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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패스 in 무림
작가 : 곤붕
작품등록일 : 20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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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화(進化) (1)
작성일 : 16-08-26     조회 : 840     추천 : 0     분량 : 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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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사이코패스가 괴물 같이 생겼을 거라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사회를 활보하는 이 괴물들은 정상적인 친지나 친구들만큼이나 자연스럽게, 때로는 그들보다 더 설득력 있게 미덕을 보여준다.

 밀랍으로 만든 장미꽃이나 플라스틱 복숭아가 실제 꽃이나 과일보다 더 실물처럼 보이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 윌리엄 마치(William March), 나쁜 종자(The Bad Seed)

 

 * * *

 

 안휘성(安徽省).

 북부에 회하(淮河)가 흐르고, 중앙부에는 양자강(揚子江)이 동류(東流)하여 광대한 전원지대를 이룬다.

 이 두 하천의 연안지대에는 소택지(沼澤地)가 널리 분포하여 땅의 비옥함을 뽐낸다. 그 상징물이 바로 중원의 자랑거리인 화북(華北)평원과 소호(巢湖)이다.

 예로부터 풍요롭고 기름진 땅과 큰 강, 그리고 호수들의 교류로 인해, 이 땅에는 상업과 무역이 발달했다.

 지리적으로도 장사에 유리해서, 동쪽으로 강소성(江蘇省)과 절강성(浙江省), 북으로는 산동성(山東省), 서쪽으로는 호북성(湖北省), 하남성(河南省)과 인접하여 있다.

 자연스레 전국의 물산이 집결했으며, 돈이 몰렸다.

 구린 냄새를 풍기는 곳에 파리가 꼬이듯, 돈냄새가 많이 나는 곳에는 응당 도둑이나 사도문파의 무뢰배들이 꼬이는 법.

 그런 그들을 물리치고 강호의 도의를 지키는 문파들도 안휘성에는 많이 생겨났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문파가 합비(合肥)에 있는 중원오대세가(中原五大世家)의 하나인 남궁세가(南宮世家)였다.

 남궁세가는 중원오대세가 가운데에서도 단연 으뜸이었다. 그들이 문을 연 이후 안휘성은 단 한 번도 사파나 마도의 무리들에게 유린된 적이 없었다.

 제왕검형(帝王劍法),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 대연검법(大衍劍法), 섬전십삼검뢰(閃電十三劍雷), 천풍검법(天風劍法), 천뢰제왕신공(天雷帝王神功), 창궁대연신공(蒼穹大衍神功), 천뢰기(天雷氣), 천뢰삼장(天雷三掌), 천풍장력(天風掌力), 대창궁무애검진(大蒼穹無涯劍陣),...... 등 그 이름만 들어도 사도방파의 인원이라면 벌벌 떨 무공들로 무장한 남궁세가는 홀로 높은, 안휘제일대파(安徽第一大派)였다.

 남궁세가의 위세가 워낙 대단하여 안휘성에 있는 다른 문파들은 달 앞의 반딧불이마냥 그 존재가 미미했지만, 그래도 각 현(縣)과 시(市)마다 문파들이 존재했다.

 그 많은 문파 중에는 단리세가도 있었다. 비록 남궁세가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봉양에서만큼은 최고의 세가였다.

 오죽하면, 봉양에서는 단리라는 성씨를 가진 사람은 죽어서도 사두마차를 타고 다닌다는 말이 생겼겠는가.

 단리세가에는 정보 및 집법단체로 흑오단(黑五團)이 있고 세가의 전문무력단체로 십자천검단(十字天劍團)이 있다.

 이들은 모두 세가의 비전무공인 비천검법(飛天劍法)과 단천비검술(斷天飛劍術)을 익히고 있었으며, 그 명성이 안휘성 내에서 대단했다.

 특히, 흑오단은 그 정보수집능력이 타의추종을 불허하였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정보에 대해서라면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워할 개방(丐幇)의 거지들 또한, 봉양성에서만큼은 단리세가의 흑오단에 한수 접어둘 정도였다.

 헌데, 지금 그런 흑오단이 최근에 일어난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자살역병(自殺疫病).

 요즘 봉양 내에서 자살이 역병처럼 유행한다하여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말이었다.

