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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셔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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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 8
작성일 : 17-12-28     조회 : 21     추천 : 1     분량 : 7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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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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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무언가 놀랍다면 놀라운 점은, 변조되어 낮고 기괴한 그 목소리는 억양이 다소 이상하긴 하지만, 매끄러운 한국어로 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엔?”

  이엔? 이엔이 뭐지? 이건혁은 아마도 청장을 말하는 것일 터, 이엔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그 잠깐의 사소한 생각은 상대의 기분 나쁜 목소리가 지워버렸다.

  “가련한 것들. 자신들이 무슨 처지인지도 모르는 것들. 동정심이 들 정도야.”

  “무슨 소리를!!”

  “네가 알 필요는 없지. 방해하지마라. 죽고 싶지 않다면.”

  “.......그럼 전담청 2반은, 당신을 방해해서 죽인거야?”

  그렇게 외치고 더욱 힘을 주어 상대를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몇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을 뿐, 대치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애초에 상대의 근력은 확실하게 나보다 우위에 있었다.

  “2반? 아....... 큭큭큭.......”

  “웃어?”

  “난 그들을 죽이지 않았어.”

  “뭐라고? 웃기지.......”

  “내 동료들이 죽였지.”

  “뭐?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건가?”

  “그런 사소한 잡무는 관심 없거든. 내 할 일도 아니고.”

  “사소.......하다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 저 비웃음이 흘러나오는 끔찍한 가면을 후려쳐서 부숴버리고 싶다. 그리고 거기서 나온 얼굴을 짓뭉개고 싶다.

  지금 내게 그럴 힘이 있는가 없는가는 이 상황에서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죽이고 싶다.

  저 입을 부수고 목을 찢어서 두 번 다시 저런 말을 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내가 죽이고 싶은 건 그딴 것들이 아냐. 후후.......”

  “뭐?”

  비웃음과 함께 괴한은 고개를 살짝 돌려 오른쪽을 보았다. 그 시선의 끝에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쓰러져 있는 김연이 있었다,

  “계속 날 막겠다면 일단 치울 수밖에.......”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압도적인 힘이 나이프 너머로 전해졌다.

  “!!!!!!”

  괴한은 칼날을 맞댄 자세 그대로 나를 밀어 붙였다. 겨우겨우 버티며 뒷걸음질 치다보니 어느새 하수도의 벽에 등이 닿았다.

  “큭....... 이런!!”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더 강한 압박이 들어왔다. 상대의 쿠크리의 끝이 점점 나의 목덜미에 가까워 지고 있었다. 결국 벽에 등을 붙인 내 목 옆으로, 틱, 하고 쿠크리의 칼날이 닿았다.

  서늘한 칼날의 끝이 느껴진다. 위험하다.

  “그...... 한국어로 동병상련이라고 하던가?”

  “뭐라고??”

  “아무튼 그런 이유로........ 넌 살려주고 싶었지만....... 한 명쯤 더 죽인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

  그 말이 끝나자, 상상조차 못했던 압도적인 힘이 나이프를 통해 전해졌다. 마치 나이프 채로 나를 갈라버리겠다는 것 같았다.

  “큭!!”

  카카카카카카카카카칵!!!!!

  어떻게든 칼날을 피해보려 벽에 기댄 채 뒷걸음질로 물러나는 나. 그리고 그런 나를 쫓아 칼날을 밀어붙이는 적. 두 움직임에 맞춰 쿠크리의 칼날이 벽을 할퀴었다.

  “읏!”

  나는 압도적인 근력의 차이와 무기의 리치차이로 인해, 대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끝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팍!

  “큭!”

  그러나 그것도 거기까지였다. ㄱ자 모양으로 꺾어진 통로의 코너 부분. 그 벽에 막혀 더 이상 물러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찌 보면 너도 휘말렸을 뿐이지만, 자신의 운을 탓해라. 불쌍한 아이야.”

