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가 돌아오자, 하진이 그다운 장난스러움으로 반겨주었다.
“왜 이렇게 오래 있다 오는 거야? 기다리다가 목 빠질 뻔 했네~”
하진의 장난을 지율이 웃으며 받아주었다.
“’원래 여자는 오래 걸리는 법이에요~”
지율이 말하자 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앉으면서 시윤의 어깨에 손을 살포시 올리며 무언가를 쓰자, 시윤이 앉으려는 지율을 올려다 보면서 씨익 미소 지었다.
“여기 추가 주문 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그녀들이 자리에 앉자 마자 추가 음식이 나오자 지율이 물었다.
“우리 간 사이에 시킨 거야?”
“더 먹고 싶어 할 것 같아서 미리 시켰지.”
그의 세심한 배려에 지율이 고마워하자 시윤은 어서 먹으라고 다시 포크를 쥐어주었다.
포크를 쥐자 마자 지율은 다시 먹기 시작하고 지아도 먹기 시작하려 하자, 시윤이 지아에게 질문을 했다.
“지아씨는 요즘 연애 안 해요?”
시윤의 질문에, 지아는 단번에 이게 무슨 상황인지 눈치 채고 지율을 향해 눈을 돌리자, 지율이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알겠다 친구야.’
지율의 뜻을 알아챈 지아가 포크로 샐러드를 찍으며 답했다.
“그러게요, 요즘에 연애를 하고 싶긴 한데….”
“연애 할 만한 사람이 있어요?”
시윤의 질문에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있으면 진작 저도 이렇게 두 사람처럼 깨를 볶고 있지 않을까요?”
“지아씨도 충분히 매력 있는데…”
시윤의 말에 지아가 이번에는 물을 한 모금 넘기고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매력이 있어 보이면… 한 분 소개시켜주시지 그래요? 주변에 괜찮은 사람 없어요?”
지아의 말에 지율과 시윤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었고 하진은 지아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하진이 고개를 돌리면서 그의 시선이 느껴졌으나, 지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면으로 시윤과 지율만을 보았다.
하진의 고개가 돌아가는 것을 마주한 두 사람도 알고 있었지만, 두 사람 역시 일부러 더 던져보기로 했다.
“소개 시켜줄 만한 사람이라…”
시윤이 잠시 고민에 빠진 척을 하자 하진이 끼어들었다.
“뭘 소개야, 곧 졸업인데 취업 준비 해야지…”
하진의 태클에 지아가 하진을 보며 말했다.
“취업 준비 한다고 해서 연애 하지 말란 법 있나요?”
“…..”
하진이 아무런 말도 못하자 다시 지아가 시윤에게 물었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주세요. 저도 연애 해야죠.”
다시 한번 지아가 말하자 이번에는 지율이 시윤에게 말했다.
“시윤씨, 정말 없어?”
“글쎄….”
계속 고민하는 척을 하는 시윤에게 지율은 좋은 생각이 난 척 하며 그에게 말했다.
“아~! 시윤씨 한 사람 있잖아. 요즘 솔로인 사람.”
“누구? 내 주변에?”
시윤의 연기가 점점 더 자연스럽게 나왔다.
지율과 지아는 속으로 웃음이 새어나올 것 같았으나 꾹 참으며 표정을 유지 했다.
“누가 있더라…”
“왜 저번에 만난 진하씨.”
진하의 이름이 나오자 하진은 조금 표정의 변화를 보이고 시윤은 그 표정을 보았는지 더 천연덕스럽게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 했다.
그것도 손가락을 튕기면서.
-따악!
“맞아, 진하가 있었지.”
“보니까 굉장히 신사적이고 위트 있는 사람이던데.”
지율이 진하의 칭찬을 늘여놓자, 시윤이 지율에게 작은 질투를 보였다.
“나도 신사적이고 위트적인데.”
“정말… 못 살아, 시윤씨 내게는 시윤씨가 그렇지만 지금은 지아에게 소개 시킬까 하는 중이잖아…”
“그럼 너한테는 내가 제일이지?”
