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쫓아 나와? 아까 내 말을 뭐로 들은 거야?”
“나는 다시 시작하겠다고 한 것 같은데…?”
“내 의견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고 했잖아. 이미 애인이 있다고.”
“알아.”
“그럼 제발 좀 저리…!..어?”
-툭툭
“뭐야!...어?”
“시윤씨…!”
“안 보이길래 나왔는데, 어째서 여기 이렇게 있는 거야?”
시윤이 지율을 향해 다정하게 웃으며 말하자 지율은 시윤의 옆으로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 모습을 본 연우는 표정이 좋지 않게 변했다.
그런 연우를 보며 시윤이 먼저 연우에게 말을 건넸다.
"많이 이야기 들었습니다. 이시윤입니다."
"강연우 입니다. 방금 얼굴 본 사이죠 우리."
"네, 그쪽이 전 애인."
전 애인이라는 시윤의 말에 연우 표정이 잠시 일그러졌지만, 그대로 웃으며 답했다.
"맞습니다."
"전에 전화를 했던데…"
"네 오랜만에 통화를 해봤습니다 감회가 새로웠어요."
감회가 새로웠다며 도발을 하자 시윤은 무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실례지만 앞으로는 연락을 삼가 해주셨으면 합니다. 하지 않으면 더 좋고."
"어째서요?"
"제 여자에게 다른 남자가 연락하는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그것도 다른 남자가 아닌 첫사랑이 연락 하는 건 더 달갑지 않아요."
시윤이 감정을 드러내며 말하자 연우는 여유롭게 그에게 물었다.
"질투를 하는 건가요?"
‘질투’라는 단어가 나오자 시윤은 고민 할 것도 없이 수긍했다.
첫사랑인 남자가 나타나 그의 그녀와 말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 그리고 연우가 아니여도 그녀가 다른 남자랑 이야기 하는 것은 질투가 난다. 다만 연우이기 때문에 조금 예민 해졌을 뿐.
"질투라… 맞습니다. 질투도 나고 기분도 상당히 좋지는 않네요. 그리고 저는 제 것에 손대는 건 더 싫습니다."
"물건처럼 말하시네."
"제 여자라 손대는 것이 당연히 싫지 않겠습니까. 말도 섞는 것도 싫은데. "
“내가 없는 사이 얘를 어떻게 꼬셨는지는 모르지만, 돌려보내주셔야지. 원래는 당신 여자가 아니니까.”
연우의 말에 시윤은 표정이 무표정에서 차가운 표정으로 싸늘하게 바뀌었다.
“누구한테 돌아…!”
지율이 소리지르려고 하자 시윤은 묵묵히 그녀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시윤의 손이 힘주어 자신을 잡자 지율은 한번 시윤을 올려다 보고서 표정을 보고 말을 멈췄다.
“돌려보낸다…? 물건이 아니고 사람인데 뭘 돌려 보내지?”
“…..”
“누구한테.”
시윤의 말에 연우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을 했다.
“당연히 내게 돌려보내주셔야지. 그 애가 사랑한 사람은 나니까. 먼저 사랑한 사람. 지금도 지율이 가슴 속에 내가 잊혀지지 않은 모양이던데.”
“술이 좀 과한 것 같은데, 이 정도로 착각을 크게 했다면 말이지.”
“…..”
“돌려보내다니? 아니지. 이 여자는 내 여자인데. 그쪽 말대로 물건이 아닌데 당신이 가, 하면 가고 와 하면 오는 그런 여자는 아니야. 그리고 내 여자가 내 꺼 라고 인정해서 내 꺼 라고 말하는 거지.”
“…….”
“먼저 사랑한 사람? 그래서 지금도 지율이 입에서 그 쪽을 사랑한다고 했나?”
“굳이 들을 필요가…”
“없지, 듣고 있는 사람은 나니까. 먼저 사랑한 사람? 아니지 중요한 건 현재 사랑하는 사람인 나.”
시윤의 말에, 이번에는 연우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갔다.
시윤의 말이 하나도 틀린 부분이 없었다. 지율은 자신을 계속 거부해왔고 지금 지율의 옆에 있는 남자는 시윤이였다.
“그 쪽의 존재는 내 여자의 과거이자 악몽. 내 존재는 내 여자의 현재이자 미래 그리고 행복이지.”
시윤의 말이 연우의 귀에는, 끼어들 자리 같은 건 없으니까 꺼지라는 소리로 들렸다.
“이만 들어가시지, 남의 여자한테 손대려다가 걸렸다는 소문 만들지 말고. 나는 내 여자를 안심시켜야 하니까.”
시윤은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자신의 품으로 지율을 끌어 당겼다.
지율 역시 시윤의 품으로 당겨지자, 시윤의 품으로 얼굴을 묻었다.
“아직은 단정 짓지마, 사람은 흔들면 흔들리게 되어있어. 다시 시작 할지 어떻게 알지?”
“흔들린다면 이렇게 내 품에 있을 리가 없고 당신한테 표정을 험악하게 지을 필요가 없지.”
시윤의 말에 연우는 한 번 웃더니 지율을 향해 말하고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앞으로 자주 보자.”
연우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시윤은 지율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말도 없이 혼자 나갔어. 없어져서 걱정했잖아.”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에 지율은 시윤을 안으며 말했다.
“기분이 조금 울적해서 그랬어… 걱정 시켜서 미안해.”
“지금은 어때?”
“시윤씨를 보니까 기분이 나아졌어.”
“기분 좋네, 네가 나를 보면 기분이 나아지고 나도 너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이 정도면 우리는 천생연분이네.”
시윤의 말을 들은 지율은 그를 빤히 쳐다 보았다.
“또 느끼해?”
“시윤씨… 그런 말이 어떻게 자꾸 생각이 나? 신기해. 학원 같은 곳 다니나 봐…”
“요새 내가 로맨스 소설을 자주 보지. “너 하나 꼬시려고 책 좀 찾아 보는데, 그게 효과가 너무 과한 가봐.”
“아주 과해. 너무 과해서 문제야.”
“대신 이렇게 널 꼬시기도 하고, 나쁜 점 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아서 조금 더 찾아 읽어 볼까 해. 더 넘어와주면 나는 더 좋지.”
“참 신기한 마법사 같아.”
“같이 있으면, 힘든 일도 잊을 수 없었던 일도 모두 생각이 나지 않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