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걱정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오자 시윤이 말했다.
[“회의가 끝난 지가 얼마 안됐어.”]
[“일 바빠요?”]
[“아니, 이제 거의 다 마무리 했어.”]
[“그럼 여기 초밥 내가 포장해서 갈게, 가도 되요?”]
[“그럼 내가 마중 나가도록 할게 와 줄래?”]
[“알았어요~ 조금만 기다려”]
[“응.”]
전화를 끊고 시윤은 방금 전 자신이 통화 한 사람이 지율이 맞는지 통화기록을 다시 봤다.
“이야… 한지율 많이 나아졌네… 와준다는 소리도 하고 정말 힘든데 행복하다.”
시윤은 그저 지율이 전화를 먼저 걸어줬다는 것에, 그리고 자신을 생각해서 배고플 그의 생각에 초밥을 포장해서 찾아오겠다는 지율의 작은 행동에 행복했다.
처음 봤을 때는 경계했던 20살의 그녀, 다시 재회 했을 때는 마음에 상처가 있었던 그녀, 그를 밀어내려고 했던 사람이였는데 , 조금씩 자신이 다가가는 만큼 그녀도 노력하고 있었다.
“정말 이러다 나 심장이 해로워 심장병으로 갈지도 몰라… 이렇게 사랑스러워서야…”
시윤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저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예쁘기만 한게 아닌, 사랑스럽기까지 한 사람.
눈에 보여도 보고 싶은데 보이지 않으면 얼마나 보고 싶은지 표현이 안된다.
살면서 이렇게 자신이 뭔가에 빠져 본 적이 있었나 싶었다.
그저 목소리가 그냥 말 한마디로도 자신을 이렇게 기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작은 행동 하나에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지금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갑자기 일어나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앉아 있는게 오히려 더 쉬지 못하는 기분.
“차라리… 마중을 미리 나가 있는게 낫겠어.”
생각을 하면 행동으로 이어지는 시윤이 바로 겉옷을 걸치고 나가있었다.
오히려 차가운 바람을 쐬는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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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있는지, 20분 정도 지났을까? 멀리서 택시가 보였다.
택시는 점점 자신이 있는 곳으로 가까워지더니, 멈추고 한 여자가 내리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그의 세상에 하나 뿐인 사람 한지율이였다.
목소리만 들어도 기쁜 사람 온다고 하자 행복한 사람 이제 눈 앞에 보이니 그는 기쁘고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그녀를 발견하고 서있자, 그녀가 택시를 보내고서 그를 발견했다.
“어? 시윤씨~!!”
그를 발견한 그녀가 그에게로 뛰어왔다.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오면서 뛰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왜 여기 있어요? 전화하면 오지… 오래 기다렸어요? 추운데…”
추운 곳에서 자신이 오래 기다렸을까봐 걱정하는 지율에게 시윤은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봐, 이렇게 열이 많아서 괜찮았어. 뛰어오다가 넘어지면 다칠 텐데… 뭐 이렇게 많이 산 거야? 무거울 텐데.”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어서 밥 먹어야지. 나는 이거 전해주고 갈게요.”
전해주고만 간다는 그녀에게 시윤이 물었다.
“벌써 가?”
“응, 시윤씨 일 남았을 까봐…”
“괜찮아 얼마 안 남았어 같이 있어줄래?”
“나 들어가도 괜찮아?”
지율의 말에 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많으면 안되지만, 지금은 괜찮아. 먹고 내가 데려다 줄게 이렇게 와줬는데 그 정도는 해야지. 내 손님으로 왔는데 차 대접도 하고.”
“피곤하잖아…”
“너를 봤는데 왜 피곤해. 정말 회의 끝나고 피곤했는데 너를 보니까 피곤함이 싹 사라졌어.”
“정말… 시윤씨는 말을 너무 잘해.”
“그래서 널 꼬실 수 있는 거야. 들어갈까?”
시윤은 지율의 손을 잡아 자신의 주머니에 같이 넣으며 들어갔다.
따뜻한 시윤의 손을 잡고 들어가면서 지율은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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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정말… 시윤씨… 여기… 회장실 아니지?”
