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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의 남편은 마왕
작가 : 신준동
작품등록일 : 201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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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아빠는 남편이 되기 위해 숙성 중]
작성일 : 17-11-08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5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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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아빠는 남편이 되기 위해 숙성 중]

 “뮤트라, 뮤트라, 뮤~트라~”

 “시끄러워, 그만 불러.”

 

 날 마구잡이로 죽일 듯이 8서클 마법을 날릴 때는 언제고 지금은 내 이름으로 리듬을 타며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금의 아샤는 7년 전의 아샤와 매우 다른 느낌이었다.

 예전보다 밝고, 키도 컸으며 뭔가 분위기 자체가 성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나 이제 여기서 다시 살아도 되지?”

 “안 돼.”

 “왜? 뮤트라가 지켜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나 강해졌는데?”

 “지금 네 신분을 생각해라!!”

 

 이런 촌구석에도 알려질 정도로 현재의 아샤는 대단했다....

 전 세계 최연소 8서클 사용자가 되었고 검술도 매우 뛰어나 스물 둘이라는 어린 나이에 칼리스페온 왕국의 제 3기사단장이 되었고 하는데.......

 그런 기사단장이!! 칼리스페온 왕국의 자랑이라고 불리는 기사단장이!! 마왕이라고 불리는 남자의 집에서 살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 까짓 직책. 때려 치고 나오면 되지.”

 “어째 쉽게 말한다....공주님.”

 “어? 들었구나. 나 정식 공주가 된 거.”

 “......말을 함부로 꺼내는 게 아니었어.”

 

 사실 아샤에게서 소식을 끊고 다시 살아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내가 소식을 끊으려하면 할수록 아샤는 점점 유명해져 인간과의 소식을 끊은 내 귀에도 들려오고 있다.

 

 “그런고로 실례 좀 할게. 마왕님?”

 “마음대로 해라....”

 

 과거와 같은 점이라고 해야 할까....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 것은 똑같았다.

 아샤는 롱소드를 내려놓고 망토를 옷걸이에 건 다음 침대로 다이빙을 하였다.

 

 “여긴 변함이 없네. 7년이나 지났는데....”

 “변할 필요가 없으니까.”

 

 가구가 낡았을 때에는 새 가구로 교체하면 된다.

 땅이 그다지 넓지는 않지만 인테리어를 수정하면 그것 나름대로 귀찮아진다.

 귀찮음 때문에 생계유지를 제외한 외출을 제외하고는 2년간 밖에 나간 적도 없었던 내가 지금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인테리어를 굳이 바꿀 리가 없다.

 

 “그런데 아까 결혼이란 말 뭐야.”

 “결혼? 아, 그거?”

 

 22살이면 결혼할 나이는 되었다.

 그런데 왜 하필 결혼할 상대를 이 촌구석에까지 와서 나한테 부탁하느냔 말이다.

 

 “뮤트라가 좋아서.”

 “싫어.”

 “.......진심?”

 “어, 꼬맹이 뒤치다꺼리하기 싫다.”

 “왜!? 예쁘지, 머리 좋지, 키도 예전보다 컸겠다. 아직도 내가 싫다고?”

 “너 그거 주변에서 들은 얘기지. 예쁘고, 머리 좋고 키도 예전보다 컸다는 내용.”

 “뜨끔...!!”

 

 역시나....

 지금 아샤 성격에 자신을 저렇게 어필한다는 것은 얘기가 되지 않는다.

 분명 궁에서 누군가에게 저런 말을 들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말이 나한테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말을 했던 것이겠지....

 

 “돌아가. 난 지금 동굴에서 나갈 생각 없어.”

 “칫, 기사단 왕창 보내버릴 거야.”

 “그거 권력남용 아니야? 그보다 귀찮으니까 제발 그러지 마.”

 

 정말로 기사단을 데려오면 공포에 의한 두려움보단 귀찮음에 의한 두려움이 더 강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재라고 불리는 소녀의 8서클 마법 3개를 정통으로 맞아놓고 난 별다른 외상이 없다. 아샤도 아마 알고 있겠지.

