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윤이 놀라 소리치자 미연이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러니? 시윤아"
시윤은 너무 반가운 마음에 4년 전 자신이 지율을 불렀던 말로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야 꼬마 아가씨!"
“꼬마…아가씨? 시윤아 얘는 너랑 4살차이 밖에 안나…”
“처음 봤을 때, 너무 귀여웠던 인상이였던게 지금도 머리에 남아 이렇게 나왔어요 어머니.”
시윤이 부른 ‘꼬마아가씨’ 라는 말에 지율 역시 적잖이 놀라기도 하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오래간만의 재회이자, 미연의 앞에서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 적당히 넘어가기로 했다.
"오랜만이에요."
"어머 서로 아는 사이였니?"
미연이 둘이 서로 아는 것에 놀라하자, 지율이 미연에게 웃으며 설명해주었다.
"아 창립 파티 때 잠깐 시윤씨랑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랬구나~ 나는 몰랐지~ 그럼 두 사람 그 이후에도 만나긴 했었어?”
미연이의 말에 지율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그 이후로는 저도 학교 생활 하느라 전혀 소식도 몰랐는걸요. 연락처도 없었어요.”
단호하게 아니라는 지율의 말에 시윤이 갑자기 끼어들어 미연에게 말했다.
"어머니 그때 결혼 하고 싶다는 여자 있다고 했었잖아요. 기억나세요?"
미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랬었지? 근데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미연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시윤이 웃으며 지율을 가르키며 이야기했다.
"그 애가 이 애에요"
시윤의 갑작스러운 말에 지율은 마시던 차를 뱉을 뻔했다.
청혼도 갑작스럽게 하고 4년 만에 만났는데 그것도 단 두 번 본 사람을 이렇게
자기 부모님한테 말하는 사람은 처음 본 상황이였다.
"뭐!! 정말? 엄마는 대 환영이지~ 지율이 같은 며느리면 엄마야 당연히 좋지 않겠어?"
미연의 너무나도 긍정적인 반응에 지율은 자신이 어떻게 나와야할지 모르겠다.
‘나… 지금 이거 현실인거지? 꿈? 환청? 현실인거지…?’
지율은 이 남자가 미연의 앞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또 미연은 자신이 며느리로 들어오면 좋다는 한 마디에, 자신을 잊었겠지라고 잠시 생각했던 그 순간이 전부 날아가버렸다.
20살 애한테 갑자기 시집오라는 정신나간 남자라고 생각했었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여겨왔는데 정말 지율은 시윤의 정체를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분 나쁘기 보다 분명 이상한 상황은 틀림이 없는데 상황이 웃기기도 했다.
‘정말 이 남자는 별나라 인간인가봐…’
"꼬마아가씨 그 동안 뭐하고 지냈어?"
"자꾸 꼬마아가씨라고 부르지 마요... 이름 알고 있잖아요."
"여전히 귀여운데? 아니 이제는…흠"
뒷말을 해주지 않아 그 뒷말이 궁금했지만, 시윤은 끝까지 답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잠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자 시윤도 미소를 지었다.
오래간만에 보는 지율이 너무나 반가운 시윤이였다.
결혼 하고 싶었던 여자의 연락처를 받아놓지도 않고 이름만 아는 상황이였는데, 그때 어느 집안인지라도 알았다면 만나기 수월했겠지만 그것조차 물어 볼 새도 없이 이름만 서로 밝히고 헤어진 두 사람 이였다.
시윤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굉장히 중요한 자리가 되었다.
‘그때 어리기만 하고 귀엽기만 했는데 이제 보니 정말 예뻐졌네. 더 예뻐지고 더 아름다운 여자가 되어있었네. 나의 아가씨.’
"나는 둘이 그렇게 만난 지도 몰랐네~ 흠 진짜 우리 지율이가 우리 며느리로 들어오면 좋겠다."
"하하…."
미연의 적극적인 말에 지율은 어색한 웃음만 지어 보였고 시윤은 그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지율아 정말 우리 며느리로 들어 올 생각 없니?"
미연의 물음에 지율은 곤란해 하며 답했다.
"아직은... 시윤씨에 대해 잘 모르고 저희가 만난 건 이번이 두 번째라 잘 모르겠어요."
“그럼 알아가면 들어올 생각이 있다는 거지?”
“네?”
미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그럼 되겠구나~ 차차 알아가면서 잘됐으면 싶구나."
"시윤씨나 저나 서로 이성으로 느끼고 좋아하게 되면 그렇게 될 거에요.."
‘아마도…’
"뭘 고민해 꼬마 아가씨 난 널 여자로 보는데?"
"네? 시윤씨가 나를요?"
시윤의 말에 지율이 소스라치게 놀라자 여전히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시집오라고 할 리가 없지. 꼬마아가씨야.’
