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아빠는 딸과 놀기 시작한다.]
“주인장, 그쪽 아들 혹시 어디 있는지 알아?”
“아들놈? 아침 일찍 나갔는데?”
“썩을, 미리 도망쳤다 이거지?!”
“또 그 녀석이 무슨 짓을 했구만....”
“엄청난 짓을 저질렀다고!! 이 아이를 봐!”
어제부터 아샤가 길거리에 남자만 보면 내 뒤로 숨기 일쑤다....
덕분에 내 겉옷은 아샤 전용 손 걸이가 된 것처럼 아샤는 내 옷에서 손을 때지 않았다.
지금도.....주인장을 피해 내 뒤에 숨어버렸....아오!! 그 빨갱이 자식!!
“이런 애를 룸살롱에 버리고 왔다는 게 말이야!?”
“완전 쳐 죽일 놈이네, 그거?!”
“......어이, 당신 아들이잖아.”
“그래도 감히 그 고귀한 공주님을!!”“뭐야, 당신. 알고 있었어?”“당연히 알고 있었지. 그 유명한 리베르토 아샤님인데.”
“르베이나.”
“아, 그랬었나.”
리베르토는 대체 어떤 가문이냐.
주인장이 어느 나라 사람이기에 자기 나라의 왕족 가문도 모르는 거지?
“암튼, 오늘 진짜 마주치면 인생 망할 거라고 전해, 빨간 머리가 보이기만 해도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줄 테니까.”
“오야, 내 몫까지 덧붙여서 쳐버려!”
“아니, 그니까....당신 아들이라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아샤 팬클럽 회원인데!”
“주인장, 다시 한 번 묻는데 아샤 가문명이 뭐라고?”
“아, 그러고 보니 자네의 검이 완성됐다네.”
말 돌리기는.....
“여기 자네가 의뢰했던 검이네.”
“오, 꽤 그럴싸한데?”
“고럼, 누가 만들었는데!”
붉은 빛을 띠고 있는 검.
손잡이부터 검 날의 끝까지 선홍빛으로 붉게 물들어 있다.
길이와 폭도 주문한 그대로 제작되었고 휘둘러보니 무게도 꽤나 묵직하여 사용하기 좋을 것 같다.
“검의 이름은?”
“그건 자네가 지어야지. 이제 그 검의 주인은 자네인데.”
“뮤트라, 내가 지어도 돼?”
“마음대로 해라.”
“아샤 뿅뿅 하트 브레이....”
“기각.”
“아, 왜!!”
“너 같으면 그런 이름을 쓰겠냐!!”
음....선홍빛에 천계에서 쓰던 검과 비슷한 디자인.....
“다크 루나(Dark Luna).....”
“어두운 달의 여인? 뭔가 이상해......”
“그래도 난 이게 나은 것 같다.”
벨리이르가 가장 아꼈던 달.
달은 한쪽 면 밖에 보여주지 못 한다.
다른 곳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로지 늘 한결같은 모습만 보여주는 그런 달.....
벨리이르를 닮은 아샤가 지금처럼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런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아샤의 아빠가 된 마음으로........
“꽤나 좋은 이름이군.”
“그렇지?”
“뭐야, 둘이?”
주인장은 내 의도를 알아차린 듯하였다.
지금과 같이 변함없는 그런 깨끗한 아샤를.....지금 이 1년간 바라보고 싶다.
“아무튼 뮤트라! 오늘은 계속 놀아 야지?”
“......조금은 쉬자.”
“안 돼. 어제 많이 쉬게 해 줬잖아.”
“기운 넘쳐서 좋겠습니다....”
“헤헷, 그럼 가는 거다?”
“주인장, 수고하셔요.”
“그려, 아마 시장 쪽에서 오늘 공연 같은 걸 할 거니 한 번 가봐.”
대답을 하기 도 전에 아샤는 내 손을 잡아끌고 가게를 나섰다.
가게를 나서 왼쪽,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잠시 머리에 손을 얹고 고민을 하는 아샤.
하지만 끝내 오른쪽으로 가 버린다?!
“자, 잠깐만.”
“왜? 난 지금 한 시가 급한데.”
“어디로 가는 건데?”
“바닷가!”
“길은 알고?”