 ‘내가 본 힘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사단 데려와서 고백하면 되는 거지?”

 “그게 그 얘기였냐!!”

 “아기는.......10명 쯤?”

 “미쳤냐?! 기사단 하나 더 만들게 생겼네!!”

 

 ........이 아가씨는 대체 뭐를 생각하고 있는 거지?!

 정말로 결혼하려고 왔던 건가?

 

 “난 너랑 결혼할 생각 없어.”

 “.......뮤트라는 내가 싫어?”

 “윽....”

 

 꼬맹이주제 쓸데없는 기술만 익혀왔다.

 고개를 살짝 꺾으며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간절하게 쳐다보고 있다.

 저게 벨리이르에게 들었던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인가...

 

 “그, 그렇게 쳐다본다고 바뀌는 게 아니야.”

 “그럼 어쩔 수 없네.”

 

 어? 웬일로 순순히 포기를...........

 ........야, 야, 야, 야 그건 아니지!!

 

 “야! 뭐하는 거야?!”

 “벗고 있는데?”

 “왜 벗는 건데!!”

 

 아샤는 금세 자신의 두꺼운 옷들을 전부 벗어버려 어느새 속옷만 남았다.

 손에 들고 있던 자신의 옷을 전부 던져버린 후 팔짱을 끼며 당당하게 웃고 있다.

 

 “뮤트라도 남자니까 관심을 주지 않을까 해서.”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나는 아샤가 주변에 던져버린 옷을 다시 모아 아샤에게 던져버렸다.

 더 벗을 생각이 없는 건지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는 아샤.

 이 꼬맹이....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정말 결혼 안 할 거야?”

 “응, 난 지금 이 상황이 좋아.”

 “그럼 결혼은 하지 말자. 뮤트라가 싫다는데.”

 “오, 웬일이냐?”

 “그럼 나랑 모험하자!”

 

 ......아까 지금이 좋다는 말 못 들었나?

 결혼하자는 말을 접고 하는 말이 모험하자고?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사냥하는 그 모험가처럼?!

 

 “기사단장 일은 어쩌고.”

 “그거야 그만두고 공주의 신분으로만 살면 되고.”

 “그럼 난?”

 “공주의 호위병?”

 “싫거든!!”

 

 이게 어디서 사람을 무보수로 써먹으려고!!

 가뜩이나 돈이 모자라서 밥값 내기도 힘든데!!

 

 “쳇, 그럼 근처 마을이나 다시 가 보자.”

 “나랑 갔었던 그 마을?”

 “응, 한 번만 갔다 와서 생각 해 봐. 장난이 아닌 진심이니까.”

 “......꼬맹이 부탁은 거절하기 매우 쉬운데.”

 

 사실 다시 만나서 기쁘긴 기뻤다.

 하지만 지금 이 소녀를 바라볼 때마다 다시 벨리이르가 생각이 난다.

 .......벨리이르가 인간계에 내려왔다면 이런 생활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벨리이르와 매우 빼닮았다.

 타인을 사랑하며 정이 깊고 자신보다는 늘 타인을 챙기면서도 항상 웃는 얼굴을 보이던 벨리이르.

 그녀와 아샤는 정말 무서우리만큼 닮았었다.

 

 “지금 가면 되냐?”

 “벌써 가게? 오늘은 자고 내일 갈 생각이었는데.”

 “아직 3시야. 늦은 시간은 아니지.”

 

 프레이아 281년 1경.

 날이 아직 차가운 겨울이라 해가 일찍 떨어지기 하지만 그다지 추운 날씨도 아니겠다, 한 번쯤은 나갔다 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검하고 망토 챙겨. 신분이 노출되면 안 되니까.”

 “그다지 난 상관없는데?”

 “상관없긴...한 나라의 공주가 마을을 어슬렁거리는데.”

 “진짜 상관없어. 휴가내고 온 거거든.”

