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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의 남편은 마왕
작가 : 신준동
작품등록일 : 201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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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마왕, 남편이 되기 위한 발걸음?]
작성일 : 17-11-07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4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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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마왕, 남편이 되기 위한 발걸음?]

 “싫어.”

 “놀러가자고....”

 “어제 갔잖아.”

 “한 번 더 가도 되잖아!”

 “당분간은 안 나갈 거야.”

 “혼자 놀고 오지 뭐!”

 

 아샤는 볼을 잔뜩 부풀리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성큼성큼 화난 발걸음으로 동굴을 나가는 아샤.

 아마 그녀는 어제의 그 일이 처음 겪는 일이라 무척이나 즐겁게 여겼을 것이다.

 

 “말이 조금 심했나....”

 

 이미 엎질러진 물.

 다음에 놀아주기로 생각하고 나는 침대에 몸을 맡겨 잠이 들었다.

 

 ‘벨리이르!’

 ‘아버지.......전 괜찮습니다.’

 ‘주신이여. 제발 영면만은.......!!’

 ‘뮤트라! 기다려!!’

 

 “.....허억!!”

 

 땀에 젖은 몸으로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꿈....인가....”

 

 벨리이르가 영면에 처하던 날.

 내 딸을 위해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그런 꿈을 꾸다니....다시 떠올리기도 싫다.

 날 말리는 다른 천사들과 영면을 집행하는 주신.

 그리고 영면에 처하기 직전까지 온화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던 벨리이르....

 

 “아샤.......는 아직 안 들어왔군.”

 

 슬슬 저녁을 먹을 시간이니 밖에 나가서라도 찾아와야겠다.

 아샤니까 아마 멀리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샤. 주변에 있어?”

 

 .......어디로 간 거야?

 아까부터 밖을 돌아다니는데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건.”

 

 길을 걷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리본을 발견하였다.

 내가 아샤에게 어제 선물로 주었던 리본.......

 리본에는 억지로 뜯긴 듯이 머리카락이 한 뭉텅이가 엉켜있었다.

 그 리본이 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건.......!!

 

 “아샤! 어디 있어!!”

 

 아샤의 모습은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엄청난 불안감이 나를 휩싸기만 한다.

 

 “.......핏자국.”

 

 잡초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붉은 피.

 소량이지만 계속 이어져 어제의 마을 쪽으로 향하고 있다.

 

 “제길, 제길, 제길!!”

 

 나는 핏자국이 향하는 방향으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하였다.

 달려가다 낮은 나무에 긁혀 피가 나고 숨이 차 멈추고 싶어도 계속해서 땅에 흩뿌려져있는 피 때문에 진정할 수가 없었다.

 

 “아샤!!”

 “벌써 쫒아오다니!!”

 “허억.......허억.......”

 “뮤트라! 조심해!”

 

 내 앞을 가로막는 10명 남짓한 사람들.

 그 와중 아샤를 업은 남자는 계속해서 마을 쪽으로 뛰어가고 있다.

 

 “이것들이....”

 “그렇게 인상 써봤자 한 명이서 뭘 어떻게 할 건데?”

 “퓨리 오브 더 헤븐(Fury of the heaven)”

 

 *퓨리 오브 더 헤븐(Fury of the heaven): 8서클. 하늘에서 엄청난 벼락이 떨어져 적을 소멸시킨다.

 

 나는 내 앞을 가로막은 자들을 흔적도 남김없이 불태워버리고 아샤를 업은 남자를 쫒아갔다.

 그리고 그 남자는 방금 전 일이 믿기지 않았는지 제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었고 나는 뛰어가서 잡을 필요가 없어졌다.

 

 “뭐, 뭐냐. 네놈은?!”

 “마왕이다. 넌 지금 잘못 건들인 거야.”

 “으, 으아악!!”

 “꺄아악!!”

 

 이놈이고 저놈이고 왜 다들 도망갈 때 아샤를 던지고 도망가는 건데!!

