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무협물
싸이코패스 in 무림
작가 : 곤붕
작품등록일 : 20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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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진(前進) (2)
작성일 : 16-08-26     조회 : 1,011     추천 : 0     분량 : 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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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가에 숨어있던 흑객 중 한 명이 비명을 질렀다. 죽은 것이다.

 ‘어떻게!?’

 이곳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는 그들이 주시하고 있었다. 지붕 위로 올 수는 있겠지만, 그쪽으로 이동하면 더 위험하다.

 달빛에 바로 비쳐 보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분명히 지붕 위에도 흑객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항시 주시하고 있었다. 그쪽으로 이동했다면 흑객들이 못 볼 리가 없었다.

 ‘도대체 어디로 들어온 것이냐!?’

 조평이 당황하고 있는 사이, 계속해서 흑객들이 죽어나갔다.

 “크악!”

 “윽!”

 “컥!”

 ......

 ....

 ..

 .

 

 죽음의 절규소리가 점점 그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는 어떻게라는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조평은 바로 숨어있던 곳에서 나와 달빛 아래 몸을 맡겼다. 그 사이에도 계속해서 흑객들의 마지막 울음이 장내를 울렸다. 그리고 그마저도 금세 사그라들었다.

 “젠장……. 나를 제외하고는 다 죽은 건가…….”

 원래는 그것이 신호였다. 그가 숨어있던 곳에서 나오면 모든 흑객들이 동시에 가운데 공터로 나와서 무명협객과 정면대결을 펼칠 진을 형성하는 것.

 하지만 나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한 명 있었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복면남.

 타박타박.

 그가 어슬렁거리는 걸음걸이로 달빛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네, 네놈이 무명협객이냐?”

 “…….”

 그저 조용히 조평에게 다가올 뿐, 무명협객에게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대, 대체 원하는 게 뭐냐?”

 “…….”

 역시 돌아오는 말은 없었다.

 조평은 뭔가 다른 말을 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무명협객의 눈을 본 것이다.

 흑사회에 투신한 이후 많은 사람들의 눈을 봐왔지만, 저렇게 ‘무’한 눈은 처음이었다. 무감정 같은 것이 아니었다.

 무(無).

 그냥 없었다. 인간이라고 생각될만한 어떤 것도 무명협객의 눈에는 담겨 있지 않았다.

 “씨바…….”

 쓰아악, 퍽석. 조평의 몸이 머리에서부터 정확히 반 토막이 났다. 그의 시체에서 흘러내린 피와 내장, 그리고 뇌수가 낙원촌을 더럽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번쩍!

 낙원촌을 정화시키는 새하얀 정화(精火)가 무명협객의 몸에서 피어올랐다.

 그 밝은 빛에 무명협객의 모습이 아주 잠시지만 백일하에 드러났다.

 무명협객.

 그는 단리세가의 마고공 소삼이었다.

 좀 더 정확히는.

 이제 레벨 7이 된 동봉수였다.

 

 

 * * *

 

 흑단을 목표로 잡은 이후.

 동봉수는 참으로 바빴다.

 준비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장호를 죽이고 레벨업을 했지만, 동봉수는 여전히 흑객들에 비해 많이 약한 상황이었다.

 자연스레 지구에서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준비과정에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갔다.

 흑단과 흑객 개개인의 동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그들 사이의 사냥 우선 순위를 정해야 했다.

 그런 후에도 여러 가지 주변 정황과 사냥각본까지 꼼꼼히 짜야 했다. 단 한 터럭의 실패확률도 남아있지 않을 때. 그때가 되어서야 동봉수는 실제로 사냥에 나설 예정이었다.

 동봉수는 봉양의 저자를 누비며 정보를 수집했다. 그 정보 중에는 지난번 죽였던 왈짜들에게서 얻은, 흑사회에 대한 것도 있었지만, 그 정보들은 이미 널리 알려진 것들뿐이어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약 일주일 정도 공을 들여 흑단들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하지만 벙어리인 소삼의 신분과 혼자의 몸으로는 정보수집에 한계가 있었다. 몇 가지 알아낸 것들은 너무 잡다해서 전혀 쓸모가 없거나, 너무 포괄적이어서 의미가 없는 것들뿐이었다.

