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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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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과 일탈 1
작성일 : 17-12-29     조회 : 22     추천 : 1     분량 : 6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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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까지 수연선배가 입원해 있던, 전담청 내부에 존재하는 각성자 전문 의료시설인 한국 특수능력자 전문 병원. 그리고 그 3층에 있는 집중치료시설,

  그 곳의 꽤 넓은 편인 개인 병동에 날 포함한 15반 전원, 그리고 전담청 청장 이건혁이 모여 있었다. 따뜻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는 방이었지만 그곳에 모인 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무겁기 짝이 없었다.

  우리들은 창가 쪽에 놓인, 마치 캡슐과 같은 형태의 생명 유지 장치에 누워있는 김연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무거운 침묵. 그것을 가장 먼저 깬 것은 수연선배였다.

  “여기에 이런 식으로 다시 올 줄은 몰랐는데. 그것도 연이.......”

  쾌활하던 선배였지만 지금 상황에선 역시 착잡한 목소리로 김연을 걱정하고 있었다, 한편,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 김연을 걱정할 것이 분명한 사람, 지민 선배는 그것보다 더 무겁고 슬픈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반장님은....... 어떻게 되신거죠? 갑자기......통신이 끊어져서 이상하다곤.......생각했지만.......설마 이런.......”

  김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건혁이 대답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하지만....... 어째서....... 공격당한 것도 아니라던데.......”

  지민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살짝 돌려 나를 보았다.

  “......”

  김연과 나는 어젯밤 수색임무에서 EMP 공격을 받았다. 그 결과 모든 전자기기가 파손되었고 통신기 역시 마찬가지였으므로 다른 팀원들의 도움이 늦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함께 있던 나는 일단 자신의 몸 자체는 멀쩡했던 반면, 김연은 이 꼴이었다.

  김연과 오랜 친구라는 이건혁이라면 알 수도 있으려나?

  그런 생각에 나는 건혁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반장님은 EMP외에 다른 공격을 받은 것은 아니에요. 만약 정신계열 마법이나 다른 종류의 공격이 있었다면 반장님은 저보다 훨씬 더 잘 견뎌내시겠죠. 육체의 강도나, 마법에 대한 저항은 저랑 비교도 안될 만큼 높으시니까요.”

  “......”

  침묵하는 건혁, 그러나 나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거기다....... 김연반장님의 오른 눈은....... 어떻게 된 거죠?”

  “맞아, 연의 오른 눈, 다친 것 아니었어?”

  수연선배가 내 말에 맞장구를 친다.

  “......하아.”

  한숨을 쉬는 건혁. 잠시 침묵하던 건혁은 뒤를 돌아 15반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이런 사태가 터질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지.”

  “......”

  잠시 뜸들이던 건혁이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너희도 봐서 알겠지만, 저 놈, 오른 눈은 사실 멀쩡해. 사실 잃어버린 쪽은 왼쪽이지.”

  “??”

  “그렇다면.......”

  의아해 하는 15반 대원들. 그러나 강윤만은 뭔가 눈치 챈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듣고 생긴 또다른 의문에 다시 건혁에게 물었다.

  “잠깐만요. 그럼 반장님은 멀쩡한 눈을 가리고 그동안 앞이 안보이는 상태로 지내오신 건가요?”

  그건 도대체 뭔데? 맹인검객 자토x치 흉내? 왜 일부러 그런 짓을?

  그냥 멋있어보여서........라는 가능성은 생각하지 말자.

  한편, 내 질문을 들은 건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의안이 아니거든.”

  “네?”

  “저 놈이 왼눈에 달고 있는 건 수술비만 해도 장난이 아닌 시신경 연결 의안이지.”

  나는 의학 쪽에 해박하진 않지만, 그것이 뭔지는 알고 있다.

  시신경 연결의안, 말 그대로 의안 내부의 카메라로 촬영하는 영상을 신경신호로 전환, 연결된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송하여 원래의 눈과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인공장기이다.

  수술의 난이도가 지독하게 높고, 의안제작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탓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수술이다.

  수연선배 역시 그것을 지적했다.

  “연...... 반장님은 그렇게 비싼 걸 달고 있던 거야?”

  “응. 이 놈은 가진 돈이 부족한 놈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평생 놀고 먹는 것도 가능할 거야.”

  “그래도 이 수술은 아직 검증 안된거라 돈 있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몇 년 전부터 대대적으로 화제가 되었음에도 아직 이 수술은 한국에서 정식으로 허가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건 내가 좀 도와줬지.”

