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무협물
싸이코패스 in 무림
작가 : 곤붕
작품등록일 : 20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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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진(前進) (3)
작성일 : 16-08-26     조회 : 915     추천 : 0     분량 : 5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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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공과 횡소천군, 이 두 개의 스킬은 동봉수에게 주어진 최초의 액티브(Active) 스킬이었다. 그는 그걸 얻음으로써 드디어 흑객들과 정면대결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동봉수는 백호가 사라진 백호단을 손쉽게 마무리 짓고 다음 목표물에 대한 사냥을 개시할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적랑문과 흑사회. 둘 중 어느 흑단을 먼저 쳐야 할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흑사회가 백호단의 멸문으로 몸을 사린 반면, 적랑문은 적극적으로 백호단의 영역을 흡수하려고 전면으로 나섰다.

 무명협객이 백호단을 없앤 것을 이용해 오히려 세력확장을 시도한 것이다.

 그걸로 다음 목표물이 결정되었다.

 적랑문.

 그들은 무명협객, 아니 동봉수를 너무 얕잡아봤다. 그것도 아니면 욕심이 너무 과했거나.

 동봉수는 새로 생긴 스킬과 인벤토리 신공을 활용해서, 비교적 수월하게 적랑문의 흑객들을 처리해나갔다.

 백호단을 상대할 때와는 다르게 습격뿐만 아니라, 과감하게 정면돌파를 시도할 때도 있었다.

 적랑문의 문주 비규서(娝赳誓)는 당황했다. 무명협객은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하고 적극적이었다.

 기습만 조심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완전히 계산착오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동봉수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었다.

 레벨업은 말할 것도 없고, 인벤토리 사용술이 갈수록 능숙해지고 있었고, 스킬에 대한 이해도 및 숙련도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있었으니까.

 적랑문의 세력은 백호단 때보다 훨씬 빠르게 축소되었고, 그럴수록 봉양의 성민들은 광분했다. 더 빨리 더 많이 죽일수록 무명협객의 협명은 높아져만 갔다.

 그리고 드디어 아이들 사이에서 무명협객을 흉내 내는 영웅놀이가 나올 때쯤.

 기어이 비규서마저 동봉수의 기습에 죽었다.

 적랑문은 세상에서 지워졌고, 동봉수는 그 공로로 레벨 6을 넘어 거의 레벨 7에 육박하는 정도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이때쯤, 그는 스스로 많이 강해졌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까지 느끼고 있었다.

 이제 흑객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예전 레벨 1일 때, 일반인을 죽이면서 얻었던 양만큼이나 매우 제한적으로 변해 있었다.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쓸만했지만, 흑사회를 모조리 정리할 때쯤이면 그들을 죽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험치는 미미해지리라고 예상했고, 그 예상은 정확했다.

 오늘 흑사회의 본거지인 낙원촌을 싹쓸었음에도 별로 경험치가 오르지 않았다. 이곳에 오기 전, 이미 레벨 7이 멀지 않은 상황이었는데도 간신히 레벨 7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봉수는 오늘의 결과에 만족했다.

 그동안 많이 익숙해진 ‘인벤토리 신공’이 이번에도 큰 효과를 발휘했다.

 뒤에서 오는 적을 처단할 때도 쓰였고, 시체를 이용한 기만전술로 숨어있는 적들의 시선을 빼앗은 후 폐가의 들보들을 인벤토리에 넣을 때에도 이용되었다.

 새로 얻은 스킬인 횡소천군에 대한 응용력도 많이 늘었다. 시체방패를 이용해 적들을 한 곳으로 끌어들인 후 횡소천군으로 떼몰살을 시켰다.

 만약 그냥 베기였다면 그런 효과를 얻지는 못했을 터였다.

 경공도 이제 레벨3이 되어, 점프력과 이동력이 무려 100%나 증가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JP(진기 포인트)의 소모량이 컸기에 평소에는 끄고 다니다가 필요한 경우 원하는만큼 조절해서 사용할 수 있었다.

 나는 이제 얼마나 강한가?

 동봉수는 문득 그런 질문을 던져봤다. 스스로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제 무림인들을 죽일 때가 된 것인가?

