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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의 남편은 마왕
작가 : 신준동
작품등록일 : 201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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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이상한 인내의 열매]
작성일 : 17-12-12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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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이상한 인내의 열매]

 “..............”

 

 현재 나는 같은 자리에서 30분 째 머무르고 있다.

 내가 내돈주고 잡은 여관의 문 앞.

 들어갈까, 말까. 하는 고민 때문에 지금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중이다.

 

 “그래, 들어가자.”

 

 문의 손잡이를 잡고 용기 있게 열고 싶었다.

 하지만 문의 손잡이만 잡을 뿐......

 열지를 못한다.

 

 “하.....난 쓰레기야. 미쳤나봐.”

 

 누가 나에게 바인드(Bind) 마법을 걸어놓은 듯 손잡이에서 손을 때지 못하고 있다.

 

 *바인드: 적의 몸을 묶음.

 

 들어가야 한다는 마음과 정리를 하고 들어가자는 마음이 서로 엉키고 엮여 지금의 상황......

 사리엘 제나 베리네에게 청혼하기 전의 내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하아아.....”

 “밖에서 정신 사납게 그러지 말고 들어와.”

 “어, 어?!”

 “있는 거 다 감지되니까 들어오라고. 나 아무렇지 않으니까.”

 

 제길, 내가 밖에 있는 걸 알면서도 20분 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건가.

 갈팡질팡하던 내가 창피해지는 상황이었다.

 

 “드, 들어간....다?”

 

 나는 문의 손잡이를 조심히 열어젖히며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이 늘어놓았던 짐을 다시 싸기 시작하며 지금 당장이라도 나갈 듯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

 “그렇게 있지 말고 할 말 있으면 해.”

 “어? 어.......”

 

 나를 똑바로 응시하는 아샤의 빨갛게 충혈 된 눈이 더욱 나의 자신감을 없애버렸다.

 

 “할 말 없으면 다시 짐 쌀게.”

 “그래......”

 

 아, 미치겠다.

 누군가 지금 내 모습을 봤다면 ‘역시 라노벨 주인공‘이라던가 ’어휴, 저놈의 답도 없는 새끼‘를 외쳤겠지.

 

 “뮤트라, 한 가지만 물어볼게.”

 “어!? 뭐, 뭔데?”

 “나랑 다니면서.......정말 안 좋은 일 밖에 없었어?”

 “아니......그러진 않았어.”

 “그래, 그럼 다행이네.”

 

 억지웃음을 보이며 자기위로를 하는 듯이 보이는 아샤.

 입고리가 조금씩 경련을 일으키는 것까지 보일 정도로 힘겨운 억지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샤, 미안해.”

 “어?! 뮤트라가 왜? 미안한 일은 내가......”

 “지금 이렇게 널 만들어버렸잖아.”

 “...............”

 “나도 알고는 있어. 나 때문에 네가 많이 힘들다는 건.....”

 “그럼 왜 그냥 놔뒀는데?”

 

 아샤의 웃음이 점점 희미해지며 싸늘한 무표정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려는 모습까지 보인다.

 

 “아니다, 미안해.....”

 “아니, 말할 거 있으면 말 해.”

 “왜 이제 와서 관심을 주는 거야?”“이제 와서라니.....?”

 “맞잖아. 내가 뭘 하든 상관도 안 쓰다가 떠나려니까 이제 와서 다시 챙기는 거 아니야.”

 “아니, 난 그런 게 아니라........”

 “됐어......어차피, 반박도 못하고 있으면서.”

 

 잘못을 한 것은 나지만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분명 아샤를 그런 태도로 대하기는 하였다.

 하지만 그런 태도를 보인 것은 아샤가 싫다거나, 아샤가 귀찮아서 그런 태도를 보인 것은 절대 아니다.

 

 “아샤, 미안하지만 내 말을 한 번만 들어줘.”

 “그만......제발 그만해줘. 나도 지쳤단 말이야!!”

 “아니, 네가 떠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이 말을 너에게 하고 싶어.”

 “그게 무슨.......떠나도 상관없다는 말이야?”

 “아니, 다시 말하지만 난 너에게 사과를 해야 해. 내가 너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건 확실해. 하지만 그건 결코 네가 미워서 그런 게 아니야!!”

 “그럼 대체 뭐였는데!? 어차피 뮤트라는 내 마음을 받아줄 생각도 안 하고 있잖아!!”

 “좋아해.”

 

 아.....저질러버렸다.

 용기내서 내 감정을 말한다는 게.....

