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청 내부에 있는 실내사격장.
전담청 대원의 기본 무장은 보통의 병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관단총 혹은 소총, 권총, 나이프가 기본이었다. 물론 그 외에 자신의 취향이나 주특기에 따라, 혹은 짬별로 적당히 주문해서 들 수 있었지만 보통의 각성자 알보병은 저게 기본이었다.
“뭐 너희가 일일이 지적받아가며 하나하나 배울 짬도 아니고, 탄창 열 개씩 배급해줄 테니 최대한 맞춰봐라. 사실 각성자끼리 붙는데 가만히 서서 쏠 상황은 거의 없긴 하지만, 애초에 기초가 없으면 달리며 쏘든 날면서 쏘든 아무리 연습해도 맞출 리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15반의 훈련에서 이렇게 길게 주절거릴 사람은, 뻔하지. 김연이다.
“권총 쏘는 거야 이미 지겹도록 해봤을 거고 너희들 수준이면 전탄을 급소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려봐야지. 물론, 표적은 그냥 표적이 아냐.”
전담청이 비극적인 타격을 입었음에도 김연은 그전과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저 반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걸까? 김연은 주위에선 가장 생각없고 편한대로 사는 인간처럼 보여도 따지고 보면 가장 속을 알수 없는 인간이었다.
“자, 그럼 시작한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김연의 목소리. 그리고 부저음과 함께 시작된 사격훈련은 지겹도록 굴러다니는 시가전 훈련이나 치열하게(물론 선배들 상대로는 치열하게 끌 시간도 없었다.) 치고받는 대인전 훈련보다는 편했다.
그러나 김연이 말한 대로, 권총정도는 능숙하게 다루는 나지만 이 훈련의 목적은 하나, 일반적인 명사수조차 뛰어넘는 정확도였다.
표적은 인간 형상의 철판. 권총탄에도 뚫리지 않도록 견고하게 만들진 물건이었다. 머리와 심장부분에 센서가 부착된 표적은 양 옆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옆 사람의 표적과 겹치면 안 되기에 그 거리는 짧았다.
문제는 그 속도가 각성자전을 상정하고 설정된 탓에 무섭도록 빠른데다가, 그 패턴 또한 불규칙적이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하고 양옆으로 움직이기만 하는 각성자는 바보가 아닌 이상 없을 리 없지만, 적어도 움직이는 표적에 대한 정확도를 올리는 데에는 도움이 될 터였다.
탕, 탕, 탕.
실내 사격장에 울려 퍼지는 권총소리. 15반의 대원들은 횡대로 쭉 서서, 눈앞에 올라온 표적들을 노리고 있었다. 헤드셋을 착용했어도 4명이 한 번에 발사하는 사격음은 무시무시했다.
그 와중에 김연은 열 받게도 사격장 뒤쪽에 있는 방음부스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탕!
침착하게 표적을 바라보며 사격을 계속한다.
탕!
이번엔 머리에 명중 시켰다. 표적을 명중시킬 때마다. 저 앞에 있는 전광판에 명중한 탄의 수가 집계되었다.
그렇게 탄창을 전부 비우고 난 결과, 전탄 명중.
선배들의 경우엔 한발이 급소에서 살짝 벗어난 듯한 지민 선배를 제외하곤 전부 마찬가지였다.
“.......”
지민선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술을 깨물며 자신의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민. A랭크 각성자만 되어도 저것만큼 빠르게 올 거다.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라.”
강윤선배가 진지한 목소리로 지민선배에게 말했다.
“.......네.”
고개 숙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지민선배. 위로라도 해 드려야하나 잠깐 고민하는 사이 스피커에서 김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민이가 한발 빗나가긴 했지만 이 정도는 꽤 쉬웠지? 이제 속도를 한 단계 더 올려볼게. 물론 너희가 해야 할 것은 똑같다. 준비해. 그리고 지민아?”
“.......네, 네!!”
“이번엔 제대로 해라.”
“.......네.”
물론 김연이 지민선배를 지적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지민선배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정도는 해줄것이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빠르게 탄창을 교환, 다시 눈앞의 전광판을 향해 권총을 겨누었다.
“........”
확실히 그 공장에서 날 죽일 뻔한 각성자는 저것보다 빠르긴 했지.
그날을 떠올리니, 불현 듯 그날 본 김연의 사격도 떠오르고 있었다.
격발의 가속.
“......”
무작정 따라하긴 힘들겠지만, 한번쯤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몰랐다. 저작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야.
“좋아.”
표적이 다시 뒤로 물러나고, 그러나 이번엔 조금 다르다.
가속. 2배.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처음 각성능력을 몸에 적용시켰을 때가 떠오른다.
나는, 지금보다 더 강한 힘이 필요하다.
더 이상의 상실을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고,
친구를 죽이고 내 삶에 마수를 뻗치기 시작한 그 괴물들과 맞서고 싶으니까.
“......”
삐이
부저가 울리고 다시 훈련이 시작되었다. 나는 기를 권총에 흘려보내며 능력발동의 범위와 형태를 이미지화 했다.
범위, 권총, 오른 손 검지.
타타타타타
“성공했다!!!”
마음먹은 만큼의 가속률은 나오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다섯 발, 원래의 연사력보다 빠르게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탕! 탕!
