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무협물
싸이코패스 in 무림
작가 : 곤붕
작품등록일 : 20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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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출외(出外) (4)
작성일 : 16-08-26     조회 : 838     추천 : 0     분량 : 5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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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봉수는 선천적으로 살기 같은 것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지만, 살기를 읽어내는 데에는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살기의 강도가 포식자의 급수를 결정하는 데에 크게 유용했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같이 살기가 없는 자가 최상위, 아직 본인 이외에 만나본 적은 없다.

 그 다음으로는 살기의 강도에 따라 그 야만성(野蠻性)과 포식성(捕食性)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일단 지금 저 자는 살기를 내뿜고 있지 않았다. 원래 살기가 없는 그런 자는 아니었고, 그저 벌레들을 바라보는 사자의 느낌이었다. 그는 동봉수와 흑오단을 없앨 생각이 없는 것이 확실했다.

 동봉수는 후자를 택했다.

 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날 때, 갈의인이 기대효를 바라보며 가만히 입을 열었다.

 “단리세가? 그게 뭔가? 먹는 건가?”

 기대효에게는 지극히 경멸적인 말이었지만, 동봉수에게는 저 자의 강함에 대한 단서였다.

 동봉수는 갈의인이 단리세가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살기는 여전히 없었으니까. 대신 기대효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고 있었다.

 참기 힘드리라. 나름대로 안휘에서 이름깨나 있는 세가인데 저런 취급을 받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역시 기대효는 침착한 인물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갈의중년인의 기세에 완전히 기선을 빼앗겼든지.

 기대효는 이를 꽉 깨물며 갈의인에게 말했다.

 “지금 그 말씀은 단리세가를 모욕하는 말씀이오. 그렇게 받아들여도 되겠소이까?”

 기대효로서는 최선을 다한 응대였다. 생각 같아서는 바로 검을 휘둘러 공격하고 싶었겠지만, 본능적으로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그가 한 몇 마디가 그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처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갈의인은 기대효의 말에 아까보다 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응대했다.

 “글쎄? 나는 단리세가가 먹는 건지, 싸는 건지, 아니면 밟는 건지 모르겠네.”

 “끅…….”

 갈의중년인은 마지막 ‘밟는 건지’라는 말을 하며 발에 힘을 줬다. 단리강해의 얼굴이 순식간에 허옇게 변하며 눈동자가 까뒤집히기 시작했다.

 기도가 제대로 막힌 것이다. 저 상태에서 조금만 더 힘을 주면 그대로 절명(絶命)할 터.

 그에 따라 기대효의 얼굴도 새하얗게 변했다. 단리강해가 죽으면 자신도 죽은 목숨.

 이제 그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즉각 손을 들어 갈의중년인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외쳤다.

 “흑오단 전원 저 자를 공격해 공자를 구하라!”

 반면, 동봉수는 여전히 갈의중년인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 갈의인에게서는 어떠한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동봉수가 느끼는 걸 기대효는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동봉수는 느긋하게 갈의인과 흑오단의 대결을 지켜봤다. 이제 안전이 확실해졌으니 갈의인의 고급무공을 견식하면 그뿐이었다. 갈의인에게 흑오단은 그저 노리개일 테니까.

 노리개를 죽이는 사람은 없다. 실수로 부술 수는 있겠지만.

 파바박-!

 기대효와 기만지를 비롯한 흑오단 전원이 갈의중년인을 향해 쇄도해 들었다.

 갈의중년인은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여유로웠다. 그는 여전히 단리강해의 목에 올린 발을 떼지 않은 채, 한 손만 어깨 높이로 들어 올렸다.

 동봉수의 날카로운 눈에 그의 손가락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세침(細針) 수백 개가 보였다.

 암기술인가?

 그가 그렇게 생각한 그 순간, 갈의중년인의 손이 기대효와 흑오단원들을 향해 가볍게 떨쳐 졌다.

 퓨뷰뷰뷱-.

 빠르지 않았다. 갈의인의 손을 떠난 바늘은 그저 여러 개가 나비 모양으로 뭉쳐서 기이한 움직임을 보이며 흑오단의 정예들에게 날아갔다.

 하지만 그 빠르지 않은 침을 흑오단의 누구도 피하지 못했다. 아니, 피할 수 없었다.

