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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의 남편은 마왕
작가 : 신준동
작품등록일 : 201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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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빠는 사정이 있어 남편이 되어버렸다.]
작성일 : 17-11-09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4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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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빠는 사정이 있어 남편이 되어버렸다.]

 “집에 가자.”

 “엑?! 벌써?”

 “어, 가고 싶어.”

 

 폭죽이 끝난 이후, 나는 주위를 조금 둘러보던 도중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집으로 향하려 하였다.

 

 “저녁이라도 먹고 가자, 제발!”

 “나 돈 없어.”

 “돈은 내가 내 줄게. 밥이라도 먹자. 응?”

 

 7시 반 정도 된 시간.

 확실히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이긴 하다.

 하지만 아까 아주머니가 만들어 주신 음식 때문인지 그다지 배고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집 가서 먹으면 안 될까?”

 “저녁 먹....? 집에 가서 먹자고?”

 “응, 지금은 딱히 배가 안 고파서.......재료만 사서 요리는 집에서 하자.”

 “알았어! 뮤트라, 뭐 먹고 싶어? 다 해줄게!!”

 “.......네 요리실력. 믿어도 되는 부분이냐.”

 

 불안하다. 불안하다 못해 심히 걱정된다.

 촐싹거리는 아샤가 만든 음식이라니....상상이 되지 않는다.

 

 “나 요리는 어느 정도 하는데?”

 “할 줄 알아?”

 “실례네!! 나도 한 나라의 공주거든? 가사 분야는 전문이지!”

 

 아, 전혀 공주 같은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잊고 있었습니다.

 7년 전에도 요리하는 건 본 적이 없었고요.......

 

 “그래서, 뭐 먹고 싶은데?”

 “음.......돼지?”

 “돼지? 메뉴는 내가 알아서 한다?”

 “응, 맡겨둘게.”

 “장부터 보러 가자!”

 

 아샤는 내 손을 잡아 끌며 시장 안으로 향하였다.

 7년 전 까지만 해도 가녀려서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던 손이 지금은 길이도 길어지고 살도 조금 붙어 제법 사람의 손 같았다.

 

 “이 부위 좋아 보이는데 이걸로 주세요.”

 “아가씨, 젊어 보이는데 눈이 좋네. 특별히 내가 조금 깎아줄게.”

 “우와, 감사합니다!”

 “아무한테나 깎아주는 거 아니야, 내가 아가씨 예뻐서 깎아주는 거지.”

 “헤헤. 감사합니다. 장사 열심히 하세요!”

 

 아샤는 돼지고기를 산 다음 간장, 마늘, 양파 등등의 재료를 샀다.

 필요한 만큼만 사서 그런지 돈은 그다지 많이 나가지 않았지만 내 손은 남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비닐봉지를 가득 채웠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대체 뭘 만드려고....”

 “기대해,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을 먹여줄 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물론 나는 텔레포트로 이동하고 아샤는 뛰어서 집까지 왔다.

 처음에 뛰어간다기에 그냥 텔레포트 타고 가라고 하였지만 아샤는 끝내 거절하였다.

 정말.....뛰는 속도만은 정말 선수 급이다.

 걸어서 1시간 걸리는 거리를 15~20분 만에 도착하는 게 물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헥....헥....”

 “수고했어, 물이라도 줘?”

 “맥주!!”

 “그걸로 준비해 두지. 지금은 물 마셔.”

 “아니야! 지금 물을 마시게 되면 나중에 마실 맥주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똥고집.

 그냥 지금 물 먹고 요리 한 다음 맥주를 마시면 될 것을.

 

 “씻고 와. 요리하고 있을 테니까.”

 “도와줄 필요는 없어?”

 

 나도 요리는 어느 정도 하는 편이다.

 처음 인간계에 왔을 때에는.....먹을 게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뭐, 평균은 한다.

 천계에 있을 때는 요리 할 필요가 없었지.......알아서 아래 것들이 전부 줬었는데.

 

 “2인분 정도야 금방 해. 씻고 나와서 맥주 따면 얼마나 기분 좋은데!”

 “너 공주면서 말하는 건 중년 아저씨처럼 얘기한다?”