  그렇게 말한 괴한은 칼날을 내 목 가까이 들이밀었다.

  운, 운이라.

  여기서 오빠가 떠올랐다. 오빠도, 철연도, 전투에서 지금의 나처럼 휘말렸기 때문에 당했던 것일까? 그 빌어먹을 운이 없어서?

  “네놈들이 그 운이라도 된다는 것 같네.”

  “.......”

  “치운다고 했어? 당신들은 그런 태도로......!!”

  분노와 증오가 치솟는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약자의 개 짖는 소리일 뿐, 나는 지금 너무나도 무력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자를 쓰러트리고 싶어도 현재 상황으로는 내가 죽게 될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아까의 3배 가속의 반동이 찾아오고 있었다.

  아, 지금은 안 되는데!!!

  근육에 힘이 빠지고 어지러움까지 느껴졌다. 이대로 가면 목에 칼날이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렇게 서서히 내 목덜미에 가까워져 오는 칼날의 서늘함이 느껴질 때였다.

  “??”

  검은 마스크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

  탕!

  갑자기 들려온 총소리, 그리고 그 소리가 들리기 직전의 찰나의 순간. 괴한은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 탄환을 피했다.

  “허억!”

  갑자기 사라진 압력, 그리고 나는 적을 밀어내던 힘을 주체하지 못해 자세가 흐트러진다.

  옆을 보니 내 머리 옆엔 방금 전의 사격으로 생겨난 탄흔이 생겨났다. 아, 이것도 위험했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총성이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크으으....... 젠장, 이런 건 상정하고 만들었어야........ 으윽.”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김연이 어느 새인가 비틀대며 일어서고 있었다.

  “반장님!!!”

  “소리.......지르지마. 머리 울려.......”

  왼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김연. 그런 그의 오른손에는 K5 자동권총 개량형을 들고 이쪽을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곧 총구를 돌려 적을 겨누었다.

  “으윽....... 젠장 조준이.......”

  “??”

  요즘 김연이 평소와 다른 것이 자주 있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특히 무언가 이상하다.

  겁을 집어 먹거나 어이없이 무력화되었을 때도 이상하긴 했다만, 지금은 그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안대가?”

  안대. 항상 그의 얼굴에서, 오른 쪽 눈을 완전히 감싸고 있던 안대가 사라져 있었다. 아까 쓰러져 버둥거릴 때 벗겨지기라도 한 걸까?

  그러나 그런 의문보다 더욱 신경 쓰이는 것은, 항상 가려져 있던 그 오른 눈 이었다.

  “.......”

  그 안은, 평소에 상상하던 모습과는 달랐다.

  상처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비어있는 눈두덩도 없었다.

  그곳엔 평범한 눈이 있었다.

  아니, 평범하지만은 않았다.

  “!!”

  김연의 오른 눈은, 그의 에메랄드 빛 왼쪽 눈과는 달랐다.

  “반장님? 그 눈은.......”

  “아....... 젠장. 신경 쓰지 마라.”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희미한 조명탄의 빛에 드러난 그의 오른 쪽 눈은, 영롱한 빛을 품은 루비같은 붉은 색이었다.

  “붉은....... 눈?”

  저런 색깔의 눈은 한국인은 물론이고 세계 어디를 뒤져봐도 그다지 흔한 색은 아닐 터이다.

  그때, 왜였을까?

  ‘붉은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어.’

  오빠가 지르던 외침이 떠오른다. 붉은 눈을 두려워하는 그 외침이 말이다.

  “아니야.”

  그러나 그것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렇게 보기 좋게 맞아 떨어질 리가 없지.

  그러나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김연은 어째서 멀쩡한 눈을 가린 것일까?

  물론 겉보기에 멀쩡하더라도 시력에 문제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보기엔, 김연은 지금 왼쪽의 에메랄드 빛의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 총구를 조준하고 있었다.

  “큭큭.......”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검은 마스크의 괴한이 아직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김연을 보며 웃음 짓고 있던 것이다.

