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은 지아와 모임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 뒤 그녀와 함께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불 꺼진 집에 들어오니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쳤다는 느낌이 들었다.
핸드폰을 보니, 시윤의 메시지가 와있었다.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저녁은 맛있게 먹었는지 한결같이 자신의 안부와 걱정이 담긴 메시지였다.
‘이런게 사랑스러운 걸까?...’
메시지를 보며 그의 부드러움에 다시 한번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간질거리는 설렘을 느끼며 그녀는 그의 메시지에 답했다.
*********
업무를 보고 있는 시윤은 계속 핸드폰 쪽으로 신경이 갔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보고 싶은 지율에게 그는 친구는 잘 만났는지 저녁은 맛있게 먹었는지 궁금해 메시지를 보냈지만, 친구를 만나고 있는 지율에게 답이 오지 않았다.
내심 답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친구와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애써 눈 돌린 채 서류를 보고 있지만 그래도 시선이 갔다.
‘정말 병일지도 몰라…’
시윤은 혼자 한숨을 짧게 쉰 채로 다시 서류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눈과 손은 서류를 보고 처리하기도 바쁜데 머리에는 지율의 연락을 확인 하고 싶은 생각이 너무나 많이 들었다.
‘연애를 시작하니 나도 달라지긴 했나봐.’
“휴…”
그가 핸드폰에 신경 쓰지 않고 집중하기 위해,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추가로 처리 할 것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보려 할 때 그의 핸드폰이 진동이 울렸다.
“뭐지?”
진동이 울려 보니, 지율의 메시지가 왔다.
그는 곧바로 핸드폰을 보며 그녀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가 보낸 메시지에 대한 답으로 친구도 잘 만나고 저녁도 맛있게 먹고 귀가도 잘하고 지금은 침대에서 놀고 있다며 자신의 사진까지 한 장 찍어 같이 보냈다.
그런 사진을 보니, 시윤은 더 보고 싶어졌다.
“괜히 봤어… 더 보고 싶게.”
시윤은 핸드폰을 다시 옆에 두고 서류들을 한번씩 보더니 비서실로 호출했다.
-똑똑똑
“네”
“이사님 부르셨습니까?”
“한 비서님 오늘까지 처리해야 할 서류가 얼마나 있습니까?”
시윤의 물음에 한 비서가 답했다.
“오늘까지 하셔야 할 건 없습니다. 나머지는 다 다음 주 까지만 처리해주시면 됩니다.”
한 비서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시윤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퇴근해도 괜찮겠군요. 저 때문에 같이 야근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서 한 비서님도 퇴근 하세요.”
“네, 이사님 그럼 조심히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네.”
처리 할 서류가 다음주 까지라고 하자 시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챙길 물건들을 전부 챙기고 나와 서둘러 차를 몰았다.
‘잠깐이라도 보러 가야겠다.’
사진을 본 순간부터 생각해왔던 시윤은 지율의 집으로 향했다.
차를 몰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가다 보니 어느 새 지율의 집 앞까지 도착했다.
‘오긴 왔는데, 또 맘대로 왔다고 싫어하면 어떡하지?’
전날 자신이 보고 싶어서 막무가내로 갔을 때, 좋아하지 않았던 표정 때문에 망설여졌다.
‘연락이라도 해볼까?’
*******
지율은 시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서 핸드폰을 보며 그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랫동안 본 사이도 아닌데 연락이 오지 않고 막상 혼자 있으니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연락이 안 오니까 보고 싶네…’
다시 핸드폰을 켜서 보니 답은 오지 않았다.
자신을 사진을 보내기까지 했는데, 읽기만 하고 여전히 답 없는 상황이 되니 많이 바쁜가 싶었다.
하지만 시간을 보니 어느 새 9시가 넘어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전화 해볼까?... 바쁜 사람인데 일하고 있으면 어쩌지?’
지율은 침대에 엎드려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침대에 뒹굴며 고민하고 있을 때 진동이 울렸다.
“앗! 답장 왔나보다.”
핸드폰을 켜고 보니, 역시 그녀의 예상대로 시윤의 답장이 왔다.