 진심으로 화가 나긴 처음이다......

 

 “스톤 샤워(Stone Shower), 록 블래스터(Rock Blaster)”

 

 *스톤 샤워(Stone Shower) : 하늘에서 여러 개의 삐죽한 돌을 떨어뜨린다.

 *록 블래스터(Rock Blaster) : 돌을 날려서 폭발시킨다.

 

 지금 저 남자의 머리 위엔 수백 개의 돌이 떨어지며 터져나가고 있다.

 즉, 도망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말이다.

 

 “아샤. 괜찮아?”

 “흑....뮤트라....”

 “미안, 무서웠지.”

 “괜찮아....”

 “돌아가자. 집으로.”

 

 .....지금은 일단 돌아가자.

 

 “아샤....미안해.”

 “아니야, 뮤트라가 미안할 부분이 아닌데....오히려 찾아줘서 고맙지.”

 “.........”

 

 동굴 안에 있는 침대에 아샤를 눕히고 나는 침대의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힐 마법을 걸어 상처를 낫게 하였어도 아직 얼굴에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아샤.

 ....전부 내 책임이다.

 

 “그래도....조금 충격이다.”

 “그 할아버지 말하는 거야?”

 “응....꽤 착해보였는데.”

 

 아샤를 납치한 그 남자.

 어제 갔었던 마을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던 할아버지였다.

 대체 인간들은....얼마나 자신을 어둠속에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일까.......지금 옆에 있는 아샤와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은 탐욕에 물들어 있었다.

 

 “같이 가지 않은 내 책임이지....”

 “그럼 다음부터는 같이 나가자. 약속.”

 

 아샤는 내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빨리 내 손가락을 자신의 손가락에 거라는 듯이 자신의 손을 흔들었지만....나는 그 손가락을 걸어줄 수가 없다.

 

 “미안. 앞으로 같이 나갈 일은 없을 거야....”

 “어? 그게 무슨....”

 “나랑 같이 있으면 네가 위험해질 거야. 나를 잡으러 토벌군이 이곳에 왔을 때 너를 지켜주지 못할 수도 있어. 그리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도....”

 “난 괜찮....”

 “아샤. 네가 다치거나 너를 잃어버린다면 난 무척 슬플 거야.”

 “.......”

 “네가 아버지의 강압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 싫은 건 알겠어. 하지만...”

 

 나는 말을 더 이상 이어나가지 못 하였다.

 왜냐하면....내 앞에서 처음으로 아샤가 소리 없이 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샤.......”

 “갈....게. 그러니까 그런 얼굴....하지 마. 뮤트라.”

 

 이 소녀는 대체 뭘까.

 이런 상황에도 자신의 걱정보다 내 걱정을 먼저 하고 있다.

 

 “아샤. 미안해.”

 “아니야, 내가 뮤트라한테 계속 빌붙을 수도 없고 말이야....”

 “.....언제 보내줄까.”

 

 나도....참. 고작 이런 꼬마 아이에게 미련이라도 남았나보다.

 ‘언제 보내줄까‘라니....보내기 싫은 것 같잖아....

 

 “지금 보내줘.”

 “지금? 아샤, 내일 보내줘도 되는....”

 

 아샤는 내 말을 가로채 자신의 말을 이었다.

 

 “지금 깨끗하게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래....보내줄게.”

 

 내가 살아온 세월은 저 아이가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오래 되었지만 이런 면에서는 나보다 저 아이가 더 어른스러운 것 같다.

 

 “눈을 뜨면 궁전에서의 아침일 거야.”

 “응, 지금까지 고마웠어. 뮤트라!”

 “그래, 잘 가고. 이건 선물.”

 

 나는 내가 지니고 있었던 롱소드를 아샤에게 전해주었다.

 내가 지닌 천사의 가호와 마신의 힘이 들어있는 롱소드.

 이 녀석은....분명 천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재능은 뛰어나고 게다가 검을 좋아한다.

