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짓 하지 않는다는 시윤의 말에, 지율은 더 긴장이 되었다.
자신의 심장소리가 아주 크게 들리자 그녀는 속으로 외쳤다.
그만 좀 크게 울리라고.
그가 전부 다 듣겠다고, 부끄러우니 그만 좀 크게 뛰라고.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시윤은 또 한번 말했다.
“첫날 밤이네.”
첫 날밤이라는 소리를 듣자 더 세차게 뛰는 심장.
이러다 숨이 멈춰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의 심장은 세차게 뛰었다.
세차게 뛰는 만큼 나오는 말은 정 반대의 말.
“시끄러워 안 자면 진짜 소파로 쫓아낸다.”
그의 귀에 들리게 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소리.
감추는 방법은 마음과 반대 되는 말 뿐 이였다.
아직은 어색한 솔직한 마음, 다가가려고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지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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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대화가 서서히 끊기고 시간이 꽤 지났다.
시윤도 그렇고 지율 역시 자려고 하면 잠이 들지 않았다.
쉽게 들지 않는 잠.
상대는 자고 있을까 봐 움직이지도 못하는 두 사람.
어둠 속에서 눈만 깜박이다가 자신의 머리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길.
‘어…? 아직… 시윤씨 안 자나보네…’
그녀가 잠이 들었나 싶어 그녀의 머리를 만져주며 더 편히 잠들었으면 하는 부드러운 손길.
그 손길이 참 기분 좋게 느껴지고 있었다.
한참을 자신의 머리를 만져주고 있자, 지율이 먼저 말을 했다.
“안..자…?”
지율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멈칫 한 손길.
그리고 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안 잤어?”
똑같이 되묻는 소리에 그녀가 답했다.
“응, 잠이 안 오네? 시윤씨는?”
“나도…”
“…..”
“미안 내가 옆에 있어서 못 자는 거 아니야? 예민하면 못 자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혹시나 자신이 옆에 있어 불편해서 잠이 못 들었나 싶어 사과하는 시윤에게 지율이 말했다.
“아니야, 그냥 잠이 안 와서야. 불편하지 않아.”
“그럼 다행이지만…”
“시윤씨야 말로 불편하지 않아?”
“왜?”
“나 팔 베개 해주고 이렇게 머리도 만져주고 하는데 두 팔 다 아플까 봐.”
지율이 자신의 팔이 아플까 봐 걱정하는 말투가 들리자, 만져주던 손길을 멈추고 품에 더 꼭 안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아프지 않아.”
“정말?”
“응. 사랑하는 사람 깊게 자라고 해주는 건데 왜 아파.”
시윤이 말하자, 새삼 그의 배려에 감동한 지율은 그에게 감사인사로 마음을 전했다.
“고마워.”
“갑자기?”
“그냥.. 이렇게 늘 날 생각해줘서.”
“당연한 거지.”
“오늘 이렇게 못 자면 내일 피곤할 텐데… 내가 회사로 커피 사다 줄까?”
어떻게든 자신의 마음을 서툴지만 표현하고 싶은 지율은 그렇게라도 그의 마음에 자신도 답하고 싶었다.
“커피?”
“응, 피곤할 것 같아서. 점심 때 내가 샌드위치랑 같이 사갈게.”
그녀가 점심때 자신을 위해 사온다는 말을 하자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점심 데이트네?”
그저 그가 피곤할까 봐 찾아가는 건데도 데이트라고 말해주는 참으로 세심한 남자.
그리고 그의 말에 맞장구 치며 같이 기뻐하는 여자.
“응! 그렇게라도 보고 싶어.”
서툴지만 그래도 그를 위해 변하려고 하는 여자.
보고 싶다는 그녀의 한 마디에 들떠 시윤도 말했다.
“그럼 사오는 거 진하네 카페에서 부탁해.”
“진하씨?”
그녀가 묻자, 그가 답했다.
“샌드위치 정말 맛있거든.”
“아아…”
“든든하기도 하고.”
“알았어, 그럼 진하씨 카페에 가서 사올게.”
그녀가 사다 준다고 하자 시윤은 그녀를 안은 채 당부의 말도 전했다.
“갈 때 도착했을 때 전화나 문자 남기고.”
“알았어요.”
“진하가 수작 걸면 무시하고.”
“그럴 사람 아닌 거 잘 알잖아.”
지율의 말에 시윤이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알아도 세상 모든 남자는 적이야. 네가 너무 예뻐서 그래.”
예쁘다는 시윤의 말에 지율은 그의 품에 더 들어가 그를 안으며 말했다.
“시윤씨한테만 예쁘면 돼. 다른 사람은 신경 안 써.”
지율로써는 정말 굉장히 크게 표현한 말.
그런 그녀의 표현이 기뻤던 그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시윤이 말했다.
“나한테 올 때 전화나 문자 다시 주고.”
“응.”
“안전하게 와야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 알지?”
사고 없이 오라는 그의 말에 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혹시나 진하가 시간 비면 데려다 달라고 해.”
“에이, 그러면 안 되지 괜찮아.”
“상황 봐서 그렇게 해. 아마 먼저 데려다 준다고 할거야.”
“알았어요.”
지율이 알았다고 하자, 다시 한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꼬옥 안아 머리까지 쓰다듬어 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자 어느 새 그녀는 졸음이 오는지 하품하기 시작했다. 지율이 하품을 하자 시윤은 이불을 다시 끌어올려 그녀의 목까지 덮여주면서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졸음이 오지?”
“응… 조금 눈이 감겨.”
눈이 감기기 시작한다고 그녀가 말하자, 더 부드럽게 토닥여 주면서 말했다.
“그럼 이제 꿈나라로 가.”
“시윤씨는?”
“나도 잠이 오기 시작해서 곧 잘 거야.”
“음…하..암..”
그녀가 다시 한번 하품 하자 시윤은 그녀에게 말했다.
“잘 자, 내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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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을 재우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려왔다.
깊게 잠이 든 것을 확인한 시윤은 그녀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추고 귓가에 속삭였다.
“악몽 같은 거 꾸지 말고…”
“…….”
“꿈에서도 나만 만나.”
“……..”
“늘 행복한 꿈만 꿔.”
그녀의 귓가에 말을 마친 시윤은 그 역시 그녀를 꼭 안은 채 잠이 들었다.
지율과 꿈속에서 또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새근새근.
늦은 밤, 겨우 두 연인은 잠이 들었다.
잠이 들면서도 등지지 않고 오히려 사이를 더 좁혀 안고 자는 두 사람.
두 사람은 꿈에서도 만났는지, 어느 새 똑같이 웃고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똑같이 웃으며 닮아가고 있는 연인.
자는 모습들 조차도 사랑스러운 모습 이였다.
서로 떨어지기 싫은지 꼭 안은 채 잠들어 있는 연인.
늘 악몽으로 잠꼬대를 하던 지율은 오늘만큼은 악몽을 꾸는 듯한 모습도 잠꼬대도 하지 않은 채 편안한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중간중간 깨어나기도 몇 번 결국은 새벽에 일어나 밤을 지새우고 낮에 잠드는 게 일상 이였던 그녀가 한번도 깨지 않은 채 그저 편안한 얼굴로 잠을 자고 있었다.
조금은 위험했었던 두 사람의 밤.
귀여운 도발과 강렬한 도발.
그리고 새롭게 확인하는 서로의 애정.
우여곡절이 많았던 밤 이였지만, 그럼에도 좋은 추억으로 기억 될 두 사람의 첫날 밤이 서서히 지나고 아침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