"응 난 너랑 결혼 하고 싶다니까? "
"우리 두 번 만났어요. 아니, 그리고 시윤씨 나 꼬마아가씨라고 부르는데 무슨 연애감정이에요 이건 여동생이지."
못 믿겠다는 지율의 말에, 시윤은 아주 잠깐 생각을 했다.
‘호오, 그게 문제라 이거지? 그럼 먼저 연애부터 하면 되겠네.’
생각을 바로 마친 시윤이 지율을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바로 입 밖으로 뱉었다.
"그럼 연애하자."
"네?"
“왜 자꾸 놀라? 나 놀라게 하는 재주 없는데, 여자로 본다니까 믿지 못하겠다면 믿게 하려면 연애를 해 보는게 낫지 않겠어?”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해보자고 연애. 나와 너 연애하면서 알아가자고 서로에 대해"
시윤의 단호한 말에 미연도 지지해주었다.
"그것도 괜찮겠다 지율아 한번 해봐~"
미연마저도 너무 적극적이게 나오자 지율은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하하하하"
결국 웃기만 하고 제대로 된 답을 주지 않자 시윤이 다시 강하게 말했다.
"해보자니까 연애."
너무나 강렬하게 시선을 주며 말하는 시윤 앞에 결국 지율도 대답하고 말았다.
"네에........"
"아 그럼 방해자인 내가 좀 빠져줘야겠구나 시윤아 넌 얼른 지율이 데려다 주고 오렴 그러면서 데이트도 하고 어서 나가보렴 엄마는 좀 쉬어야겠다"
"아니 잠깐…이모님! 시윤씨는 많이…바쁘지…않..을까요?"
지율의 말에 잠시 미연은 시간을 보고나서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을 보아하니, 비교적 괜찮을 시간일 것 같구나. 걱정 하지 마렴~ 지율아 또 오랜만에 봐서 너무 반갑고 좋은 시간이였어 또 오렴~ 다음에는 어머니 소리로 듣고싶구나~"
"아 저 그게!"
지율이 다급하게 말하려고 하자 오히려 미연이 시윤에게 지율의 손을 건네주며 데리고 나가라고 손 짓을 했다.
"시윤아 어서 가렴 엄마 피곤하다.”
그런 자신의 어머니의 도움을 받자 시윤은 씨익 웃으며 정답게 인사를 했다.
"네 푹 쉬세요~ 이따 집에서 뵐게요~"
"그래 아들~"
"이모님!!"
"나가자 꼬마아가씨 우리 어머니 좀 쉬어야 해."
"아니 시윤씨!!"
-타악
호텔 방문이 닫히고 둘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나가는 내내 시선이 집중되고 대화는 한마디도 없었다.
숨막히는 침묵 속에서 지율은 미연과 시윤이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대화 없이 내려오는 동안 시윤 역시 흥미로운 상황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너무 자신을 밀어내려고 하는 것 같아 일부러 막무가내로 나왔는데, 마침 자신의 어머니가 눈치를 채고 도와줬을 줄이야.
아무래도 상황은 시윤의 편인 듯 이렇게 그녀를 데리고 잠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는 좋았다.
호텔 밖으로 나오자 침묵을 먼저 깬 쪽은 시윤이였다.
"꼬마아가씨."
"왜요 아저씨."
"아깐 시윤씨라고 하더니"
“자꾸 꼬마아가씨라고 하는데 나도 굳이 시윤씨라고 불러야해요?"
"그렇긴 하네… 그럼 지율아 나한테 진짜 시집 오지 않을래?"
"아저씨 그걸 농담으로 하는 소리에요?"
"난 진담인데?"
"두 번 본 여자한테 청혼을 그렇게 무드 없이 쉽게 해요? 나는 결혼에 대한 환상도 없는 여자
인줄 아는 건가요?
"이런 가볍게 보고 꺼낸 말은 아닌데,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해 하지만 청혼에 대한 말은 정말 진심 이였어."
시윤의 ‘진심’이라는 말에 지율은 재차 물었다.
"두 번 본 여자한테요?"
"두 번이 그렇게 큰 문제 인가?"
"우선 우린 서로에 대해 모르잖아요 그리고 두 번 봤는데 무슨 생각으로 결혼이 하고 싶은 거에요?"
지율이 결국 화난 표정을 한 채로 화를 내기 시작하며 묻자, 시윤이 아까와 똑 같은 진지한 표정으로 반문을 했다.
"무슨 생각?"
"네"
자신의 생각을 묻는 지율에게 시윤은 지금 여기서 확실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여기서 자신이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다면 지율이 자신에게 정말 확신이 서지 않으리라 싶었다.
‘믿지 못하면 믿게 하는 수 밖에, 두 번 본걸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문제라고 생각 들지 않게 내가 다가가는 수밖에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