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심령사진
작가 : 하랑
작품등록일 : 201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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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필레마포비아:키스 공포증(2)
작성일 : 17-11-28     조회 : 390     추천 : 3     분량 : 4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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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그쪽이... 여우, 라는 거죠?"

 

 

 동화의 물음에 우로는 화들짝 놀라 딸꾹질마저 했다.

 

 또다시 차였다는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리느라 낯선 이에게 쓸데없는 얘기를 모두 떠들었다는 것을 뒤늦게 자각한 것이다. 당황하여 딸꾹질을 하던 그녀는 이내 이미 들켰다고 경계심을 허물게 만들었던, 동화의 카메라를 가리켰다.

 

 

 "그건 도대체 뭐예요? 왜 꼬리가 사진에 찍히는 거죠?"

 

 은근슬쩍 동화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은 채 우로가 묻자, 동화는 '아..' 하고 작게 목소리를 흘리며 목에 멘 카메라를 내려다봤다.

 

 "실은.."

 

 동화가 이 카메라가 어떤 것인지 설명하자 우로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신기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눈물 고인 동그란 눈으로 동화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눈썹을 늘어트렸다.

 

 

 "저 좀 도와주세요!"

 "네?"

 

 뜬금없는 도움 요청에 당황한 동화가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빼자, 우로가 더욱 상체를 내밀며 절박한 눈으로 동화를 바라보았다.

 

 "이런 신기한 카메라도 가지고 계시고, 이미 제 정체도 다 아시고.. 제 이야기, 다 들으셨잖아요. 저 좀 도와주세요!"

 

 

 아무런 대답도 꺼내 놓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동화의 팔을 우로가 절박한 심정으로 붙잡았다.

 홀릴 듯이 아름다운 그녀에게 붙잡힌 동화는 주위의 모든 남자들에게 부러움과 질투가 뒤섞인 시선을 받았다.

 이도 저도 못하는 동화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 아까 그 사람 놓치고 싶지 않아요! 저 좀 도와주세요!"

 

 기댈 곳은 오직 동화 뿐이라는 듯한 동그란 눈의 시선, 꽉 붙잡힌 팔, 그리고 이내 푹 고개를 떨어트리며 흐트러지는 주홍빛 머리칼.

 

 가녀린 여자의 이다지도 절박한 부탁을 거절할 만큼 동화는 모질지 못했다.

 

 

 

 

 ***

 

 

 "아, 피곤하다."

 

 강의를 마치고 시완과 걸어 나오던 길.

 웅성웅성. 건물을 벗어나던 두 사람은 학생들이 잔뜩 모여 웅성거리는 것을 의아한 얼굴로 바라봤다.

 

 

 "뭐야? 무슨 일 있나?"

 

 그리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꼭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동화가 무리로 다가서자, 시완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동화 때문에 짧은 한숨을 내쉬고 뒤따랐다.

 

 

 "진짜 예쁘다..."

 

 가까이 다가서자,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제일 먼저 들려왔다.

 

 

 "여기 학생이세요?"

 "아, 저기, 그게.."

 

 얼굴을 붉히며 우물쭈물하는 그녀에게 다가간 남자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친절을 가장한 사심으로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혹시 학교 구경 오신 거면 제가 안내해 드릴까요? 아님, 친구 기다리세요?"

 

 무슨 구경거리라도 되는 듯 그녀를 둘러싼 학생들을 헤치고 다가간 동화는 주홍빛 머리칼을 발견하고는 입을 떡 벌렸다.

 

 

 "누님?"

 

 이 호칭은 저번 한옥마을에서의 만남에서 우로의 나이를 듣고 경악한 동화가 감히 친근하게 누나라고 하는 것도 송구스럽다며 부르게 된 것이다. 엄청난 나이차이이지만 그녀의 겉모습에 차마 다른 호칭을 붙이는 것도 어쩐지 불편했기에. 그리고 나이를 듣는 즉시 그녀에게 절대 존대를 쓰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 하였다.

