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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셔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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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의 불운 4
작성일 : 17-11-12     조회 : 30     추천 : 1     분량 : 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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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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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찰나의 순간,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한다.

  어떻게 하지? 인질에게서 총구가 벗어난 것은 다행이지만........ 김연이 지금 총구를 내리고 있다.

  김연이 적을 자극하긴 했지만, 애초에 조금 전 내가 바보같이 적에게 노출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런 나를 김연이 구하느라 저 인질범을 놓치지 않았다면 이런 상황은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여기서 김연이 다치거나, 죽는다면 그건 내 책임이다.

  그리고 김연이 산다고 해도 인질이 다친다면 그것도 내 책임이다.

  심지어 그 경우엔 김연이 반장으로서 책임을 뒤집어 쓸 터.

  내 실수로, 대한민국에서 영웅으로 불리는 자가 위기에 처했다.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간 한 순간, 내가 가진 각성자로서의 반사 신경, 특히 가속능력자로서 발달된 신경과 근육은 마약중독자 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탕!!탕!!탕!!

 

  “......”

  세발의 총소리가 교차한다. 직후에 털썩, 하고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 전까지 발작하던 남자가 힘없이 무너졌다.

  발사된 총알은 세발.

  김연은 적이 쏜 한발을 고개를 옆으로 한번 까닥거리는 것으로 피해버렸다.

  그리고 나, 김연이 쏜 것은......... 적의 머리를 산산조각냈다.

  “하아........하아........”

  총을 든 손이 떨리고 있었다. 손 뿐만이 아니었다. 내 무릎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눈동자는 내가 만들어낸 광경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마구 요동치고 있었다.

  “........아........”

  내가 직접 숨을 끊은 상대를 바라보았다.

  기관 단총의 방아쇠를 한번 당기는데 들어간 아주 미약한 힘. 그것이 첫 살해의 감각이었다. 그러나 그 미세한 압력은 손가락에서부터 팔을 타고, 어깨를 지나 심장에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그저 구경만 하고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역겨움이 몰려왔다. 총을 든 손이 힘없이 아래로 향하고 힘 빠진 다리는 나를 뒷걸음질 치게 하며 간신히 넘어지는 것을 모면하고 있었다.

  “우읏.......”

  억지로 다리에 힘을 넣으며 방금 전까지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상대를 바라보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거린 힘으로 나아간 탄환은 생명 하나를 끊어버렸다. 너무나도 현실감이 없었기에 혼란스러웠다.

  “어쩔 수...... 없었......”

  먼저 당기지 않았으면 김연이 위험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자는 테러리스트였다.

  지금 이 순간 그 사실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되뇌었다.

  죽였다. 그러나 죽여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내 손으로 생명 하나를 끊었다.

  긴장이 서서히 풀려갈수록 그 충격은 끊임없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으흑.......”

  그때 내 어깨를 누군가가 강하게 잡았다.

  “?!”

  “물러나.”

 

  김연의 그 한마디에 정신이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내가 뭘 해야하는지, 뭘 하고 있었는지를 떠올렸다.

  김연이 나를 뒤로 하며 인질에게 다가가, 그녀를 묶고 있던 포박과 안대, 재갈을 풀었다.

  그리고 그 김연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차분한 어조로 인질에게 말했다.

  “이제 안전합니다. 다치신 데는 없으십니까?”

  “흐...흐흑...네.......감사합니다......”

  김연이 인질을 안심시키고 그녀를 일으켜 세운 그때, 우리들의 통신기에 강윤선배로부터의 무전이 날아왔다.

  “1층 전부 확보 완료했습니다. 적은 전원 사살되었습니다.”

  “그래. 그럴 줄 알고 네명....... 아니, 세명 살려뒀지. 전원 올라와. 그리고 인질 분도 모셔다 드려.”

  통신을 끊고, 한숨을 내쉬는 김연. 이윽고 통신을 받은 15반의 동료들이 올라와, 인질을 확보하고 어딘가가 성치 않은 채로 숨만 붙은 채 뒹굴고 있던 적들에게 수갑을 채워 제압한다.

  “.......”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묵묵히 움직이는 동료들의 발밑엔 피와 시체로 엉망이 된 바닥이 있었다. 아까 전, 돌입에 대한 긴장으로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정신의 끈이 느슨해지자 주변의 참상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스쳐지나가며 보았던 광경은 지금 그 처참한 민낯을 보여주고 있었다.

  “으윽......”

  이 와중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단 한명의 숨을 끊어놓았음에도 이렇게 온몸이 떨려 견딜 수가 없는데,

  어째서 이런 행위가 가능할 수 있는 것일까.

 

  아카데미 수석이라는 타이틀. 다소 맹한 구석이 있는 동기들, 난 내심 자신이 그들보다는 진지한 자세로 전담청 대원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성적도, 태도도, 무엇하나 자신이 더 위에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얼마나 큰 오만이었던가. 내 각오는 그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처음으로 보는 피와 살육의 현장에 다리 힘이 풀릴 정도의 것이었던 것이었다.

  물론 변명하려면 할 수 있다. 난 아직 17세, 오늘 처음 전투에 던져진 십대일 뿐이다.

