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은 서둘러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녀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지 못했다.
문을 여는 순간, 다른 손에 의해 다시 닫히고 말았으니까.
-탁!
“…어떻게 여기를…”
“정말 이렇게 까지 쫓아와본 여자 내 인생에 네가 처음이야. 알긴 알아?”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는 강연우였다.
“내가 알 필요는 없지. 누가 쫓아와 달랬어? 당신과 나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문에서 손 떼.”
“나 농담 아니야.”
“뭐가? 우리 농담 할 사이 아닌 건 나도 알아.”
“나는 정말 다시 너랑 시작 할 마음이 있다니까?”
“나는 정말 다시 시작 할 마음이 없어. 왜 자꾸 선심 쓰는 척이야. 피곤해 가.”
“네가 원하는 대로 너만 바라봐 준다고 해도?”
지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런 지율의 표정을 보며 연우는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나만?”
“그래 너만, 지금의 네 애인 보다 내가 너에 대해 잘 알아. 안 그래?”
자신의 말에 지율이 대답이 없자 연우는 지율이 흔들렸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흔들리잖아.”
그는 살며시 웃으며 다가가 지율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손 치워, 내 몸에 손 대지마.”
손대지 말라며 자신의 손을 쳐내는 지율에 의해 연우의 손은 내쳐졌지만 포기를 모르고 다시 올렸다.
“나만? 나는 이미 나만을 바라봐 주는 사람과 사귀고 있어. 당신이 아는 나는 과거의 나지 현재의 내가 아니잖아.”
“그건 인정. 조금 변화한 모습이 마음에 들어 문제라면 문제 지만.”
“난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러니까 가. 이번에는 경찰 부를 거야.”
경찰을 부르겠다는 지율의 말에도 연우는 그저 말없이 상황을 보기만 하면서 돌아가지 않았다.
그런 두 사람의 험악한 분위기가 지속 되면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손 좀 치우지 그래, 나도 농담 아니라 정말 이번에는 화 낼 것 같은데.”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양손에 무언가를 든 시윤이 서있었다.
지율이 그를 바라보고 서있자, 시윤은 빙긋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지아씨가 저녁 못 먹었다 길래, 좋아하는 초밥 사왔어 일이 조금 일찍 끝나서.”
“또 방해… 방해가 취미인가 봐요?”
연우가 묻자 시윤은 연우에게 다가가 말했다.
“방해는… 내가 아니라 그 쪽. 나는 내 애인이 굶고 있어서 저녁을 먹이려고 왔는데, 이런 나쁜 놈이 우리 공주님을 해치려고 하네.”
“우리 공주님…?”
“그 쪽한테는 어떨지 모르지만, 내게는 아주 소중하고 소중한 공주님이라서. 손 치우라니까.”
연우가 여전히 지율의 어깨에 손대고 있자, 짐을 한 쪽 손으로 옮기고 남은 한 손으로는 연우의 손을 쳐서 치워버렸다.
“이렇게 진작 치웠어야지.”
“…시윤씨….”
“배 안고파? 저번에 사다 준 초밥 집에서 포장해왔어.”
“배고파…”
배고프다는 지율의 말에 시윤은 다시 연우를 보며 말했다.
“우리 지율이가 배고프다고 하는 거 들었으면 그대로 돌아서서 가시죠.”
“이렇게 대화를 방해하니까 자꾸 쫓아오는 거 아닙니까.”
“방해? 하고 싶지 않은 대화를 하지 않게 해주는 게 맞지. 이렇게 쫓아오면 스토커고 범죄라는 것도 아실 분이…”
“우리 사이에 당신만 끼어들지 않았어도.”
“지율이랑 잘 됐을 것 같습니까?”
“그 마음에 내가 있으니까.”
연우의 말에 시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아니지, 저번부터 그 말을 하는데, 지율이의 마음에는 나 하나야. 당신이 아니라 나.”
상대를 압도하는 눈빛에 지율이 오히려 겁이 났으나 연우 역시 지지 않고 말했다.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다르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는 시윤에게 연우는 절로 표정이 구겨졌다.
“아무리 평범한 커플도 5년이나 지난 시간에는 다시 만나기는 힘들어, 게다가 한 쪽이 이미 마음이 없다면 더 당연하지. 지율이는 마음이 없다 못해 싫어하기 까지 하는데 그럼 답은 정해져 있지 않나?”
“원래 첫 사랑에 대한 화상 자국은 쉽게 지워지는 게 아니지.”
연우의 입에서 나오는 첫 사랑이란 말에 지율은 그 첫 사랑이란 단어를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런 지율의 마음을 마치 듣기라도 했듯이 시윤은 더 여유롭고 더 당당하게 대답했다.
