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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셔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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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티밋 원 3
작성일 : 18-01-07     조회 : 323     추천 : 1     분량 : 6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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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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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돌아간 집엔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야.”

  아이신이 이엔을 부른다.

  “왜.”

  “어쩔거냐?”

  “뭘?”

  “저사람 말대로 할거야?”

  “아이신....... 이엔.......”

  앞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니 불안해하는 아이린. 그것을 눈치 챈 이엔이 아이신을 노려보지만 아이신은 아무런 말없이 대답을 독촉하듯 이엔을 마주 보았다.

  결국 이엔이 졌다는 듯, 아이신에게 되물었다.

  “넌 어쩔건데?”

  “내가 먼저 물었잖아.”

  “네가 형이잖아?”

  “......”

  “아이신?”

  “난 간다. 넌 남아.”

  “뭐?”

  “잠깐, 아이신!!”

  이엔과 아이린이 놀란다.

  “당연히 넌 남아야지. 아이린 곁에 있어줘야지.”

  “개소리 하지마. 너야말로 남아야지. 오빠잖아.”

  “넌 아이린의 동생이잖아.”

  “동생 아니거든?”

  그러나, 말을 뱉고 나서 이엔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황급히 아이린을 보았다.

  “.......”

  “아이린? 아, 정말 미안해. 정말 그런 뜻으로 한건 아냐....... 난 네 가족.......”

  “나쁜 놈들.”

  이엔이 기억하는 한, 그것이 아이린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뱉은 가장 험한 말일 것이다. 아이린은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두 사람을 보더니 주방에서 뛰쳐나갔다.

  “아이린!!!”

  “야!!!!”

  붙잡는 둘의 대답을 무시하는 아이린, 잠시 후, 현관문이 거칠게 여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아이신이 화를 내며 이엔에게 쏘아붙였다.

  “너 때문에 울잖아!!!”

  “왜 나 때문에....... 아니 나 때문이지만 넌 뭔데? 왜 혼자 가겠느니 어쩌니 하는 개소리를 하는데?”

  당황하면서도 원래의 문제로 화제를 돌리기 위해 꺼낸 이엔의 말이었다.

 

  “나 때문이니까!!!!!!!!!!”

 

  “뭐?”

  아이신이 씩씩대며 대답한다.

  “선생님이 죽은 건 나때문이잖아!!!!! 너도 알잖아? 내가 헛짓거리만 안했으면 우린 무사히 빠져나갔을 거야!!!”

  “아이신.......”

  역시 이엔과 아이린의 걱정대로, 아이신은 그 일을 신경 쓰고 있었다.

  “그런데 왜 아무도 나한테 뭐라고 하지 않아? 날 두들겨 패기라도 하라고! 하다못해 욕이라도 해!!!!! 왜 날 원망하지 않아? 내 잘못이잖아!!!!!!! 왜......”

  아이신이 말을 흐린다. 평소의 인상 나쁜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왜....... 아무도 나한테 뭐라고 안하는 거야....... 너도, 아이린도....... 왜 날 혼내주는 사람이 이제 없는거야........ 흑....... 흐어어엉.......”

  운다. 아이신은 아이처럼 엉엉 울고 있었다.

  “아이신.......”

  “흐흑........ 흐어엉....... 선생님....... 죄송....... 으아아앙.......”

  “.......”

  그렇게 우는 아이신을 넋놓고 바라보던 이엔.

  아이신에게 미하일은 아버지고, 친구였고, 선생님이었으니, 단순히 슬프다는 감정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이엔 역시 그랬지만, 이엔은 같이 지낸 시간이 더 긴 아이신이 당연히 더 슬플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엔은 입술을 깨문다. 비릿한 피의 향기가 입안을 감돈다.

  “네가 뭐라고 해도. 나도 갈거야.”

  “뭐?”

  “나 역시 힘이 필요해. 내가....... 좀더 빨리 능력을 발현했으면....... 좀더 강했으면 이런일이 없었을 거야.”

  “이엔.......”

  “그때까지 아이린은, 저 사람이 돌봐준다고 했으니 믿어보자. 그리고 강해져서 돌아올거야. 힘뿐만 아니라, 저녀석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일을 그만두고 와서 영원히 저녀석 곁에 있어줄거야. 그걸 아이린이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좋아해주면 좋겠다는 것이 이엔의 속마음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평생 그녀의 곁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으니까.

  “.......”

  “일단, 아이린을 찾으러 나가볼게.”

 

  아이린은 멀지 않은 곳, 집 뒤편에 있는, 세사람이 어린 시절에 항상 놀던 바위 옆에 서서 울고 있었다. 그녀를 찾아낸 이엔은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아이린.......”

  “가까이 오지 마!!!!!”

  아이린에게 거부당한 이엔의 가슴에 통증이 느껴진다. 주저앉아 울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지만, 이엔은 처음으로 아이린의 말을 거역하기로 했다.

  “싫어 갈거야.”

