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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사진
작가 : 하랑
작품등록일 : 201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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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잠 못 들게 하는 아이(2)
작성일 : 17-12-16     조회 : 348     추천 : 1     분량 : 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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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래?"

 

 묻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물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에 동화는 살포시 미간을 좁혀야 했다.

 

 

 "아이가 있어."

 

 물론 눈에 보이는 아이는 아니었다.

 동화의 눈에는 여전히 수척한 얼굴의 남자만 보였다.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자, 솔이 손으로 렌즈를 가렸다.

 

 

 "보지 않는 걸 추천해."

 

 솔의 태도에서 그 아이가 좋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짐작했다.

 동화가 힘없이 카메라를 아래로 떨어트리자, 솔도 렌즈를 가렸던 손을 거두었다.

 

 

 '하지만..'

 

 솔은 굳이 안 와도 되는 것을 자신 때문에 와준 것이다.

 굳이 보지 않아도 될 것을 보게 해놓고는 자신만 피할 수는 없었다.

 

 솔이 렌즈에서 손을 떼고 그를 바라보는 사이, 동화가 재빨리 카메라를 다시 들어 사진을 찍었다.

 

 찰칵.

 

 

 짤막한 소음에 고개를 홱 돌린 솔이 사진을 확인하려는 동화를 붙잡았다.

 그 얼굴에는 설핏 걱정이 서렸지만 동화는 똑바로 솔의 시선을 마주하며 막으려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괜찮아."

 

 

 사진으로 확인한 아이의 상태는 처참했다.

 

 짧은 머리카락은 가위로 마구잡이로 잘라 놓은 것처럼 길이가 뒤죽박죽이었다. 마구잡이로 잘랐다는 것이 두피에 군데군데 보이는 상처 때문이었다.

 얼굴 뿐만 아니라 드러난 팔 등에도 군데군데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고, 무엇보다도 티셔츠 위로 보이는 목에 선명한 손자국까지 찍혀 있었다.

 

 사진을 확인한 동화는 미간을 와락 구겼다.

 그 작은 몸집에 어찌나 상처가 많은지 절로 한숨이 날 지경이었다.

 

 

 "일단 가보자. 기다리잖아."

 

 솔이 말을 꺼냈을 때에야 동화는 카메라를 다시 어깨에 메고 수척한 얼굴의 그에게 다가갔다.

 테이블로 다가간 동화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혹시.. 연락 주셨던 서찬희씨.. 맞으세요?"

 

 동화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던 그가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아, 예. 안녕하세요."

 

 한눈에 보아도 잠을 못 잔 사람의 얼굴인 그는 그의 동생과는 다르게 솔의 미모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오로지 숙면을 취하는 것만이 문제인 듯.

 

 눈 밑은 거뭇거뭇했고, 그럴 정신이 없었는지 수염도 아무렇게나 자라 있었다.

 그는 동화가 자리에 앉자 마자 말을 꺼내 놨다.

 

 

 "집엔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건가요?"

 "예? 아, 예.."

 

 당황한 동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그의 옆을 힐끔거렸다.

 물론 동화의 눈에도 보이지는 않지만 솔의 눈에는 확실히 보이는 듯, 옆에 앉은 솔은 찬희의 옆자리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집에는 없었, 는데.."

 

 동화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말을 기다리는 찬희는 집에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를 듣고 어느정도 짐작을 했었는지 차분한 태도를 보였다.

 그렇기에 그의 비어 있는 옆자리를 응시하던 솔이 대신 말을 마쳤다.

 

 

 "지금 옆에 있습니다."

 "악, 소, 솔아.."

 

 당황하는 동화를 의아하게 바라본 솔은 이번에는 비어 있는 옆자리 대신 찬희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 아이가, 그쪽을 꽤나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네요."

 

 보이지 않아서 알 수 없는 동화와 달리, 솔은 이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다 보였다.

 옆에 얌전히 앉아있다가 찬희가 한숨이라도 쉬면 걱정스런 얼굴로 그를 살폈다.

 

 솔의 말에 동화는 잔뜩 긴장해서 카메라를 꼭 붙들고 있었다.

 혹시라도 저 아이가 무슨 말을 하면, 똑바로 듣기 위해서 카메라를 계속 들고 있었다.

 

 찬희는 다시 한숨을 내쉬더니 짜증을 내거나, 두려워하는 대신 마른 세수를 하며 솔을 마주했다.

 

 

 "왜 저를 쫓아다닌 답니까?"

 

 찬희가 보통 사람들과 다른 반응을 보인 건, 솔이 한 말 중에 귀신을 보고 '아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는 언제나 관대한 그였기에.

 

 반쯤 풀린 그의 시선을 받던 솔이 시선을 옮겨 그의 옆자리를 바라봤다.

 

 

 "물어보는데?"

 

 나지막한 솔의 목소리에, 비어 있는 옆자리에서 목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했다.

 그 빈공간을 응시하던 동화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카메라를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앳된 목소리. 사진으로 보았던 작은 몸집처럼 어린 아이의 목소리였다.

 

 

 [이 형아가 착해서.]

 

 아이의 대답에 동화는 저도 모르게 찬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가 의아한 얼굴로 동화의 시선을 마주했다.

 

 

 [아이들한테 화 안 내는 착한 사람이라서.]

 

 아이는 찬희가 아르바이트 하던 레스토랑에서 그를 발견한 후, 그를 따라다녔다고 말했다.

