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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셔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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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과 일탈 6
작성일 : 17-12-30     조회 : 303     추천 : 1     분량 : 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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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겁지겁 택시에서 내려 수연선배가 말한 장소로 달리기 시작했다.

  전담청은 아니다. 장소는 아까 수연선배를 만났던 곳과 가까운 마포구의 한 아파트 앞.

  연락받은 대로 그곳의 놀이터로 달려가 보니 이미 그곳엔 선배 셋이 모두 모여 있었다.

  “선배!! 무슨 일이예요? 사라졌다고요? 김연이? 아니, 반장님이?”

  “말 그대로야. 연이 병원에서 사라졌대!”

  수연선배는 정말로 당황하고 있었다. 아까의 그 어른스러운 모습은 어디 갔는지 모를 정도로.

  그리고 강윤 선배 역시 그런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정 무렵에 갑자기 반장님 병실에서 비상벨이 울려서 간호사가 확인해보러 갔다가 발견했다고 한다. 장치는 부숴져 있고 창문은 통째로 뜯어냈다고 하더군.”

  평소처럼 침착한 목소리였지만 입술을 깨물며 불안하게 눈동자를 굴리는 그의 모습은 그 역시 이 사태에 상당히 당황하고 있다는 거겠지.

  “반장님...... 히끅....... 납치당하거나....... 공격 받으신 건.......”

  지민선배의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맻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여기 모여 계신 거죠? 전담청이 아니라 왜?”

  당연한 것을 묻는 내게 강윤선배가 한 마디로 대답했다.

  “청장님의 지시다.”

  “네?”

  또 무슨 이상한 지시를 한거지? 청장은?

  “사실....... 이 사실을 전해 준 것은 청장님이 아냐.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군의관을 통해서 였지.”

  “그건........”

  청장이 전화한 것이 아니라고?

  왜? 왜 또 김연에 관한 걸 우리에게 숨기려 하는 거지?

  “그래서 위에다 확인 해보기 위해 차장님을 통해 문의를 넣으니 청장님께 갑자기 연락이 오더군. 이미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단 것을 알고 계셨다.”

  “그래서요?”

  “.......복귀하지 말고 지시에 따르라고 하셨다.”

  “네? 무슨 지시요?”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목소리가 올라가니, 이번엔 수연선배가 대답했다.

  “우리들은 복귀하지 말고 은밀히 김연을 찾으래. 전담청은 안 그래도 지금 뒤숭숭하니까. 김연같은 핵심전력이 행방불명된 사실이 퍼지면 감당하기 힘들다나?”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수연 선배 역시 이 지시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것 것처럼,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민선배는,

  “히끅....... 오빠....... 반장님.......”

  진심으로 달래주고 싶을 정도로 애처롭게 울고 있었다.

  “지민. 진정해라.”

  “하지만.......”

  “그래 진정해 민. 연을 도대체 누가 뭐에 쓰려고 납치하겠어?”

  “......”

  사실 이유는 차고 넘친다.

  만약 전담청을 적대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할 수만 있다면 김연 같은 중요전력을 어떻게든 제거하고 싶어할 것이니까. 게다가, 김연 본인의 더러운 성질머리와, 임무수행에서 보인 다소 과격한 모습을 생각하면 어디서 원한을 사도 이상할 건 없다.

 

  게다가 나는 마리아와 김연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

 

  적어도 현재 나타난 ‘언노운’의 멤버 마리아, 그녀는 김연에게 명백한 적의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배신자라고 불렀지.

  전담청 청장 이건혁도 포함해서.

  만약 다른 언노운도 김연에게 마찬가지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납치도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물론 평소의 그 괴물 같은 인간이라면 순순히 납치될 리가 없지만 현재 김연은 저항조차 힘든 상태였다.

  “게다가 반장님은 제 발로 나가신게 확실해.”

  그렇게 말하며 강윤선배는 자신의 핸드폰으로 이미지파일 하나를 열어 팀원들에게 내밀었다.

  “여긴........”

  김연이 입원해 있던 병실의 사진. 그의 말대로 김연이 누워있던 생명 유지 장치의 캡슐은 박살이 나있었고 창문은 창틀 째로 뽑혀져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강윤은 하나의 사진을 더 보여주었다. 창틀이 있던 자리를 보여주는 사진이었다.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해 매우 좁게 열리게 설계된 창문. 그 창틀이 붙어있는 벽의 콘크리트가 뽑혀있고 창틀은 완전히 찌그러진채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무언가 우악스러운 힘에 의해서 뽑혀져 나갔다는 것이 확연해보였다.

