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끝나고 성실히 도서관까지 들러 공부를 했다는 사실에 뿌듯해 하며 자취방에 귀가한 파릇파릇한 대학생. 오동화.
낮에 택배 문자를 받았던 터라 경비실에 들른 동화는 한없이 들뜬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저씨! 저 왔어요!"
힘차게 인사를 건네자 경비아저씨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707호 총각 왔어? 안 그래도 택배 와있어."
싱글벙글 웃으며 경비아저씨를 따라 상자가 가득한 경비실로 들어선 동화는 707호 란에 이름과 날짜를 적고서는 택배를 받아 들었다.
하나일 거라고 예상했던 택배 상자는 의외로 두개였고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린 동화는 이내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는 경비아저씨에게 인사를 건넸다.
"수고하세요!"
"그려, 들어가."
궁금증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상자를 요리조리 살펴보는 동화.
하나는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기다리고 기다린 모자.
또 하나는 주소를 살펴보니 할아버지에게서 온 것이었다.
"응? 할아버지가 뭘 보내셨나?"
어깨를 으쓱일 즈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동화는 지체없이 몸을 실었다.
자취방에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려놓고는 소파에 털썩 앉아 택배 상자를 뜯었다.
첫번째 상자를 뜯어 주문했던 모자를 확인한 동화는 혼자 싱글벙글 웃으며 새로 산 모자를 써보고 거울도 보고는 핸드폰을 들어 사진까지 찍어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바빴다.
띠링.
[사진]
[나 모자옴. 예쁨?]
[ㄲㅈ]
[치워라]
[야 멍멍이랑 한잔할건데 나오던가]
물론 자랑하는 동화를 부러워하는 친구는 하나도 없었다.
"췌."
시원찮은 반응들에 입술을 삐쭉 내민 동화가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
[ㅇㅋ 나감]
거울 앞에서 모자를 다시 고쳐 쓴 동화가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 들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할아버지의 택배 상자는 그대로 놓아 두고서.
놓아두고 나온 그 택배 상자가 후에 자신을 어떤 상황에 처하게 만들지 꿈에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