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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셔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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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 5
작성일 : 17-12-28     조회 : 46     추천 : 1     분량 : 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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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진 서울 거리, 15반은, 그 도로를 달리는 승합차 한 대에 우겨넣어져 있었다.

  “일단 저번 작전 이전부터 경찰은 꾸준히 그들을 추적하고 있었지. 사실 군도, 전담청도, 국정원도 전부.”

  굳이 한 대에 몰아서 태워야 했나 할 정도로 비좁은 차내. 게다가 뒤쪽에는 뒤로 짊어지는 배낭 같이 생긴 안티 텔레포트까지 넣어두었다.

  그것도 잘못 건드리면 안 된다는 이유로 운전 중인 강윤선배의 장비와 함께 맨 뒷칸에 모셔둔 탓에, 대원들은 앞에 다닥다닥 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덥고 비좁은 차 안에서 방탄복을 비롯해 개인 장구류도 들고 있으려다보니 운전 중인 강윤선배를 제외하면 대화에 집중하기도 힘든 환경 이었다.

  사실 제외할 사람은 한명 더 있다. 뻔하지. 김연이다.

  김연은 조수석에 앉아서 턱을 괸 채 건들거리고 있었다. 그 꼴을 보고 있자니 분통이 터질 지경인지라 나와 수연선배는 뒤에서 이를 갈고 있었다. 물론 김연은 그러거나 말거나 설명을 계속했다.

  “사실, 아무에게도 공표되지 않은 사실이지만, 3일 전, 청와대 앞으로 웬 괴문서가 날아 들어왔다.”

  “괴문서요?”

  “그래, 내용은....... ‘붕괴와 후퇴. 어느 쪽을 선택 할 것인가.’라는 글로 시작하더군. 별 미친, 쓴 놈이 누군지 몰라도 10년 후엔 이불을 걷어차고 있겠지.”

  “......”

  “그리고 그 뒤가 가관인데. 놈들의 구체적인 요구가 나와있더군.”

  “요구요?”

  내 물음에 김연은 여전히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요구는, 전담청의 폐쇄와 외부 영입 인사들의 추방, 물론 국적 관계없이. 한마디로, 나랑 이건혁도 포함해서 추방하란 이야기지.”

  끼이이익!!!!

  “우왓!!!”

  차가 크게 요동친다.

  “야! 조심해!!”

  “죄송합니다.”

  그 침착한 김강윤 선배조차 놀란 것인지, 운전이 순간 거칠어졌다.

  그러니 내가 느낀 경악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잠깐만요!! 그, 그래서요?”

  놀라서 눈을 치켜 뜬채 묻는 내 물음을 김연은 심드렁하게 받아친다.

  “몰라, 그것만 나와 있었어. 하지만 대통령이 머리에 총을 맞은 것도 아닌데 받아들일 리가 없지. 그리고 놈들도 그건 잘 알고 있을 거야.”

  “......”

  모두가 잠시 침묵한다. 나 역시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문득 떠오른 의문에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전달 된 거죠?”

  김연은 마치 의욕있는 선생이 의욕있는 학생의 질문을 받은 것처럼 기분 좋게 대답했다.

  “그게 중요한데 말야. 당시 청와대 경계 근무 초소로, 한 여성이 접근 했다더군.”

  “그녀를 통해서 전달 된 건가요? 그럼 그 여자가?”

  “그녀는 몸에 폭탄을 두르고, 덜덜 떨면서 한손에는 편지를 든 채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해.”

  “.......”

  “그녀가 초병에게 한 말대로라면 괴한에게 납치되어 폭탄이 둘러지고 차에 태워져 청와대로 이것을 전달할 것을 협박당했다더라.”

  그것 뿐?

  “꽤나 허술한데요?”

  “마저 들어봐. 일단 그 때문에 그날 수방사와 경호실이 뒤집어지고, 해체반이 도착해 여자의 폭탄은 현장에서 해체되었지. 그런데.......”

  “??”

  김연은 말을 고르듯 잠시 창밖을 보더니, 여전히 웃음기 띈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라져버렸어.”

  “뭐라고요?”

  “그 여자, 심문을 위해 데려가려 했더니 잠깐 눈을 돌린 사이 사라졌다고 하더라고. 참 이상하지?”

  그 말을 듣던 수연선배가 한마디 했다.

  “텔레포트......일린 없겠지?”

