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심령사진
작가 : 하랑
작품등록일 : 201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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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필레마포비아:키스 공포증(6)
작성일 : 17-12-11     조회 : 347     추천 : 2     분량 : 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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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뭐라고 그 여우의 불안감을 줄여주냐는 거야."

 "제가 뭐냐니.."

 

 '그야..'하고 곧장 답을 내놓으려던 동화는 잠시 멈칫했다.

 

 

 도움을 요청했으니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던 동화는 그제야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지. 도움이 되었고, 안 되었고는 도움 받은 사람만 정할 수 있는 거야."

 

 미소를 머금은 시완이 말하자, 티테이블에 머리를 올려놓은 그대로 동화는 눈만 깜빡거렸다.

 

 

 "..너무 집착했나?"

 "응."

 

 단박에 되돌아오는 시완의 대답에 동화가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그래도 도와주고 싶었는 걸."

 "그러니까 왜."

 

 계속해서 대답을 요구하는 휘의 목소리에 동화가 티테이블에 머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턱을 올려놓고 입술을 비죽 내밀며 생각에 잠겼다.

 

 왜 도와주고 싶지? 부탁해서? 예뻐서?

 

 

 '예쁜 건 솔님이 더 예쁜데..'

 

 도움을 요청했으니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그런 것이었는데..

 같이 술도 마시고, 인형뽑기 기계 앞에서 호들갑도 떨었었다.

 

 

 "너무 불안해하니까.. 보고 있으면 안쓰러워서요."

 "그게 다야?"

 "누나들 생각도 좀 나고.. 여우라서 나이가 엄청나게 많지만.. 그래도 친구 비슷한 거.. 같아요."

 

 생각을 정리한 동화의 대답에 휘가 픽 웃었다.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은빛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그것이 마치 광고의 한 장면 같아서 옆에서 보고 있던 시완이 '오오-' 하며 감탄과 작은 박수를 보냈다.

 

 이건 무슨 놀이냐..

 

 뚱한 얼굴로 티테이블에 얼굴을 올려놓은 동화를 향해 휘가 턱을 치켜 들며 내려다보았다.

 

 

 "넌 감탄 안 해?"

 "맨날 보는 얼굴이잖아요."

 "틀려. 맨날 본다고 해서 익숙해질 그런 미모가 아니거든."

 "오오- 대단한 미모예요."

 

 영혼 없는 한마디와 짝짝짝 박수를 쳐주자 휘는 더욱 눈썹을 치켜 떴지만 이내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 다리를 꼬고 소파에 파묻히다시피 기대며 턱을 매만졌다.

 

 

 "인형 가지고 하는 연습도 좋지만 겁이 많은 여우를 네가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네 그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제 생각을요?"

 

 동화가 의아한 얼굴을 하자, 휘가 덧붙였다.

 

 

 "너부터 진심을 보여주라고."

 "제 진심이요?"

 

 더욱 의아한 얼굴을 한 동화가 당혹스러워 하자, 휘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이마를 짚었다.

 정말 에둘러 말을 할 수가 없는 멍청이라고 생각하는 휘였다.

 

 

 "꼭 이성으로서 사랑하라거나 그런게 아니라,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친구로서 진심으로 대하라는 말이야. 네가 그 여우를 친구로서 정말 좋아하고 있다고."

 

 옆에서 휘의 이야기를 듣던 시완이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었다.

 

 

 "혹시 붙잡으려는 그 사람과의 결과가 좋지 않아도 같이 술 마셔줄 친구가 있으면 조금 덜 무서울지도."

 

 그리고는 가방을 챙겨 몸을 일으켰다.

 

 

 "술 친구가 더 필요하면 내가 되어줄 수도 있고. 간다."

 "가려고?"

 "어. 어머니 연락. 내일 보자."

 

 시완은 손을 흔드는 휘와 인사를 나누고는 조금 서두르는 걸음으로 동화의 자취방을 빠져나갔다.

 한사람 빠졌을 뿐인데 갑작스레 자취방 안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티테이블에 턱을 올려놓은 동화가 얕은 한숨을 내뱉었다.

 

 

 '친구 라..'

 

 정말 친구가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 건가?

 

 

 멍하니 넋을 놓고 있던 동화는 이내 입가에 조그마한 미소를 걸쳤다.

 

 

 

 

 ***

 

 

 

 침대에 걸터앉아 양손으로 노란 여우인형을 붙든 우로의 눈빛에 결의가 비쳤다.

 

 

 하고 말 테다.

 

 침을 꿀꺽 삼킨 우로가 입술을 쭉 내밀며 여우인형을 가까이 가져왔다.

 

 

 "....."

 

 

 실패.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돌렸던 우로는 고개를 홱홱 젓고는 다시 똑바로 앉아서 인형을 바라봤다.

 

 톡 튀어나온 주둥이가 귀여운 노란 여우인형.

 심호흡을 하며 다시 인형을 얼굴로 가져왔다.

 

 

 "파하."

 

 너무 숨을 참아서 얼굴이 벌게진 우로가 숨을 헐떡이며 여우인형을 침대에 고이 올려놓았다.

 실패. 연달아 이어진 실패에 풀이 죽은 우로가 무릎을 세워 얼굴을 묻었다.

 

 

 

 

 ***

 

 

 

 요 며칠 우로는 여우인형과의 뽀뽀를 성공시키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고, 그 와중에 우로는 동화에게서 할 이야기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이렇게 학교를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어, 누님!"

 

 주변에서 우로를 힐끔거리는 학생들이 점차 많아질 즈음, 강의를 마친 동화와 시완이 건물에서 걸어 나왔다.