 제발 말씀 편하게 하시라며.

 

 동화의 목소리에 주위에 몰려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일시에 동화를 향했다.

 그에 당황한 동화와는 다르게 고개를 살짝 들었던 우로가 반가운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입술을 곱게 휘며 미소 지었다.

 

 

 "동화야!"

 

 그녀의 그런 얼굴에 주위 학생들은 일제히 경악해야 했다.

 미소 지은 얼굴이 너무나 아름다워 얼굴을 붉히는 학생도, 넋을 놓고 보는 학생도 있었다.

 

 부끄럼이 많아 얼굴을 붉히는 엄청난 미모의 여자.

 그런 여자가 학교에 등장한 것만으로도 이슈인데 그런 그녀가 세상 반가운 얼굴을 하고 동화를 반겼다.

 

 그녀에게 접근하던 남자가 경악한 얼굴로 동화를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동화야, 아는 사람이야?"

 

 그는 동화의 과 선배로, 동화는 지금껏 그가 이렇게 다정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이 처음이었다.

 당장 소개하라는 신호로 눈을 부라리며 동화를 부담스럽게도 바라보는 탓에 동화는 곤란함에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어, 그러니까.. 이쪽은 아는 누님인 홍우로.. 누님, 이쪽은 저희 과 선배예요."

 "아- 아는 누님이셨구나."

 

 능글맞게 웃으며 괜스레 동화의 어깨에 어깨동무를 하는 선배를 마음에 안 드는 눈으로 보던 시완이 이내 그 시선을 동화에게로 돌렸다.

 눈썹을 치켜세운 시완이 동화에게 낮게 속삭였다.

 

 "요새 내가 모르는 '아는 사람'들이 꽤 많이 생기네. 뭐냐."

 

 의심이 가득한 시완의 눈초리에 어색하게 웃은 동화가 선배의 팔을 은글슬쩍 떼어내며 우로와 시완을 잡아 끌었다.

 

 "그, 그럼 저희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야, 잠깐, 오동화!!"

 

 다급히 그들을 붙잡으려는 진상 선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화는 두 사람을 이끌고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그리하여 우로의 미모를 보고 모여들었던 사람들에게서 벗어나자, 동화가 숨을 고르며 두 사람을 놓아주었다.

 

 그래도 꽤 뛰었는데 어째서인지 숨을 고르며 지친 듯 보이는 것은 동화 뿐이었다.

 민망함에 괜스레 헛기침을 하는 동화에게 시큰둥한 얼굴의 시완이 말했다.

 

 "난 왜 데리고 왔냐."

 

 그 말에 머리를 긁적이던 동화가 우물쭈물 시완에게 우로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쪽은.."

 "홍우로씨라며. 나도 아까 들었어."

 "어, 그러니까.. 아는 누님이긴 한데.."

 

 우로는 마치 동화가 시완에게 혼나는 분위기 인 것 같아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화는 말을 하다 말고 우로를 힐끔 바라보더니 그녀에게 목소리를 낮추고 허락을 구했다.

 우로가 고개를 끄덕이자, 동화는 시완의 시선을 있는 힘껏 피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쪽은.. 여우, 인, 홍우로 누님이야.. 나이는 상상을 초월하게 우리보다 많아.."

 "동화야! 그건 비밀이야!"

 

 여우인 것을 밝히는 마당에 나이가 비밀이라니.

 황당함에 시완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잠깐만."

 

 시완은 골치가 아픈 듯 이마를 짚었다.

 

 

 "여우?"

 

 미간을 좁히며 묻는 시완에게 동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누가 보아도 긍정의 의미였다.

 

 어째서인지 저 카메라가 동화의 손에 들어간 후, 동화의 주위엔 자꾸만 사람이 아닌 것들이 꼬인다.

 시완은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휘를 본 후이니 딱히 의심할 기력도 없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어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우로는 그걸 시완이 못 믿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주변을 빠르게 두리번거리더니 또다시 얼굴을 붉히며 주홍색의 털이 풍성한 꼬리를 시완에게도 보이게끔 실체화를 했다.