 그런 그녀가....자신의 왕국에서 무시당하지 않게 나의 롱소드를 그녀에게 전하였다.

 

 “이거...너무 큰 거 아니야?”

 “아샤. 이제 이 롱소드는 네 것이야. 앞으로 너만이 이것을 다룰 수 있고 이 검은 너를 위해서 휘둘러질 거야.”

 “그것보다 너무 크고 무겁다고!!”

 “아....크기를 줄인다고 생각해봐.”

 “오!! 작아졌다.”

 

 롱소드는 아샤의 키에 딱 맞게 줄어들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꽤 실용적이다.

 

 “이제 잠들 거야. 잘 가.”

 “응, 고마워. 뮤트라. 선물 잘 간직할게!”

 “그래라 꼬맹아.”

 

 나는 수면마법으로 아샤를 재우고 그녀를 칼리스페온 왕궁으로 들여보냈다.

 이런 식으로 이별하는 것은 많이 괴로웠지만........이게 나에게도, 아샤에게도 나은 선택일 것이다. 그렇다고 자꾸 속으로 반복하며 자신을 납득시켰다.

 

 “이제....이걸로 된 거다.”

 

 그래, 이제 이걸로 된 것이다.

 그녀를 잊고 내 딸을 추억으로만 간직하겠다.

 이제는....이런 고통이 너무 괴로워져만 간다.

 

 -7년 후.

 

 “마왕 있냐?!”

 “.......”

 

 뭐냐. 저 당돌한 목소리는....

 요새는 마왕 토벌이다 뭐다 하면서 동굴로 오는 인간들이 꽤 줄어들었는데....

 겁도 없이 당당하게 ‘마왕 있냐?!’라고 말하면서 오는 미친 인간은 처음 봤다.

 

 “너도 내 목숨이 필요하나?”

 “음....일단 싸워보고.”

 

 동굴의 안으로 한 인간이 걸어 들어왔다.

 머리까지 두를 수 있는 망토를 온 몸에 두르고 있는 인간.

 어차피 죽일 상대의 얼굴은....너무 많이 봐왔다.

 

 “선공은 양보하지.”

 “그럼 사양 없이! 파이어 랜스(Fire Lance)”

 

 *파이어 랜스(Fire Lance) : 화염의 창을 여러 개 만들어내 공격한다.

 

 정확히 내 몸통을 노리고 오는 화염의 창.

 그래봤자 3서클 정도의 약한 마법이다.

 

 “은근 단단하네?”

 “3서클로 어쩌려고 온 거냐?”

 “아니, 설마 그러겠어?”

 

 망토를 두른 인간은 내게서 거리를 일정량만큼 벌리기 시작하였다.

 워낙 빠른 스피드.

 그래도 내가 쫒아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헬파이어(Hell Fire), 템페스트(Tempest), 그라운드 오브 퓨리(Ground Of Fury)”

 “뭐, 뭐야?!”

 

 *헬파이어(Hell Fire) : 지옥의 불꽃을 소환하여 적을 태워버린다.

 *템페스트(Tempest) : 엄청난 폭풍우를 만들어내서 적을 공격한다.

 *그라운드 오브 퓨리(Ground Of Fury) : 대지의 분노. 주위의 땅이 초토화된다.

 

 저 인간 대체 뭐야!!

 그 어려운 8서클 마법을 동시에 3개나 날린다는 게 말이 돼는 일이냐고?!

 

 “우어억!!”

 “어때? 나 강하지.”

 

 바닥에 처박힌 채 상체를 일으키려고 하는 나에게 망토를 두른 사람이 다가왔다.

 내 앞에 서더니 그대로 자신의 망토를 벗어버린다.

 그 안에서 모든 것을 삼킬 듯이 짙은 검은색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우아하게 흩어져 내렸다.

 

 “......너 설마.”

 “뮤트라! 나랑 결혼하자!”

 “....야. 꼬맹이. 장난하냐!?”

 

 7년 만에 나타난 꼬맹이가 나에게 청혼을 합니다만....이걸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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