 근 한 달 동안 무려 이백 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자살했다. 비정상적인 현상이었다.

 예전에도 자살자가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 끽해야 한 달에 한두 명 정도.

 살인사건이 한 달에 이백 건이 벌어진다고 해도 큰일이 난 듯 뒤집어질 정도인데, 자살사건이 이백 건이나 벌어졌으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에 성의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었다.

 귀신이 와서 사람들을 몰래 죽이고 자살로 위장하고 있다는 둥, 철선충(鐵線蟲)이 곤충뿐 아니라 사람을 자살하게 만들고 있다는 둥, 진짜 자살역병이 창궐을 했다는 둥.

 이외에도 여러 가지 가설이 풍문으로 떠돌고 있었다.

 무성한 소문 중 어느 것이 맞건 간에 흉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가운데, 관에서 주목한 가설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도문파의 봉양진입설이었다.

 무림에 알려지지 않은 무서운 사파집단 하나가 최근에 봉양에 들어와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이 설득력을 얻은 이유는 간단했다.

 무림은 예나 지금이나 일반인들, 그리고 관과 벽을 쌓은 존재들이다.

 나라의 백성이기는 하나, 또 어떤 면에서 보면 백성이 아니기도 한 외천하(外天下)의 사람들이라는 게 일반인들의 시각이었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축지법을 쓰고, 산과 강을 가르는, 그런 사람들. 그런 일이 가능한데, 아무도 몰래 사람들을 죽이는 일이 불가능할 리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들중 사파인들은 사람을 죽여 간과 뇌, 혹은 정기를 빨아먹고 내공을 쌓기도 한다. 발견된 시체들 중에 그런 시체는 없었지만, 혹여 새로운 방식의 축내공술(畜內功術)인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봉양성의 기찰관(譏察官)은 무림인이 아니었다. 만약 이 가설이 맞는다면 그로서는 색출해낼 방법도, 그들을 잡을 방법도 없었다.

 물론, 관에도 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황실 소속이었고, 원칙상 이런 작은 성시(成市)까지 와서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결국, 기찰관이 무림문파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 상대는 당연하게도, 단리세가였다.

 단리세가의 가주, 비천미검(飛天美劍) 단리천우(段里天宇)는 관과 공생하는 관계로써 기꺼이 관의 의뢰를 받아들였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었지만, 종종 있어 왔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흑오단이 나서서 멋지게 해결하곤 했다.

 그런데…….

 

 * * *

 

 흑오단의 단주인 기대효(奇臺曉)는 곤혹스러웠다. 단리천우의 명령으로 하는 수 없이 ‘자살역병’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으나, 도대체 그 실체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어딘가 이상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자살이라는 증거만 있을 뿐, 타살이라고 볼 만한 아무런 정황이 없는 사건들만 백수십 건에 이르렀다.

 그가 이 사건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분명히 사건현장은 자살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살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워보였다.

 자살자 중 상당수는 자살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사는 게 힘들거나, 애인에게 버림을 받았거나, 부모의 학대를 견디기 어려웠거나. 이런 이들의 자살은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는 점이었다. 일평생 자신의 분수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자살을 한다?

 기대효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살에 꼭 이유가 있어야 돼? 하면 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허나, 석연치가 않았다. 무림에서 산전 수전 해전 견전(犬戰)까지 모두 겪었던 그였다. 그의 후각이 이 사건들에 구린 냄새가 난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가장 먼저 죽은 사람이 누구지?”

 기대효는 처음부터 짚어나가기로 했다.

 그의 질문에 흑오단의 부단주이자 그의 아들인 기만지(奇滿池)가 대답했다.

 “마칠과 초선이라고, 세가의 병고공과 유녀입니다.”

 “세가? 단리세가를 말하는 것이냐?”

 “네.”

 기대효는 잠시 턱을 긁적이며 생각에 빠졌다. 그것은 그가 고민에 빠졌을 때 하는 버릇이었다.

 잠시 뒤, 그가 입을 열었다.

 “둘이 자살한 장소가 어디지?”

 “봉양객잔입니다.”

 “가자.”

 “네?”

 기만지가 놀란 이유는 기대효가 직접 가본다고 해서였다. 흔히 흑오단의 단주는 이런 일에 전면으로 나서지 않았다.