갑자기 다시 연사속도가 떨어진다. 게다가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크윽!”
긴장한 채로 무리하게 기력을 순환시킨 탓일까. 기의 반동이 평소보다 강했다.
잠시 시야가 흔들렸다. 물론 곧바로 회복되는 가벼운 수준이었지만 그 짧은 순간이 문제였다. 표적은 내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이런!!”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급하게 남은 탄을 발사한다. 전 탄을 다 비우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전광판의 숫자는....... 처참하네.
“응? 홍? 괜찮아?”
수연선배가 놀란 듯 외친다.
내 사격 명중률이 이토록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굴욕감에 뭐라 되돌려줄 말도 찾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방음부스 위의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두 열심히 하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훈련은 중지다. 자세한건 가면서 말할 테니 우선 반으로 가서 출동 준비하도록.”
“지금 당장 말입니까?”
강윤선배가 방음부스에 대고 외쳤다.
“그렇다니까. 빨리 가라. 아니지, 뒷정리 하고 탄창사용 개수 체크도 해놔.”
그렇게 말하고 김연은 어기적대면서 방음부스에서 나왔다. 다른 대원들은 당황하면서도 늘 하던 대로 뒷정리에 들어간다.
나 역시 선배들이 하는 것처럼 뒷정리를 하려 하려했다. 그때 김연이 내게 다가온다.
“시도도 좋고 첫 시도에 그 정도로 성공한 건 칭찬해 주겠는데. 처음부터 방법이 잘못되었고....... 비효율적이다.”
이렇게 차분하게 말하면, 너무나 듣기 좋은 목소린데 말야.
“하지만. 그렇게 말씀하셔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은 배운 적이 없습니다.”
“하긴 이건 말 그대로 잔기술이니까. 정석적으로 배울 만한 건 아니지.”
“혼자 연습하셨나요?”
“당연하지. 뭔가 배울 만큼 친한 가속능력자가 없었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천재였지.”
그렇게 말하고 그는 자신의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내 앞을 지나친다.
그리고는 어느새 오른손으로 권총을 겨누며, 왼손에 든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우웅.......
그가 있는 자리의 표적이 양옆으로 움직이며 빠르게 다가온다. 그것도 조금 전에 내가 노리던 표적보다 빠른 속도로.
그리고, 내가 그 사실을 인지한 직후,
타앙!!!!
“!!!”
느닷없이 옆에서 들린 한발의 사격음.
그리고 김연의 손에 들려있던 권총은 어느새 그의 홀스터에 다시 들어가 있었다.
“.......”
그 위에 있는 전광판은 15발 전탄 명중을 보여주고 있었다.
“기력을 불어넣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우선 권총을 네 몸의 일부로 인식하는 거야.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자기최면에 가까운 짓이지. 기는 실체가 없는 정신적 에너지이고, 기가 신체 내부를 지나는 통로인 기로 역시 실체가 없는 기관이지. 그걸 권총으로 연장한다고 생각해봐.”
그렇게 조언을 한 김연은 곧바로 내 쪽의 전광판으로 눈을 돌렸다.
“풉......”
이 빌어먹을 자식이. 그 비웃음만 아니었으면 조금쯤 존경할 뻔 했는데. 왜 항상 그럭저럭 반장역할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마지막에 초를 치는 걸까?
“......”
“아 미안 그렇게 보지마.”
“확실히 꼴 사납긴 하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비웃으셨네요.”
“음....... 아니 전담청 대원이라는 것이 저 정도로 빗 맞추는 것은 또 처음 봐서 말야. 큽......”
“......”
자신이 힘만 있었어도 당장 후려치고 싶어지는 태도였다. 그렇게 잘났으면 차근차근 가르쳐주시던가.
강해서 좋으시겠네. 적어도 나처럼 교전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헤메다가 꼴사납게 쓰러질 일은 없을 테니까. 이렇게 꼴사납게 강해지려는 노력을 하다가 비웃음 당할 일도 없을 테고 말야.
“뭐....... 나중에 한가해지면 대충 알려줄테니까 그렇게 보지마라.”
뭐라고?
“네?”
그저 지나가는 말투로 가볍게 던진 말일 테지만 놀랍다.
지금까지 훈련 참여조차 안하고 구경만 해온 사람이 갑자기 왜 저러는지 불안해지기도 했지만 아무튼 기회라면 기회였다.
“정말이신가요?”
“시간 난다면.”
“언제죠?”
이런 건 확실히 못박아 놔야한다.
“몰라.”
“......”
“지금 훈련하다 뛰쳐나가는 상황 보면 모르냐. 나중에 시간나면 확실히 알려줄테니 우선 나갈 준비해라.”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 먼저 가는 김연이었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약속하신 걸로 알게요.”
“그러시던가.”
퉁명스럽게 내뱉고 김연이 문을 열고 나갔다.
“.......무슨 생각이지?”
그래도 이것은 나쁜 일은 아니다. 저번 사건 때 내 위치였던 일반 병사 A수준의 힘에서 벗어나려면, 김연에게 뭐라도 배우는 편이 나을 테니까.
훈련도 중단한 것으로 보아 꽤 급한 상황이라고 생각되므로, 손을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느새 내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는 것도 모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