“물론이야.”
“흠, 진하라… 나쁘지 않지, 시간도 여유 있게 조절 가능하고 다정하고 위트는 나보다 살짝 부족하지만…?”
시윤이 진하에 대해 말하자 하진이 다시 한번 더 태클을 걸었다.
“유머감각이라면 내가 훨씬 낫지.”
하진이 한마디 하자 세 사람은 ‘어쩌라고’라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 표정들이 왜 그래?”
“선배 유머감각이 많기는 한데… 선배가 지아를 소개 받는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뭐?...아니…”
지율이 날카롭게 말하자 하진이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선배 아까부터 묘하게 태클 거는데…”
“…..”
“선배… 혹시…”
지율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하진은 시선을 피했다.
“그만해, 선배는 이 후배님이 연애 하는 게 싫으신가 보지.”
“흐음… 정말이에요?”
“….”
하진이 입을 열지 않자, 보고 있던 시윤이 하진에게 말했다.
“아까부터 너답지 않은데, 오늘 기분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어? 여기 오기 전만해도 멀쩡한 것 같았는데. 왜 오늘따라 그래?”
시윤까지 왜 그러냐고 묻자 하진은 자신도 모르게 계속 나온 태클에 대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 이였으니까.
왜 그랬을까.
하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 사람에게 말했다.
“잠깐 바람만 조금 쐬고 올게. 마저 식사하고 있어.”
“선배…!”
지아가 하진을 부르자, 하진은 지아의 어깨를 두 번 툭툭 쳐주더니 다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바람 조금 쐬고 오면 괜찮아 질 거야. 이야기 하고 있어.”
“네…”
막상 그의 마음을 엿보려고 한 짓이긴 하지만, 그가 이렇게 잠시 나가는 모습을 보니 지아는 마음이 불편했다.
비록 웃으면서 괜찮다고는 했지만 그 웃음이 억지 미소인 것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조금 솔직하게 신경 쓰인다고 해주면 좋았을 텐데 표현하지 못하는 그를 세 사람은 안타까워했다.
“…저러고 막상 나가니까 불편해.”
지아의 말에 지율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무 칼같이 말했나?”
“일부러 그런 것 도 아니잖아. 금방 다시 돌아 올 거야.”
“저런 반응이면 내가 보기엔 확실해 보이는데.”
지율의 말에 시윤도 동의 했다.
“내가 봐도 확실해 보여, 자기 나름대로 아닌 척 하는 것 같지만.”
“…..”
지율이 생긋 웃으며 지아에게 말했다.
“확실해 너한테 마음 있어 지아야.”
“나도 그렇게 느낄 정도였어.”
“확실해,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이렇게 끼어들 필요가 없어. 그렇지 시윤씨?”
지율의 물음에 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선배가 표현을 해주면 좋겠지만…”
“하지 않는다면 네가 해봐도 나쁘지 않지.”
“만약 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다가갈 생각이야.”
지아의 말에 시윤이 응원을 해주었다.
“좋은 생각입니다. 저 녀석 좀 잘 부탁 드려요.”
“네, 맡겨주세요!”
세 사람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하고 있자, 하진도 마침 다시 돌아왔다.
하진이 돌아오는 게 보인 시윤은 황급히 대화의 주제를 진하로 바꿨다.
마지막을 장식해볼까 하는 짓궂은 시윤의 속내였다.
“그럼 지아씨, 제가 진하에게 연락을 해보고 연락 드리도록 할까요?”
“네..? 네~ 감사해요.”
두 사람의 대화에 하진이 물었다.
“연락?”
하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지아가 하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네~ 선배, 저 올해는 솔로 탈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탈출 하면 저 밥 한끼 사주세요. 축하의 의미로.”
지아가 웃으며 밥 한끼 사달라고 말하자 하진은 컵에 담긴 물을 그대로 원샷을 하더니, 빈 컵을 내려놓고 지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