  그러나 난 그저 피를 보면 질겁해도 되는 청소년이 아니다.

  전담청 대원, 이 일을 하기 위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훈련 받고 그 대가를 받아오던 사람이다.

  그러나 난 너무나 약했다. 전투에서도, 마음도.

  “.......어이.”

  오빠의 뒤를 이어? 내가?

  “야.”

  그 훌륭한 각성자이자, 군인이었던 사람을 내가 대신한다고?

  “야!!”

  “읏, 네, 넷!!!”

  조금 전부터의 외침이 나에게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나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

  “네가 지금 당장 이 상황을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일단은 움직여라. 아직 일은 안 끝났다. 혹시 그게 안 된다면 지금 당장 차량으로 가서 안정하던가.”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을 나를 잠시 물끄러미 보는 김연.

  “......”

  무언가 말하기 힘든 압력을 느꼈다. 묘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그것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렇게 한동안 나를 바라보던 김연은 잠시 한숨을 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쏠 필요 없었어. 바보냐? 계단과 복도에서 뭘 봤지? 넌 2년 전에도 한번 보지 않았냐? 내 속도면 저런 건.......”

  “........”

  나는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무언가 내가 신경 쓸 만한 한마디가 섞여있던 것 같지만.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김연은 그 아름다운 왼눈을 조금 찌푸리더니 다시 한숨을 쉬었다.

  “........인질로부터 총구를 돌리는 것이 우선이었어.”

  “........”

  변명.......을 하려는 건가?

  하긴, 내가 이것을 변명이라 생각할 자격이 있을까?

  “이미 약에 쩔어 정상적 사고는 불가능한 놈이니 이성을 되찾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지. 게다가....... 이미 이놈은 부상으로 봤을 때 살기는....... 아니, 아니다.”

  “.......”

  이 남자는....... 어째서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위험한 방법을 쓴 자신을 위한 변명? 아니면....... 처음으로 누군가를 죽인 나를 위한 위로?

  모르겠지만,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내가 벌인 추태가 사라지진 않는다.

  어리버리하다가 인질을 위험하게 했다. 거기에, 전담청 대원이 적을 사살해놓고 벌벌 떨고 있다.

  한심하다.

  그리고 잠시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김연은, 다시 한숨을 쉬고 조금 냉랭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후회를 하든........아니면 날 원망하던 간에 집에서 하시고 일단은 움직여. 상황은 아직 안끝났으니까.”

  그리고 무심히 나를 지나쳐 가는 김연.

  “......젠장......”

  나는 아직 떨리고 있는 자신의 팔을 부여잡는다. 그리고 김연을 따라가기 위해 돌아섰다. 그러나 그렇게 돌아선 내 앞에 김연이 서있었다.

  “반장님?”

  “......”

  잠시 이쪽을 등지고 서있는 김연. 그러다 그는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그렇지. 이게 당연한거야.”

  “......네?”

  무엇이 당연하다는 것일까. 김연은 말하지 않았다.

  “사람을 죽였다고 해서 그것에 익숙해 져선 안돼. 적응해서도 안되지. 그저 네가 생각해야 할 것은........ 네가 왜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그것에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그것 뿐.”

  아마도 그 나름대로의 위로일까?

  왜일까, 그 목소리는 딱딱했지만 마음속 어딘가가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일단 가도록 하지. 근데 힘들어 보이네? 업어달라고 하진 않겠지? 하긴 나는 마음이 약해서 이런 걸 기회로 약한 척 하며 접근하면 외면 못할지도 몰라. 그렇다고 진짜로 하진 말고, 사실 난 연상 취향이거든. 그러니까 최소 20대 중반........”

  “........”

  어느새 김연은 평소의 건들대는 태도로 돌아가 있었다. 위로든 충고든 멋지게 한마디 뱉었으면 거기서 끊어줬으면 한다.

  “앞에서 끊으셨으면 조금은 존경할 뻔했는데요.”

  그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도대체 저 인간이 입을 다물 때는 언제일까?

  2년 전에는 정말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쩌다 저렇게 떠벌이가.......

  응? 잠깐만. 저 양반, 조금 전에 분명 이렇게 말했지.

 

  ‘2년 전에도 한 번 보지 않았나?’

 

  “기억.......하고 계셨.......”

  “응? 뭐라고?”

  어느새 그 귀찮다는 듯 가볍게 던지는 목소리로 돌아온 김연이 나를 돌아보았다.

  아, 오늘 몇 번이나 느끼는 건지 모르지만, 한심하다.

  방금 전까지 벌벌 떨던 주제에 접어두기로 정했던 추억을 그가 기억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때, 김연의 통신기에 무전이 날아들었다.

  “김연!! 거기는 어때!! 빨리 와야 할 것 같은데?”

  “이지운? 왜?”

  “여유부릴 때가 아냐!! 지원군이다!!”

  “뭐?”

  “적의 지원군이라고!!!”

  “!!”

  김연은, 멈칫 한 채 얼굴을 찌푸렸다.

  “말도 안돼. 놈들이 돌입해 들어왔다고? 어디서? 밖에서는 안보이던데?”

  “밖이 아냐!!”

  “뭐?”

  “텔레포트다! 텔레포터들이 나타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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