 “그, 그럴 수 도 있지. 공주라고 전부 고상해야 돼!?”

 “그래, 그게 너답다.”

 

 나는 아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욕실로 향하였다.

 간단하게 몸만 씻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여니 담백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의외로 잘 만들고 있나 본데?’

 

 “다 씻었다.”

 “어, 이것 좀 날라줘.”

 

 아샤는 내게 고기가 담긴 접시를 건네었다.

 프라이팬에 아직 고기를 볶는 것을 보니 여분의 그릇으로 담으려는 것 같았다.

 

 “오, 꽤 잘하잖아?”

 “그치? 이런 건 잘 한다니까.”

 

 아샤가 불을 다루는 솜씨는 확실히 나보다 나았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몰라서 평을 내리기는 뭐하지만 그래도 정말 잘한다는 것만은 알았다.

 

 “이걸로 끝!”

 “수고했어. 덕분에 잘 먹겠다.”

 “앉아, 앉아.”

 “아, 맥주 가져올게.”

 

 아머인벤토리에 아마 그 술통이 있을 것이다.

 신계에서 5개 밖에 없다는 그 전설의 술!!

 평상시에 먹을 기회가 없었지만 오늘 같은 날 먹어야겠다.

 

 *아머 인벤토리-다른 차원에 있는 공간으로 물건을 담거나 보관할 수 있다.

 

 “먹어 봐, 술 맛이 기가 막힐 거다.”

 “무슨 술인데?”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 살던 곳에서 만든 건데 전 세계에서 5개 밖에 없는 술이다.

 “진짜?! 그런 귀한 거 먹어도 되는 거야?”

 “마음껏 먹어, 술은 넘쳐나니까.”

 “예!!”

 

 .....술을 먹이는 게 아니었다.

 22살 꼬맹이가 술을 먹어봤자 얼마나 먹어봤겠나.

 몇 잔 마시더니 지금 이 사단이다.

 

 “뮤트라! 나랑 살자고!!”“싫어,”

 “내가 싫구나....그래, 내가 싫겠지....”

 “이, 이봐. 뭘 또 우려고.......”

 “싫으면 싫다고 말로 해!! 흑.......왜 여자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드는 건데?!”

 “처음부터 싫다고 얘기 했습니다만!!”

 

 하.....피곤하다.

 아까부터 저 얘기만 계속 하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도 아니고 같은 얘기만 몇 번째 하고 있는 건지....

 

 “너 취했어, 그만 씻고 자라.”

 “싫어, 그냥 잘 거야.”

 “그래, 그러던지.......”

 

 뚜벅, 뚜벅 걸어가는 아샤.

 침대 쪽으로 향하더니 엎어져 그대로 자 버린다.

 

 “야, 옷은 벗고 자.”

 “아...그래야지.”

 “여기서 벗지 말고!!”

 

 아샤는 위에 입은 옷을 손으로 올려 벗으려고 하였다.

 ........나는 말렸지만 흰 속살 사이로 보이는 배꼽이 선명하게 보여 버렸다.

 

 “에잇! 귀찮아!! 그냥 잘 거야.”

 “그래, 그냥 자라....그게 빠르겠다.”

 

 피곤하긴 했지만 이런 저녁도 오랜만인 것 같았다.

 모험이라.......

 내가 계속 이곳에서 머무는 이유는 방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신을 다시 찾아가 결판을 내고 싶지만 그럴 방법이 없다.

 다시 말해서 할 일이 없다는 거다.

 

 “나도....물들어 버렸나.”

 

 웃음이 나버렸다.

 인간 세계에 몇 년 살았다고 벌써 인간에게 물들어버리다니.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았다면 분명 비웃었을 것이다.

 

 “생각은 좀 해보지 뭐.”

 

 나는 간단히 식기들을 정리한 다음 잠에 들었다.

 

 “으윽.....머리야.”

 

 어제 너무 마셨는지 일어나자마자 머리가 아파온다.

 상체를 일으키고 있는데.......위에 입은 옷이 없어졌다?

 아랫도리도....!! 그건 있네....다행이다.

 

 “뭐, 뭐지?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거지?”

 

 기억을 되살려보자.......