  “이걸 보면 안에서 파괴된 것이 확실하지. 아무래도 통째로 부숴버리고 나가신 모양이야. 전담청 부지 전체에는 안티 텔레포트 광역형이 설치되어 있고, 복도를 통해서 누군가 들어온 적은 없으니. 분명히 반장님은 스스로 열고 나가신 거야. 그리고 뛰어내려 달아나셨겠지.”

  “도대체....... 왜죠?”

  가장 기초적인 질문이지만 사태가 사태이다 보니 이제야 묻게 되었다. 그러나 돌아온 강윤선배의 대답은 그것이 소용없는 질문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그건 아무도 몰라. 그러니까 못 잡은 거지.”

  “히끅.......”

  잠깐, 그게 말이 되나? 수많은 병원 직원들이 있었을 텐데? 게다가 그 밖에 있을 수백의 전담청 대원들은 눈을 감고 있었고? 그리고 전담청의 그 이름 높은 보안설비는?

  “잠깐만요. 전담청 내 CCTV에는 아무것도 안 잡혔나요? 분명 병원 주위에도 빽빽하게 배치되어있잖아요?”

  내가 알기론 분명 그랬다.

  “그게....... 전혀 없다.”

  강윤선배가 무거운 표정으로 말하고, 수연선배가 그 옆에서 끼어들 듯 말했다.

  “잠입이던 탈출이던 연은 언제나 최고였으니까. 그 양반이 마음만 먹으면 아무도 찾지도, 잡지도 못할거야.”

  “.......”

  김연, 이 쓸데 없이 유능한 인간 같으니. 그렇게 자신의 유능함으로 모두에게 대 민폐를 끼치고 앉아있으니 재능낭비도 이런 재능낭비가 없다.

  아, 됐어. 욕을 하건 뺨을 후려치던 일단 이 놈을 찾고 나서 해야 한다.

  납치되었으면 그건 큰 문제고 전담청을 이탈 한 것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큰 문제다.

  그리고 건혁의 말, 그리고 지금 드러난 현장을 믿어본다면 이건 분명 김연이 스스로 이탈한 것이니 큰 문제 맞다.

  일반 대원이 탈영해도 문제가 될 것인데, 하물며 그는 반장, 그것도 AEG랭커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아마 건혁보다 유명할지도 모르는 전담청의 마스코트(물론 일반적인 마스코트처럼 귀여운 것은 절대로 아니다.)비슷한 작자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국회의원들 상대로 벌어진 테러 시도를 미수에 그치게 만들고, 그 사실이 대대적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즉, 지금 김연에겐 어찌되었건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려있다는 것이다.

  그런 걸 모를 사람도 아니면서 탈영했다고? 이 망할 인간아?

  “그래서, 저흰 지금 어떻게 해야 하죠?”

  지금이라도 김연에게 욕설을 뱉고 싶은 걸 겨우 참으며 말해보지만, 선배들도 나와 딱히 다른 상태는 아닌 것 같다.

  “이 빌어먹을 양반, 우리들끼리라도 찾아볼까?”

  “찾.......아야 해요....... 으으.......반장님........ 오빠......... 도대체 왜....... 왜........”

  “진정해. 일단 반장님이 갈만한 곳을 찾아야지. 혹시 너희 중 반장님이 평소에 무얼 하며 살고 계신지 알고 있는 사람 있나? 생활패턴이라던가, 즐겨가는 술집이라던가, 만나는 여성이라던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던가, 친한 친구라던가, 가족의 연락처라던가, 평소의 고민이라던가 뭔가 우울해 하던 일이라던가.......”

  강윤선배는 말투만큼은 침착하지만 그 내용을 보아하니 나 못지않게 당황하고 있단 건 알겠다.

  “미아나 가출청소년이 아니거든?”

  강윤선배의 말에 수연선배는 얼굴을 찌푸리며 핀잔을 주었고, 지민선배는........

  “만나는 여성.......있었나요......흐으........”

  지민선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아닌가? 중요한가? 애인에게 도망쳤을 수도 있으니 중요할 수도 있으려나?

  “민아? 저 바보가 하는 말을 진지하게 듣지마!”

  이젠 아예 통곡이라도 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지민선배를 달래는 건 역시 수연선배 뿐이다.

  “일단........ 찾는다고 해도 어떻게 찾죠? 그것도 공개 안한 상태로?”

  “.......”

  나름 가장 중요한 질문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선배들이라고 항상 답을 가지고 있진 않다는 걸 잠시 잊었나보다.

  “........집부터 시작하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는 강윤 선배였지만 본인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듯 했다. 당연하겠지. 그렇게 알기 쉽게 도망칠 리가 없으니까. 물론 도망쳤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지만.

  “집.......이요?”

  “........”

  그러나 지민선배 만큼은 왠지 아주 잠깐이지만, 눈을 빛낸 것 같다.

  착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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