  “네놈....... 누구냐........ 언노운? 하지만....... 우....... 아니, 언노운은........”

  힘겹게 말을 내뱉고 있는 김연. 역시 아직 그 이유모를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것 같다. 한편 검은 마스크는 김연의 말에 허공을 쳐다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언노운....... 언노운이라.......”

  “.......”

  “큭....... 아하하하하하!!!!!!!”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검은 마스크. 그렇게 폭소하던 그는 웃음을 곧 거두고 김연을 바라보았다.

  “언노운이라........ 네가 언제부터 우리들을 그렇게 불렀지?”

  “??”

  “!!”

  무슨 소리지?

  우리 둘의 표정이 변한다.

  아마 나는 지금 꽤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겠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김연의 표정은 나와는 조금 달랐다. 의문, 의심? 무언가 복잡한 표정이 그의 얼굴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김연은 홀로 그 의미를 깨달았다는 듯 눈을 크게 치켜떴다.

  저것은 경악일까, 공포일까.

  “너.......”

  “네가 이곳에 왔고, 나와 마주했지. 그 시점에서 내 목표는 반 정도 달성했다.”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괴한. 나는 긴장하면서도 허리춤에서 기관단총을 꺼내어, 탄창을 교환하고 상대를 조준했다.

  “무슨 헛소리냐.”

  싸늘한 목소리로 묻는 김연. 그러나 상대는 희열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굳이 이럴 필요는 없지만, 그렇지 않을 필요도 없지.”

  “무슨 소리야?”

  내 물음에 대답은 없다. 검은 마스크는 떨리는 목소리로 제멋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난 이 순간을 고대해 왔거든. 이엔. 이엔. 이엔....... 우리들의 이엔. 큭큭큭.......”

  기괴하게 변조된 목소리로도 그가 흥분해서 횡설수설하고 있단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곧이어 그는,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그 흉측한 디자인의 마스크가 검은 장갑을 낀 손에 뒤덮인다.

  “자, 감동의 재회시간이야.”

  그리고 그가 마스크를 잡자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마스크의 뒷부분이 열렸다.

  그리고 괴한은 그것을 그대로 벗어버렸다.

 

  “??”

  나는 놀라움에 나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아.......?!”

  바보같은 소리를 내뱉은 김연 역시 놀랐지만, 그 놀람은 분명 나의 것과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라고 생각했던 괴한의 얼굴이 드러났다.

  가면이 벗겨지자 드러난 것은 고양이 같이 날카로운, 다소 이국적인 인상의 여성이었다.

  “........”

  조명탄의 창백한 빛 때문일까? 그녀의 긴 머리가 은발에 가깝게 보인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저 얼굴이 익숙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 떠올렸다. 아까 차에서 보았던 그 몽타주와 비슷한 얼굴?

  청와대에 접근해서 편지를 전달한 그 여자.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

  한편 정체를 드러낸 ‘그녀’는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만일까? 이엔.......”

  “이엔??”

  방금 전까지 그녀가 미친 듯이 외치던 그 이름. 그 이름을 지금 나도 의아한 듯이 입에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름으로 불린 김연은,

  “마.......리아?”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는 김연의 목소리가 떨린다. 조명탄이 비추고 있는 그의 얼굴은, 경악과 당혹이 뒤섞인,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철퍽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 김연은 팔을 쳐든 그대로, 총을 힘없이 떨어트렸다. 그러나 그 팔은 아직 그녀를 향한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반장님??”

  뭐야.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거지?

  당신은 김연이잖아.

  당신은 그렇게 약한 표정을 지어선.......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저? 반장님?”

  불안과 의아함이 담긴 목소리로 김연을 불러본다. 그러나 김연에게 들리지 않는 듯 했다.

  “마리아? 어떻게?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살아있느냐는 말이야?”

  김연의 문장이 이어지지 않는 질문에 차가운 미소와 함께 대답하는 상대. 마리아라고 불린 여성은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죽었다고 생각했겠지?”