 그 질문 또한 아직 그로서는 대답하기 곤란한 문제였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다음 단계의 적들을 상대할 수 있는 강함이 있어야 한다.

 그럴 확신이 없다면, 아무리 천천히 레벨업을 하는 한이 있어도 계속해서 흑객을 잡아야 한다. 이곳의 흑객들을 싹쓸었으니, 다른 도시로 가는 한이 있더라도 흑객을 잡아야 했다.

 그는 일단 레벨 7이 되면서 얻은 능력들을 확인한 후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생각이었다.

 

 [Critical ERROR……]

 

 역시나.

 레벨업과 동시에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창 Critical ERROR 메시지 창이 떠올라 그의 정신을 어지럽혔다.

 치명적인 오류.

 그만 알려줘도 좋으련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스템은 그를 가리켜 치명적인 오류의 산물이라고 알려준다.

 동봉수는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는 오류창을 닫았다.

 그는 침착하게 레벨업으로 말미암은 혜택들을 확인해갔다.

 스탯창은 평소처럼 일정한 상승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었다. 퀘스트창은 여전히 X 표시가 난무했고, 인벤토리에도 새로 들어온 선물은 없었다.

 레벨2에서 6으로 오를 때와 마찬가지로 특색이 있는 변화가 있는 창은 스킬 창 하나뿐이었다.

 우선, 레벨 5 때 얻은 액티브 스킬 두 가지의 숙련도가 조금씩 상승했다. 이건 이미 알고 있었고 당연한 바.

 중요한 건, 이번 레벨 7이 되면서 새로운 스킬 두 가지가 더 추가되었다는 점이었다.

 

 [운기행공(運氣行功) Lv.1 숙련도 : 0%]

 단전에 축기된 기를 몸에 분포된 경맥을 통해서 기를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수련법.

 시전 시, 일시적으로 공격력과 방어력이 상승한다.

 지속시간/쿨타임 : 5/10 (분)

 회당 진기 소모 : 100 JP

 현재 스킬 보너스 : 공격력/방어력 30% 상승

 

 [삼재검법(三才劍法) 제 2초식 직도황룡(直搗黃龍) Lv.1 숙련도 : 0%]

 무림에 흔하디흔한 검법. 내공이 없는 범인들도 익힐 수 있다.

 직도황룡은 찌르기의 강화판.

 이 스킬의 모든 행동 보너스치는 관련스킬의 숙련도 및 검기/검강의 시전유무와 관련이 있습니다.

 현재 적용 레벨 : Lv.1 (플레이어는 이 스킬의 레벨 수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찌르기(刺) 사정거리 보너스 : 1%

 찌르기(刺) 공격력 보너스 : 1%

 찌르기(刺) 시전속도 보너스 : -0%

 회당 진기 소모 : 30 JP

 

 [경공], [운기행공], [삼재검법 제 1, 2초식]

 동봉수는 레벨 5 때 얻은 스킬과 더불어서 지금 얻은 스킬의 능력을 차근차근 점검해나갔다.

 경공은 JP만 무한하다면 패시브스킬처럼 사용되는 것이고, 삼재검법은 말그대로 공격스킬이었다.

 반면, 운기행공은 처음으로 얻게 된 ‘버프(Buff)’스킬이었다. 진기소모는 꽤 커 보였지만, 얻게 되는 능력이 상당히 좋았다.

 공격력과 방어력 상승 30%. 사용해보지 않아도 그 엄청남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비록, 지속시간 5분에 쿨타임이 10분이라는 단점이 있었지만,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면 그 단점도 그리 커 보이지는 않았다.

 그다음 그는 삼재검법의 제 1, 2초식인 횡소천군과 직도황룡을 연속으로 시전해봤다. 아주 부드럽게 연결이 되었지만, 특별한 보너스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이어서 순서를 바꿔서 사용해보았지만, 이번에도 두 동작이 마치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유연하게 이어졌을뿐.

 그것이 끝이었다. 같은 검법의 초식을 이어 쓴다고 해서 특별한 이익이 생기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새로 생긴 스킬에 대한 확인을 마치고는 끔찍하게 죽어있는 조평의 시체를 인벤토리에 넣고는 앞으로 전진했다.

 찰박찰박.