  건혁 청장은 그런 연줄이 있던 건가? 하긴, 청장이고 의전 서열 운운할 수 있는 위치이니 될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알겠지? 이놈이 뻗어버린 이유. 나는 달아 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EMP가 터져서 뇌가 직접 감전된 것과 마찬가지니 이 정도로 끝난 것이 천만다행이지. 아마 초기형이었으면 뇌가 구워졌을 수도 있어.”

  캡슐을 통통 두들기면서 말하는 건혁. 그걸 보고 있던 지민선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저......그렇게 두들기시면......”

  그런 그녀를 가만히 보며, 나는 마리아라고 불린 언노운의 각성자와 김연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 둘은 명백하게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리고 그 둘의 대화는 내게 한 가지, 최악의 가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김연은 과거, 언노운 소속이었다.’

 

  물론 확신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다. 애초에 지금의 언노운이 과거의 언노운과 동일 집단이라고 확정된 것은 아니다.

  게다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김연과 마리아의 관계는 그와 별개의 것일 지도 몰랐다. 예를 들면,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라던가. 그러나 그것이 어찌됐건 간에 김연과 마리아의 대화를 들었다면 바보라도 미심쩍게 여길 것이다.

  “......”

  하지만 의심스러운 것은 또 있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반장님은 멀쩡한 눈을 가리고 다니신 겁니까?”

  강윤선배의 지적대로였다. 단순히 눈 색깔이 다른 것을 숨기고 싶어서, 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가리고 다닐 거라면 보통은 다친 쪽을 가리고 다닐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엔, 굳이 비싼 돈 들여서 의안을 하고 다닐 이유가 없다. 게다가 전제부터 틀린 것이, 그럼 애초부터 의안의 색깔을 자기 눈색깔과 똑같이 하면 될 일이다.

  “글쎄다? 이 놈이 원래 좀 변태적인 녀석이라서, 아마 그런 것이 아닐까?”

  다시 김연 쪽으로 몸을 돌린 건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확실히 좀 이상한 인간이긴 해도 그 대답은 설득력이 없다.

  “그렇다면, 청장님께서는 김연 반장에게 물어보신 적이.......”

  “이런, 벌써 이런 시간이네.”

  부자연스럽고 뻔한 대사로 내 질문을 도중에 끊어버린 건혁.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 15반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지금부터 곧바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야. 이야기가 있다면 나중에 들어줄게.”

  건혁은 부자연스러운 연기톤으로 자리를 피하려 한다. 오히려 그러니까 더 수상하잖아.

  “잠깐만요!”

  미심쩍은 것이 한 둘이 아니다. 우선 가장 급한 주제는........

  “뭐지?”

  “김연 반장님은 예전에.......”

  “아무래도 지금 ‘당장’ 가야할 것 같아.”

  건혁은 그렇게 딱딱한 한마디로 내 말을 끊은 뒤,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번에 수고한 15반에겐 특별히 일주일간 휴가를 주도록 하지. 일주일 동안 출근 하지 마. 결정적인 공훈을 세웠으니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러나 그 말은 내 머리로는 전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말이었다.

  휴가? 이 상황에? 이제 막 한명을 잡았을 뿐인데?

  신입인 나라도 알 수 있는 건혁의 이상한 명령이었다. 그리고 우리 반에서 가장 성실하다고 할 수 있는 강윤 선배는 당연히 건혁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휴가입니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휴가를.......”

  당연하지. 나라 전체에 비상이 걸렸는데 그 걸 해결해야 할 집단에서 휴가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

  그러나 건혁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처럼 살짝 미소 지었다.

  “괜찮아. 이미 언노운 핵심인물을 잡았으니 나머지는 시간문제야.”

  “핵심인물이요?”

  그 마리아가 핵심인물이었나? 하긴, 강하긴 더럽게 강했지. 날 상대로 능력도 제대로 쓰지 않고 가지고 놀았으니.

  “그래. 그리고 이건 굉장한 일이야. 자료를 보고 김연의 설명을 들었으면 알겠지만 수많은 정보기관, 특수부대, 초월자....... 누구도 그 단서나 흔적조차 찾지 못한 자들 중 하나를 잡은 거니까. 아마 사건이 끝나면 그만큼의 보상도 있을 걸? 게다가 원래 긴박한 전장일수록 병사들의 사기관리와 컨디션관리도 중요한 법이지.”

  “........”

  정말 그런 걸까? 아니,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언노운.

  정말로 우리가 잡은 것은 언노운일까?

  하지만 이 의문은 김연과 마리아의 관계를 보고 언노운과 김연의 연관성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하는 내 현실도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왜 현실 도피를 하려고 하지?

  “.......감사합니다.”

