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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사진
작가 : 하랑
작품등록일 : 201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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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 잠 못 들게 하는 아이(마무리)
작성일 : 17-12-17     조회 : 343     추천 : 1     분량 : 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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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했어요.. 끕, 잘못, 했어요.."

 "잘못한 걸 알긴 아니? 너 내가 이러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 줄 알아?!"

 

 인상을 찌푸린 휘가 그들의 행동의 아름답지 못함을 불만으로 내뱉기도 전에 중년 여자의 손이 빠르게 아이의 뺨을 내려치고 지나갔다.

 

 기껏해야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

 아무리 사춘기가 일찍 와서 엄마와 부딪히는 일이 있었다고 해도 저런 행동이 오갈 정도의 핑계는 되지 못했다.

 게다가 아이는 잘못했다고 울며불며 손을 싹싹 빌기까지 하는데, 여자는 인정사정도 없었다.

 

 여자는 거칠게 아이의 머리끄덩이를 붙잡고는 질질 끌었다.

 

 

 "따라와. 들어가서 얘기 해."

 "엄마, 잘못, 흡,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집안으로 들어서면 이어질 것이 '이야기'가 아닌 듯 아이는 사시나무 떨 듯 떨며 필사적으로 버텼다.

 아이가 버티며 큰 소리로 울자, 여자는 조용히 하라며 더한 폭력을 가했다.

 

 보다 못한 동화가 나서려는데, 이제껏 미간을 와락 구기고 있던 시완이 동화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야, 경찰 불러."

 

 저벅저벅 다가간 시완은 또다시 아이를 내려치려는 듯 손을 높이 치켜드는 중년 여자의 손목을 낚아챘다.

 

 

 "아줌마. 애한테 이게 무슨 짓이예요."

 

 여자는 시완을 보고는 잠시 당황한 듯 멈칫했으나, 이내 표독스러운 얼굴로 손을 뿌리쳤다.

 

 

 "남의 집안일에 뭔 상관이야!!"

 

 시완은 표정을 굳히고 있었지만 그 여자는 뻔뻔한 얼굴로 짜증을 냈다.

 

 

 "자식교육 몰라?! 애는 잘못을 했으면 혼내야 그 다음부터 같은 실수를 안 하지!"

 "이미 잘못했다고 말하고 있는데도 매를 드시는 건 그냥 폭력 아닌가요."

 

 여자의 말에 더욱 미간을 좁힌 시완이 말하자, 그녀는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내 자식이야! 내 자식 내가 어떻게 교육하든 무슨 상관이야? 내 자식 내가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네가 뭔데 끼어드냐고! 상관 말고 가던 길이나 가!!"

 

 시완은 더는 못 참겠는지 실소를 흘리며 여자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래요, 아줌마. 말 잘하셨네. 이 애, 당신 자식이지 당신 물건 아니야. 당신이 부모라고 해도, 이 애 인생을 마음대로 휘두를 권리는 없어요. 그딴 건 그 누구한테도 없지. 근데 아줌마 하는 행동, 누가 보면 꼭 남의 자식 키우는 줄 알겠네.

 

 시완의 마지막 말에 여자는 움찔하더니 코웃음 치며 고개를 홱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화가 부른 경찰이 나타났고 그 아이의 엄마는 경고를 듣고는 아이와 함께 집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를 못마땅하게 바라본 휘는 모레위에 앉아 모든 걸 가만히 지켜보던 상처투성이의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가."

 

 부드러운 손길과 달큼한 목소리. 빛나는 듯한 은발을 가만히 바라보던 아이는 휘가 미소를 머금자, 따라서 웃었다.

 

 

 "착하지. 이제 그만 놀고 가자."

 

 휘가 아이의 머리를 끄다듬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손을 움직이며 말을 하는 휘를 본 시완이 멋쩍은 얼굴로 조금 물러났다.

 어쩐지 자신은 보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에.

 

 아이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목소리가 들리는 동화는 주먹을 말아 쥐고는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애써 삼켰다.

 

 

 휘의 손끝에서, 아이는 빛이 되어 그의 손안에 내려앉았다.

 빛이 된 아이를 손에 꼭 쥔 휘가 무언가 나지막이 중얼거리자, 손 위로 공기가 일렁이더니 동그란 빛의 테두리가 생겼다. 테두리 안은 온통 검어서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휘는 손에 쥐었던 빛을 그 안으로 흘려 보냈다.

 빛이 그 안으로 흘러 들어가자, 마치 수면 위에 돌을 떨어트린 것처럼 파동이 일더니 다시 공기가 되어 사라졌다.

 

 

 

 아이를 떠나 보내고도 그들 사이에는 침묵만 맴돌았다.

 어쩐지 씁쓸한 기분을 안고 돌아가는 길.

 

 동화는 놀이터에서 보았던 그 아이와 그 엄마를 생각하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친자식이면 저럴 수가 없지 않나.. 싶은 의문이 들 정도로 무자비하게 아이를 상처 입히던 모습.

 어쩌면 그 사람은 정말로 친부모가 아닐 수도 있었다.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 정도 였다.

 

 가정사이기에 깊이 개입하지 못하는 경찰.

 아이는 결국 누구에게도 보호 받지 못하는 것이었다.

 

 입을 꾹 다물고 머리속으로 고민하던 동화가 기어코 말을 꺼냈다.