“첫 사랑… 그래 쉽게 지워지지는 않아. 나도 한지율이 첫 사랑이라서 말이야. 근데 끝까지 함께 하는 마지막 사랑이 더 남는 다는 걸 알아야지.”
“…….”
“첫사랑을 완전히 다 지워버릴 만큼 말이야.물론 나는 한지율이 내 마지막 사랑이기도 하고.”
연우는 자신의 존재를 마치 다 지워버리고 오로지 자신의 존재만을 남겨둘 거라는 시윤의 속마음을 마치 말로 들은 듯한 기분이었다.
“더 이상 말 하기는 귀찮은데 이쯤 하고 가. 내 애인은 배가 고플 시간이라서.”
시윤의 말이 끝나자, 지율은 돌아서서 집의 번호 키를 다시 누르기 시작했다.
-띠리릭~
“시윤씨 들어가, 나 배고파요. 더 이상 상대 할 필요 없어.”
“한지율.”
“아, 남의 애인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말고.”
“시윤씨.”
지율이 시윤을 부르자 시윤은 가볍게 웃으면서 먼저 들어갔다.
시윤이 들어가고 지율이 들어가려고 하자 연우가 다시 말했다.
“다시 생각 잘 해봐, 너한테는 내가 맞는 짝이야.”
지율은 가벼운 한숨을 쉬고 그에게 말했다.
“왜 이제 와서 내게 안달하는지 정말 모르겠어. 네 방식대로 해, 여자 세상에 많아 너 같은 사람 사귀면 되는 거야.”
“전부 다 내 꺼 였는데,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니…”
“…..”
“그게 그렇게 욕심이 나서.”
“그럼 그렇지.”
“조금 나이를 먹어보니까, 그 눈빛이 얼마나 나를 높여주었는지 그걸 알게 되었는데 그게 다른 사람이 가지니까 더 좋아 보여서.”
자신의 욕심을 숨기지 않고 말하는 연우가 지율은 더 소름이 끼쳤다.
“다시 말할게, 진지하게 나랑 다시 시작해. 어차피 저 놈이랑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우린 1년을 함께 했어.”
“그리고 5년을 떨어져있었지. 그것도 최악의 관계로.”
“다시 돌릴 수 있어.”
“후, 다시 말하지만 나도 진지하게 다시 돌아갈 생각 없어. 저기 저 사람이 좋아. 내 마음에는 저 사람 밖에 없어.”
“다시 내게 돌아오게 만들 수 있어.”
연우의 말 같지도 않은 말에 지율은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입만 아프다고 생각하면서 문을 닫아버렸다.
문을 닫고 그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지율은 안으로 들어와 시윤과 마주했다.
시윤은 그녀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알고 왔어? 정말 지아가 알려줬어?”
지율이 묻자, 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어떻게 그렇게 딱 맞춰서 와. 저녁을 나도 먹어야 해서 그 초밥 집에서 저녁을 사던 도중에 연락이 온 거야.”
“지아는 당신 번호를 모르는데…”
“하진이가 있잖아.”
“아… 하진 선배한테 물어봤나 보구나.”
“그래서 상황이 그렇다 길래, 네 것까지 포장해서 와 보니까 이 상황이 보인 거고.”
“와줘서 고마워…”
“태연하게 오려고 했는데, 마음이 급했나 봐, 얼마나 밟았는지… 생각보다는 빨리 도착했어.”
“과속 한 거야? 위험하게!”
시윤이 지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와서 기쁘지 않아?”
“기뻐… 하지만 위험하니까… 그게 더 싫어.”
“아, 정말 그 놈 번번히 보이는데 다음에는 나 정말 화 낼지도 몰라.”
시윤이 정말로 심각한 목소리로 말하자 지율은 더 화낼 수 도 있다는 말에 조금 놀랐다.
“아까 그렇게 화 내놓고?”
“나름 매너를 지켜주긴 했어. 다음에는 정말 몰라.”
시윤의 말에 지율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기뻤어, 와줘서 기쁘고 나를 위해 화내줘서 기쁘고.”
“초밥도 사와서 기쁘고?”
“응!”
“어서 먹자, 배고프잖아.”
“맛있게 먹을게 시윤씨!”
지율은 젓가락을 들어 초밥을 먹기 시작했다.
배고팠던 탓인지 시윤이 자길 위한 마음을 느껴서인지, 어느 때 보다 더 맛있는 저녁식사였다.
두 사람은 서로 먹여주면서 더욱 애정이 깊어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