다만 잘 있다는 답이 아닌 집 근처인데 혹시 보러 가도 괜찮냐는 말 이였다.
근처라고 하자 지율은 아무 생각 없이 행동이 먼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한 두 번가고 그가 전화를 받았다.
[“시윤씨?”]
[“응?”]
[“정말 근처에요?”]
[“보고 싶어서 와버렸네…?”]
자신이 보고 싶어서 왔다는 말에 지율은 기분 좋은 설렘을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져 그에게 말했다.
[“그럼 추우니까 어서 올라와, 내가 차 대접할게요.’]
[“정말? 올라가도 돼?”]
[“응, 빨리 와요~”]
그와 짧은 전화 통화를 끝낸 후에, 지율은 일어나서 뜨거운 물부터 끓였다.
‘막상 이것도 나쁘지 않네?...’
물을 끓이면서 시윤을 기다리며 왜 먼저 전화 하지 않고 메시지로 근처라고만 했을까 하고 지율은 곰곰히 생각해봤다.
“…설마…”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제 오전에 막무가내로 왔던 것을 자기가 좋아하지 않았던 표정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까봐 이런 행동을 한 건가 싶었다.
정말 사소한 것 까지 하나하나 다 신경을 써주는 그의 모습이 지율은 또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정말 하나하나 전부 신경 쓰는구나.”
그를 기다리는 시간이 설렘과 행복으로 차고 있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벨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시윤씨?”
“응, 나야.”
-달칵!
문을 열자 조금 전까지 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던 남자가 서있었다.
열린 문을 보자 자신이 보고 싶어 하던 여자가 반겨주었다.
둘은 서로 보자 마자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포옹을 하였다.
“어서 와요~”
“보고 싶어서 왔어, 쉬는데 방해해서 어쩌지?”
쉬는 것을 방해해서 미안한 표정을 짓는 시윤에게 지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나도 시윤씨 보고 싶었으니까.”
“정말?”
“응, 보고 싶어서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와 있을 줄은 몰랐어. 전화 해볼까 생각도 하고 있었다니까요?”
지율의 반김에 시윤은 기뻐했다.
“추웠죠? 들어와요. 금방 차 가져다 줄게.”
지율은 시윤을 들여 담요를 갖다 주고 차를 마저 준비하러 주방으로 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시윤이 약간의 불만을 이야기했다.
“나 있잖아 조금 불만이 생겼어.”
그의 말에 지율이 차를 타며 말했다.
“불만? 뭐길래? 나한테? 시윤씨 매실 차 좋아해요?”
“매실 차 좋아해, 매실 차가 있어?”
“응, 엄마가 주셔서 있어요. 나랑 취향이 비슷하네?”
“취향 비슷한 건 좋은데 불만이 생겼어.”
“그게 뭐냐니까?”
묻는 지율의 말에 심각한 목소리로 시윤이 말했다.
“너 바지 너무 짧아.”
“어?”
생각 해본 적도 없는 이유에 지율이 당황했다.
‘잘못 들었나?’
“뭐라고 시윤씨?”
지율이 돌아보며 묻자 시윤이 다시 한번 말했다.
“바지가 너무 짧아서 불만이라고.”
차를 가져온 지율이 물어봤다.
“짧긴 한데, 그게 왜 시윤씨가 불만이야?”
“택배 오거나 하면 다른 남자가 보잖아 그게 싫어.”
시윤의 불만에 다소 지율은 황당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무관심한 남자보다 이렇게 다정한 남자 덕에 정말로 존중 받고 아껴주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아서.
이런 시윤 때문에 지율이 빠져드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별나…”
“그럼 너는 다른 여자가 나 쳐다 보는건 괜찮아?”
“흠…”
“그것도 해변에서.”
시윤의 말에 지율은 상상해보았다.
상상해보니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닐 것 같다.
“시윤씨처럼 싫을 것 같아.”
“나도 그래. 그러니까 너무 긴 바지 입으라고 하지는 않을게, 하지만 지금 보다는 긴 바지였으면 좋겠어, 혼자 사니까 불안해서 그래.”
시윤의 귀여운 작은 불만에 지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의 걱정에 기분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