 난 어제 식기를 정리하고.......어디서 잤는지 기억이 없잖아!!

 

 “뭐하는 거야, 뮤트라. 시끄러워.......”

 

 이불 속에 파묻힌 아샤는 이불을 손으로 걷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도 왜 아무 것도 안 입고 있는 거지?

 

 “......!!”

 “아, 아샤. 진정해. 그런 게 아니라!!”

 “변태.......”

 “내가 그런 게 아니라고!!”

 “그럼 뮤트라는 왜 윗옷을 벗고 있고 나는 아래까지 벗겨져 있는 건데?!”

 “아, 아래?! 어째서!?”

 

 이쯤 되면 내가 아샤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는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정말 내가 했는지 의문감이 들기 시작하며 머리는 점점 아파온다.

 

 “치한, 변태, 범죄자, 로리콘!!”

 “야, 마지막은 듣기 조금 그렇다?!”

 “몰라, 이 변태야!!”

 “아, 아샤. 그 검 정말 위험한 거거든? 그거 내려놓고....”

 “죽어!!”

 

 아샤야, 내가 준 검. 그렇게 휘두르다간 나 정말 죽는다고!!!

 

 “........”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거지?”

 “응, 확신할게.”

 “그럼 난 왜 옷을 벗고 있었던 거지?”

 “잠결에......벗은 건 아닌가?”

 “그럴 리가 없잖아!!”

 “아, 아닌가 보다.”

 

 아샤의 눈초리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 그나저나 봤어?”

 “어? 뭐를?”

 “아, 아까 내....알몸.....”

 

 미치겠다.

 고작 22살 어린애지만 얼굴을 살짝 붉히고 저런 표정을 짓다보니 뭐라 할 말이 없어진다.

 분명 보긴......봤다.

 이불을 걷어내며 일어나서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부.......

 

 “못 봤어. 워낙 취기가 남아서.”

 “정말?”

 “내가 뭐 하러 거짓말을 하냐.”

 “다행이다......”

 

 그래, 이게 나은 거다....

 안도하는 저 표정을 보니 양심에 매우 찔리지만......

 

 “그래서 같이 갈 생각은 들었어?”

 “생각 좀 해 보고.”

 “지금 내 알몸을 제공했는데 같이 안 가겠다는 거야?”

 “에이, 솔직히 제공하려고 한 건 아니잖....”

 

 나는 말을 이어나가지 못 하였다.

 아샤의 눈빛이 그 이상 얘기하면 나를 죽어버리겠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알았어....미안....”

 “뮤트라, 지금 뭐라고 했어?”

 “죄, 죄송합니다!!”

 “같이 갈 거야?”

 “가겠습니다!!”

 

 아.......??

 내가 뭐라고 했지?

 눈빛의 압력에 눌려 들리는 대로 대답을 하였지만 뭔가 불안하다.

 심히 불안하다.......

 

 “그럼 같이 가기로 한 거다?”

 “어? 뭘....”

 “설마 이제 와서 안 가겠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아, 아닙니다!!”

 

 나이 몇 백 살 먹은 노인네가 고작 22살에게 겁먹었다고 생각했냐?

 지금 이 자리에 서서도 그런 말 할 자신이 있다면 나와 봐라.

 이 자리에 서면 그런 말 나올 수가 없다.

 

 “그래, 알았어.”

 

 싱긋 웃는 아샤.

 어두움 하나 없는 얼굴로 웃고 있지만 너무 무섭다.....

 

 “그럼 짐 챙겨, 내일 사람을 보낼게.”

 “내, 내일까지?!”

 “일주일 정도까지는 늘려줄 수 있는데?”

 “그냥....내일 갈래.”

 “좋은 선택이야, 뮤트라.”

 

 .....내일이라.

 대체 왜 알몸으로 누워있었던 거지?

 

 “아, 그리고 우리 밤에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걱정하지 마.”

 “뭐? 그걸 어떻게....”

 “난 이만 갈게. 내일 봐, 오빠~♥”

 

 속였던 거냐!!

 내가 따지려고 동굴을 나간 순간 아샤는 이미 멀리 떨어져 잘 안 보이게 되었다.

 ......꼬맹이. 이 일은 반드시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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