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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셔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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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제비 2
작성일 : 18-01-01     조회 : 311     추천 : 1     분량 : 6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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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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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선양시에서 상당히 떨어진 작은 시골마을. 그곳에서도 조금 바깥쪽의 언덕위에 있는 작은 집.

  러시아 출신의 금발의 의사, 미하일 로마노프가 마당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다.

  “후우...... 날씨 좋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하늘을 보는 미하일. 오늘은 오랜만에 스모그도 없고 햇빛이 쨍쨍한 좋은 날이다. 정말 봄다운 날씨였다. 오늘 하루도 평화롭다. 그러나,

  “우아아앙!!!! 선생님~”

  한 예쁜 소녀가 울면서 달려온다. 그녀의 에메랄드 빛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무슨일이니 아이린?”

  그녀에게 다가가며 묻는 미하일.

  “흑....... 훌쩍....... 우에에엥!!!”

  “좀 진정하고 말해보렴.”

  “히끅....... 아이신.......”

  “아이신?”

  “흐에엥....... 아이신이랑....... 이엔이......”

  “둘이 왜?”

  “흑흑....... 으아아앙!!!!”

  목놓아서 통곡하는 아이린. 미하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또 싸우고 있니?”

  “네엥....... 히끅, 말려야하는데....... 첸도.......란도.......메이랑.......위안도, 전부 구경.......흐아아아아앙!!!!”

  “하아....... 알았다. 내가 가볼게 뚝 그치렴. 어디니?”

 

  “싸워라!”

  “아이신! 이겨라!”

  “이엔!! 힘내!!”

  작은 언덕, 이엔과 아이신이 엉겨붙어 싸우고 있었다. 어린애 싸움이 흔히 그렇듯, 그냥 서로 부여잡고 투닥거릴 뿐인 막싸움.

  “형이라고 부르라고!!!”

  “싫다고!! 등신아!!”

  “야!!! 이엔 얼굴 때리지마!!”

  “아이신 파이팅!”

  서로 한 대씩 얼굴을 갈기며 싸우는 소년들. 그 주위로 이젠 얼마 남지 않은 마을의 아이들이 모여서서 응원하고 있었다. 대부분 남자아이들은 아이신을, 여자아이들은 이엔을 응원하고 있었다.

  “이놈들!!!”

  “히익!!”

  “우왓! 미하일 선생님이다!!!”

  “아이린 치사해~~!!! 우아앙!!”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는 아이들. 이엔과 아이신도 싸움을 멈춘다. 그리고 허겁지겁 도망가려고 한다.

  “으아아앙!!!! 싸우지마!!!!”

  그 둘에게 아이린이 뛰어든다. 둘의 목을 양팔로 감고 엉엉 우는 아이린.

  “야!! 상황파악 좀 해 울보야!”

  “아......아이린? 좀 놔줘!!”

 

  결국 언제나와 같은 결말을 맞았다.

  미하일 선생님은 아이들의 집집을 돌며 아이들의 오늘 일과를 낱낱이 고했고, 마을에는 아이들이 쥐어박혀 훌쩍이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이엔과 아이신은 미하일 선생님이 마을을 도는 동안 집의 식탁에서 무언가를 쓰고 있다.

 

  나는 욕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약한 아이를 괴롭히지 않겠습니다.

 

  뚱한 얼굴로 반성문을 쓰던 아이신이 갑자기 연필을 내려놓고는 중얼거렸다.

  “이거 반대 아냐? 이엔 놈이 약해?”

  “이엔 괴롭히지마!”

  그런 아이신을 짐짓 화난 얼굴로 다그치는 아이린.

  “너 누구 동생이야.......”

  “이엔 누나이기도 하거든!”

  그때, 기다렸다는 듯 이엔이 끼어들었다.

  “남의 얼굴을 개작살 낸 주제에 말하는 꼬라지......”

  “이엔! 넌 말 좀 곱게 쓰구!”

  “.......응.”

  “휴......”

  한숨을 쉬며 이엔과 아이신을 둘러보는 아이린.

  “확실히 이엔 얼굴이 더 많이 다쳤네. 진짜 얼굴만 골라 때렸구나? 아무리 자기 얼굴이 별로라도 그건 너무하잖아?”

  “아니거든? 저 녀석이 더 많이 때렸어! 난 빨리 회복해서 그런거야!”

  아이신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회복 못하는 이엔 생각도 해야지! 이엔 얼굴을 이렇게 만들면 어떻게 해?”

  허리에 손을 얹으며 아이신을 야단치는 아이린. 그러자 이엔이 그 뒤에서 아이신에게 중지를 내밀었다.

  빡.

  “으왓!!!”

  “크앗!!!”

  갑자기 머리위로 가해진 충격에 아이신과 이엔이 고개를 숙인다. 눈물어린 눈으로 위를 올라다 본 두사람의 눈에 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미하일의 얼굴이 있었다.

  “하아...... 또 왜 싸우고 그러니. 그리고 이엔, 도대체 그런 건 어디서 배워왔어?”