  “살아....... 살아있었어??”

  “물론. 지금 네 앞에 있잖아? 아니면 오기 전에 약이라도 했어?”

  “아니....... 난!!”

  “하긴 5년이나 지났으니....... 꽤 길다면 길었지.”

  김연은 이상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웃으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니........ 마리아....... 도대체 지금까지 뭘 하고.......”

  “반......장님!!”

  놀랍다.

  김연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동시에 그 얼굴은 웃음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김연이 운다. 그리고 웃는다.

  평소의 그 뒤틀린 비웃음 비슷한 웃음이 아니다.

  너무나도 행복하고, 보는 이들마저 뭉클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누군가를 비웃거나 조롱할 때 짓는 웃음 조차 매력적인 자가, 저렇게 진심으로 기뻐서 짓는 웃음을 지으니 그 아름다움은 충격에 가까웠다.

  그런데 왜 일까, 숨이 멎을 것 같다.

  무언가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도, 김연도.

  안돼.

  당신은 그렇게 무너지면 안돼.

  “복수를 준비했지.”

  그러나 상대의 싸늘한 한마디에, 울고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가던 김연이 멈추었다.

  “복수?”

  “그래....... 너에 대한 복수.”

  “무슨 소리야? 난!!”

  “우리가 그렇게 거슬렸나? 이엔.”

  “잠깐?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런 적 없어! 나는 그저.......”

  “그렇게 다 청소한 줄 알았는데 아직 남은 찌꺼기가 있다는 걸 보니 어지간히 놀라웠나봐? 그 주둥이가 오늘은 얌전하네?”

  “잠깐.......”

  “네놈 때문이야.”

  그때까지 가벼운 비아냥으로 일관하던 마리아의 말이, 문득 음산함을 띄었다.

  “네놈이 우릴 버렸잖아!!! 이 더러운.......개자식아!!!!”

  “......”

  그 말이 무언가를 끊어 버리기라도 한 걸까. 김연은 충격을 받은 것처럼 대답없이 고개를 아래로 떨굴 뿐이었다.

  “반장님? 이게 무슨 말인가요??”

  그러나 김연에게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그저 경악한 듯 크게 뜬 눈으로 바닥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난....... 그건 아니야....... 하지만....... 분명........아니, 난......”

  “반장님!!!!”

  그러나 김연은 여전히 혼자 중얼거린다. 그러나, 그 말은 이제 ‘마리아’를 향한 것 조차 아니었다.

  “아냐....... 흔들리는 건 아냐........ 이 정도 감정은 괜찮잖아?....... 아냐........ 용서해줘........그녀는........ 그래도 내게.......”

  그걸 바라보던 마리아는 김연에게 혐오 섞인 말을 던졌다.

  “양심의 가책이라도 받았던 건가? 불쌍한 이엔....... 하지만, 그걸론 안되지.”

  그러나 그 말에도 김연은 움직이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 그저 전신을 떨며 공포에 질린 채 중얼거릴 뿐.

  “그런 게 아냐........ 아이린...... 아이린....... 난 어떻게 해야....... 속죄가 아냐.......난 그런 걸 원하지 않았....... 아냐, 용서해줘.......”

  “김연!!! 왜 그러는 거야!!!”

  그 정신을 되돌리기 위해 그를 이름으로 부르며 반말까지 해보지만 그는 여전히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린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1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리아는 벌레라도 보는 듯이 얼굴을 찡그린다. 그리고 분노와 혐오를 전혀 숨기지 못한 목소리가 그 예쁜 입에서 흘러나왔다.

  “미련하네. 동정심이 들 정도야. 아직도 넌 그 이름을 찾는 거니? 지긋지긋하네.”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쿠크리를 고쳐잡는다.

  “여기서부터 시작이야. 다음은 이건혁이 되겠군.”

  그리고 그녀는 돌연, 빠른 속도로 김연에게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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