 뒤에서 명령만 내리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였다.

 “아버지께서 친히 가실 정도는…….”

 “아니다. 내가 직접 가봐야겠어.”

 기대효는 기만지의 말을 끊고는 지체하지 않고 흑오전(黑五殿)을 벗어났다. 그리고는 곧장 동쪽으로 향했다. 그쪽은 단리세가의 대문이 있는 방향이었다.

 

 

 * * *

 

 기대효가 봉양객잔으로 가고 있는 그 시각.

 동봉수는 늘 그랬던 것처럼 마고공 소삼으로서의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말똥을 치우고 말들에게 여물을 주는 일은 이미 마쳤다. 이제부터 그가 할 일이 그의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한혈마(汗血馬) 산책시키기.

 단리세가에 한혈마는 단 한 필만 있었다.

 이름은 여로(麗露). 단리세가주인 단리천우의 애마였다. 백색의 털과 갈기를 멋지게 휘날리는 여로는 단연 단리세가에서 가장 비싼 말이었다. 그 때문에 여로는 세가 내 모든 마고공들의 특급 관리대상이었다.

 만약 여로에게 작은 상처라도 생긴다면 마고공들이 줄초상을 치를 수도 있었다. 실제로 일전에 여로의 피부에 작은 종기가 생겼을 때 마고공들이 단체로 매질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동봉수가 여로를 맡은 이후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건드리지 말아야 할 ‘짐승’들을 알아본다. 동(東)마구간의 모든 말들은 소삼이 동봉수로 바뀐 이후부터 매우 얌전해졌다.

 예전에는 가끔 한 번씩 사고를 칠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었다.

 새롭게 들여온 말들도 처음에는 날뛰었지만, 동봉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순한 양이 되었다.

 이를 본 사람들이 숙덕였다.

 

 [소삼이 다친 이후, 말을 잃은 대신 마정(馬精)을 얻었다!]

 

 때로는 그를 마귀(馬鬼)라고도 불렀다. 그 정도로 소삼은 말을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었다. 이로 말미암아, 소삼을 무시하던 눈길이 많이 감소하였다.

 그에 자연스럽게 여로를 소삼이 맡게 되었다. 단리세가에는 여러 명의 마고공이 있었지만, 완벽하게 여로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단리천우를 제외하고는 소삼뿐이었다.

 동봉수의 입장에서는 굳이 여로를 맡는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여로를 떠맡음으로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여로를 돌보는 일을 맡은 이후 그에게는 자유시간이 많아졌다. 괜히 시비를 거는 사람도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일을 떠넘기는 인간들도 거의 없게 되었다.

 가장 동봉수를 괴롭히던 마칠 또한 이미 지옥 불구덩이 속으로 꺼져버렸다.

 당연히 남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봉양에서 자살역병에 걸려 죽는 사람도 더불어서 많아졌다.

 

 동봉수는 여로를 데리고 세가 밖을 나와 봉양성의 저잣거리로 향했다. 그는 통상 산책 중에 사냥감을 물색했다. 가능하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처리했다.

 그러나 당장 처리하기 곤란한 경우도 있었다. 그럴 경우에는 대상에 대해 관찰한 후 머릿속에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죽였다.

 여로는 세가에서뿐만 아니라, 세가 밖에서도 그에게 날개와 같은 존재였다. 여로를 데리고 다니면 사람들이 알아서 피해줬다. 봉양의 모든 이들은 여로가 누구의 말이며,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마가마위(馬假馬威).

 마변삼이 말의 위세를 빌려, 행세한다고 하여 사람들이 붙인 말이었다. 사실 행세라기보다는 그저 길을 지나가는 것뿐이었지만,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건 동봉수는 여로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녀석 덕에 무난하게 저잣거리를 활보하면서 적당한 사냥감을 물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거의 끝에 다다랐다.

 동봉수는 이제 이런 사냥을 그만둘 때가 왔다는 걸 깨달았다.

 최근 196명을 죽였지만, 경험치 바는 겨우 3분의 1 정도밖에 차지 않았다. 이래서는 언제 레벨업을 하고 더 강해질지 기약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경험치를 쌓는 걸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 동봉수는 드디어 인간들 간에도 경험치의 양에서 차이가 난다는 걸 확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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