  “그렇겠지. 청와대 주변은 아마 이 나라에서 텔레포트 대책이 가장 잘되어 있는 곳이니까. 억지로 시도했다간 아마 공중에서 몸이 터져 죽을거다.”

  “그렇군요.......”

  “아무튼 청와대는 난리가 났지. 증인을 현장에서 놓친 수방사와 경호실 친구들이게 잠시 묵념이라도 하자고.”

  생각해보니, 현장에 나가있던 병사들이나 경호원들이 받을 질책은 상상도 하기 싫은 정도네.

  “아무튼 그런 짓이 가능하다면 아마 각성자일 가능성이 굉장히 크지. 그래서 우리가 나서는 거야. 어차피 각성자 교전이 예상되기도 하고.”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하면 되는 거죠?”

  참고로 지금 우리는 아까 훈련을 급히 끝내고 김연의 재촉에 이 차로 우겨넣어진 탓에, 상황 브리핑도 이동 중에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내가 지금에서야 이런 걸 물어보고 있는거고.

  뭘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작전을 나가는데 그 준비가 이렇게 엉성하다니, 그만큼 상황이 긴박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김연의 평소와 같은 건들대는 모습을 보면, 그냥 전담청의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일단 이거 받아.”

  그렇게 말하고 김연은 대원들의 PDA에 이미지를 전송한다. 나는 다른 선배들처럼 그 파일을 열어 사진을 보았다.

  “CCTV와 병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든 전달자의 몽타주다. 그리고 그 여자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이 우리가 가는 곳 일대의 CCTV에 포착되었지.”

  “그럼 우리는 그곳으로 가서, 그녀를 찾는 것인가요? 언노운 소속일지도 모르는 사람을?”

  내 물음에 긴장된 분위기가 차 안을 뒤덮었다. 얼마 전에 반 하나를 궤멸시킨 그 위험한 존재들을, 그들이 이번에 잡으러 가는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렇지. 그리고 이것도 받아라.”

  다시 사진하나를 전송하는 김연.

  “이건?”

  “서울시 하수도를 나타낸 지도지. 거기 빨간 점으로 표시되어 있는 곳은, 서강대교 근처에 있는 배수구다. 누군가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포착되었거든.”

  마치 잡담을 하는 것 같은 김연의 말투는 언제나와 같았지만, 너무 여유가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알리없는 김연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

  “물론 어두워서 얼굴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점검일도 아닌데 일반인이 그런 데에 들어갈 일은 거의 없겠지? 게다가 그 대상이 청와대에서 이상한 짓을 한 여자라면 더더욱 수상하겠지?”

  “그렇겠지.”

  수연선배는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그렇게 대답했다.

  “아무튼, 지금 사진의 그 여자는 현재 우리가 가진 유일한 단서라고 해도 좋아. 최중요 타겟이라고 생각해도 좋지. 그러니 잘 숙지해둬.”

  “네!!”

  선배들과 함께 대답을 하고 사진을 보았다.

  검은 숏 헤어, 다소 눈꼬리가 매서운,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외모의 여성이었다. 나이는 대략 20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

  김연도 확신하듯 이야기 하진 않았지만, 정황상 언노운의 협력자 내지 언노운 소속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가슴이 뛰었다. 이렇게도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줄은 예상도 못했다. 전담청에 들어온 이래 예상치 못한 일투성이지만, 이번엔 차원이 달랐다. 친구를 죽인 자들. 현재 이 나라를 혼란에 몰아넣으려 하는 자들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야 말로 난 내 몫을 해낼 것이다.

  그래야 한다.

  “.......”

  그때 갑자기 앞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홍세연.”

  “.......”

  “야.”

  “.......아, 네??”

  갑자기 왜 이름으로 부르지? 아니 보통은 당연한 일이지만, 평소엔 항상 어린이어린이 그랬으면서?

  덕분에 당황해서 대답이 늦었잖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 데 함부로 나서지 마라.”

  “......알겠습니다.”

  “왠 일로 순순히?”

  “무리하지 말라고 여기저기서 들어서요. 반장님도 말씀하셨잖아요?”

  “그렇게 말 잘 듣는 아이는 아니었는데.”

  “아이도 아니었는데요.”

  “건방지긴.......”

  평소와 별 다를 것 없는 대화, 그리고 평소와 별 다를 것 없는 김연.