  그렇게 말하고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간다.

  “오지마!!! 넌.......”

  “아이린?”

  걸음을 멈춘다. 결국 이엔은 아이린에게 거역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너흰....... 항상 제멋대로야. 말도 안듣고....... 이젠 나만 남겨두고 떠나겠다고?”

  마음이 아프다. 아니, 찢어질 것 같다. 심장이 난도질당하면 이런 기분일지, 이엔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 넌 그랬지....... 동생도...... 가족도 아니었지? 나쁜 자식아!!”

  그 말에 이엔은 안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아이린의 말에 필사적으로 부정하며 아이린에게 다가가 그녀를 힘껏 껴안았다.

  “놔!!! 흑...... 흐아아앙!!!!!”

  “미안해. 아이린.”

  “흑.......”

  “난, 너의 동생으로 남을 생각은 없어.”

  흠칫, 하고 아이린이 떤다. 그리고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엔은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있는 힘껏 그녀를 다시 껴안는다.

  “하지만, 난 너의 가족이야. 이건 변하지 않아.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네 곁에 있을거야. 영원히 널 떠나지 않을거야. 네가 웃을 때 함께 웃을 거야. 울때는 함께 울거야. 너의 슬픔과 기쁨까지 언제나 함께 할게. 너와 나, 둘 중 한명이 죽을 때까지 네 주위에 있을 거야. 너의 힘이 되어 줄게. 난 너의 가족이야. 변하지 않아.”

  “흑....... 흐아아앙....... 가지마.......”

  “아이린.......”

  “가지마 이엔........흐흑.......날 혼자 두지마.......”

  아이린은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본다. 이엔에게 있어서 그 모습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눈물에 젖은 눈도, 눈물이 흘러내린 뺨도 너무 예쁘다. 그녀의 입술이 달빛을 받아 촉촉하게 빛난다. 위험하다.

  그러나 그녀가 울고 있는 모습에 이엔의 마음이 찢어질 것 같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다.

  “미안해. 하지만....... 지금은 안돼. 나도, 아이신도 너무 약해. 이 세상은 점점 위험해 지고 있어. 우리가 너를 지키면서 네 행복을 지켜줄 수 가 없어.”

  “이엔....... 난....... ”

  “하지만 반드시 돌아올게. 강해지고 강해져서, 돈도 많이 벌어서 반드시 네 곁으로 올거야. 아이신도 걱정하지마. 멍청한 놈이지만 저놈도 강해질 거야. 반드시, 그녀석도 네 곁으로 데려갈게. 그러니까.......”

  말문이 막혔다. 입술에 촉촉하고 따뜻한, 부드러운 아이린의 입술이 닿았다.

  “.......”

  행복과 동시에 죄악감이 몰려온다. 소중한 가족, 아이린. 하지만 이걸로 확실해졌다.

  나는 아이린을 정말로 사랑하는구나.

  이엔은 아직 어리지만, 그것만큼은 확실히 알수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의 터질 듯한 심장을 설명할 길이 없다.

  아이린의 입술이 떨어진다. 이엔은 아쉬웠지만 지금 그녀의 얼굴이 보이니 그걸로 참을 수 있다.

  “이엔.......”

  “약속할게. 반드시 돌아올게.”

  아이린이 이엔의 품에 얼굴을 묻고 흐느낀다. 이엔은 그녀의 머리를 감싸고 그녀를 꼭 껴안았다.

  두 번 다시 놓지 않겠다는 듯이.

 

  다음날, 이엔과 아이신은 날이 밝자마자 니콜카나가 머무는 막사로 찾아갔다.

  “제안해 주신 것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내 말에 니콜 카나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어제 말씀해주신 조건은.......”

  “반드시 지키마. 너희가 얼마든지 그녀의 생활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말한 조건중에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무엇 하나 빠진다면 날 죽여도 좋다.”

  “.......감사합니다.”

  “그래. 나야말로 고맙다.”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만.......”

  아이신이 말을 꺼냈다.

  “음? 뭐지?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들어주지.”

  “일주일...... 이라고 하셨죠?”

  “그랬지. 오늘부터 6일이다만....... 하루 만에 승낙할 줄은.......”

  “그만큼, 더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신가요?”

  “왜지?”

  “주변을 정리할 시간과, 작별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그 정도야 문제도 아니지. 좋아. 기다려주마. 6일째가 되는 날 데리러 오마.”

  니콜 카나 와의 대화가 끝나고, 우린 그들의 주둔지에서 나왔다.

  “.......”

  “.......”

  두사람은 말없이 걷는다.

  “왜 굳이 기다려달라고......”

  “너 때문이잖아 임마.”

  “뭐?”

  “아이린이랑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잖아?”

  봤나? 이엔은 흠칫하며 아이신을 경계했다.

  “뻔하지. 어제 그림 좋더만.”

  죽여서 입을 막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주먹을 꽉 쥐는 이엔이었지만 일단은 참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화 안나냐?”

