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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셔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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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왕과 죽음을 내리는 자들 5
작성일 : 17-12-30     조회 : 292     추천 : 1     분량 : 6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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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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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파주의 교외지역,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온 숲속에서 추리닝차림의 한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달리고 있었다.

  “허억, 허억.”

  외모로 보았을 땐 히스파닉계라 추측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지금 식은 땀을 흘리며 달리는 그는 무언가에 쫒기는 듯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공포로 떨리는 눈동자가 애처로울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곧 남자는 발악하듯 외치며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들었다.

  “제기라아알!!”

  탕!탕!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권총을 난사한다. 그리고 그 총구가 향하는 방향을 따라 검은 무언가가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이 어둠속에서도 너무나 이질적으로 눈에 띄는 검은 어둠이었다.

  “괴......괴물이!!”

  무엇을 본건지, 더욱 공포에 질린 남자가 그렇게 외치고 다시 앞으로 달린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은 안개, 이 어둠속에서도 기이할 정도로 똑똑히 보이는 검은 안개의 덩어리가 움직인다. 검은 안개는 마치 뱀과 같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앞에서 달아나고 있는 남자를 향해서.

  “젠장!!! 젠장!!!”

  남자가 그렇게 소리치며 손을 뻗자, 그의 손 주위에서 청색으로 빛내는 빛의 구슬이 여러 개 떠오른다.

  “꺼지라고!!!!!!”

  콰콰콰콰콰

  그리고 남자의 손이 향하는 방향으로 일제히 날아간 푸른 광구. 그 것들이 어둠을 헤치고 날아간 곳 여기저기에 푸른 폭발이 일어나며 숲이 뒤집어 진다.

  그러나,

  “싫어.”

  짤막하게 돌아오는 대답이 있었다.

  핑

  그리고 무언가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윽? 크아아악.......”

  달리던 남자는 어둠을 뚫고 날아온 무언가에 다리를 직격당해 바닥을 뒹굴었다.

  “으으으윽......”

  다리를 잡고 뒹구는 남자. 그의 허벅지엔 한 뼘 길이의 침형(針形)수리검이 박혀있었다. 그리고 저 뒤로 천천히, 검은 그림자가 달빛 아래로 나온다.

  “좋아. 일단 이 지역에선 네가 마지막이다. 이전에 잡았던 놈들은 ‘알파’와 연락을 주고받는 놈들이 아니었지. 그렇다면 소거법으로 네놈이겠군.”

  “흐으윽....... 무슨 소리야.......”

  쓰러진 채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남자. 그 앞에 나타난 장신의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미약하게 비추어지는 달빛에 드러난 아름다운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기이하게 빛나는 붉은 두 눈이 쓰러진 남자의 눈에 들어온다.

  김연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달을 바라보는 김연. 그리고 우습다는 듯 목소리에 웃음기를 띄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너희의 어설픈 흉내가 진짜 개X신 짓이었다는 근거를 몇 개 말해 볼까?”

  “뭐? 크으.......”

  “수가 너무 많다는 거지. 그날 공장에 나타난 것을 얼핏 보기만 해도 숫자 만큼은 ‘진짜’의 4배였으니까. ‘진짜’는 절대로 그렇게 많이 몰려다니지 않았어.”

  “으으윽.......”

  “그리고 어설퍼. 흩어져서 녹아드는 것이 말야. 대충 이 근처를 돌아보니 눈에 너무 잘 띄더군. 게다가 제대로 흩어지지도 않았더만?”

  “.......”

  “여기에,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잡졸스럽지. 약하기도 더럽게 약하거니와, 잡아서 몇 번 쑤시니 술술 불더라. 특히 네 위치를 말야.”

  차가운 웃음을 담은 김연의 말을 들으며, 남자는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야...... 난 아무것도 몰라.......”

  그 애처로운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김연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짜가 아무리 진짜를 흉내 내도, 영혼을 바쳐 진짜를 흉내 내도 가짜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지.”

  “......뭐?”

  “그건, 가짜의 행동은 진짜의 패턴을 알고 있다면 훤히 들여다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거야.”

  “그건.......무슨.......”

  “빡대가X도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능력도 안 되는 것들이 진짜가 할법한 행동을 어설프게 흉내 내면, 그 행동을 잘 아는 이들에겐 파악하기 쉽다는 거지.”

  그렇게 말하고 김연은 빙글, 하고 몸을 돌리며 양팔을 벌린다. 그리고 방정맞은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었다.

  “뭐 어디서 주워온 용병나부랭이들에겐 이게 한계겠지만. 그래, ‘세계의 적’ 코스프레는 즐거우셨나? 공포의 대상이 되는 건 너 같은 버러지에겐 꽤나 달콤한 꿈이었을 것 같은데.”