 “뭐....그럼 그냥 가지. 텔레포트 할 줄 알지?”

 “......모르는데.”

 

 뭐시라? 8서클을 마구잡이로 날리는 인간이 텔레포트를 모른다고!?

 기본 중 기본 마법인 텔레포트를?

 

 “그, 그렇게 바라볼 필요는 없잖아!”

 “신기해서....”

 “업히면 되는 거지?”

 “울렁거린다고 하지 마라.”

 “아, 자, 잠깐만. 울렁거리는 거 까먹었...!!”

 “텔레포트(Teleport)!”

 

 몇 분 뒤. 들려오는 아주 이상한 소리.

 

 “우우욱....구에엑....”

 “......괜찮아? 어째 전보다 더 심한 것 같다.”

 “말 걸지....우애액!!”

 

 나까지 비위 상하니 근처로 가지 말자.

 누군가가 혹시 일행이냐고 말을 걸면 당당하게 아니라고 할 자신까지 있다.

 한 나라의 공주이자 천재라고 불리는 칼리스페온 제 3 기사 단장이 길거리에서 토하고 있는 모습이라니.......난 못 본거다.

 

 “이제야......좀 살 것 같네.”

 “그럼 오랜만에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줄까?”

 “그 아저씨 죽었잖아.”

 “마을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하나뿐이겠냐....”

 “그건 그러네.”

 

 그런데....아이스크림 가계를 찾아보아도 그 어디에도 없다?!

 

 “저기, 혹시 이 마을에 아이스크림 가게는 없나요?”

 “아이스크림 가게요? 이 마을에는 이제 없을 건데요?”

 “......정말요?”

 “장사가 돼야 가게를 열든 말든 하지. 장사도 안 되는 판에 그런 거 하면 망해요.”

 “그렇다고 하는데?”

 “그럴 리가....”

 

 동네 아주머니의 말에 엄청 좌절하며 쓰러지는 아샤.

 아이스크림 하나 못 먹은 게 그렇게 한이었냐....

 

 “내가 이 날을 기다리면서 아이스크림에 입 하나 안 대고 있었는데!!”

 “한 쌓일 만하네!! 그냥 먹고 싶으면 먹어!!”

 “이런....여자 친구가 많이 먹고 싶었나 보네.”

 “저희 그런 관계 아닌....”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런데 남친이라는 사람이 여자 친구를 위해서 아이스크림 하나 못 구하고 있다니까요? 나빴죠?”

 “총각이 나빴네. 이렇게 먹고 싶어 하는데.”

 

 .......누가 네 남자 친구냐. 꼬맹아. 난 너 같은 여자 친구를 둔 적이 없어.

 아주머니는 아샤의 말을 듣고 나를 못된 놈으로 몰아가고 있다.

 

 “뱃속의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참아야죠.”

 “어머, 홀몸도 아닌데! 우리 집으로 와요. 아이스크림 비슷한 건만들 줄 아니까.”

 “정말요? 감사합니다!!”

 “아샤, 너....”

 “그냥 가자고. 오빠.”

 

 내가 한 소리를 하려고 하자 아샤는 자신의 검지로 내 입을 막았다.

 오빠라....

 듣기 싫은 단어는 아니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분명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충분히 넘었을 나인데.......

 

 “여기 앉아요, 남편은 나 따라오고요.”

 “남편 아닌....”

 “아주머니, 남자 친구요. 남자 친구.”

 “떽! 뱃속에 애 있으면 남편이라고 불러도 되지 뭐.”

 

 하....정말 곤란하게 되어 버렸다.

 뱃속에 아기가 있다는 아샤의 말을 정말로 믿는 것 같다....

 

 “여기 얼음에 소금 좀 뿌려요.”

 “소금을요?”

 “뿌려야 아이스크림이 되지! 이 아줌마만 믿어 봐.”

 

 나는 아줌마의 말대로 얼음에 굵은 소금을 뿌리고 우유를 넣은 다음 저었다.

