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과거의 연속]
“죄송합니다만 그 금속은 드릴 수 없습니다.”
“어째서?”
“저희도 지금 얻지 못하는 금속의 종류라....”
“드워프들이 가지고 있는 금속 아니었어? 크리스탈 어쩌고 하는 거?”
“크리스탈 루베인은 현재 저 산에 다수 매장되어 있지만.....”
“내가 부숴버린 저 산?!”
드워프 족장은 아샤가 검기로 부숴버린 산을 가르치며 한숨을 쉬었다.
.......금속을 얻으러 와서 금속을 매장시켜버린 꼴이 되어 버렸다.
“다, 다른 곳은....없어?”
“있긴 합니다만....”
“어딘데?!”
“이 일을 해결해 주시면 르베이나님이 부숴버린 산의 가격을 면제해줌과 동시에 포상금까지 일부 보상하겠습니다.”
“......나 갑자기 일하기 싫어지는.”
“어딜 가시나요, 고귀하신 르베이나 아샤님.”
“뮤, 뮤트라! 나 한 번만....”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일단 보상이 어마무시하게 큰 만큼 의뢰내용이나 한 번 들어보자.
“원래 저희가 몸을 담고 있던 광산은 이곳이 아니었습니다. 이곳보다 더 넓고 광물의 매장량도 더 많은 곳이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고블린들이 쳐들어오더니 저희를 내쫓고 그곳을 점령해 버렸습니다. 이미 그곳에는 망할 고블린들이 마을까지 지어버려.....저희는 손도 못 쓰고 있습니다.”
“고블린들을 전부 쓸어버리란 얘기네?”
“네, 사례로 30골드를 드리겠습니다.”
30골드면....
아샤랑 나누면 15골드.
숙박비, 음식비 포함해서 10일 버틸 수 있는 금액이라....
“콜.”
“엑?! 뮤트라, 진짜 하게?”
“참고로 고블린의 수는 1000마리 가까이 됩니다.”
“..........”
“.....뭐 그리 많아?”
“고블린은 부족끼리 모여서 행동하기 때문에 항상 그 정도는 모여서 이동을 합니다.”
“드워프들이 진 이유가 있었군....”
1000마리....
뉘집 개 이름으로 짓기 딱 좋은 이름이다.
아샤가 부숴먹은 것도 있으니....입 다물고 의뢰를 받아야겠지?
“엑....나 힘든데....”
“저 산. 누가 부쉈지?”
“내가......”
“그럼 답은 결정 났지?”
“하지만 뮤트라....!!”
“빨리 끝내고 쉬자고.”
“.........”
아무 말 없이 순순히 따라오는 아샤.
드워프 족장이 가르쳐준 장소로 향하고 있지만.....
“이거 입구부터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아샤, 또 한 번에 쓸어버릴래?”
“무리, 대체 검기를 몇 번이나 쓰게 하려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하지?”
“역시 이 의뢰....받아들이는 게 아니었어.”
“네가 쓸데없이 날뛰어서 그렇잖아!”
“그게 내 잘못이야!? 드워프들이 족장 말에 뭉쳐서 달려든 탓이지!!”
저 꼬맹이가.....끝까지 고집을 부리네....
물론 몰려든 드워프들의 잘못이 있긴 하지만......
몰려들었다? 족장의 말을 듣고??
“아샤, 좋은 수가 생각났다.”
“뭔데.”
아샤는 입을 쭉 내밀며 퉁명스럽게 내 말을 받아쳤다.
......삐졌냐.
“고블린이 분명 부족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었지.”
“어, 그랬는데.”
“그럼 드워프들처럼 족장의 말을 우선으로 여기겠지?”
“그러....네? 고블린 족장을 치면 꽤나 혼란스러워 하겠네.”
“일단 족장부터 잘라버리자. 나머지는 서서히 없애면 될 거야.”
“역시 뮤트라! 이상한 곳에서 머리가 잘 돌아간 다니까!”
고블린들은 머리가 멍청한 탓에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없어져 버린다면 질서가 없어져 버릴 것이고 알아서 도망칠 것이다.
“저기 쟤가 족장이지?”
“그런 것 같다. 아샤 준비 해.”
“말 안 해도 벌써 준비 끝이야!”
고블린 족장의 후방에서 아샤가 롱소드를 가지고 달려들었다.
기척을 눈치 채고 뒤를 돌아보아도 이미 때는 늦었었다.
“쿨럭!! 뭐, 뭐냐.....”
“바이바이. 베는 맛이 있었어. 족장 아저씨.”
“조, 족장님이 죽으셨다!!”
주변에 있는 고블린들이 자신의 족장이 죽은 것을 확인하고 예상대로 우왕좌왕하고 있다.
고작 고블린 한 마리를 죽였을 뿐인데 이렇게 흔들린다면.....혼란해하던 고블린들이 침착해졌다?