 피바다로 변한 낙원촌의 길은 금세 끝이 났다. 낙원촌의 뒤로는 넓은 논과 밭이 펼쳐져 있고 그 한가운데에 꽤 큰 장원이 한 채 서 있었다.

 낙원장이었다. 이제 저곳만 무너뜨리면 봉양의 흑단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저곳에서 새로 얻은 스킬을 써본 후 결정할 것이다.

 전진(前進)을 할 것인지, 조금 더 이 자리에 머물 것인지.

 

 * * *

 

 동봉수는 낙원장 안에 들어섰다.

 혹시나 논과 밭 등에 흑객들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는데, 그의 전진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낙원장의 문까지 열려 있었다.

 그는 열려 있는 문을 보고 흑사회주 방포염이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병법을 떠올렸다.

 공성계(空城計)냐? 아니면 주위상(走爲上)이냐?

 공성계라면 전진을 일단 멈춰야 할 테고, 주위상이라면 그것 또한 여기서 멈춰야 했다. 어차피 들어가 봐야 아무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동봉수는 낙원장 안으로 들어섰다.

 두 가지 병법 이외에도 사람이라면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가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바로.

 포기였다.

 인간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어려움에 맞닥뜨리거나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하면,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택한다.

 죽기를 각오하고 맞상대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대로 죽거나.

 동봉수는 방포염이 후자를 선택했다고 확신했다. 낙원장 전체가 그런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낙원촌에서의 싸움은 그저 죽기 전에 해보는 배수진(背水陣)에 불과한 것이었다.

 “자네가 무명협객인가?”

 동봉수가 낙원장 안으로 발을 들이자, 어둠 속에서 늙고 허무한 음성 한 줄기가 들려왔다.

 머리가 백발인 삐쩍 마른 노인이 동봉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봉수는 그 노인이 방포염이라는 걸 직감했다.

 방포염의 말에도 동봉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방포염에게 다가갈 뿐이었다.

 “협객이라면서 왜 그렇게 꽁꽁 싸매고 있는 겐가?”

 “협객이 아니니까.”

 짧은 한 마디.

 “헐헐. 협객이 아니다? 그런데 왜 흑단들을 죽이고 다닌 겐가?”

 “협객이 아니니까.”

 대답은 같았다. 그리고 모두 정답이었다. 그는 협객이 아니었기에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협객이 아니었으므로 흑객들을 죽이고 다녔다.

 “헐헐. 봉양 사람 모두를 속였구먼.”

 “나는 속인 적이 없어. 그들 스스로 그렇게 믿은 것뿐.”

 동봉수는 역시나 사실을 말했다. 그는 그저 사람들이 믿고 싶은 믿음 속에 몸을 숨긴 것밖에 없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그것과 비슷하게 사람들은 믿고 싶은 대로 혹은 보고 싶은 대로 믿는다. 자기 편할 대로. 그 이면의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재미있는 친구로구먼. 오늘 삼도천을 건너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 같으이.”

 창!

 맑은 검명(劍鳴)이 낙원장 안에 울려 퍼졌다. 방포염이 검을 뽑은 것이다.

 “오게나. 자네가 무명협객이든 아니든 어차피 나를 죽이러 온 것이잖은가. 어디 한 번 겨뤄보세나.”

 동봉수도 천천히 검을 뽑아들었다. 초보자의 검이었다. 그리고 오늘 얻은 스킬인 운기행공까지 사용했다. 그의 몸에서 일순간 격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좋은 검에 좋은 기세로세.”

 방포염이 감탄하며 검을 동봉수 쪽을 향해 내밀었다. 검을 겨룰 때 상호 간에 취하는 일종의 예의였다.

 하지만 동봉수는 그 따위 것을 알지 못했다. 알았다 하더라도 지키지 않았을 테고 말이다.

 그에게 검은 그저 상대를 죽이는 무기에 불과했다.

 동봉수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방포염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이제 얼마나 강한가? 진짜 무림 속으로 뛰어들 정도가 되는가?

 동봉수는 낙원장을 벗어나며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해답은 그의 검끝을 타고 흘러내리는 핏물이 대신하고 있었다.

 똑똑똑.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갈(前進) 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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