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해주니까 괜히 기뻐.”
지율이 좋아하며 그의 곁에 앉아서 말하자 시윤이 웃었다.
“당연히 연인 사이니까 기쁜 거야. 너도 나를 좋아하니까 그래서 기쁜 거야. 싫어한다면 절대 기쁠리가 없잖아?”
“시윤씨 말이 맞는 것 같아.”
“나도 오길 잘 한 것 같아.”
“왜?”
“이렇게 와서 얼굴도 보고 차도 대접 받고 과일도 먹고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네 얼굴도 봐서 안 왔으면 물어보지 않았다면 그게 더 후회했을 것 같아.”
“시윤씨 답지 않게 왜 자신이 없어?”
“네가 싫어하면 그게 더 내 마음이 아프잖아. 이렇게 예쁜 얼굴 찡그리게 만들면 큰일나. 뻥 차일지도 몰라.”
시윤의 표현에 지율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연인 사이니까 올라오라고 한 거야. 다른 남자는 절대 열어주지 않지 안 그래?”
“정말 말은 잘해, 나 따라 하는 거야?”
“별로야?”
지율의 물음에 시윤이 고개를 저었다.
“얼마든지 따라 해도 괜찮아, 너만. 그런 김에… 빠져드는 마음의 속도도 따라 해주면 좋고.”
“헤헷-“
“느려도 괜찮아, 급하게 하지 않을게. 자신있어.”
“…..”
“나한테 빠져들게 할 자신.”
시윤의 넘치는 자신감에 지율을 웃기만 하며 과일을 집어 먹었다.
“못할 것 같아?”
“음~ 글쎄? 지금처럼만 지낸다면 나도 빠져들지 않을까?”
“다른 방법도 있는데.”
시윤이 다른 방법도 있다고 하자 지율이 호기심이 났다.
“무슨 방법?”
“내가 이미 너한테 넘어간 방법이기도 한데…”
“….응?”
“외모로 꼬시는 방법도 있지.”
“하… 세상에 아무리 잘 생겼어도 마음이 안 따라주면 안될텐데? 외모로 모든게 해결이 가능하지는 않아.”
“아니, 그런게 되려면 좀 더 조각 같아야지.”
“외모라면서?”
“이게 말이야 두근거리려면 거리가 중요하더라고.”
알 수 없는 말만 하며 웃기만 하는 시윤에게 지율이 더 궁금해 물었다.
“알기 쉽게 말해봐.”
“한지율.”
“어…어? 갑자기 왜 그렇게 불러.”
“알고 싶어?”
자꾸 간을 보듯이 말하는 시윤의 말에 오히려 지율이 정말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아, 정말!! 궁금해!!”
지율이 궁금해서 시윤에게 앞으로 다가가자 시윤이 그녀의 팔목을 잡아 확 잡아 당기며 그의 품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확
“어?”
몸이 기우뚱 하며 시윤의 품으로 들어가게 되자, 시윤과의 간격이 굉장히 좁았다.
정말 얼굴만 조금 더 살짝 내밀면 닿을 거리만큼 간격이 좁아졌다.
그 간격이 좁아지고 그의 눈과 자신의 눈이 마주치자 지율은 심장이 세차게 두근거렸다.
-두근두근
‘왜…왜 이렇게 가슴이 뛰지?’
굉장히 좁은 간격에서 눈을 맞추고 그의 시선이 그윽하게 자신을 바라보니 알 수 없는 분위기에 사로 잡혀 이상하게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심장이 뛰는 것도 혼란스러운데, 심지어 드는 생각은 시윤의 눈빛에 멋있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내가 이런걸 좋아했었나?’
지율의 얼굴은 점점 달아오르는데 시윤은 피하지 않고 여전히 지율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라보며 점점 얼굴을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은 간격에 얼굴이 가까워지니 지율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참고 눈을 질끈 감았다.
‘이상해…!’
계속 심장은 자기 귓가에 바로 들릴 듯이 쿵쾅대고 그녀의 남자는 점점 그윽한 눈빛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그의 남자는 그녀의 입술로 향한게 아닌 그녀의 귓가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대고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한지율…”
지율은 숨을 참느라 대답하지 않고 여전히 온몸에 긴장을 하고 있었다.