 정말 많이 저었다....

 나중에 아주머니의 말로는 우유를 너무 많이 부어서 그렇게 되었다는데....팔이 너무 아팠다.

 

 “애 엄마! 시럽은 뭐가 좋아?”

 “저요? 음....딸기 시럽 있어요?”

 “당연히 있지~!”

 “와! 그럼 그걸로 해 주세요.”

 “오케이, 조금만 더 기다려.”

 

 계속 저으니 정말 아이스크림처럼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음식이 만들어졌다.

 아주머니는 내가 계속 저은 얼음에 딸기시럽을 뿌리고 다시 한 번 살살 저어주었다.

 

 “맛있게들 먹어요. 선물로 주는 거니까.”

 “우와, 정말 감사합니다!”

 “그쪽도 앉아서 먹어요. 만드는 거 도와주느라 수고 많았어요.”

 “아, 네...알겠습니다.”

 

 이렇게 친절한 인간도 있다는 사실에 나는 감탄했다.

 벨리이르가 추악한 인간들을 좋아하고 아꼈던 이유를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아주머니도 와서 조금 드세요!”

 “그래요, 나도 먹어야지.”

 

 오랜만에 사람과 같이 먹는 음식은.......

 꽤 맛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즐겁다는 감정도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음식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이 마을 또 들리면 찾아와요. 또 만들어 줄 테니까.”

 “네, 그만 가보겠습니다.”

 

 아주머니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셨다.

 

 “아샤....죗값은 치러야지?”

 “오, 오빠. 기다려봐!”

 “누가 네 오빠냐!!”

 “아얏!”

 

 나는 아샤에게 꿀밤을 한 대 먹였다.

 자신의 머리를 쥐어 잡고 아프다는 시늉을 하는 아샤.

 

 “아프잖아, 뮤트라!!”

 “네가 잘못한 거잖아.”

 “쳇, 어디 가는데?”

 “몰라서 물어?”

 “....벌써 집 가는 거야?”

 “뭐라는 거야.......?”

 

 난 지금까지 아샤가 나를 이곳으로 끌고 온 이유가 오늘 이 마을에서 있는 ‘그 행사’ 때문에 끌고 온줄 알았다. 하지만 정말 집에 가는 줄 아는 아샤.... 그냥 무턱대고 오자고 하는 건 과거와 별 다른 점이 없다는 건가.......?

 

 “집 안가?”

 “나중에. 일단 즐길 건 즐겨야지.”

 

 나는 아샤의 손을 끌고 마을의 중앙으로 향하였다.

 마을의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시장.

 그 시장에서 오늘 작은 행사를 한다.

 

 “곧 있음 시작이겠다.”

 “뭐가 시작하는 건데?”

 “기다려봐.”

 

 지금 시간은 5시 58분.

 6시에 시작하는 이벤트라 사람들이 꽤 많아 우리는 뒤에 위치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 폭죽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폭죽? 그게 뭐야, 뮤트라?”

 “아샤, 하늘을 봐.”

 “하늘? 아무 것도 없는....”

 

 아샤가 하늘을 올려봄과 동시에 터지기 시작하는 수많은 폭죽들.

 그녀의 반응으로 봐서 아마 폭죽을 처음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한 번은 보여주고 싶었다.

 

 “저, 적습인가?!”

 “아, 아니야!! 그 주문 외우지 마!!”

 

 ......하마터면 이 마을 주민 전부가 죽을 뻔했다.

 폭죽을 보고 적습인 줄 알고 메테오 연성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는 아샤.

 여러분, 살았습니다.....

 

 “그럼 저 터지는 건 뭔데?”

 “말했잖아. 폭죽이라고. 그냥 즐기기 위해 만든 화약이야.”

 “예쁘다.....”

 “그치?”

 

 어두운 하늘에 폭죽이 올라가 하늘을 밝혀주었다.

 폭죽이 터진 자리에는 다시 다른 폭죽이 올라갔고 우리는 그 관경을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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