 동봉수가 느끼기에는 마치 현대지구에서나 볼 수 있는 유도탄 같아 보였다.

 “큭!”

 “읔!”

 “엌!”

 여러 종류의 짧은 비명과 함께 기대효와 흑오단원 전원이 일시에 바닥에 쓰러졌다.

 단 한 수였다. 일수에 단리세가의 자랑인 흑오단이 제압된 것이다.

 “이, 이건! 추혼비접(追魂飛蝶)!? 그, 그렇다면 당신은!”

 기대효는 몸이 마비된 채 고개만 들어 갈의인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기술은 처음 봤지만, 강호에 너무도 잘 알려진 암기술이다.

 마치 혼을 쫓는 나비처럼 움직인다 하여 붙여진 무공.

 추혼비접은 바로 중원오대세가 중 하나인 사천당가(四川唐家)의 비전무공(秘傳武功)이었다. 그리고 당문(唐門)에는 이 무공에 대해서 신의 경지에 이른 고수가 한 명 있었다.

 기대효는 다시 한 번 갈의인의 얼굴을 쳐다봤다. 아, 왜 이제야 알아봤는가. 기대효가 기억하는 그 당문최고수의 인상착의와 갈포중년인의 인상은 완벽하게 똑같았다.

 갈의중년인은 기대효의 경호성을 듣고는 냉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기대효를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를 흘렸다.

 “시골잡부치고는 눈이 아주 썩지는 않았구나. 노부가 바로 당오(唐晤)다.”

 “……!”

 당오.

 무림에서 가장 강하다는 스무 명, 이신삼괴오고십대(二神三怪五高十大) 중 십대(十大)에 속하는 고수.

 중원오대세가의 하나인 사천당가(四川唐家)의 최고수. 사천성(四川省)에서는 그 상대를 찾아보기 어려운 절대고수.

 그를 설명하는 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에는 그의 별호(別號)만큼 그에 대해 잘 나타내주는 건 없었다.

 추혼독수(追魂毒手).

 

 [당오의 심기를 거스르는 자는 죽어서 혼이 되더라도 그의 독수를 피할 수 없으리!]

 

 원래 당문은 암기술과 독술로 유명한 세가로써, 정사지간(正邪之間)의 문파였다.

 그러던 것이 무림맹이 처음 결성될 때 소림사의 방장(方丈)이었던 혜인(惠仁)대사의 설득으로 그때부터 무림맹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여러 번의 부침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중원오대세가의 자리에서 빠진 적이 없을 정도로 강성한 세력이다.

 사천당가는 그 무공의 원류만큼이나 독심으로 유명한 많은 고수들을 배출했지만, 그중에서도 당오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추혼비접은 이제는 거의 실전상태인 만천화우(滿天花雨)를 제외하고는 가장 익히기 까다롭고 화후를 쌓아나가기 어려운 암기술이다.

 그것을 거의 극성에 이를 정도로 익혔으니, 당오는 당가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고수라고 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는 원래의 추혼비접의 약점 여러 군데를 수정해서 지금의 추혼비접으로 발전시켰고, 그걸로 수도 없이 많은 사파고수들을 패퇴시켰다.

 게다가 당오는 독술에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서, 아직 이름도 짓지 못한 수많은 독을 개발했다.

 조금 전에도 독한 마음을 먹었다면 추혼비접의 수법에 무명지독(無名之毒)까지 함께 전개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기대효가 지금 저렇게 놀란 표정을 짓고 있지도 못했을 건 자명한 일이었다.

 당오의 위명은 너무도 유명해서, 동봉수도 그의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다.

 ‘무림 이십대 고수라…….’

 동봉수는 마비된 채 고개만 오똑히 세우고 있는 기대효를 바라봤다. 그는 당오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미 혼이 빠져나간 듯 얼굴이 허옇게 변해 있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입을 달싹거리고는 있었지만, 충격에 혼이 다 빠져나갈 정도인데 말할 정신이 어디 있으랴.

 사과? 그따위 걸 할 수 있는 심력은 없어 보였다.

 기대효의 저 반응만 보더라도 사천당가와 이십대 고수라는 이름값의 무게를 알 수 있었다.

