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로 자꾸 눈이 가버리자 지율은 화장을 했음에도 얼굴이 빨개졌다.
‘내가 왜 이러지? 시선이 가지 말아야 하는데, 자꾸만 가…’
지율은 자신이 계속 시선을 못 떼자 고개를 세차게 흔든 후 책상에 있는 담요를 집었다.
“아니야! 자꾸 뭘 보는 거야... 피곤해 보이니까, 담요라도 덮어줘야지. 그래 나도 좀 열도 식히자.”
담요를 들어 그에게 덮어주고 나가려고 하자 자고 있던 시윤이 눈을 떠 돌아선 그녀의 손목을 잡아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휙!
“아…!”
시윤이 지율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기자, 시윤의 품에 안긴 자세가 되어버렸다.
“어디가?”
“…일어났어요?”
“뭐를 봤길래 그렇게 도망가?”
물어보는 시윤의 말에 지율은 차마 ‘입술’을 보고 있었다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율아?”
물어보는 시윤의 말에 또 다시 그의 입술로 눈이 갔지만, 지율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아무것도 안봤어요…”
“그런데 왜 눈을 감아?”
“어…그게…”
지율이 계속 눈을 감고 있자, 시윤은 지율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내가 맞춰볼까?”
“….”
“너… 내 입술 보고 있었던 거 아니야?”
시윤의 말에 지율은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다.
‘귀신도 아니고 뭐야… 눈 감고 있었는데.’
“…아닌데요…”
“흠~ 굉장히 강렬한 시선을 받는 느낌이였는데.”
“아니라니까요!!”
흥분하며 아니라고 하는 지율에게 시윤은 볼에 입맞춤을 하였다.
“아…”
“이런 상상은?”
“몰라요! 빨리 나와요… 준비 다했어..”
지율을 따라 거실로 나와 시윤도 코트를 챙겨 입었다.
코트를 챙겨입는 시윤에게 지율이 물었다.
“시윤씨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되요?”
“뭔데?”
“나 오늘 괜찮아요?”
지율이 머뭇거리는 행동을 보이며 그에게 물어보자 시윤은 다시 한번 그녀의 볼에 입맞춤 하고 싶었으나 참고 말했다.
“어떤지 궁금해?”
시윤의 물음에 지율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남자에게 예쁘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듯이 지금 지율의 마음이 그러했다.
자신은 마음에 드는데, 자기 애인은 어때 보일까 하는 그런 궁금함과 기대감.
어떤 소리를 들을지 지율은 가슴이 두근 거렸다.
“정말 예뻐”
“그것만?”
“아니, 이렇게 우아한 여성은 처음 봤어. 길에서 봤으면 당장에라도 꼬셨을거야, 걱정된다 길거리에 나가면 남자들이 다 너만 쳐다볼까봐.”
시윤의 말에 조금 부끄러웠지만 기분은 좋았다.
“정말요?”
“정말~ 지율아 넌 밖에서 예쁘단 소리 안 들어봤어? 이렇게 예쁜데 고백도 몇 번 받아봤을 것 같 같은데. 키도 크고 비율도 좋고 옷까지 이렇게 다 입으니 너무 예쁜거아니야? 나 불안해.”
“고백 몇 번 받아보긴 했죠?”
“거봐 그럼 예쁜거 확실 하잖아. 데이트 하지 말아야 하나, 밖에서 너만 쳐다보면 어떡하지?”
시윤의 칭찬과 약간의 질투에 지율은 기분이 더 좋아졌다.
기분이 너무 좋아져 자신도 모르게 시윤에게 달려가 안겼다.
“어?!”
“고마워요~ 시윤씨.”
“뭐가?”
“예쁘다고 해줘서.”
“내 여자라서가 아니라 정말 객관적으로 예뻐 그래서 다른 남자가 쳐다볼까봐 싫어.”
“너무 기분 좋은걸?”
“그래서 이렇게 안아주는거야?”
지율은 시윤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모르게 행동이 먼저 나가버리게 되네요. 너무 기분 좋아서 그런가?”
“나는 있는 그대로 말했는데, 이렇게 안아주니까 좋은걸?”