  저번에 언노운의 존재를 포착했을 때의 흔들림은, 적어도 지금의 김연에게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김연에게서 언노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랬지. 언노운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날의 김연은 평소의 김연일 뿐이었다.

  아니, 정말로 평소의 김연이었나?

  “.......”

  그 날의 대화를 떠올리니, 갑자기 내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쾌한 감각이 느껴진다.

  김연이 했던 언노운의 이야기에서 느꼈으나, 애써 저 구석으로 밀어냈던 위화감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생각에 잠긴 내 주의를 환기시키는,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 그럼 상세한 작전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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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은 그 어마어마한 크기와 서울을 가로지르는 지형적 특성을 가진 강이다. 그리고 그 특성은 한강이 서울의 거대한 하수도 노릇을 하는데 일조하고 있었고, 따라서 한강변 여기저기에는 서울 각지의 하수도와 연결되는 거대한 배수구가 있었다.

  그 중의 하나인 서강대교 인근의 한 커다란 배수구. 그 입구에서 15반 대원들은 장비를 모두 갖추고 김연의 돌입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텔레포트를 이용한 도주 및 기습을 방지하기 위한 안티 텔레포트는 현재 강윤선배의 등에 매어져 작동하고 있었다.

  “현재 이 일대 하수도로 들어갈 수 있는 다른 반들이 대기하고 있다. 물론 놈들을 마주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우리 반이니 긴장 풀지 마라. 작전 범위는 아까 전송해 주었으니 위치를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해.”

  주의를 주는 김연. 사실 그 편지 전달자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이 이곳이니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 김연이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하나 더, 아까의 그 여자 이야기인데.”

  “......”

  “내 추측이지만, 난 그 여자가 사라진 것이....... 아마도 주의분산마법이라고 생각한다.”

  “......”

  내가 김연에게 물었다.

  “반장님이 항상 막 쓰고 다니는 그거 말인가요?”

  “그래 내가 막 쓰고 다니는 그거. 내가 막 쓰고 다니는 그거라고 해서 쉽게 보지마라. 이거, 제대로 쓰기가 상당히 어려운 마법이거든. 그만큼 마법분야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는 자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어때 긴장되지?”

  “......”

  적당한 긴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왜 굳이 뒤에 한 마디를 더 붙이는 걸까.

  “그런 상당히 어려운 것을 남발하고 다니신 건가요?”

  “난 그럴 능력이 되니까. 기력량도 네 수십 배정도는 되고.”

  “쓸데없는 말 하지말고, 근거는?”

  김연의 말을 자르는 수연선배의 질문. 김연은 거기에 투덜대는 대신,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얼마전 까지 환자여서 그런 걸까?

  “생각해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지. 각성자가 텔레포트 이외의 방법으로 아무도 모르게 순식간에 사라질 방법이 몇 개 없잖아?”

  “그런가? 능력이건 마법이건 분류가 워낙 많아서 헷갈리네.”

  고개를 갸웃거리는 수연선배. 김연은 왠일인지 오늘은 수연선배를 매도하는 대신, 침착한 목소리로 설명을 계속했다.

  “정신조작계열이나 광자조작계능력자, 아니면 환각마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놈들은 허깨비를 본 게 아냐. 실체가 있는 사람이 직접 편지를 건넨 거니까. 그렇다면 남는 방법들 중에 가장 사용빈도가 높으면서 많이 배우는 마법인 주의분산마법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겠어? 물론 제대로 쓰느냐는 다른 문제지만.”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장비를 찬찬히 살펴보며 점검했다. 그때 지민선배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우물거리며 김연에게 말을 걸었다.

  “반장님.......저, 정말로........ 아까 말씀대로 가는 건가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대로 간다. 전력을 고려해보면 이게 당연한 거야. 걱정마 지민아.”

  “하지만.......”

  “잠깐.”

  김연이 손을 들며 지민선배의 말을 끊고선 자신의 통신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다시 대원들에게 말했다.

  “좋아. 각 포인트에 병력 배치가 완료 되었다고 하는 군. 자 들어간다!!”

  “네!!”

  그렇게 우리는 김연을 따라, 하수도로 진입했다. 적외선 탐지경을 통해 녹색으로 보이는 어둠 속은 축축하고 기분 나빴다. 방독면 덕에 이 광경에 어울릴법한 악취는 맡을 수 없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네.

  나는 그렇게 긴긴 밤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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