 그 무게만큼이나, 단리강해가 그 동안 살면서 쳐왔던 모든 사고를 합친 것보다 오늘 친 사고가 더 크다고 봐야 했다.

 어떤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오 정도 되는 인물의 심기를 거슬렸다면 그 내용에 따라서는 단리세가가 봉문(封門) 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동봉수는 여전히 여유가 있었다. 당오는 아직 차가운 눈빛을 뿌리며 오연하게 서 있었지만,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 죽일 마음이 있었다면 조금 전 추혼비접에 모두 죽었을 터.

 그는 그저 방금 당오가 시전했던 추혼비접의 수법을 떠올리며,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시할 뿐.

 그때였다.

 “할아버지.”

 행호객잔 밖으로 갈색면사로 얼굴을 가린 날씬한 여자 한 명이 걸어나왔다.

 버들가지처럼 가는 허리, 백옥같이 하얗고 버들잎처럼 하늘거리는 손끝, 목과 가슴과 어깨를 이어주는 팽팽하게 당겨진 쇄골의 곡선. 몸매만으로도 수많은 남자를 울릴 수 있을 것 같은 가인(佳人)이었다.

 할아버지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 또한 그 자태만큼이나 곱고 부드러웠다. 만약 그녀를 바라보는 사내가 동봉수가 아닌, 다른 이였다면 누구라도 황홀감을 느껴 정신이 혼미해 졌으리라.

 그녀의 부름에 당오가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미 그의 눈빛은 단리강해 등을 바라보던 것보다 훨씬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냥 가요. 향읍(鄕邑)의 사람이라 뭘 몰라서 그런 거잖아요.”

 향읍. 그들에게 봉양은 시골에 불과했고, 단리세가는 촌의 중소문파일뿐이었고 단리강해는 하룻강아지일 따름이었다.

 호랑이는 하룻강아지의 짖음에 반응하지 않는 법. 당오는 면사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꾸나. 화(花)아야. 이 정도면 이 녀석도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깨우쳤겠지. 에잉. 근데 정파의 후인이라는 녀석이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아침부터 술이나 퍼마시면서 주정을 부리는 건지.”

 당오는 게거품을 물고 기절해있는 단리강해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단리강해와 흑오단에게 좀 과하게 손을 쓴 이유는 경고의 의미였다. 하룻강아지에게 세상의 넓음을 보여준 것이랄까.

 물론, 기절을 한 단리강해가 그렇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는 문제였지만 말이다.

 “성질 같아서는 여기 이 녀석 손모가지를 분질러버리고 싶다만, 차마 정파의 아해에게 그렇게 모질게 손을 쓸 수가 없구나. 이 녀석이 깨어나면, 아무 여자한테 추근거리다가는 제명에 못살 거라고 단단히 일러둬라. 알겠느냐?”

 당오가 다시 한 번 한기를 뿌려내며 기대효에게 말했다.

 그제야 기대효는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단리강해가 객잔에 들른 당오의 손녀에게 평소 유녀에게 하던 행동을 그대로 한 것이 확실했다.

 아마도 면사녀의 매혹적인 자태에 혹한 단리강해가 그녀의 면사를 벗기려고 했거나, 대놓고 추태를 부렸을 것이다.

 정말 운이 좋았다. 아무리 정파 간이라고는 해도 이런 경우에는 상호 간에 피를 볼 수도 있었다.

 하물며 사천당가와 단리세가의 차이에서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상호 간이 아닌, 일방적으로 단리세가 쪽이 피를 볼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네, 넵!”

 기대효는 혹시라도 당오의 마음이 바뀔세라 다급히 대답했다.

 기대효의 대답을 들은 당오는 면사녀 당화(唐花)와 함께 쓰러진 흑오단원들 사이를 지나갔다.

 스르륵.

 어찌된 일인지 당오가 한 걸음씩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흑오단원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당오가 걸어가면서 격공섭물(隔空攝物)로 아까 전개했던 침들을 모두 회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봉수는 눈을 빛내며 그 장면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보고 있었다. 만약 직접 보지 못했다면 믿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모습이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더더욱 무공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굳건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동봉수와 당오의 눈이 마주쳤다.

 “음……!”

 무슨 일인가. 당오의 눈빛이 이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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