“이제 2대 족장은 나다!!”
“족장님, 저들을 죽이겠습니다!!”
“돌격!!”
“..........”
멍청해도 너무 멍청하잖아!!
저런 돌대가리들이 어떻게 부족을 이끌고 있었던 거지?
“뮤트라. 어떻게 하지?”
“하....하핫! 모르겠다....”
갑자기 다른 녀석을 족장으로 세우더니 그 고블린을 중심으로 다시 무리가 완성되었다.
.......이것들, 정말 머리가 나빴구나.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인데?!”
“그야....뒤에서 고블린 1000마리가 달려들고 있으니까.”
“죽여라!!”
으아아아!! 오늘 진짜 하루 종일 걷고 뛰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런 의뢰를 준 드워프 족장 나오라 그래!! 아니, 드워프한테 가라고 한 후룰룰룰호롤롤롤 이딴 이름을 가게간판으로 내놓은 인간부터 나오라 그래!!
“또....해야겠네.”
“아샤, 아무리 너라도 저 인원을 전부 죽이기는....!!”
“검의 가호여, 나를 주인으로 받아들여 적을 섬멸로 이끌 거라!”
아....이미 늦었구나....
“검기(劍氣)!!”
“케에엑!!”
엄청난 굉음과 함께 사라져 없어지는 고블린들......
대략 150정도는 없어진 것 같은데....문제는 그 다음이다.
아샤가 아무리 뛰어난 검사라고 하더라도 저 정도 크기의 검기를 한 번 방출하면 체내의 기가 모자라게 된다.
아까 드워프들의 산을 날려먹은 것까지 해서 지금 두 번째 쓰는 검기라서 아마 위력도 많이 약할 것이다.
“마법까지 쓰기 싫었는데!!”
“뮤, 뮤트라.....힘들어 죽을 것 같아......”
“소닉 바이브레이션(Sonic Vibration)”
*소닉 바이브레이션(Sonic Vibration) : 음속에 의해 만들어진 진동을 날려 상대를 갈가리 찢어버린다.
“뭐 이건 끝도 없잖아!!”
“뮤, 뮤트라....살려줘.”
조금 더 광역 마법을 사용하면 1000마리 정도는 몇 번에 걸쳐서 없애버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이 장소에선 나랑 아샤가 휘말려버린다는 얘기지.
“아샤, 검을 넘겨.”
“땡큐, 안 그래도 가지고 뛰기 벅찼는데....”
나는 아샤에게서 롱소드를 받아들었다.
아샤가 지난 7년간 지니고 있었으면서 밝혀내지 못했던 것.
그것을 나는 발동시킬 것이다.
“아샤, 혹시라도 내가 쓰러지면 그냥 안전하게 보호만 해줘. 시간이 되면 일어날 거니까.”
“응? 그게 무슨....!! 뮤트라?”
“나는 긍정이 아닌 파멸. 이 힘을 사용하는 대가는 나의 생명. 주신이 건넨 생명을 나는 거부한다.”
“........뮤트...라?”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나의 모습은 평상시의 아샤가 알던 나의 모습이 아니니까.
천계에 있을 때의 나도 아니다.
전혀 다른 모습의 나.
얼굴이 변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얼굴의 윗부분에 굵게 뻗어져 있는 흑색의 뿔.
눈동자는 적안으로 변하였고 몸 안에서 알 수 없는 힘들이 들끓고 있다.
“섬멸(殲滅) 개시.”
“크아악!!”
“캬르륵!!”
주위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비명들.
어떤 자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처참하게 묻혔다.
말 그대로 그저 보이는 것을 학살하기만 할 뿐. 나에게 이성을 판단할 상황은 주어지지 않았다.
“후....힘들다.”
그렇게 나는 고블린 1000마리를 전부 죽였다.
고급 진 언어로는 고블린들을 모조리 학살하였다.
“뮤트라, 그거....대체 뭐야? 왜 갑자기 그렇게....”
“마신의 힘이야. 롱소드의 안에 담겨있는.”
“마, 마신이라니? 정말로 5대 마왕이었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어쩌다보니 마신과 계약하게 되었네.”
“......알았어.”
내 표정을 보고 아샤는 그냥 이번은 넘어가겠다는 얼굴을 지었다.
지금의 아샤에게는 쓸데없이 내가 천사였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저 이 아이가 평범하게 여행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크윽....!!”
“뮤트라!! 왜 그래?!”
온 몸을 찢는 듯한 가슴의 통증.
엄청난 계약의 효과를 얻는 대가로 매번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한다.
흔히들 말하는 리바운드라는 개념의 통증이다.
“제....길....”
“뮤트라, 뮤트라!! 왜 그러는데!?”
“말...했지? 그냥 안전하게 보호만 해 달라....”
나는 말을 마저 잇지 못한 채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