 결과적으론 다르지 않지만, 마지막에 말해야하는 걸 벌써 말해버렸다......

 

 “거짓말.”

 “뭐?”

 

 말실수를 한 나의 당황함을 없애버린 것은 다름 아닌 아샤의 말이었다.

 평상시처럼 부끄러워하며 같이 어색한 분위기를 낳을 것 같았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아샤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기분 나쁘다는 감정을 내뱉었다.

 

 “뮤트라가 날 그렇게 생각했을 리가 없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뮤트라는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

 “지금 그 감정도 다른 그 사람에게서 느꼈던 감정일거야. 내게 주는 감정이 아니라.”

 

 나는 계속해서 아샤와 벨리이르를 겹쳐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발버둥 칠수록 아샤에게서 벨리이르의 모습이 눈에 띄도록 선명해졌고 지금 내 감정은 정말 벨리이르에게 향한 것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그럴 지도 몰라.”

 “거봐, 뮤트라는.....”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르베이나 아샤라는 여자에게 호감이 없는 건 아니야.”

 “호감이라니?”

 “말 그대로야, 네가 조, 좋아지고 있다는 말이야.”

 “그, 그래도.....믿을 수 없어.”

 

 제길, 아까처럼 단호한 표정을 지으라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쪽이 더 부끄럽단 말이다.....

 

 “어떻게 하면 믿을 수 있겠어?”

 “뮤트라, 눈 감아.”

 “누, 눈을?!”

 

 눈을 감으라니......

 설마 벌써 키스의 경지에 이르려는 거냐!? 아샤, 네 나이엔 조금 빠른 경향이.....

 이렇게 말하면서 이미 눈을 감았지만.

 

 “양 팔을 옆으로 벌려봐.”

 “이, 이렇게?”

 “응, 그렇게.”

 

 나는 아샤가 시키는 대로 양 팔을 벌렸다.

 벌리는 순간 내 품으로 파고들어오는 아샤.

 시, 심장에 좋지 않은 경고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 아샤?!”

 “조금만 기다려봐.....”

 

 처음에는 당황하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게 안긴 그 품이 점차 따뜻해지기 시작한다.

 날뛰던 심장은 어느새 정상적인 맥박을 찾기 시작하였고 아샤에게서 나는 라벤더 향은 세상 무엇보다 향기롭고 안정되었다.

 

 “뮤트라, 이 심장박동.....정말 뮤트라 꺼야?”

 “그러.....겠지?”

 “흑.......정말....?”

 “우, 울어?!”

 “대답이나 해!! 흐윽......”

 “내 심장 맞아.”

 “다행이다.....다행이야......정말.....흑.....다행이야.”

 

 다행이긴.

 지금 울고 있는 건 넌데 왜 내 심장을 듣고 당연하다는 듯이 울고 있는 건데......

 기뻐서 우는 것이라도 슬퍼서 우는 것이라도 내가 울린 건 다름이 없는데 정작 날 위하기만 하는 아샤였다.

 

 “뮤트라, 나 어떻게 생각해?”

 “그걸 꼭....말로 해야겠니?”

 “응, 말로 무조건 들어야 돼.”

 “정말 생고집이네.”

 “이런 고집부리는 여자는 싫어?”

 

 나는 내게 안겨 눈을 살며시 뜨고 울면서 동시에 웃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날 좋다고 해주며 날 생각해주고 날 아껴주는 그런 여자.

 

 “아니, 싫지 않아.”

 “응......”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아샤에게 내 입을 맞추었다.

 누군가가 시키지 않아도 내게 명령한 것처럼 움직인 내 몸은 이미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

 입 끝에 달콤하도록 삼켜져 들어오는 그녀의 타액은 나와 그녀의 근심을 전부 녹여버리는 듯이 뜨거웠고 그 온도가 그녀를 향한 내 마음과 같이 느껴졌다.

 

 “하아.....싫지 않다는 말은?”

 “이번만큼은 생고집을 받아줘야겠네.”

 “헤헤.....기쁘다.”

 

 나는 다시 그녀의 입술을 탐하게 되었다.

 마약과 같이 강하게 끌려오는 그녀의 향기는 나를 매료시켰고 내 눈을 저절로 감기게 하였다.

 마치 이 감정을 보는 것만이 아닌 진심으로 이루어진 마음으로 느끼라는......그런 말을 하고 싶었나 보다.

 

 “사랑해, 아샤. 그 누구보다도 사랑해.”

 “응, 나도......”

 

 우리는 다시 세 번째의 입맞춤을 이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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