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가 뻔뻔한 태도로 말하자 결국 지율은 단호하고 냉정하게 말했다.
냉정하게 말해도 듣지 않을 사람인 것을 알았지만, 현재 지율이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였다.
[“싫어 난 분명 좋은 사람 있다고 한 것 같은데? 그것도 애인이라고. 그리고 너 같이 사람 갖고 노는 사람이랑 다시 만날 거라면 연애 안하고 말지. 그리운 적 없어.”]
[“불안해 보이는데?”]
[“원래 뭐든지 불안하게 시작하는 거야. 너랑 다시? 아니 나는 이 사람이랑 계속 할 거야.”]
[“...........”]
[“다시는 연락 하지마.”]
[“오늘 저녁에 볼 텐데.”]
[“눈길 조차 가지 않아. 연락이나 하지마.”]
[“자주 연락하게 될걸”]
연우의 말에 지율은 더 통화할 가치가 없다고 느끼자 바로 끊어버렸다.
끊고 나서의 몸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가장 마주하기 힘들었던 상대, 악몽에 나왔던 사람. 자신이 늘 버거워했던 사람에게 맞서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율은 자신이 쏟아 부을 수 있었던 것에 조금 만족감을 느끼면서도 뻔뻔한 태도에 더 몰아치지 못한 자신이 밉기도 했다.
"....시윤씨... 보고 싶어...."
지율이 보고 싶다는 말을 중얼 거리자, 문에서 ‘똑똑’ 소리가 났다.
-똑똑
“시윤씨?!”
지율이 문을 향해 말하자, 문 앞에서 그녀가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들렸다.
“치즈 케이크 배달 왔습니다.”
시윤의 목소리가 들리자, 지율은 바로 한달음에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그녀의 남자 이시윤이 미소를 띄고 케이크 상자를 든 채로 그녀에게 말했다.
“보고 싶었어, 지율아.”
시윤의 한 마디를 듣자, 지율은 방금 전까지의 긴장을 풀고 달려가 안겼다.
“시윤씨…!”
“열렬한 환영이라 기쁜데~?”
지율이 안기자, 시윤은 기쁜 듯이 말하며 안긴 지율을 내려다 보았지만, 내려다보니 그녀는 몸을 떨며 그에게 안겨있었다.
“울어?”
시윤이 다정한 목소리로 묻자, 지율은 자신도 모르게 울먹거리며 말했다.
“보고 싶어서…”
시윤이 지율의 얼굴을 살펴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누가 울렸을까? 왜 울었어.”
*********
시윤이 안으로 들어오자 지율은 차를 준비하며 그에게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 했다. 전화 내용에 대해 전부 말하자, 시윤은 끝까지 들어주다가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밀리지 않고 말하려고 고생했네.”
“응…”
“잘했어, 괜찮아. 이렇게 지금은 내가 있잖아. 말해줘서 고마워 지율아.”
시윤의 고맙다 한 마디가 지율에게는 무엇보다도 위안이 되는 소리였다.
“그런데, 정말 마음에 안 드는게 있어.”
“뭔데?”
시윤이 사온 케이크를 먹으며 지율이 물었다.
“누구 맘대로 너랑 다시 시작한다는 거야. 내 꺼 인데.”
“…나는 내 꺼 인데…”
지율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시윤이 말했다.
“한지율은 내 꺼, 나는 한지율꺼. 알겠어?”
“참…”
지율의 ‘피식’ 하는 웃음에 시윤은 더 크게 말했다.
“정말 마음에 드는 놈은 아니야. 모임 가면 얼굴부터 봐야겠어.”
“나는 눈길도 주지 않을 건데.”
“네 눈길은 나한테만 향하면 되지.”
“정말.. 시윤씨는 1일 1느끼함인가봐...”
“나의 매력이지!”
시윤의 말에 결국 지율은 크게 웃었다.
그런 그녀의 웃음을 보자, 시윤이 물었다.
“이제 밝게 웃네? 기분이 좀 풀렸어?”
지율이 웃으며 말했다.
“시윤씨 덕분에!”
“그럼 어서 준비 할까요 공주님? 먹기도 다 먹었고 준비 해서 보러 가자.”