 기껏 써먹을 수 있는 건, 고작 흑객들이 주로 활동하는 거리와 그들의 소굴이 대충 어디에 있다는 것 정도였다.

 이런 것들은 알아봐야 큰 의미가 없었다. 그 혼자서 그곳에 쳐들어갈 수 있는 실력이 되면 모르겠지만, 레벨 2로는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하염없이 정보조사에만 목을 맬 수도 없었다. 이대로는 조사만 하다가 한 반년, 어쩌면 몇 년은 그냥 지나갈 것 같았다.

 결국, 그는 방법을 선회했다.

 타초경사(打草驚蛇).

 풀을 때려 뱀을 놀라게 한다.

 흔히, 어떤 일에 대해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히 일을 저질렀다가 실패한다는 식으로 많이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원래 이 사자성어의 뜻은 그것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고대 중국병법의 기초 중 하나. 삼십육계에 실린 병법이었다.

 숨어있는 뱀을 잡기 위해서는 풀을 때려 뱀이 굴에서 기어나오게 해서 잡는다. 즉, 부정적인 의미의 속담이 아니라, 하나의 전술인 것이다.

 동봉수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뱀’에 대한 조사를 그만뒀다. 대신, 뱀이 많이 살 것 같은 ‘수풀’을 두드렸다.

 어느 날 철저하게 변용(變容)한 채, 지하에서 은밀히 운영되는 도박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의 판을 싹 쓸어버렸다.

 처음 한두 번은 모르겠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자 결국 뱀들이 독니를 드러냈다.

 흑객 한 명이 도박장을 벗어나는 그를 습격한 것이다. 동봉수가 ‘땅꾼’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그렇게 첫 번째로 희생된 뱀이 백호단의 말단 흑객이었다.

 사실 동봉수는 그 도박장이 백호단에서 운영하는 곳인지도 몰랐다. 그가 알고 있었던 건, 거기에 도박장이 있다는 것. 그것 하나뿐이었다.

 어쨌든 그걸로 동봉수는 도마(賭魔)라는 이름으로 백호단의 흑서(黑書, 블랙리스트)에 올라 추격을 당하게 되었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되었다. 피비린내 나는 역추격 살상이.

 동봉수는 자기를 찾으러 다니는 자들을 거꾸로 사냥했다.

 그는 매우 조심스러웠고, 그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동봉수는 스스로가 아직 많이 약하다는 걸 잘 인지하고 있었다. 정면대결은 위험했다. 될 수 있는 한 기습으로 모든 걸 끝냈다.

 자살역병 때 많이 써먹었던 방법인 인벤토리술을 응용해서 추격하는 흑객을 따돌린 후 몰래 뒤를 쳐서 죽이기도 하고, 때로는 은밀한 곳으로 끌어들인 후 불을 지르기도 했다.

 어떤 방식이 되었건 동봉수는 흑객들의 머리 한참 위에서 놀았다.

 그런 식으로 백호단의 인원이 하나 둘씩 죽어나갔다.

 백호단주인 백호(白虎)가 뒤늦게 경각심을 가졌을 때는 이미 백호단의 인원 중 반수 이상이 죽어나간 후였다.

 이 과정에서 동봉수는 레벨을 2에서 4까지 올릴 수 있었다. 게다가 의도치 않은 부수적인 효과까지 얻어냈다. 무명협객이라는 꽤 쓸만한 새로운 가면을 얻은 것이었다.

 그 덕분에 더욱 쉽게 흑단들을 처리해나갈 수 있었다. 관과 성민들이 그의 살인행각을 영웅행보로 둔갑시켜준 것이다.

 그래서 무명협객으로 활동할 때에는 더 이상 남의 눈을 신경 쓸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살인을 이어나갔다. 단 한 순간의 실수가 실패로 연결될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어떤 순간, 어떤 상황에서도 방심은 절대로 금물이다.

 그렇게 그는 유인, 유도, 기습, 방화, 변장 등에 의존해서 백호단을 계속 공격해 나갔다.

 백호단은 천천히 와해 되어갔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백호단주인 백호는 여전히 건재했다. 동봉수는 그들과 계속 싸워나가면서, 백호가 백호단 그 자체라는 걸 깨달았다. 그를 없애지 않는 다음에야 백호단은 멀쩡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시점부터 동봉수는 백호단의 흑객들을 바로 죽이지 않고 고문하기 시작했다.

