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울먹이는 눈을 하자, 시윤은 진심으로 그녀가 귀여웠다.
심장에 해롭다고 느낄정도로 그녀가 귀여워 보였으나, 요즘 시대에 아직까지도 첫 키스를 지켜왔다는 것에 놀란게 더 컸다.
‘요즘은 고등학생들도 키스는 하는데….’
"남자가 부처님이였나봐?"
"네?"
"난 널 보면 키스하고 싶은데 말이지."
그의 능글맞음에 지율의 울먹이던 눈이 새침해졌다.
".....느끼해"
"난 정상이야 왜 이래? 좋아하는 여자가 바로 앞에 있는데 왜 하기 싫겠어 안 그래?"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랑 해야 하잖아요. 이런 건..."
"난 널 좋아하지"
"아니... 그런 가벼운 개념이 아니고..."
"깊은 개념으론 널 사랑하는데"
한 마디도 멈추지 않고 하는 시윤에게 지율은 한 숨쉬며 말했다.
"하아....서로 그런 건 아니잖아요. 나도 시윤씨 싫어하지도 않고 이성으로 괜찮다고 느끼지만, 아직 나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은 아니란 말이에요."
자신이 스스로 사랑하는 감정이 아니라고 말하자 지율은 가슴이 저릿하게 아파왔다.
사랑한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없는 속상함 때문인건지 아니면 시윤은 자신과 다르게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는 그 당당함 앞에 기가 죽은 마음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파왔다.
그 순간적인 표정변화에 시윤은 지율에게 날카롭게 물어봤다.
"너 지금 가슴이 찢어질 만큼 아파?"
"네?"
“네가 말해 놓고 막상 마음이 아프냐고 묻는 거야. 표정이 안 좋아서.”
자신의 표정 하나하나에 세심하게 반응하는 시윤을 보자 어떤 의미로는 정말 대단했다.
찢어질 만큼 아팠다기보다, 괜히 자신도 모르는 아픔이 찾아온 것이 정답이지만, 그래도 순간적이 표정 변화에 빠르게 보고 물어본 그였다.
그리고 알아봐준 그로 인해 조금 기뻤다.
"지율아 지금 네가 한 말이 가슴이 아프지?"
시윤의 물음에 지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게 사실이잖아요"
"그럼 점점 네가 날 좋아하면 되잖아, 더 지나서는 사랑해주면 되고."
"그게 하루아침에 되요?"
"싫어하진 않는다며"
"네 싫어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좋아하는 것에 가까워요. 그런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런 감정이라고 말할 상태는 아니네요. 그래서 조금 복잡하네요.”
복잡하다는 그녀에게 그는 손을 살며시 잡으며 눈을 맞추고 물었다.
"그럼 그걸 듣는 나는?"
“……….”
“어떨 것 같은데.”
"아프신건가요?"
지율의 물음에 여전히 눈을 맞춘 채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까보다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더욱 더 침착하게.
"그럼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보고 우린 서로 사랑하지 않잖아요. 적어도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라고 울먹이며 이야기하는데, 마음이 좋은 남자가 있을까?”
“……”
“나 의외로 감정에 예민해, 특히 너한테는 더.”
"하지만 그럼 두 번 본 남자가 갑자기 결혼하자고 하고, 오늘 사귀기로 한 사람이 무작정 좋아해, 사랑해 이렇게 하면 뭐라고 해요? 나도 똑같이 사랑해요 좋아해요 결혼해요. 다 말할 수 없잖아요.”
“……..”
“겨우 두 번 이였어요. 우리가 본건 겨우 두 번… 그렇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거라면 길가는 아무 여자나 붙잡고 하면 되잖아요.”
다시 울먹이기 시작한 지율에게 손을 조금 더 꽉 잡아주며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그래 지율이 말도 이해가 가, 갑자기 그런 소리하면 좀 심한 표현으로 미친놈으로 보일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너한테 다가서려고 지금도 이렇게 너와 대화로 풀어보고 싶어하는데, 너는 나를 제대로 바라보려고 마음은 먹긴 한 거야? 겨우 두 번 본 사람이 이렇게 너한테 미쳐서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믿음이 안가는 것은 그렇다 치고 나를 보려고 생각은 해봤어?”
그의 무거운 말에, 지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그녀는 지금 자신의 화난 감정에만 충실했을 뿐, 사귀자는 소리 이후로 그에 대한 마음도 모르고 있었으며 보려는 시도조차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아니요...."
