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곤히 자고 일어나서 간 학교는 정말 좋았다.
요즘 꾸지 않는 악몽 때문인지 아니면 연애를 해서 세상이 달라 보여서 좋은 것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자신의 곁에 누군가 든든하게 있다는 생각하니 안정감은 있다고 생각했다.
강의실로 들어오자, 그녀의 친구 지아가 반갑게 불렀다.
“한지율!”
“지아야~”
“너 오늘 강의 끝나고 말해주기로 한 거 잊지마!”
지아의 경고에 지율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의가 시작되고 평소보다 더 강의 내용이 잘 들어왔다.
‘오늘 따라 컨디션이 확실히 좋은 것 같아.’
수업이 지루하지 않고 귀에 들어오니 간만에 필기다운 필기를 했다.
매일 똑 같은 강의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따라 새로운 느낌이였다.
강의가 끝난 후 지아는 짐을 챙겨 바로 지율을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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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아 커피? 녹차?”
자신에게 묻는 지아를 향해 지율은 말했다.
“주스 있어?”
지율의 말에 냉장고를 봐보니 마침 오렌지주스가 있었다.
“오렌지 주스 있는데?”
“난 그럼 그거”
“알았어~”
지아가 차와 함께 과일을 내오면서 묻기 시작했다.
“너 어제는 어떻게 된 거야? 남자? 어떻게 갑자기? 남자한테 관심도 없던 네가? 뭐하다가?
심부름 갔다가 집에서 공강이라 쉬는 애가 남자가 생겼어?”
지아의 수 많은 질문에 지율이 웃으며 말했다.
“하…나씩 지아야 하나씩…”
“아 좋아,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야?”
지아의 물음에 지율은 이틀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모두 설명했다.
심부름을 갔던 날 4년 전의 그 남자와 재회를 했으며, 그 남자도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고 어쩌다 보니 사귀게 되고 어제는 데이트를 했다는 것까지 전부 이야기를 했다.
제법 긴 이야기에 시간을 흘러갔으나, 말하는 지율이나 듣는 지아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했다.
지율의 말이 끝나자 지아는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 신기하다 어떻게 또 그렇게 만나?”
“그러게, 부모님들끼리 친구시니까 언젠가는 보겠지 싶었는데 이렇게 재회할 거라고 생각은 못했어.”
“그 사람 굉장히 잘 생겼다고 하지 않았어?”
지아의 말에 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모델 같이 생겼어, 굉장히 다정하기도 하고.”
“정말 좋겠다, 게다가 그렇게 다정하기 까지 하다니 좋네!”
“그래? 난 잘 모르겠어…”
지율이 고민스러워하자 지아는 자신에게 털어보라고 했다.
그런 지아의 말에 지율은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싫지 않고 좋은데 좋으면서도 불안한 감정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지율의 고민을 들은 지아는 지율이 생각했던 것과 똑같이 말했다.
“너는 그러니까 갑작스럽게 재회 했던게 굉장히 당황스럽고 분위기에 밀려 연애까지 해서 처음에는 좀 그랬는데 막상 적극적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니 마음이 열리고는 있는데 이게 맞나 싶은가 이거지?”
지아의 말에 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보니 불안하고?”
“어…”
“한지율.”
“응?”
“흔한 상황은 아니지만 아예 세상에 또 없는 상황은 아니야. 너희 두 사람이 인연이니까 만났겠지 안 그래? 이런 일은 특별한 거야. 특별한 이 상황을 놓치는 것 보단 그래 믿어보는 건 어때?”
“겁이나…”
“왜?”
“헤어지면 힘들 것 같아서…”
“그 남자는 그럴 마음이 없다며, 그런데 너는 그런 마음부터 생각해?”
“지금은 그렇지, 하지만 사람은 모르는 거잖아.”
“옛날 일 때문이야?”
지율은 고개만 끄덕거렸다.
“어떻게 헤어졌길래 그러는 거야? 그때도 제대로 말도 안 해주고… 울기만 하니까 내가 묻지도 못했어…”
“…..”
“좋아, 그건 다음에 듣고 이것부터 마무리하자.”
“……..”
“흔하지 않은 상황이야. 너를 좋아해주는 사람 너를 잊지 않고 다가온 사람 이런 사람은 흔하지 않아, 겁이 난다고 해서 네 마음은 향하는데 자꾸 숨기고 머뭇거리면 후회는 네가 하지 않겠어?”
“…..”
“너 그 사람 좋아해?”
지아의 물음에 지율이 대답했다.
“사랑하는 것 같아.”
“너 답지 않은 빠른 인정이네.”
“이런 비정상적인 속도 때문에 더 불안 했나 봐.”
“불안 할 수 있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인연은 놓치지 않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지아의 말을 듣고 지율은 지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잘 할 수 있겠지? 괜찮겠지?”
“할 수 있어, 자꾸 해도 괜찮을까 하지 말고 해봐.”
용기를 주는 지아의 말에 지율이 웃었다.
“아 그리고, 다음 주에는 정말 모임에 빠지면 안돼.”
“알고 있어.”
“그런데 너한테 조금 문제가 있어.”
“나?”
“응.”
“뭔데?”
“연우 오빠도 나와.”
지아의 말에 지율은 멍하니 시선을 고정한 채로 지아를 바라봤다.
“…..”
“…그런 표정일 줄 알았어.”
“왜?”
“복학 한다고 하나 봐, 그래서 나온다고 하네.”
“…정말 그 때 대학을 바꿨어야 했어. 왜 내가 여기 온 거지…”
“말 안 해줄 꺼야?”
“다음에…”
“모르니까 연우 오빠한테도 너한테도 서로 마주치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이유 없이 네가 피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애매해, 우리 셋이 곧 잘 어울렸잖아.”
“네 말이 맞아.”
“그런데 말 안 할거야?”
“다음에, 진짜 다음에 해줄게.”
지율이 말하기를 거부하자 지아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다음에 말해주겠다는 자신의 친구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해서였다.
자신이 조금 답답하기는 했지만, 괴로운 지율을 보는 것 보다 자신이 조금 기다려서 지율이 편하게 말 할 수 있다면 그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 지아였다.
“아, 나 좋은 생각있어.”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는 지아의 말에 지율이 궁금해 했다.
“뭔데?”
“모임 날, 애인 데리고 와.”
“뭐?”
“뭐 어때? 다들 자기 애인들 데리고 오잖아. 게다가 우리 학과 여신님의 애인이라니 그날 모임 볼만하겠어.”
“그래도….”
“그래도 혼자 와서 마주치는 것 보다 낫지 않을까?”
“….흠”
“내가 선배한테 물어봐 줄게.”
“정말?”
“응, 정말.”
지율은 지아가 자신을 위해 나서자 고마운 마음에 지아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안았다.
“너 없었으면 나도 힘들었을 거야…”
“바보 같은 소리를 해… 너도 나 힘들면 이렇게 해주잖아.”
“그래도 고마워.”
지아는 지율의 고맙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전화를 해서 선배에게 물어보았다.
반응은 긍정적 이였고 곧 지아는 손으로 OK표시를 하며 가능함을 알려주었다.
“다행이다…”
전화를 끊고 지아가 지율에게 윙크하며 말했다.
“우리 과 여신님의 애인이 등장한다니까, 선배가 오히려 꼭 데려오라고 하더라? 그럼 우리 이번 모임에는 지율이 빨리 가지 않아도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