 죽이기 전에 최대한 백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백호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많은 정보들은 하나같이 백호가 빈틈이 없는 자라는 결론을 도출하게 할 뿐이었다.

 또한, 흑객들의 진술을 토대로 해서 간접적으로 측정해본 백호의 무력은 이제 레벨 4 밖에 안 된 동봉수가 상대하기에는 습격을 한다 해도 무리였다.

 게다가 백호는 거듭되는 부하들의 죽음에 외출을 극도로 꺼리게 되었다.

 이제 백호를 잡기 더욱 어렵게 되었고, 겨우 알아낸 백호단의 소굴은 일종의 요새가 되어가고 있었다.

 습격을 해도 이길까 말까 한 마당에 저렇게 틀어박혀 있어서는 절대로 백호를 죽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소굴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동봉수는 백호의 아주 작은 틈 하나를 발견했다. 드물기는 하지만 백호가 소굴 밖으로 나오는 때가 있었던 것이다.

 동봉수는 백호의 외출시기를 세심하게 관찰했다.

 백호는 딱 두 가지 일을 하기 위해 외출했다.

 바로 수금과 첩질. 그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때에도 백호는 그냥 나오지 않고, 수십 명의 흑객들을 데리고 다녔다. 동봉수로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백호와 백호단을 더는 어떻게 할 수 없을 듯했다.

 하지만 동봉수는 이미 백호의 첫 외출 때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드디어 백호를 잡을 길을 찾은 것이다.

 아무리 철두철미한 사람이라도 몇 가지 상황하에서는 방심을 하게 마련이다.

 동봉수는 그 원초적인 방심의 순간, 그중에서도 최고의 순간을 노렸다.

 그는 은밀히 백호가 첩을 만나러 오는 날에 맞춰 첩이 사는 집에 몰래 숨어들었다.

 인벤토리를 이용한 기둥 빼기가 가능한 동봉수로서는 그건 식은 죽 먹기. 그리고는 뒷간에 잠입했다.

 그는 거기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나무 잎으로 만든 수중호흡용 대롱 하나만 입에 물고는 인분(人糞)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처음 몇 번은 백호가 뒷간에 오질 않아 실패했다. 또, 그다음 몇 번은 백호의 첩이 와서 정액과 애액, 오줌이 뒤섞인 액체를 날릴 뿐이었다.

 하지만 동봉수는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백호의 외출 시기에 맞춰 첩의 집에 잠입했다.

 그리고 결국.

 첩과의 뜨거운 성교를 마치고 푸근한 마음으로 절정의 정화와 변을 쏟아내러 온 백호의 뒷구멍에 검을 박아넣는 데에 성공했다.

 동봉수는 그때 레벨 5가 되었고, 새로운 스킬 두 가지를 획득했다.

 경공(輕功)과 삼재검법 제 1초식 횡소천군(橫掃千軍).

 

 [경공(輕功) Lv.1 숙련도 : 0%]

 몸을 가볍게 하는 무공. 경공을 익힘으로써 더 높이 뛸 수 있고,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현재 적용 레벨 : Lv.0 (플레이어는 이 스킬의 레벨 수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점프력 보너스 : 0%

 이동력 보너스 : 0%

 초당 진기 소모 : 0 JP

 

 [삼재검법(三才劍法) 제 1초식 횡소천군(橫掃千軍) Lv.1 숙련도 : 0%]

 무림에 흔하디흔한 검법. 내공이 없는 범인들도 익힐 수 있다.

 횡소천군은 옆으로 베기의 강화판.

 이 스킬의 모든 행동 보너스치는 관련스킬의 숙련도 및 검기/검강의 시전유무와 관련이 있습니다.

 현재 적용 레벨 : Lv.1 (플레이어는 이 스킬의 레벨 수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횡참(橫斬) 사정거리 보너스 : 1%

 횡참(橫斬) 공격력 보너스 : 1%

 횡참(橫斬) 시전속도 보너스 : 0%

 회당 진기 소모 : 30 JP

 

 이 두 가지였다.

 

 

 

심우진 17-06-03 21:46
 
횡소찬군 무한 레벨업에서도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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