  한숨을 쉬며 두 사람을 타이르는 미하일에게 이엔이 아이신을 가르키며 대답했다.

  “재한테요.”

  “아이신?”

  “야! 이엔!! 아니거든요? 재 저거 TV보고 배운거거든요?”

  다시 투닥거리려 하는 두사람을 보며 미하일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쨌든, 왜 싸웠니?”

  “.......”

  “아이신? 왜 싸웠어?”

  “.......재가 저한테 형이라고 안불러서요.”

  “동갑인데 왜 형이라고 부르냐 멍청아?”

  빠악!

  “끄윽.”

  이엔은 얼얼한 머리를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엔. 꼭 형이라고 부르지 않더라도 좋아. 하지만 너도 좀 말을 조심히 할 필요가 있어.”

  이엔을 한 대 쥐어박은 미하일은 이엔의 붉은 눈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칭호가 중요한게 아냐. 하지만 때론 말로도 사람은 상처입거든. 그러니까 말하기 전에 상대가 기분 나쁠지, 미리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그게 나중에 너를 위해서도 좋을 거란다.”

  “......”

  “사람들이 다들 너를 싫어하면 안되겠지? 슬프겠지? 너희 둘은 가족이잖니. 그러니까, 알겠지? 말하기 전에 상대를 배려하렴.”

  “네....... 죄송해요......”

  언제나 이렇다. 미하일이 이엔을 타이르면 이엔은 언제나 순순히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이신.”

  “네......”

  “형으로 대접받고 싶으면 좀 너그러워져야지. 게다가 힘도 센 녀석이 저렇게 애를 막 두들겨 패면 어쩌니?”

  “죄송해요......”

  “힘이 그만큼 강하면 그걸 스스로 알고 있어야하는 거야. 힘이 강하다고 그걸 막쓰고 다니면 나중에 너보다 힘센 사람이 너에게 똑같이 해도 넌 할말이 없는거야.”

  “죄송해요....... 근데 재도 힘센데요?”

  우물거리면서도 애처롭게 항변하는 아이신이었다.

  “.......”

  “.......”

  “아이신. 내가 저번에 뭐라고 말했지? 네 힘으로 무엇을 하면 좋겠다고 했지?”

  “.......”

  “아이신?”

  “가족이랑.......친구를 지키라고.......”

  “이엔은 너의 뭐지?”

  “동생이죠.”

  “동갑이잖아.”

  “이엔, 넌 좀 조용히 하렴. 그래. 그럼 화가난다고 때리면 안되지? 너만 혼내는 건 아냐. 하지만 넌 형이잖니.”

  “하지만 저게 저한테 형이라구 안부른다구요.”

  아이신이 울먹거리며 말했다. 미하일은 엄한 얼굴을 조금 풀고는 아이신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아이신, 아이린도 너에게 오빠라고 안 부르잖니. 그런데 왜 이엔에게만 유독 엄한 거니?”

  “.......죄송해요.”

  “후우, 그래 알겠다. 아이신, 난 너만 괜히 혼내는 것이 아냐. 이엔도 혼냈잖니? 하지만 네가 저 아이들보다 강하고, 무엇보다 오빠이고 형이잖니.”

  “동갑...... 죄송요.”

  끼어들려던 이엔이 미하일의 눈초리를 받고는 입을 다문다. 미하일은 양손을 허리에 짚고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쉬렴. 둘이 화해 꼭 하고. 저녁 먹을 때 되면 부를 테니 방에 들어가 있어.”

  “네.......”

  “네.......”

  “들어가자! 이엔! 치료해줄게!!”

 

 ----------------------------------------------------------------------------

 

  “후우.......”

  아이들이 방으로 들어가자 미하일은 한숨을 내쉰다.

  “벌써 3년이 지났네.”

  이제 저 아이들도 12살이다. 조금 있으면 중학생이 될 터였다.

  “내가 저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낼 수 있을까?”

  돈이 궁핍한 생활은 아니다. 군의관시절에 용병대를 쫒아다니며 벌어놓은 거금은 꽤 넉넉하다. 게다가 지금 그는 마을에서 작은 진료소도 열고 있었다.

  그러나 앞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다.

  “아이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신은 선천적 각성자였다, 태어나면서부터 평범한 인간으로선 살기 힘든 운명을 타고난 아이인 것이다.

  그런 이들이 가장 출세하는 길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역시 군대이다. 그러나 지금 부조리가 만연하고, 점점 극단적이고 과격해지고 있는 중국군에 아이신을 맡기고 싶지 않다는 것이 미하일의 심정이었다.

  그렇다고 해외로 보내는 용병으로 만들기도 싫었다. 무엇보다 아이신은 강해보여도 아직 어리다. 물론 본인이 원한다면 뭐든지 해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미하일의 심경이지만, 어린 아이신의 판단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그러고 보니.......”

  이엔. 3년 전부터 그들의 가족이 된 아이.