 

 

 "..허..."

 

 당혹감에 헛웃음을 흘린 시완이 한걸음 뒤로 물러날 즈음에는 우로가 다시 꼬리를 감췄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동화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뭐하는 거예요! 이런 백주 대낮에! 이런 공공장소에서!"

 

 동화가 어버버거리고 있는 사이 시완이 저도 모르게 우로를 다그쳤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봤을까 조바심이 난 시완이 다시 주위를 살폈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우로가 입술을 삐쭉거리며 우물쭈물했다.

 

 "저기, 난.. 그게.."

 "아, 미안해요. 놀라서 그런 거예요."

 

 갑작스런 꼬리의 등장으로 당황했던 동화가 마음을 추스르고는 우로에게 물었다.

 

 "근데 학교까지 어쩐 일이세요?"

 

 궁금한 것을 물으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동화가 답을 주기로 하여 핸드폰 번호를 교환했었다.

 그래서 연락만 주고받지 실제로 찾아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동화의 물음에 우로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베시시 웃었다.

 

 

 "그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부탁이요?"

 

 눈을 동그랗게 뜨는 동화를 보던 시완은 관심 없다는 듯 등을 돌렸다.

 

 "그럼 얘기 나누세요. 야, 나 네 방 가 있는다."

 "어? 내방엔 왜?"

 "휘형이 오래서."

 

 돌아온 시완의 대답에 동화가 단박에 얼굴을 구겼다.

 

 

 "휘.형?"

 

 마치 무슨 끔찍한 단어를 입에 담는 표정으로 되물은 동화를 향해 시완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둘은 너무 친해졌다.

 휘의 정체를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아는 시완.

 휘는 이 이상은 자신의 정체에 대해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했고, 시완도 구태여 더 묻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휘는 시완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고, 둘은 의외로 말이 잘 통한다는 걸 깨닫고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런데 둘이 가깝게 지내는 것이 어쩐지 불편한 동화는 미간을 좁혔다.

 왜인지 구박이 두배로 늘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형이라니.

 

 

 "형이라고 부르래."

 

 이 양반이...

 

 

 자신에게는 야박하기만한 휘가 시완에게는 그렇게 너그러울 수가 없다.

 입술을 비죽 내미는 동화를 방치하고는 시완이 우로에게 인사를 건넸다.

 

 "편하게 얘기 나누세요."

 

 그리고는 등을 돌려 휘적휘적 걸어가버렸다.

 

 시완을 보내고 사람이 없는 곳을 찾던 동화는 솔과 만났던, 학생들이 기피하는 정원으로 우로와 향했다.

 동화는 정원으로 들어서기 전에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어째서인지 알 수 없지만 솔에게 다른 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쩐지 껄끄러웠다.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은 기분에.

 

 벤치에 털썩 앉은 우로는 선선한 바람에 살포시 눈을 감았다.

 

 "좋다, 여기."

 "그렇죠?"

 

 잠시 바람을 느끼는 우로를 그대로 내버려두던 동화가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먼저 물었다.

 

 "그래서, 무슨 부탁인데요?"

 "아, 그게.."

 

 

 

 

 ***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오후.

 또다시 학교를 찾은 청랑 덕분에 홀로 시간을 보내게 된 솔은 자연스레 학생들이 찾지 않는 그 정원으로 향했다.

 

 그러다 멀리서 벤치에 누군가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죽은 이의 영혼이 머물던 정원이라 학생들이 기피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그녀이기에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화처럼 이 정원을 찾는 간 큰 학생이 또 있던가.. 하는 생각을 하다, 또 그때의 동화가 생각이 나서 솔은 픽 웃었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보이지도 않앗을 텐데 나불나불 나불나불.

 게다가 귀신이라고 했더니 더 신나서 떠들었었다.

 

 동화를 떠올리며 미소를 머금은 솔은 호기심에 벤치에 앉아있는 이의 얼굴을 보려 조금 더 정원으로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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