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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망상 로맨스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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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도 뱃사공은 빠지면 안된다 1
작성일 : 17-11-05     조회 : 299     추천 : 2     분량 : 7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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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 이틀이 지났다. 계절 학기는 주중 매일 수업이 있기에 오늘도 수업이 있다.

  결석이다.

  물론 내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수기녀도 아니다. 아까 전, 교수님이 부른 조지은이라는 이름에 제대로 대답은 돌아왔다.

  참고로 오늘은 시간이 촉박하기에 내 제안으로 다시 한 번 모여서 회의를 하기로 한 날이다.

  무엇보다, 나는 선배로서의 책임인지 뭔지 하는 내 내면의 목소리 탓에 자료조사 및 정리, 그리고 보고서 작성을 맡았다. 물론 내가 모조리 끌고 갈 생각은 없기에 보고서는 저 정수기녀와 함께 쓰는 것이 되었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결석은 15학번 원민우, 16학번 정은별.

  누구냐고?

  다름 아닌 우리조의 어린 것들이다. 그 커플 말야. 과제가 뭔지도 몰랐던 그 후배들이 오늘 결석을 해 버렸다.

  그래 이해한다. 새내기를 꼬셔낸 2학년도, 이제 막 고등학교 3학년을 벗어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도시에 있는, 그럭저럭 괜찮은 대학교에 와서 새로운 세계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즐기고 싶어 하는 1학년도.

  마침 둘이 커플이기도 하니 놀러 다니고 싶겠지.

  그리고 어찌되었건 고학번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들에게 차마 ‘놀러가느라 수업도, 조별과제도 오늘은 패스합니다~’라고 카X으로 말하긴 어려울 테니까 다른 변명을 둘러대는 것도 이해한다.

  참고로 이건 비아냥이 아니라 진짜로 이해하는 거다. 나도 옛날엔 그런 비슷한 짓을 한적 있으니까.

  하지만 난 이렇게 멍청하지 않았다.

  혹은, 이렇게 뻔뻔하지 않았다.

  우선,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그 둘의 메시지를 알려주지.

 

  어린 것 1 : 죄송합니다 오늘 갑자기 열이 올라와서 ㅠㅠ못갈 것 같습니다 맡은 자료는 제가 반드시 내일까지 보낼게여ㅠㅠㅠㅠ

  어린 것 2 : 죄송해여ㅠㅠㅠ오늘 갑자기 너무 아파서 못갈 것 같아영....... 열이 42도를 훌쩍 넘겨버렸어여유ㅠㅠㅠ 맡은 부분은 반드시 내일까지 보낼게영 헤헷.

 

  “.......”

  참고로 어린 것 1은 15학번 원민우, 어린 것 2는 16학번 정은별이다. 그리고 이건 내가 뭔가를 잘못 전달한 것이 아니라 토씨하나, 낱말하나 안 빼고 저대로 왔다.

  그래, 마침 커플인 두 명이, 전날까진 멀쩡하게 웃으며 돌아다닌 주제에 갑자기 동시에 열이나서 쓰러지고 비슷한 내용의 카톡을 같은 시, 같은 분에 보낸 것은........뭐, 둘의 사랑에 하늘이 감동해서 같은 날 같은 날에 병을 내린 것일 수도 있으려나?

  개소리하고 있네.

  그래, 뭐 아플 수도 있다고 쳐도 열이 42도라고? 그렇게 자신이 문과라는 걸 어필해도 그런 건 자기 PR에 안들어간단다?

  적당히 심각한 상황인 것을 보여줘서 우리의 분노를 가라앉힐 작정이었나본데, 42도면 너 죽어. 뇌가 익는다고. 카톡에 모음을 난발하면서 마무리로 헤헷, 이라는 귀여운 척을 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나를, 우리를 멍청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둘이 서로 사유를 다르게 하거나, 아니면 하다못해 시간차를 두고 보낼 생각은 하지 않았던 건가?

  아니면, 너희가 정말로 멍청이라 이따위 변명밖에 못하는 건가?

  정말로 놀러다니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그럴 거면 계절 학기를 듣지 말았어야지?

  고등학교 때처럼 엉덩이를 때리며 학교에 보내는 사람이 없으니 수업을 빠지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을 수도 있겠지. 출석일수가 깎이면 너희 점수가 까이는 거니까 그건 상관없다.

  하지만 조별 과제는 빠지면 우리가 힘들지.

  현기증이 날 것 같다. 상대의 기분을 짓밟는, 상대에게 자신을 향해 혐오감을 내뿜어 달라고 하는 것 같은 이 작태에 짜증이 난다.

  이건 내 성격이 문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이 둘에겐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자료조사라는, 비교적 간단한 것을 맡겼다. 그냥 누구나 쉽게 들어봤을 만한 국제분쟁 사례에 관해서 조사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도서관 까지 안가도, 인터넷에 검색만 몇 번하면 관련 논문 같은 것은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그래,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괜찮겠지. 급하다고는 해도, 일단 내 것도 해놔야 하니까 그동안 해서 보내주면 된다. 내 분량 먼저 하고 있으면 되니까. 어차피 동시에 할 수는 없으니까.

  참자, 참는 거다. 이제 와서 화를 내면 정수기녀에게 필요 이상으로 알랑거리는 말투로 나불댄 보람이 없다.

 

  참고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있는 곳은 강의실이 아니다.

 

  나는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고 프린트 뭉치를 든 채로 입을 열었다.