  “왜 화가 나? 내가 그 정도의 시스콤인줄 알았냐?”

  “.......”

  “뭐, 지금 당장 출발하면 아이린을 놀릴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니까.”

  “죽여버린다. 아이린 앞에서 그 이야기 꺼내기만 해.”

  “싫은데? 내가 왜 네 말을 듣냐? 므어어엉청....... 정말로 언젠가 그 손가락을 뽑아주마.”

 

  6일은 눈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세 사람은 그동안 아이린과 시간을 보내고, 마을의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그리고 아이린은 선양시로 옮기기로 했다. 이사와 살 집은 얼티밋 원에서 전부 준비해주기로 했다. 짐을 정리하고 나니 집이 휑해 보인다.

  출발하는 날, 이엔은 집 밖에서 우리들의 집을 바라보았다. 가족이 너무나 행복하게 살던 장소. 선생님이 있던 곳. 아이린과 아이신이 있던 곳.

  그리고, 이엔이 ‘인간’으로서 이름을 받고, 행복한 기억까지 선물 받았던 곳.

  그곳이 있어서, 자신이 그곳에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

  언젠가 다시 돌아올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엔은 그렇게 생각하며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억눌렀다.

  “이엔! 준비 됬냐?”

  아이신이 문을 열고 나오며 말했다.

  “너보다 일찍 짐싸고 나온거 보면 모르냐?”

  “흥. 아이린은?”

  “몰라.”

  우리보다 조금 늦게 출발하기로 되어있는 아이린은 오늘따라 보이지 않는다. 몸이 조금 안좋은 건가? 방밖으로 나오질 않는다. 먼 길을 갈텐데 걱정이다.

  “준비는 끝났니?”

  집 밖에 차를 두 대 준비해 놓은 니콜 카나가 말을 걸었다.

  “네. 괜찮습니다.”

  나와 아이신이 대답했다.

  “흠....... 아직인 것 같은데.”

  “네?”

  “너희들의 동생........ 아니, 너에겐 누나였지. 아무튼, 그녀가 나오질 않는 구나. 작별인사를 하고 싶어할 줄 알았는데.”

  “......”

  막상 떠나려니까 슬픈 것일까? 떠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걸까? 이엔은 조금 섭섭해하면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너무나도 여리고, 착하고, 순수한 아이니까.

  “괜찮습니다.”

  어쩔 수 없다. 이건 우리들이 약한 탓이니까. 이엔은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 그렇다면 가도록하지.”

  “네. 그럼, 저와 제 형을 잘 부탁드립니다.”

  형이라는 단어에 아이신이 놀란 듯 눈을 치켜뜬다.

  “응? 네가 동생이었니?”

  “.......”

  “하하, 미안하구나. 그럼.......”

  “잠깐만요!!!”

  “아이린?”

  아이린이 문을 열고 허겁지겁 뛰쳐나온다.

  “이엔....... 아이신....... 미안.......”

  헉헉대는 아이린.

  “이엔!”

  “응?”

  “이거.”

  아이린이 내민 것은, 작은 목걸이였다. 언젠가 이엔이 사줬던, 가짜 보석이 박힌 싸구려 모조 목걸이였다.

  “이건.......”

  “받아! 돌려줄게! 그리고 언젠가.......”

  잠시 울먹이는 아이린. 사랑스럽다.

  “언젠가 꼭 돌아와서! 그때 돌려줘!”

  그러나 울먹임을 참으며 씩씩하게 말한다. 그리고,

  쪽.

  이엔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아하하하하.......”

  이런, 얼굴이 대책없이 빨개진다. 뒤에선 니콜카나가 흐뭇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젠장. 행복하잖아.

  “잘가!! 꼭 무사히 돌아와!!”

  “응......”

  “나한텐 뭐 없냐?”

  아이신이 눈치없이 끼어든다.

  “음....... 생각 안했는데?”

  “야.”

  “하하하...... 아이신도 잘 다녀와! 다치지말고. 이엔이랑 싸우지말고, 다른 사람들이랑도 싸우지 말고......”

  “난 맨날 싸움만 하냐?”

  “그랬지? 하하하....... 그래, 오빠도 잘다녀와!!!!”

  너무나 천진하게 웃는다. 그 미소에 이엔의 가슴이 미어진다. 분명 편하진 않을 텐데. 이엔과 아이신을 위해서 웃는 것이 뻔했으니까.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

  “그래.”

  아이신도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보기 좋구나.”

  니콜 카나도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을 안내한다. 아이린이 손을 흔든다.

  차에 타고 나서도, 이엔과 아이신은 뒤의 유리창을 통해 아이린을 바라본다. 아직도 손을 흔들고 있다. 이엔은 그 멀어져가는 모습에 눈물이 나는 것을 참았다.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언제나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언제나 지켜줄 것이다. 이엔은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린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그들의 곁에 가선 안 되는 것이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땐 그것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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