"난 널 입으로는 꼬마아가씨라고 부르면서 장난은 쳤어도 보는 것은 한지율이라는 여자로 보고있어"
시윤의 눈에 흔들림이 없자, 지율은 이 흔들림 없는 눈이 부럽기도 하고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런 그녀가 그를 바라보자 시윤은 더 단호하게 말했다.
"날 파악만 하지말고 진심으로 봐봐"
"시윤씨......"
"왜"
"미안해요..."
지율이 사과를 하자 시윤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시윤씨 말대로 아저씨를 좀 더 제대로 볼 걸 그랬어요..."
"지금부터 보면 되잖아 그게 그렇게 힘들어?"
"아니요. 그저 제가 저한테 자신이 없었나봐요. 노력할게요. 당신이 나를 ‘나’로 봐주며 사랑한다고
하듯이, 나도 ‘시윤’씨 자체만을 보고 알아 갈게요."
지율이 긍정적인 생각으로 말하자 시윤은 그제서야 진지했던 표정을 풀고 웃으며 말했다.
"한가지 더 나 질투심 많아"
"네? 질투심? 갑자기 그건...왜요?"
"아무나 잡아서 결혼하라고 하면 된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럼 그건 너도 그러면 된다는 거잖아. 나한테 그 말하는 것도 싫지만 너는 더 싫어."
"그거야!! 시윤씨가 막무가내로!"
"어찌됐건 그런 소리 하지마."
웃으며 말하는 시윤에게 결국 지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았어요..."
"난 내 여자가 다른 남자 보면 못 참아, 그 남자 어떻게 할 지를 모르겠어서."
웃으며 말하는 공포에 지율은 겁을 먹은 채 물어봤다.
"농담이죠?...."
그런 지율의 물음에 시윤이 그럴리가 있나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진담이야. 어느 남자가 자기 애인 꼬시는데 가만 둬?"
"무서워요.. 시윤씨"
"응 나 좀 독점욕도 상당히 심해 그리고 꼬마아가씨 너 24살이야, 이 정도에 무섭다라고 할 만한 나이가 지난 것 같은데"
"네 저 24살인데 시윤씨가 꼬마아가씨라고 부르잖아요."
"흠 그럼 여자로 대하니까, 앞으로는 부르지 않도록 해야겠네, 내 여자라고 해줄까?"
“…아니요. 됐어요. 그냥 지율이라고 불러주는게 더 좋아요.”
“그럼 이름 부른다고 닳고 없어지는게 아니니까 실컷 불러도 되겠다.”
그녀의 이름을 마음껏 부른 다는 것이 그렇게 좋았을까?
지율을 바라보는 시윤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사랑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정말 자신의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였다.
그런 얼굴을 보니, 지율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어떻게 자신을 이렇게 사랑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지, 저런 눈으로 자신을 보는지, 그 눈 덕에 자신도 설레기는 하지만 그래도 신기했다.
지율은 시윤을 바라보며 느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믿어주는 남자는 이 남자 하나뿐일 거라고, 자신을 버리지 않고
자신을 ‘악몽’에서 데리고 나와줄 남자라고 느꼈다.
그렇게 느끼며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어?”
그의 눈을 제대로 응시하며 똑바로 바라보자, 눈에 푸른 빛이 약간 띄었다.
아까까지는 몰랐는데, 정작 가까이서 보니 보이는 푸른 눈.
그녀가 바라보자 그가 물었다.
"뭘 그리 빤히 봐?"
"시윤씨... 더 가까이 와봐요"
"왜 키스해주게?"
그가 웃으면서 말하자 지율은 절대 아니라고 말하며 다가와보라고 했다.
"아니요 꿈 깨고 가까이 와봐요"
꿈 깨라는 소리에 조금 아쉬운 그였지만, 그녀가 다가오라고 하니 그것마저 좋았다.
‘그래 이렇게 천천히 다가가면 마음을 더 열고 오겠지…’
"자~~~~"
"아이 참! 장난 치지 말고"
"근데 왜 가까이 오라는 거야? 얼굴까지 잡고 왜 이렇게 뚫어져라 봐? 나 막 설레."
"시윤씨 개그 하지 마요…재미없어…"
"흠....난 진담 이였는데..."
시윤의 말에 지율은 손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싫지는 않았는지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시윤씨..."
"응?"
"눈이 원래 남색이에요?"
"아아 응"
"혼혈?"
"음... 그렇다고 하기는 좀 그런데 아니라고 할 수도 없겠지?"
"무슨 의미에요?"
"어머니 아버지 두 분다 한국인이신데, 아버지만 프랑스계 한국인"
그의 말에, 지율은 그의 푸른 빛을 띄는 남색의 눈을 보며 그에 대해 아까보다 많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