  처음에는 참 불안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말도 할 줄 모르는 아이에게 말을 하나하나 가르쳐야 했고 어디서 왔는지도, 어쩌다 그 눈속을 홀로 헤메었는지도 모르는 아이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주위사람들의 수군거림도 있었다.

  그러나 이엔은 너무나 총명하고 똑똑했다. 말을 완전히 가르치는데는 반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아이신보다도 잘 떠들게 되었고 그 타고난 아름다움으로 아직 어림에도 마을의 소녀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으며, 마을 사람들에게 쉽게 사랑받는 소년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뭘 가르쳐도 배우는 게 너무나 빠르다. 말을 배우는 것도 그랬고, 학교에선 일등을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해 지금 이엔의 방에는 이미 몇 번이고 읽은 책들이 벽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천재, 혹은 수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아이. 미하일은 어느새 이 아이가 뭐든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그를 위한 모든 지원을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러나 어느 날부터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선천적 각성자이며, 최근의 분류법으로는 D랭크일 아이신과 맨손으로 주먹다짐을 한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라고 해도 각성자다. D랭크라고 해도 어린아이에겐 치명적일터, 게다가 어지간한 자잘한 상처는 순식간에 나아버리는 아이신도 종종 이엔에게 얻어터진 상처에 훌쩍이곤 했다.

  “역시 각성자이겠지....... 아이린은 그나마 평범한데....... 참 혼자 끼어서 고생이 많네 아이린.”

  순진무구하고 예쁜 소녀. 너무나 선량하고 고운 마음씨, 그리고 야무진 아이다. 무엇을 해도 자기 앞가림을 잘하고 꿋꿋하게 살아갈 아이다. 어쩌면 마음의 강함은 두 사내 녀석보다 강할지도 모른다. 미하일은 역시, 아이린도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자기가 맡아 기르게 된 아이들, 스스로 자신에 내려진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 대해 떠올리던 미하일은, 한숨을 한번 쉬고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우선...... 저녁을 준비해 볼까?”

 

 ---------------------------------------------------------------------------

 

  “으휴....... 둘다 멍청이야! 겨우 그런거 가지고 이렇게 쓸데 없이 싸우냐?”

  아이린이 귀여운 목소리로 투덜댄다.

  “쓸데없는 싸움에 울고 불고 하면서 선생님 부른 게 누군데?”

  아이신이 궁시렁댄다.

  “아얏!”

  “헉, 미안! 괜찮아?”

  이엔은 얼굴이 따끔한 것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소독약이 상처에 스며들어 아려오는 것을 느끼면서도, 이엔은 애써 웃으며 아이린을 안심시켰다.

  “응.......”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려고 해도 아이린의 얼굴이 너무 가까웠다. 같이 지낸지 이미 3년이 지났지만 아이린이 얼굴을 가까이대면 이엔은 여전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무튼! 얼마나 놀랐는줄 알아? 어떻게 이엔의 귀여운 얼굴을 그렇게 피떡으로 만들 수가 있어!!”

  “.......아니.......난 피떡까진.......그리고 난 귀엽지 않......”

  이엔이 항변하려하지만 숨이 막혀 켁켁거린다. 아이린이 또 이엔의 목을 꽉 끌어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 나도 많이 맞았거든?”

  한말을 또 하며 궁시렁거리는 아이신.

  “아이린....... 숨막혀.......”

  “응? 뭐라구?”

  “흥. 이엔이 그렇게 좋으면 결혼이나 해라!”

  “그럴건데?”

  “뭐?”

  “뭐?”

  이엔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너무 귀엽잖아! 그리구...... 똑똑하구....... 착하구.......”

  “....... 맨날 나 한테 욕하고 때리는 놈인데?”

  “니가 맨날 이엔 괴롭히니까 그렇지!!”

  이엔은 동생한테 쥐여사는 아이신이 슬슬 불쌍하게 느껴졌다.

  “맨날 괴롭히는 건 아냐. 구해준 것도 많아.”

  “엥?”

  “이엔! 그럼 내가 뭐가 돼?”

  귀엽게 이엔의 머리를 통통 두드리는 아이린. 그러나 이엔은 일단은 아이신도 편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았다가 또 아이신이 홀로 숨죽여 우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때, 아래층에서 미하일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들아! 밥먹자!!”

  “앗, 네!! 내려가자. 아 맞다, 이엔, 이따가 마저 치료해줄게! 아이신 너도! 어디 다친데 찾아놔봐!”

  발랄하게 말하고 통통 튀듯이 뛰어 내려가는 아이린.

  “난 안다쳤거든? 그리고 말이 이상하잖아.”

  궁시렁 거리며 나가던 아이신. 이엔은 그 뒤를 따라 나가려다가 앞에서 멈춰선 아이신을 보고 멈춰섰다.

  “뭐해?”

  “.......”

  “저기요?”

  “미안했다.”

  “뭐?”

  “얼굴 피떡 만들어서 미안했다고.”

  그렇게 말하고 후다닥 내려가는 아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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