  “크윽.......네놈은......누구야........”

  김연은 달빛을 받으며 천천히,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간다. 그 눈은 이제 다시 붉은 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네가 알건 없고.”

  그렇게 말한 김연은 허리춤에서 발리송 나이프를 꺼내들고 칼날을 뽑아들었다.

  “자, 잠깐.......!!”

  그 시퍼런 칼날을 보고 겁에 질려 필사적으로 바닥을 기며 달아나려는 남자. 그러나 김연은 여유롭게 그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이더니,

  푹

  “아아아아아악!!!!!!!!”

  가차없이 칼날은 다른 한 쪽의 허벅지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남자를 웃음기 띈 눈으로 잠시 바라보던 김연이 여전히 가벼운 말투로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아, 물론 세계의 적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일반인이 알 길이 없지만 말야. 큭큭.......

  그리고 김연은 다시 허리를 펴고 일어나 싸늘하게 조소한다. 쓰러진 남자는 그런 김연을 힘겹게 올려다보며 비명에 가까운 외침을 내질렀다.

  “으으윽!!! 미친!!! 뭔가 물어볼 거 아니었냐!!! 다짜고짜!!!!”

  “다짜고짜? 이게 고문인줄 알았어?”

  너무나 상쾌한 목소리였던지라, 남자는 한순간 고통에도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뭐?”

  “이건 그냥 인사야. 네 몸에 하는 인사. ‘이제부터 신경계에 과부하가 걸릴지 모르니 미리미리 아드레날린 분비를 준비해 두세요~’하는 인사. 지금 내가 얼마나 빡쳐 있는데, 고문이 이 정도 수준일 리가 없잖아.”

  밝은 목소리, 가벼운 말투, 웃음마저 담겨있는 말과 함께, 김연은 남자의 허벅지에 박아넣은 나이프를 움직였다.

  찌걱.

  “흐아아악!!!! 잠......깐! 제, 제발...... 아파!! 아프다고......!!”

  “아파? 아프니? 빌어먹을 용병 새X야. 너한테 총 맞은 사람들도 꽤 아프지 않았을까?”

  “흐, 흐으으....... 잠깐만....... 잠깐........”

  “아, 나야말로 잠깐만.”

  무언가가 떠오른 듯 가볍게 대답한 김연은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원통형의 물건, 그리고 그 가장자리에는 작은 구멍하나가 나있었다.

  “가끔 만화나 영화를 보면 와이어 같은 걸로 목을 자르기도 하지? 근데 이건 그 정도는 아냐. 안심해.”

  “자, 잠깐?”

  “죽어버리면 말을 못하잖아? 이건 더럽게 튼튼하지만 예리하진 않아서. 묶을 곳도 목이 아니고.”

  “뭐....... 뭘 하려고!!”

  “하하....... 별건 아니고, 왜 고대 형벌 중에 능지형이라고 있지? 죄인을 산 채로 회뜨는 거. 내가 알기론 천 번을 채우기 전에 죄인이 죽으면 집행자가 벌을 받았다는데....... 옛날에 해본 적이 있는데, 1092번까진 살아있더라고?”

  “자, 잠깐만!!!”

  공포의 극에 달한 남자는 이제 눈물을 흘리며 외치지만, 김연은 깔끔하게 무시하고 자기 할 말을 했다.

  “자...... 고문의 시작이라면 우선 질문이지?”

  김연은 울부짖는 남자에게 섬뜩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들이밀고 말했다.

  “빅터 이 개X끼.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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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영공, 개인 전용기 한 대가 목적지를 향해 날고 있다.

  “너무 갑작스런 방문은 의혹을 살 수도 있습니다.”

  날렵한 체격에 검은 정장을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금발의 중년 남자. 로날드 테일러. 그는 비 각성자였지만 그 특유의 경영수완으로 얼티밋 원의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자였다. 그래서일까, 얼핏 보기에는 마치 금융가의 브레인 같은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다.

  “등장을 위한 개연성, 이라고 생각해 주겠나. 밑작업을 위해선 이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좋아.”

  백발에 가까운 짧은 회색머리칼, 그리고 턱주위에 짙게 나있는 회색수염을 가진 중년의 남성. 최강의 각성자, 니콜카나가 대답했다. 그는 로날드의 맞은편에 앉아 비행기 밖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타스하가 아무래도 냄새를 맡은 모양입니다. 국경지대 병력의 이동이 심상치 않아요.”

  담담하게 말하는 로날드에게 니콜 카나는 자신도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

  “아이신은 바보가 아냐. 다짜고짜 밀고 들어오진 않을 테지.”

  그 대답을 듣고도 로날드의 말은 이어지고 있었다.

