는 것이다.

 둘은 만난적도 없었고, 만나서도 안되는 사이었다.

 이원은 종 5품 집안의 장남이었고, 세자는 말 그대로 왕의 자식이었다.

 

 

 

 이원이 얼굴을 쓱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노곤한 몸을 뉘이지도 못한채 바로 한양으로 올라가야 한다니.

 그는 잠시만이라도 눈을 붙이기 위해 막사에 몸을 기댔다.

 

 

 .

 

 

 

 후월이 안대를 풀었을 땐 이미 아침이 되어 있었다.

 장소가 바뀌다 보니 아무래도 심신이 지친게 틀림없다.

 그녀가 흐르는 땀을 닦으며 의복을 갈아입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본디 달의 여인은, 달의 심정을 읽어내려갈 줄 알아야한다. 본디 여자는 달이니,

 낮에도 떠 있지만 해에게 그 모습을 들켜선 아니되며, 오로지 그 자리에 굳건하게 빛나야만 한다.'

 

 

 

 "들어가겠습니다."

 

 

 낯익은 목소리에 후월은 뒤를 돌아봤다.

 문이 열리더니 한 여인이 쪼르르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아가씨, 오늘은 보셨습니까?"

 "아가씨가 아니라 후월이라 부르거라. 그게 정 그렇다면 무녀나 신녀도 좋으니."

 "저한테는 아가씨가 편합니다. 오늘은요?"

 

 

 이제 겨우 10살을 넘긴 성은 질문이 많았다.

 그래서 유일한 벗이기도 했다.

 

 

 "못 보았다."

 

 

 

 후월은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달의 기를 받아 미래를 보고 그 사람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신녀다.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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