 

 

 "근데."

 

 살포시 미간을 좁힌 동화를 솔이 의아한 얼굴로 바라봤다.

 

 

 "그럼 그런 애들은 도대체 누가 보호해줘요?"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모르겠다.

 동화는 자신을 향한 세사람의 시선을 차례로 훑었다.

 뜬금없는 말이었는데도 세사람은 동화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시완은 말없이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글쎄."

 

 대답이 없는 두사람 대신 휘가 말했다. 어깨를 으쓱이며.

 

 하긴. 답이 어디 있겠는가. 답이 있으면 답 대로 했겠지. 저런 아이들이 그냥 계속 맞고 있을 리가 없지.

 

 한숨을 내쉬는 동화를 보며 휘는 놀이터에서 목격했던 일을 떠올렸다.

 

 

 "걱정 마. 얼굴 외웠어."

 

 이어진 휘의 말에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자, 휘는 입술을 곱게 휘고 미소 지었다.

 

 

 "곱게는 못 죽을 거야."

 

 ...그런 거 웃는 얼굴로 말하지 마요..

 대꾸할 힘도 나지 않아 동화는 못한 말을 삼키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간 동화는 SNS계정으로 날아든 하나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띠링-

 

 [덕분에 이제 잠을 푹 잘 수 있게 되었어요. 고맙습니다.]

 

 

 

 

 ***

 

 

 

 "야."

 

 강의가 끝나고 가방을 챙기던 동화를 시완이 붙들었다.

 

 

 "너 어디 가냐?"

 "응? 솔이랑 정원에서 보기로 했는데."

 

 시완은 조금 난감한 얼굴로 괜스레 몸을 긁었다.

 

 

 "그 전에 잠깐 시간 좀 내."

 "응?"

 

 멍청한 얼굴을 하는 동화를 이끌고 시완은 강의실을 벗어나며 주위를 살피고는 목소리를 한층 낮춰 조심스레 물었다.

 

 

 "그 여자, 어떻게 알게 된 거야?"

 "누구? 솔?"

 

 고개를 끄덕이는 시완을 보며 동화는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알게 된 거냐니.. 그야..."

 

 카메라에 찍혀서 귀신이냐고 물었더니 귀신이라고 대답했다가 우연히 실체화한 모습을 들켜서 호기심에 정체를 묻다가 이래저래 자주 마주치고 하다 보니 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동화는 결국 짧은 한숨과 함께 시완의 시선을 피했다.

 

 

 "그냥.. 어쩌다 보니?"

 

 저 말을 다 설명할 자신도 없었고, 솔에 관한 것을 그녀의 동의도 없이 함부로 말할 수도 없었다.

 대답을 회피하는 동화를 보며 시완도 한숨을 내쉬었다.

 

 

 "너 그 사람 누구인지는 제대로 알고 있는 거야?"

 "어?"

 

 시완은 못마땅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 사람, 전에 은결이가 만나는 사람 소개해주던 날에 같이 왔던 사람이야. 너는 대답 회피하느라 도망가서 못 만났지만."

 "..어?"

 

 동화는 한층 더 멍청한 얼굴을 하며 시완을 바라보았다.

 

 

 은결이가 만나는 사람? 그 사람이랑 같이 왔던 사람??

 

 동화는 그날의 기억을 더듬으며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그날이라면 분명.. 비가 오니 휘사 파전을 사오라고 했던..

 다시 생각해도 열이 뻗치는지 동화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러다가 그날 솔과 마주쳤을 때에 그녀 옆에 있던 여자를 떠올리고는 아, 하고 탄성을 흘렸다.

 그러고보니 솔 만큼은 아니지만 예쁘장한 옅은 갈색 머리의 여자가 옆에 있었다.

 솔과는 정반대의 분위기인.

 

 솔이 시크하고 시원한 느낌이라면, 그녀는 좀더 다 감싸 안을 듯이 포근한 분위기.

 그렇다면 그녀가.. 은결의 그녀?!

 

 그걸 깨달은 동화가 입을 틀어막고 시완을 바라봤다.

 시완은 그런 동화를 보며 불안한 예감에 눈썹을 찌푸렸다.

 

 

 "왜 그래? 역시 이상한 사람이야? 아니, 저번에 보니까 휘 형이 귀신 천도하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더라고.."

 "대박."

 

 걱정스런 얼굴을 하던 시완의 표정이 한순간 시큰둥해졌다.

 

 

 "나 은결이가 만나는 그 사람 본 것 같아."

 

 돌아온 동화의 말에 시완은 어쩐지 짜증이 치솟으려는 기분이라 입매를 실룩 였다.

 정말 마음 안 놓이게 불안한 타입이면서 이렇게 걱정을 하면 짜증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인상을 찌푸렸던 시완은 미간을 꾹꾹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매번 걱정하는 내가 바보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걱정하게 만드는 것이 동화였다.

 

 시완은 미간을 누르던 손을 내리고는 매섭게 동화를 노려봤다.

 동화는 그 눈빛에 움찔하여 어색하게 웃었다.

 

 잠시 그를 노려보던 시완은 이내 제일 궁금했던 말을 동화에게 꺼내 놓았다.

 

 

 "그 솔이라는 사람."

 

 거짓말을 못하는 동화에게는 폭탄 같은 말을.

 

 

 "정말 사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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