  “간신히 포착한 것입니다만, ‘표범 떼’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저번에 블라디보스톡에서 당했던 자들과는 질이 다른 자들입니다. 그들이라면 AEG랭커들도 다수 포진해 있는 타스하의 최정예들 아닙니까?”

  니콜 카나는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자넨 아이신이 두렵나?”

  “전혀요.”

  “그럼 뭐가 문제가 되는 거지?”

  “한국 민심의 이반, G5간 충돌로 인한 국제여론의 악화가 두려운거죠.”

  “하하하....... 그건 너무 걱정할 필요없어. 타스하는 충분히 악당취급을 받고 있잖나. 그리고 지금에 와선 ‘언노운’은 다시 세계의 적이 되어주었지. 명분이라면 충분해.”

  “그렇지만 일부 사람들에겐 얼티밋 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괜찮다. 처음부터 오명은 각오했으니.”

  “그걸 감당해야하는 건 저 입니다.”

  “하하하하...... 미안하네 하지만 아직 고생은 시작도 안했어. ‘유토피아’ 플랜이 시작되면 아마 더욱 바빠질것이야.”

  니콜 카나의 그 말에, 로날드는 사뭇 긴장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목소리를 무겁게 하며 니콜 카나에게 말했다.

  “정말....... 지금 하실 겁니까? 좀 더 기반을 다져놓고 차근차근 하는 것이......”

  “로날드....... 알고 있지 않나? 시간이 촉박하네.”

  “그건....... 그렇습니다만.”

  “게다가 후계자문제도 있지. 지금 상황에선 후계자는커녕 현상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

  “......알겠습니다.”

  “미안하네. 그래서 자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야. 세계를 안정시킬 재능, 난 그것이 필요하네. 그래서 자네가 내 곁에 있는 걸세.”

  “과분한 칭찬이십니다.”

  “하하하. 과분하긴.”

  두 사람의 그런 대화가 이루어질 때, 비행기는 어느덧 서울공항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다.

  “곧....... 이군요.”

  “그렇지. 이제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군.”

  호화로운 전용기 안, 둘은 가까워지는 지상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린다.

 

  인천 국제공항. 검문대에서는 입국자들의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따분한 표정의 직원이 여권을 받아들고, 신상정보를 조회하고, 통과시키는 작업이 반복된다.

  그 곳에서 한 남자가 줄을 서고 있다.

  치렁치렁한 느낌의 얇은 남색 셔츠와, 검은 면바지를 걸친 남자였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 날렵해보이는 체격, 날카로운 인상의 장발의 남자.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건지, 히죽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자신의 차례가 되자 남자는 검문대로 가서 자신의 여권을 내밀었다.

  “네~”

  검문소의 직원이 심드렁한 얼굴로 빠르게 손을 움직인다. 남자는 그 무심한 태도에도 여전히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직원이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가 기계적으로 들린다.

  탁탁탁탁

  “??”

 

  그때, 심드렁한 얼굴로 화면을 조작하던 직원의 손이 멈춘다. 이윽고 피곤함이 느껴지던 눈이 번쩍 뜨인다.

  직후, 그 직원의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그의 전신에 식은땀이 흐른다.

 

  그리고 직원은 자신이 본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동자를 떨며 필사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했다.

 

  이 여권에 찍힌 정보는, 아마도 세계에서 유명하기로는 한손에 꼽힐 만한 인간일 것이다. 잘못본 것일까? 그저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그렇다고 보기엔 여권을 통해 조회한 이 자의 정보는, 직원이 떠올리고 있는 그 사람과 지나치게, 아니 확실하게 일치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권에 찍힌 ‘G5’의 특수 처리된 마크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여권에 가져다 댄 감식기는 이 마크는 틀림없는 진품이라고 증명하고 있었다.

 

  “쉬이.......”

  남자는 검지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너무 겁먹지마.......”

  “네......네? 아....... 저는......”

  “일해야지?”

  “아, 아 네! 아....... 그런데........ 당신은.......”

  “거기 적혀있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걱정하지마. 당신에게 문제가 생길일은 없어. 난 정당한 과정을 거쳐서,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왔으니까.”

  “아.......”

  검문소의 직원은 애처로울 정도로 떨고 있다.

  앞에 서 있는 이 남자의 명성은 한국에선 안 좋은 의미로 지나치게 유명했으니까. 그리고 그 지나치게 유명한 남자는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면서 씩 웃는다.

  선글라스 안쪽에서 에메랄드 빛의 눈이 신비한 빛을 내며 빛나고 있었다.

 

  “사랑하는 동생을 만나러 왔거든.”

 

  G5 중 하나인 타스하의 총사령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도자. AEG 랭킹 4위의 초월자. 그러나 이런 수식어들 보다 ‘무법자들의 왕’으로 더 널리 불리는 남자.

  아이신은 그렇게 말하며 빙긋,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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