 

 "동화야!"

 

 자꾸 날아와 박히는 눈빛들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던 우로는 세상 반가운 얼굴로 두사람에게 오도도 달려갔다.

 다가간 우로가 시완을 보며 싱긋 미소 지었다.

 

 

 "시완씨도 있었네요."

 "말씀 편하게 하세요. 들어보니까 저보다 나이도 한참 많으신 것 같은데."

 

 장난기 어린 시완이 '한참'이란 단어를 강조하며 말하자 우로가 음침한 얼굴로 동화에게 속삭였다.

 

 "진짜 언젠간 잡아 먹을지도 몰라."

 "사실이잖아요.. 그리고 여우는 사람 안 먹는다고 했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누가 그런 걸 알려줬냐는 우로에게 동화는 그냥 그런 걸 다 아는 사람, 아니, 누가 있다며 얼버무렸다.

 

 

 "근데 할 말이 뭐야?"

 

 궁금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그녀를 내려다보던 동화가 심호흡을 하며 자리를 옮기자고 말했다.

 두사람에게 편하게 얘기하라며 시완은 자리를 피해줬다. 가기 전에 우로에게 '술친구가 필요하면 저도 있어요' 하고 한마디 남기는 것도 잊지 않고.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우로와 함께 동화는 학교 근처의 카페로 들어가 구석 진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주문한 커피가 나올 때까지 동화는 딱히 말이 없었다.

 우로에게 인형에 뽀뽀 시도는 해봤냐, 묻고 그녀가 실패했다며 울상을 짓는 것 외에 다른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다.

 주문한 커피를 가지러 자리에서 일어났던 동화가 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심호흡을 했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지..'

 

 이제부터 오글거리는 말을 쏟아 낼려니 영 긴장이 되어서 입이 잘 떨어지질 않았다.

 자리에 앉아 침을 꿀꺽 삼키는 동화를 보며 우로는 다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화를 빤히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근처 테이블에 앉아있던 남자들이 얼굴을 붉히며 몇은 숨까지 참으며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동화를 레이저라도 발사될 듯한 눈들로 노려보았다.

 

 '저건 고백할 각이야..!'

 '안돼!!'

 

 주변 테이블에 앉은 모든 남자들이 한마음이 되는 순간이었다.

 

 어쩐지 어수선한 분위기를 느낀 동화가 그들을 훑어보자, 남자들은 저마다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귀는 쫑긋 동화의 테이블로 향해 있었지만.

 

 

 "할 말이 뭔데?"

 

 재차 묻는 우로를 향해 다시 고개를 돌린 동화가 '큼..'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누님."

 "응."

 

 심호흡을 한 동화는 손발이 오그라들 것을 고려해 주먹을 꽉 쥐고는 말을 꺼냈다.

 

 

 "저는요, 누님을 거짓으로 대하지 않을게요."

 "응?"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크게 뜨는 우로를 보며 동화가 긴장했던 것도 잊고 픽 웃으며 덧붙였다.

 

 "아뇨, 누님이 여자로서 좋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친구로서요. 누님보면 재미있고, 우리 누나들도 생각나고. 누님이 괜찮다면.. 진심으로 친구가 되고 싶어요."

 

 동그랗게 떴던 우로의 눈이 한차레 더 커졌다.

 

 "저는 늘 진심으로 누님을 대할게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게."

 

 

 아주 긴 시간을 살아왔다.

 물론 사람이 아닌 여우로 살아온 시간이 더 길어서, 사람과의 관계에는 아직도 서툴렀다.

 하지만 지금껏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한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우로는 그제야 시완이 가기 전 했던 말이 이해가 됐다.

 술친구가 필요하다면 저도 있다는 말. 동화와 함께 친구가 되어주겠다는 말이었다.

 

 우로는 탐스러운 입술을 꾹 깨물고 눈에 힘을 줬다.

 그러지 않으면 울어버릴 것만 같아서.

 

 우로의 표정이 이상하게 일그러지자, 다시 긴장한 동화가 놀라 물었다.

 

 

 "실어요?"

 

 그러자 깜짝 놀란 우로가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정말 고개가 돌아갈 듯이 흔들어 대서 또다시 당황한 동화가 알겠다며 그녀를 말렸다.

 입술을 물었던 우로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한 방울 톡 떨궈냈다.

 

 

 "응. 친구하자."

 

 눈가를 슥슥 문지르며 물기어린 미소를 머금는 그 모습이 어찌나 심장을 후려치는지 근처의 남자들 중 몇은 가슴께를 부여잡고 테이블에 쓰러질 정도였다.

 

 한참, 정말 한참이나 나이가 많은데도 어쩜 이렇게 동생 같은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픽 웃은 동화가 턱을 괴며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을 보였다.

 

 

 "누님, 그래서 말인데요."

 "응."

 "수혁씨한테 가서 솔직하게 말해요."

 "응?"

 "붙잡고 싶다고."

 

 우로가 물기러인 눈으로 멍청히 동화를 바라봤다.

 

 

 "누님이 겁 많은 건 알지만.. 수혁씨 좋아하잖아요. 더 좋아하는 쪽이 원래 더 손해예요. 그러니까 누님이 먼저 움직여요."

 

 커피잔을 움켜쥔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며 잔을 만지작거렸다.

 

 

 "혹시 결과 안 좋으면! 시완이랑 내가 누님 술친구 할 테니까."

 

 우로는 동화의 말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 사람이 내게 진심이 아니어도, 이제는 위로해줄 친구가 생겼다.

 우로는 가방에 손을 쑥 집어 넣어 한손에 잡히는 여우인형을 끄집어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이내 몸을 벌떡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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