“아… 정말 생각보다 시윤씨 너무 안정감 있어서 좋아요. 존중해줘서 고맙고 이런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인건가? 좋네요 이런거.”
시윤이 지율을 보다 더 세게 끌어안고 말했다.
“사랑 받고만 살아, 내가 늘 느끼게 해줄게. 아프지 않게 그런 일도 없었다고 기억에서 사라질 만큼 좀 더 나를 필요로해, 그리고 더 빠져들어도 돼.”
“이상하게 이 부드러움이 마음에 들어와요. 편안해.”
“그런게 채워진다는 느낌이야.”
채워진다는 느낌이라는 말에 지율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말만 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자신에 대한 배려를 보이니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아주 짧은 순간일 뿐인데 열리고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에도 이렇게 느끼는 것을 인연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라고 두 사람은 동시에 생각하면서도 그 인연에 대해 긍정했다.
자꾸만 시선이 가는 사람인 것도 신경 쓰이는 것도 가장 빛나 보이는 것도 두 사람은 파티장에서 이미 확인 했었던 경험이였다.
다만 이제는 시선,신경을 모두 떠나 스며드는 것 조차도 빨랐다.
빠른 것이 어색한게 아닌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지금의 순간으로 두 사람은 인연이였다.
‘정말 그때 그 사람과는 다른 느낌이다. 늘 불안했던 느낌도 없고, 내가 눈치를 봐야 하는 것도 아니고 질려질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어.’
“시윤씨”
“응?”
“나는 당신에게 어떤 느낌이에요?”
“음…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그런 느낌? 없으면 죽지는 않아도 더 힘들지 않을까?”
“정말?”
“4년 내내 그렇게 머리에서 떠나지 않던 사람이 드디어 내게 왔는데 그럼 사라지면 내가 온전하겠어?”
시윤의 말을 듣고 보니 그랬다.
시윤은 자신을 4년 동안 내내 잊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시윤만큼은 아니였지만 한번씩 스쳐가듯 생각이 났던 남자.
가끔 소식도 궁금한 적이 있었던 그런 남자였는데, 그 남자가 자신을 잊지 않고 마음에 품어왔다.
그 시간 내내 자신을 머리에 간직한 채 지내왔다.
만약 이시윤이 없어진다면 한지율도 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신이 왜 두 번 본 여자한테 결혼하자고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지금 알 것 같아요.”
“어떻게?”
“다른 남자를 봐도 심장이 멀쩡하니 평온한데 시윤씨만 보면 이상해. 나만 뚫어져라 보면 심장이 떨어질 것 같이 뛰고 싫어하게 된다면 그것도 많이 아플 것 같아요. 전보다 더 많이.”
“…..”
“신기 하긴 해요. 이런게 가능한 걸까? 나도 이렇게 직접 겪기 전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겪어가면서 자꾸 생각이 바뀌네.”
“어떻게 바뀌는데?”
“아마도 사랑하는 걸지도 몰라.”
“응?”
“뭔가 가벼워 보이는 것 같아서 말을 하기가 그런데… 이렇게 쉽게 사랑하는 감정이라고 여겨도 될지 모르겠어요.”
조금 고민하며 말하는 지율에게 시윤은 웃으며 그녀의 말에 답했다.
“자기 마음에 의심하지마. 사랑한다고 생각하면 마음껏 사랑해. 그것도 상대가 나라면 더욱 더.”
“어째서요?”
“나는 더 한 사랑을 너한테 줄 테니까. 절대로 혼자 사랑하고 있단 생각 들지 않게.”
또 다시 그녀를 안심 시키는 그의 말에 지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시윤씨는 내 심장에 해로운 남자 같아요. 너무 치명적이야.”
“그건 너도 그래, 왜 이렇게 사랑스러워서 심장을 해롭게 만들어.”
“흠…”
“그래도 좋은 해로움 아니야? 서로가 빠져있다는 증거니까.”
지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 앞으로 더 잘 할게요.”
지율의 말에 시윤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나는 더 잘할게.”
“시윤씨…”
“응?”
“조금 빠른 감이 있지만…”
“있지만…?”
“사랑해요.”
그의 여자가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오래 걸릴 말을 그에게 했다.
시윤은 지율의 사랑한다는 한마디에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조금 전보다 더 진하게 그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나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