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들이킨 하진이 지아에게 바로 말을 뱉었다.
“소개 받지마.”
너무나 단호한 목소리로 소개를 받지 말라고 하자 세 사람은 동시에 멍한 표정으로 하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네…?”
지아가 자신도 모르게 ‘네…?’라는 대답을 하자, 하진이 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했다.
“소.개. 받지 말라고.”
“…..”
멍한 표정으로 하진을 바라보며 눈에 ‘왜지?’라는 글자가 써져 있는 것 같은 표정을 짓자, 하진이 말했다.
“소개 안 받았으면 좋겠어.”
“아니, 선배 다짜고짜 이유는 말해주지도 않고 소개 받지 말라고 하면… 제가 뭐라고 해요?”
“그냥 알겠다고 하면 되지.”
너무 황당한 말에, 지아가 물어보자 하진의 대답은 더욱 가관으로 나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윤은 하진이 왜 그러는지 알 것 같아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지율 역시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지만 혹시 싶어 시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저기…시윤씨…”
“응?”
“하진 선배 화난 건 아니지?”
“아니야, 왜 그런지 알 것 같지 않아?”
시윤의 물음에 지율이 답했다.
“알 것 같긴 한데… 그래도 혹시나 해서..”
“분위기만 잡은 거야 분위기.. 지켜봐 봐.”
시윤의 지켜보라는 소리에 지율은 알겠다고 하면서 두 사람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하진과 지아는 지금 자리에 시윤과 지율이 있다는 것은 신경도 쓰이지 않는지 서로만 바라보며 대화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요, 선배 갑자기 왜 그래요?”
“소개 받지 말라는 소리가 말 안 되는 소리는 아니지.”
“아니 갑자기 바람 쐬러 나갔다 온다고 해서 나갔다 온 사람이 소개 받지 말라고 해요?”
“…..”
“딴 사람 같아요.”
딴 사람 같다고 하는 지아의 말에 하진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지아에게 말했다.
“소개 받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뭐겠어.”
“그건 선배가 말해야 할 이유죠. 제게 물으면 제가 어떻게 알아요.”
지아의 생각 외의 대답에 하진이 다시 물었다.
“정말 모르겠어?”
지아는 무슨 대답을 할지 잠시 머리로 고민했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감은 잡았으니 ‘네’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자신이 생각하는 그 이유가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대답 또한 할 수 없었다.
“…..”
“지아야 정말 모르겠어?”
지아는 하진의 물음에 단호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네.”
자신이 먼저 안다고 다가 갈 수는 있지만, 그것은 하진이 끝까지 표현을 하지 않는다면 하진이 자신의 마음을 몰라 준다면 할 행동 이였다.
그런데 하진이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충분히 하진이 먼저 자신에게 이유를 말 할 수 있었다.
지아는 하진이 자신의 답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 그가 직접 말해주기를 바랬다.
“선배.”
“……”
“소개 받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것도 이렇게 선배가 막을 정도라면…”
“…..”
“그 이유 정도는 선배가 직접 말해주세요.”
단호하게 말하는 지아의 표정에서 하진은 잠시 침묵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말해달라는 그녀에게 결국 그는 자신이 직접 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
“세상에…”
하진의 행동의 이유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말을 뱉고 들으니 지율은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와버렸다.
시윤은 그 모습을 그저 웃으면서 지켜보고 있었고 지아는 막상 자신의 귀로 들으니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너랑 연애하고 싶으니까.”
막상 이유를 대기 시작하니 하진은 너무나 이유를 잘 말하고 있었다.
“왜 너한테 잘해줬겠어.”
“……”
“왜 소개 받지 말라고 했겠어.”
하진의 말에 지아는 목이 탔는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하진을 보았다.
자신을 보는 하진의 눈빛에 물이 한 모금 이상은 넘어가지 않았다.
‘이렇게 진지하게 보니까… 부담스러워…’
부담스럽다. 그 감정이 지아의 솔직한 감정 이였다.
그런 감정이 느껴지자, 지아는 내심 지율이 대단했다, 이런 부담스러운 눈빛을 거의 수시로 느끼고도 적응을 했다는 게 다시 한번 대단하게 느껴지면서도 시윤과 하진이 친척이라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았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내가 너랑 연애하고 싶으니까 그랬겠지.”
“…..선배”
“이게 소개 받지 말라는 이유야. 대답이 됐어?”
“네...”
지아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자 하진은 머리를 긁으며 다시 가벼운 분위기로 돌아와 말했다.
“아…정말… 원래 이렇게 갑자기 말하려고 한 건 아닌데…”
“…네?”
하진의 말에 지아가 의아해 하자 하진 역시 얼굴을 붉게 물든 채 말했다.
“졸업식 날 말하려고 했단 말이야.”
“….?”
하진의 발언에 지율은 물론 시윤까지 놀라워했다.
“선배 설마..”
“야.. 이거 의외로 생각은 갖고 있었네.”
두 사람이 감탄을 연발하자 하진은 눈을 흘기며 커플을 쳐다보았다.
“너네 두 사람 때문이야.”
하진의 말에 시윤이 천연덕스럽게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우리가 뭘?”
시윤의 반응에 하진이 조금 열이 받았는지 손가락을 세우고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너희 둘만 아니었어도, 내가 계획대로 할 수 있었는데..!”
“아하하하…”
지율이 어색하게 미소를 보이자, 여전히 하진은 억울한 심정을 말했다.
“그런데… 소개? 소개?~!! 누구 좋으라고 소개를 해줘.”
“…..”
하진의 목소리가 커지자 사람들의 이목이 조금 집중이 되었다.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하자 지아는 부끄러웠는지 하진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선…배.. 쉿..쉿…”
“잠깐 놔봐… 얘네를 그냥…”
“선배…!”
지아가 화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하라고 하자, 결국 하진은 손을 거두고 물을 마시는 걸로 속을 달랬다.
********
파란만장 했던 식사를 마치고, 네 사람은 길거리에 나와 2차를 가기로 했다.
2차를 가는 동안에도 하진은 아까 제대로 따지지 못한게 아쉬웠는지 가면서 두 사람을 구박했다.
“정말 너네 그러는 거 아니다.”
하진의 말에 지율이 결국 입이 삐죽 나온 채 대꾸했다.
“우리가 알았나 뭐?”
“넌 지아 친구였으면 내가 왜 잘했는지 알았을 거 아니야.”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독심술사인가?”
지율의 말에 시윤이 옆에서 거들어 주었다.
“우리 지율이는 내 마음 파악하기도 바빠.”
“편 드는 거야 지금?”
하진의 말에 시윤이 웃으며 말했다.
“자기 마음도 알기 힘들어.”
“뭐야, 시윤씨 그거 나 놀리는 거지?”
지율이 눈을 흘기자 시윤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라 들켰어?”
“시윤씨!!!”
“하하하하, 그래 하진이도 억울하고 우리 애인도 놀려서 속상하니까 2차 맥주는 내가 쏜다. 어때?”
시윤의 말에 세 사람은 바로 기쁘게 Ok를 하면서 2차를 즐기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