 

 레스토랑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아이와 부딪힌 그는 상냥하게 몸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더니 그 아이에게 뛰어다니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고는 아이가 더이상 뛰어다니지 않도록 뛰지 않는 게임을 하자고 했다고 한다. 먼저 뛰는 사람이 지는 것이라고. 미소를 머금은 그의 얼굴에 아이는 들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걸어서 자리에 돌아가더니 그 뒤로는 얌전히 앉아있었다고.

 

 아이가 하는 말을 동화가 전하자, 찬희는 조금 허탈한 듯, 안쓰러운 듯, 복잡한 표정을 했다.

 

 

 [원래는 뛰어다니면 혼나는데. 맞아야 하는데.]

 

 상냥한 사람이구나 하고, 찬희를 바라보던 동화는 마지막으로 들려온 아이의 목소리에 흠칫 다시 비어 있는 자리를 바라봤다.

 

 

 '..방금...'

 

 "맞았어...?"

 

 나지막이 쉰 목소리를 뱉어내는 동화를 찬희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봤다.

 

 동공이 잘게 흔들리는 동화를 보며 솔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동화는 아이의 상처투성이였던 모습을 떠올렸다.

 

 혼나는 것을 맞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죽을 당시에 그렇게 된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착하고 날 안 때릴 것 같은 형이라서 따라간 거야.]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말이었다.

 젊은 층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거부감이 있으면 따라갈 수 있었을 리 없을 테고.

 

 

 "..누가 널 때리는데?"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동화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하지만 되돌아온 목소리는 애석하게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마치 그건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라는 듯이.

 

 

 [아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올려 눈가를 가린 동화를 보고 찬희는 크게 동요했다.

 

 

 "왜, 왜 그러세요?"

 

 찬희의 물음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를 가만히 지켜보던 솔은 비어 있는 그의 옆자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가, 이 형은 이제 그만 보내주자. 누나가 대신 놀아줄게."

 

 살포시 곡선을 그리며 휘어진 입술이, 따스함을 머금은 눈빛이 주변마저 녹이는 듯 했다.

 그제야 그녀의 미모를 제대로 인식한 찬희가 입술을 벌리고 넋을 놓았다.

 

 

 [정말?]

 

 아이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와도 동화는 쉽사리 눈을 가린 손을 떼지는 못했다.

 아이에게 고개를 끄덕인 솔이 찬희를 보며 말했다.

 

 

 "이제 따라다니지 않을 거예요."

 "아, 감사합, 니다.."

 

 얼떨떨한 얼굴로 더듬더듬 말한 찬희는 그럼 이만 가보겠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다, 비어 있는 자신의 옆자리를 돌아보며 짧은 고민 끝에 눈썹을 늘어트리며 웃었다. 입꼬리가 쳐진 미소.

 

 

 "잘가."

 

 [응. 안녕 형아.]

 

 

 그에게 들릴 리 없는 대답을 하는 아이의 목소리.

 아이의 인사를 솔이 전하자, 찬희는 한결 홀가분해진 얼굴로 돌아갔다.

 

 

 

 

 ***

 

 

 

 보이지 않는 아이를 데리고 솔과 함께 카페를 나선 동화는 휘에게 연락을 했다.

 휘가 준 귀신통에 담지 않고 곧바로 천도 시키고 싶은 아이가 있는데 가능하냐는 동화의 물음에 휘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한적한 동네로 자리를 옮긴 두사람은 조용한 놀이터에 앉아 휘를 기다렸다.

 그곳은 이 아이가 살아있을 적 지내던 동네.

 솔의 작은 배려로 이 아이를 천도 시키는 데에 그 장소를 고르게 된 것이다.

 

 그네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 동화를 보며 솔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동화."

 

 동화가 힘없이 고개를 들자, 솔은 저 앞에서 만져지지 않는 모레로 열심히 놀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가 관련되면 유난히 힘들어하는 것 같네."

 "아, 응.."

 

 동화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행동을 되짚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집은.. 아이한테는 관대한 분위기라. 아이를 때리거나, 그런 거.. 절대 안된다고 배우기도 했고. 예쁜 것만 알 나이인데 저렇게 됐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서."

 

 다시 고개를 떨어트리는 동화를 보고는 솔도 다시 모레 위에 혼자 놀고 있는 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덜 자란 몸. 가는 팔과 다리. 작은 얼굴. 무릎 위에 앉혀 놓아도 무겁지고 않을 것 같은 어린 아이.

 

 

 오동화는 참 상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저 아이들을 상처 입히는데, 누군가는 그것을 너무도 마음 아파한다.

 

 솔은 청랑의 말이 떠올라서 어쩐지 씁쓸한 기분이 되었다.

 영혼이 가장 맑을 시기.. 그런데 그런 아이들을 왜 어른들은 자꾸 상처주는 걸까.

 

 

 

 오래 지나지 않아, 두사람은 시완과 함께 작은 놀이터에 모습을 드러낸 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떻게 같이 와?"

 

 의아한 동화가 묻자, 시완은 별거 아니라는 듯 연락이 왔을 때 휘와 함께 있었다고 답했다.

 동화의 옆에 있는 솔을 발견한 휘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시큰둥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건 솔도 마찬가지였다.

 

 

 '야광귀..'

 '나무도깨비..'

 

 두사람은 서로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파악하는 어색한 시선이 오가고 난 후에야 괜한 헛기침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휘는 곧장 모레 위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는 표정을 굳혔다.

 멍 투성이의 작은 아이. 인간은 어찌 이리도 어리석은지 모르겠다.

 

 

 짧은 한숨을 내쉰 휘가 막 아이에게 다가서려던 때였다.

 

 갑작스레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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