“이, 이쪽 아니야?”
“반대다. 무턱대고 가지 마.”
“아하하....그럼 이쪽으로 가면 되지 뭐.”
아샤는 내게 팔짱을 끼며 싱글벙글 웃었다.
그러고는 내 얼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매우 환한 목소리로 말했다.
“뮤트라! 빨리 가자~”
“아, 알았어.....”
자꾸 이런 생각이 들면 안 되지만 아샤에게서 벨리이르의 모습이 자꾸 보이고 있다.
내면으로 계속 ‘저 아이는 벨리이르가 아니다.’라고 외치지만 그 소리는 끝내 나에게 닿고 있지 않다.
이 세계에 던져진 뒤로 처음 생긴 인연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여자는 내게 벨리이르를 잊지 말라는 듯이 계속해서 말을 거는 것 같다.
“왜 그래, 뮤트라?”
“아무 것도 아니야.”
그래, 지금 이 감정도 벨리이르와 겹쳐 보이는 것 때문에 잠시 생겨나는 일시적인 감정일 뿐이다. 심장의 울림이.....손으로 심장을 멈추는 듯이 조여 왔다.
“바다에 가면 뭐 할 건데?”
“음....낚시도 해 보고 싶고 배도 타보고 싶어. 그리고 뮤트라랑 해변도 걸어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네.....”
“다 해줄 거지?!”
“그래, 다 해줄게. 내일은 다른 곳으로 가야 하니까.”
“아싸!! 사랑해, 뮤트라!”
“대체 몇 g짜리 사랑이냐.”
팔짱을 낀 아샤를 떼어내려고 하였지만 찰거머리처럼 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나는 체력이 모자라 아샤와 팔짱을 낀 채 길거리를 걷게 되었다.
뭔 여자가 이렇게 힘이 강해.....
“아샤, 일단 낚싯대부터 구해 올게.”
“이미 구해 놨는데?”
“.......? 어디?”
아샤는 자신의 아머 인벤토리에서 낚싯대 두 자루를 꺼내들었다.
도대체 언제 저걸........
“어디서 났냐?”
“어제 그 빨간 머리한테 사는 곳 알려달라고 했어. 미끼는 바로 사는 게 좋다고 해서 아직 안 샀고.”
“알았어, 그럼 미끼는 내가 사 올게. 징그럽다고 하지 마라.”
“.....? 미끼가 징그러운 거야?”
나는 잠시 후 아샤를 놀라게 할 준비를 하고 2인분의 미끼를 사 왔다.
지렁이를 미끼로 쓰는 건 아샤도 아직 몰랐을 것이다.
아샤의 놀란 모습이라.....꽤나 보고 싶어진다.
“아샤, 여기 미끼.”
“이거 열면 되는 거야?”
“그래, 안에 미끼 있으니까 바늘에 끼우면 돼.”
“응, 알았.....”
미끼가 담긴 통을 떨어뜨리는 아샤.
그리고 아샤의 손이 적지 않게 흔들리며 얼굴이 새파래져 아무 말도 못하고 뻐끔거리기만 하고 있다.
아.....웃겨서 미치겠다.
“아, 아아....”
“아샤? 괘, 괜찮아?”
“뮤, 뮤트.....”
“아샤!!”
아샤가 눈이 뒤집히며 쓰러져버렸다.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본 것만으로 이렇게 놀라다니.....
왠지 웃으면 안 됐었던 것 같다.
“흐어어.....”
“아샤, 미끼 다 끼웠어. 낚싯대 던지기만 하면 돼.”
“더, 던지다 도중에 떨어지거나 하지 않겠지?!”
“그래, 꽉 끼웠으니까 걱정 마.”
아는 쓰러진 아샤를 숙소로 옮겼고 아샤가 다시 일어나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렁이를 보고 기절했던 아샤는 끝끝내 낚시를 할 거라고 말하며 다시 바다로 나가버렸다....
“더, 던진다?”
“그래, 던져.”
“진짜로 던진다?”
“있는 힘껏 던져.”
“던졌는데 떨어지면 어떡....”
“그냥 던져줄게!!”
“그, 그건 싫어! 내가 할 거야!”
“그럼 던지라고!!”
낚시는 그만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