“응”
“정말 넓다…”
“넓어서 너무 허전한데 여기 네가 있으니까 꽉 차네? 커피?”
“응 커피! 얼른 와서 먹어요.”
시윤이 커피를 내오자 지율은 커피 잔을 들었다.
“내가 커피 타주는 사람 우리 부모님 빼고 너 밖에 없어.”
“정말?”
“당연하지.”
“기분 좋네..헷”
시윤은 지율의 미소를 보며 그녀가 포장해 온 초밥을 먹었다.
“여기 초밥 맛있다.”
“정말 맛있지? 지아가 맛 집 이라고 해서 갔는데 정말 맛있는 거야. 그래서 시윤씨 생각이 났어.”
“지아씨가 맛 집을 잘 찾아 다니시나봐?”
“정말 미식가가 따로 없어. 지아랑 다닌 곳 중에 맛 없는 곳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 같아.”
“다음에는 나도 두 사람의 모임에 한번 껴야겠는데?”
“시윤씨가 맛있게 먹어서 다행이야.”
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도 고팠고, 네가 사와서 더 맛있기도 해.”
“으으…”
“또 느끼해?”
몸을 부들부들 떠는 지율에게 시윤이 물었다.
지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적응…중?”
“듣고 싶어질 날도 올걸?”
“아, 그럼 나 정말 많이 변한 거야.”
“인정.”
시윤의 깔끔한 인정에 오히려 지율이 웃음을 터트렸다.
두 사람의 미소가 가득한 저녁 식사가 끝나자, 시윤이 서류 검토를 잠시 하고서는 코트를 챙겨 기다리던 지율에게 다가가 말했다.
“가자”
“다 끝났어?”
“아~ 끝! 마무리까지 이제 내일 모임에도 지율이 너와 함께 갈 수 있고 일요일도 데이트 할 수 있겠는데?”
“정말?”
“이렇게 하려고 일을 열심히 했는데, 나도 쉬어야지. 가자 지율아.”
“이번 주에 그래서 이렇게 무리 한 거야?”
“무리라기 보다… 조금 여유 있게 지내려고 했다고 생각해. 무리했다고 하면 네 마음이 아프잖아.”
“정말 고생했네….”
“대신 이렇게 너랑 있을 시간이 생겼지.”
“역시 바쁘구나…”
“울적해 하지마, 괜찮아 갈까?”
“응..!”
시윤의 말에 지율이 자신의 짐을 챙겨서 함께 나갔다.
그의 차에 올라타자, 피곤이 몰려왔는지 차에서 곤히 잠이 들었고 시윤은 지율이 깨지 않게 최대한 부드럽게 운전을 해서 지율의 집 앞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나서도 지율을 깨우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자는 모습을 지켜봤다.
처음 보는 자는 모습, 아주 곤하게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그 모습에 시윤은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를 켰다.
‘찍어가야겠다…!’
-찰칵!
카메라의 소리에 잠시 지율은 표정을 찡그렸지만, 잠에서 깨지는 않았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고 시윤은 다시 미소 지으며 바라보았다.
“정말, 어디 가서 나 없이 잠들면 안 된다고 해야겠다. 누가 잡아갈라…”
곤하게 자고 있는 지율을 바라보던 시윤은 그녀의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나서 조심스럽게 깨웠다.
“지율아, 도착했어 일어나.”
“으음…?”
잠이 덜 깬 표정으로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 둘러보더니 자신의 아파트가 보이자 지율이 말했다.
“오면서 잠 들었나봐… 미안해 시윤씨…”
“괜찮아, 돌아다니느라 피곤했어?”
“조금?”
“그럼 얼른 들어가서 자, 나는 너 들어가는거 보고 들어갈게.”
“알겠어, 시윤씨.”
“조심히 들어가.”
“그 전에 잠깐만 시윤씨, 이리 와봐 잠깐 나 좀 봐.”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와보라는 지율의 말에 시윤이 의아해하며 다가갔다.
“뭐 묻었어?”
자신에게 물어보면서 오는 시윤의 팔을 붙잡고 지율은 그에게 입맞춤을 했다.
지율이 자신에게 입맞춤을 하고 떨어지자, 시윤은 멍해졌다.
“오늘 정말 고생 많았어요~ 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