시윤은 그런 지율을 보며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참고 말했다.
이름을 부른 목소리보다 더 그윽하고, 달콤하게.
“너, 나한테 반했지.”
시윤의 달콤한 말에, 지율은 아니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긴장한 채로 시윤의 팔만 붙잡고 있었다.
“다르게 물어볼까? 나한테. 반할 것. 같지. 않아?”
또박 또박 다시 말하자, 지율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끄덕였다.
그녀의 움직임이 느껴지자 그제서야 시윤이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그가 떨어지자 그제서야, 지율이 눈을 뜨고 호흡했다.
“확실한 방법이지?”
“…….”
“내가 너 4년 전에 이렇게 가까이 서서 봤을 때, 이름 또박 또박 말하면서 올려다 보며 말하는데 정말 심장이 갑자기 떨어지는 느낌 들더니 그 뒤부터 심장이 주체가 안 되는 거야.”
“막 두근대고 그랬어…?”
아직도 진정 되지 않는 지율은 자신의 심장에 손을 얹고 물었다.
“그랬어, 그리고 지금도 너와 똑같이 두근거렸어.”
“나와 똑같이?”
“너 심장 엄청 빠르게 뛰더라? 나도 그랬어.”
시윤도 그랬다는 말에 지율은 그는 아무렇지 않았을 줄 알았는데 그도 빠르게 뛰었다고 하니까 싫은 느낌은 아니였다.
“거리가 가까워지고 분위기가 생기면 조금 더 다가가기가 쉽지.”
“다른 여자한테도 그렇게 하면 반하겠지…?”
“내가 다른 여자한테 이렇게 가까이 볼 이유가 뭐가 있어? 너는 그럴 때가 있을 것 같아?”
“경험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어.”
“나도 그래, 다른 여자가 다가와 본 기억도 없어서 모르겠지만 다른 기분이지 않을까?”
“그런가?”
“싫어하는 사람이 이렇게 얼굴 가까이 들이대면 좋지는 않으니 같은 행동이라도 어떤 사이냐에 따라 틀리겠지.”
“아하…”
지율의 반응에 시윤이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정말 연애 안 해봤나봐. 좀 대화가 바보 같지 않아?”
시윤의 말에 지율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즐거워 알아가는 거잖아.”
“나도 즐거워, 너와 함께라서.”
“시윤씨는 정말 말을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것 같아.”
“그래? 난 내가 이렇게 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 너한테 하는 거야.”
“아아… 그럼 나도 물어볼게, 시윤씨 내게 듣고 싶은 말 있어?”
“왜?”
“나는 듣고 싶은 말을 시윤씨가 말해주고 그러는데, 나는 아직 서투르기도 하고 알아가면서 점점 나아지고 싶어. 알아가기로 했잖아. 연애는 서로 같이 하는거니까, 시윤씨가 다가와준 만큼 나도 다가가고 싶은데 조금 어려워. 그래서 나는 이렇게 물어보기부터 시작하려고.”
지율의 말에 시윤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빨리 내게 맞춰줄 필요 없는데, 나는 4년 내내 너한테 반해서 이렇게 됐지만, 너는 이제 막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 거잖아.”
“그래도 다가와주는 사람이 있으니 나도 당연히 노력해야지. 그리고 나도 정말 싫지 않아. 좋아서 노력하고 싶은걸?”
노력하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시윤은 정말 빠른 시간에 그녀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정말 나한테 신경 많이 써주려고 하는구나…’
말은 하지 않고 자꾸 자신을 바라보는 시윤에게 지율은 계속 재촉했다. 듣고 싶은 말이 있냐고, 말해달라며 재촉했다.
재촉하는 지율에 의해, 시윤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지율에게 물었다.
“그럼 다시 물어봐도 돼?”
“뭐를?”
“한지율.”
시윤은 지율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바라봤다.
아까와 또 다른 긴장감.
늘 시윤은 여유롭게 웃는 모습이거나 자신감 가득한 모습이였지만, 다시 물을 질문에 시윤은 조금 긴장되었다.
시윤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자, 덩달아 지율 역시 조금 긴장되었다.
“말해 시윤씨…”
“한지율.”
“응?”
“이번에는 확실하게 대답해봐.”
“무슨 대답?”
“너 나한테 반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