  강윤 선배의 대답에 정신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앞의 건혁이 빙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자. 모처럼 휴가니까 재충전 하도록 해. ‘괜히’ 일 중독에 걸려서 무리하려고 하지 말고 쉴 때는 쉬어야 하는 법이니까.”

  그렇게 말하고 건혁은 15반 사이를 헤치며 나아갔다. 마치, 도망치는 것처럼. 아직 그에게 듣고 싶은 것이 있는 나는 벗어나는 그를 보며 다급히 외쳤다.

  “청장님? 잠시만.......!”

  “나중에. 미안, 지금 정말로 바빠서.”

  그렇게 말하고 건혁은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내 오지랖일 수도 있고 그저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건혁이 김연에 관한 질문을 피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김연에 대한 의심에 건혁에 대한 의심이 더해지니 정말 더러운 기분인 걸.

  “........”

  한편 강윤선배는 문이 닫히자, 한숨을 한번 쉬고는 15반 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청장님 말씀대로, 일주일 휴가다. 다들 집에서 쉬되, 언제든 비상소집에 응할 수 있도록 긴장을 놓지 않도록.”

  “넷!”

  “언니.......오.......반장님 병실이니까....... 조용히.......”

  “아, 미안.”

  안절부절하는 지민선배와 짧게 사과하는 수연선배. 그리고 나는 내 생각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

  “자, 해산이다. 반장님 옆에 있고 싶은 사람은 있어도 좋지만, 회복중이시니 너무 오래 있지 말도록 하자.”

  그렇게 말한 강윤선배는 잠시 김연을 바라보더니, 곧 몸을 돌려 병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곧 수연선배도 그의 뒤를 따르려 하다가,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 나도 가야지. 곧 점심인데 밥이라도 먹고 가자. 응? 민이랑 홍은 안가?”

  “아.......저는.......조금만 더.......”

  지민 선배는 정말로 김연을 이상할 정도로 좋아하는 것 같다니까.

  “저도 조금만 더 있을게요.”

  “세연.......아?”

  물론, 나는 지민 선배와 같은 이유로 남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절대로.

  “으음....... 후후. 민아, 그럴일은 없겠지만 반장님이 아무리 좋아도 반장님이 저항 못할 때.......”

  “그런 거 아니에요.”

  그녀답지 않게 또박또박, 단호하게 부정하는 지민.

  “농담이야. 근데 홍은 왜? 혹시 홍도?”

  “그런 거 아니에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수연의 질문이었다.

  “그래? 별일이네? 항상 반장님이랑 투닥 거렸으면서. 걱정은 많이 되나봐?”

  “잠시 생각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그리고 선배....... 선배가 가장 많이 투닥 거리시잖아요.”

  “음...... 그래 알았어.”

  말을 마치고 수연선배는 강윤선배와 함께 병실 밖으로 나갔다.

  “아, 김강, 기다려!”

  그리고 잠시 후, 둘의 소리도 멀어져 갔다. 침묵만이 남은 병실 안은 간간히 밖에서 들려오는 병원의 소리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나와 지민선배는 김연이 들어있는 캡슐 옆에서 의자하나씩을 놓고 나란히 앉아있었다.

  “......”

  “......”

  슬쩍, 작은 체격에 여린 인상의, 아마도 나보다 연하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선배를 쳐다보았다.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키(라고 생각한다.)인 나보다 머리 하나 정도 작은 키.

  상당히 마른 체구. 폭신폭신해보이는 긴 잿빛머리칼.

  곱다면 곱고, 여리다면 여린 인상의 소녀였다.

  항상 고개를 푹 숙이고 우물쭈물하는 모습 탓에 더더욱 작아 보이는 지민선배. 항상 겁먹은 듯한 그 큰 눈망울에 지금은 걱정과 불안이 겹쳐 평소보다 더 위축되어 보였다.

  문득 어젯밤의 일을 떠올렸다. 지민선배는 김연을 쓰러트린(건혁의 말에 따르면 약점을 찔린 것이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마리아에게 분노하여 정말로 그녀를 죽이려고 하였다.

  ‘죽어버려.’

  그때 보인 그녀의 모습은 평소의 소심하고 모든 것에 겁먹은 듯한 작은 동물과 같은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차가운 모습이었다.

  15반의 대원들은 전부터 공공연하게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김연에 대한 지민의 감정이 남다른 것만은 확실히 보인 날이었다.

  그러나, 마리아가 살해당할 위기에 처하자 김연은 분노하며 지민선배를 제지하였다.

  지금까지 김연이 누군가에게 그렇게 대놓고 화를 낸 것은 본적이 없었다. 지금 지민선배가 다소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것도 그 일과 관계없진 않을 것이다.

  “지민 선배?”

  입을 열어 지민선배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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