“알았어, 얼른 준비 할게!”
“너무 예쁘게 입지마, 그런건 나랑 둘이 데이트 할 때만.”
“뭘 입어도 예쁘다 할거잖아.”
“이런… 그 말이 맞네, 어서 준비해. 나는 들어가서 책 읽고 있을게.”
“응!!”
시윤이 방으로 들어가자, 지율은 서둘러 준비를 시작했다.
꺼내 놓은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시윤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전보다 더 서둘렀다.
서두르다 보니, 생각보다는 빠르게 준비했고 시윤을 불러서 출발을 한다면 여유 있게 도착할 시간이 되었다.
“시윤씨~”
-달칵
지율이 들어가자, 시윤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래, 그럼 물어보고 내가 다시 연락 줄게 알았어.”
자신 외에는 통화 하는 것을 처음 보는 지율은 시윤이 자신 외에 다정하게 통화하는 모습을 보자 기분이 묘했다.
잠시 통화를 하는 그를 기다리고 있자, 그가 통화를 끝나고 그녀를 발견했다.
“준비 다 했어?”
“응, 누구랑 통화 한 거야?”
“친구, 오래 된 친구가 있어. 아주 친한 친구 중 한 사람.”
“여자?”
지율의 물음에 시윤이 웃으며 말했다.
“질투?”
“음….”
지율이 잠시 고민하자, 시윤은 지율의 이마를 살짝 ‘톡’ 치면서 말했다.
“내가 여자가 어디 있어. 사업 말고. 여기 하나 있네, 한지율.”
시윤의 말에 지율의 얼굴이 발그레 졌다.
“친구가 너를 궁금해 해서, 물어보고 연락 준다고 했어.”
“나를?”
“연애한다고 하니까, 그 아까운 여자가 누구냐고 묻길래…”
“아아…”
“오늘 모임 끝나고 볼까?”
“그럼 너무 늦지 않겠어?”
“이 녀석도 오늘은 주말이라 늦게 끝날 거야.”
“주말인데 일을 하셔? 무슨 일을 하길래?”
“카페 사장, 주말은 나가는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는데 발주 때문에 나왔다고 하더라고.”
“그렇구나… 참, 시윤씨고 아직 서른도 되지 않았는데 이사님이고… 시윤씨 친구분도 사장님이라니… 신기해.”
“어렸을 때부터 이 녀석 꿈 이였으니까. 그만큼 준비를 철저하게 한 거지, 너도 너희 어머니 쥬얼리 계열사 쪽에서 일하게 된다면 나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설마, 그것 때문에 경영학을 배우고 있는 건 맞지만 나는 천천히 올라 갈 거야. 인턴부터 시작 할거라고 인턴도 엄마 딸이라서 낙하산인데…”
“그럼 실력을 보여, 아무도 낙하산이라는 소리 듣지 못하게.”
“시윤씨도 그랬어?”
“나도 그런 소리 듣긴 들었지, 외국 지사에 있을 때 공부하면서 호텔 경영도 해야 했으니까. 그때는 지금 같은 전무이사가 아니라 더 어렸으니까 캡틴부터 시작했어. 그래도 빨랐지만.”
“캡틴?”
“호텔 현장 책임자 자리 중 하나지. 그 위로는 지배인. 현장을 알아야 경영을 한다는게 아버지 철학이시고 나도 동의하는 바라 현장에서부터 시작했어.”
“그랬구나…”
“그래서 볼까?”
시윤의 말에 지율은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메시지 보내 놓을게.”
“신기하다.”
“뭐가?”
“시윤씨랑 연애 하는 것도 신기한데 벌써 내가 시윤씨 친구 분을 소개 받게 되다니…”
“다음에는 다시 정식으로 어머니도 뵙자, 너희 어머니도 뵙고.”
“이모님?”
“다음에 갈 때는 어머님이라고 해드려 좋아하실 거야.”
“알았어요!”
지율의 말에 시윤이 웃으며 현관 앞에서 신발을 신고 손을 잡았다.
“자 이제 가 볼까? 그 나쁜 놈 얼굴 구경하러.”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웃으며 문을 열고 모임 장소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