  “우선....... 카슈미르 파트에 관한 것은 여기에 정리했고요, 조금 이따가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미지 파일도 같이요. 아, 그리고 출처랑 참고자료는 맨 뒷부분에 있어요.”

  커피, 라는 말에서 대충 알 수 있듯이, 카페다.

  그리고 내가 말을 걸고 있는 상대는?

  뻔하지.

  “네. 감사합니다.”

  정수기녀다.

  “우선.......전에 보내주신 자료로 대충 만들어 봤습니다.”

  참고로 이 여자가 맡은 역할은 PPT 작성 및 발표, 그리고 보고서의 ‘대책’부분과 ‘결론’파트다.

  그나저나, 의외로 정상적으로 말하네. 좀 더 틱틱 댈 줄 알았는데.

  아 그랬지. 이틀 전에 나에게 오해를 퍼붓다가 내가 입을 다물게 했었지,

  하하하. 역시, 아무리 성격이 더러워도 원만하게 지내는 내 기술은 최고야.

  뭐, 결국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는 안하고 있지만.

  “.......”

  “.......”

  어색하다. 가끔씩 과제관련해서 이야기 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대화가 없다. 사실, 그걸 위해서 모인 거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려나? 아, 이건 궁금해서 그러는 건 아니고 그냥 어색해서 떠올려본 생각이니까 오해는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

  음, 그렇지만 이렇게 둘이 노트북만 두들기고 있으니까 뭔가 좀 그렇네. 어색함이 긴장감, 혹은 불안함보다는 났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다는 말은 아니다. 불편하긴 하니까.

  일단, 대화의 주제를 하나 꺼내보자.

  “언제부터 거기 사신거죠?”

  “네?”

  그 대답에, 온갖 의미를 내포하는 어투의 그 대답에 나는 깨달았다.

  방심했다. 시X.

  왜인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지만, 이 여자가 갑자기 얼굴을 찌푸렸으니까.

  내 말투가 이상했나?

  너무 추궁한다는 느낌이었나?

  하지만,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쩌다가 같은 조가 된 인연에, 우연히 마주친 기회로 같은 빌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보통의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반가워하거나, 아, 물론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그 우연에 대해서 이야기 정돈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표정을 지을 만한 일은 아닐텐데?

  어찌되었건, 저 표정을 보는 것은 굉장히 꺼림칙하므로, 수습해보자.

  “아니....... 저는 거기 산지 이제 반년쯤 되었는데, 한 번도 못 뵌 것........”

  “그래서요?”

  “.......”

  “왜 그게 궁금하신데요?”

  내가 뭔가 실수한 건가?

  슬슬 기분이 나빠지려고 한다. 뭔가 또 착각이라도 하신건가? 모든 사람이 당신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괴롭히려고 한다고 착각하는 건가? 정말로 성격 파탄.......

  아니, 아니지. 참자. 억누르자. 이런 사소한 일로 내가 적개심을 품어서 어쩌겠다는 거야. 잠시만 들어가 있어라 나의 피해망상.

  “아......즈는.......그늬양....... 싄긔한으연.......(아 저는 그냥 신기한 우연.......)”

  결국 완전히 억누르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이를 앙다물고 힘겹게 내뱉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 정수기 여자도 성격이 이상하지만 나 역시 평범한 성격은 아니니까.

  최악이다. 중재자도 없이, 내게 있어서 최악의 상대를 만난 것 같다. 안 그래도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하나에서 상대방의 속내를 멋대로 상상하고 거기에 힘들어하는 나인데, 이렇게 대놓고 성질을 긁어대면 나는 어쩌란 말인가.

  그리고 정수기녀는 얼마 전의 사과 메세지를 보내고 조금 전까지 말수가 적은 채로 있던 사람과 자신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우연은 아니죠. 이 일대에서 집값이 싼 빌라는 몇 안되고, 그곳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니까. 그리고 싼 집을 찾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몇 안되는 곳에서 마주칠 수도 있겠죠?”

  “.......”

  무슨 말을 하나 했다. 하지만 난 애초에 그런 거창한 분석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그냥 ‘아, 너도 거기 살았어?’와 같은 느낌으로 던진 말일 뿐이다.

  확률계산을 하고 싶으면 그냥 수학과에 갔으면 되었을 텐데. 아, 우리 학교엔 수학과가 없나?

  음, 모르겠네. 애초에 이공계 캠퍼스는 분리되어 있는 학교니까.

  한편, 차갑게 말을 내뱉은 정수기녀는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쪽은 바로 위층에 있는 그 근육 돼.......아니, 그 친구네 집에 자주 놀러가시죠?”

  “.......”

  일단 김준환이 근육돼지가 맞긴 하다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이 여자야 말로 스토커 아닌가? 왜 내 생활 패턴을 알아?

  “그걸 어떻게.......”

  “밤새 그렇게 술 퍼마시며 떠들면, 모를 수가 없죠. 진짜 더럽게 시끄러웠어요.”

  “........”

  아 그랬지. 나는 이틀 전에 승리의 기쁨에 젖어서 김준환 놈 집에서 1차, 2차, 3차까지 갔었지.

  그럼 혹시 사과가 없던 것도 그것 때문에 화가 나서 그런건가?

  “물론 아랫집에서 항상 함께 떠드는 사람이 그쪽이라는 것은 얼마 전에 처음 알게 된 거지만....... 평소에도 그렇게 늦게까지 퍼질러 놀면 생활 패턴이 저와 다를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평소에 마주치는 일이 적은 것도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래. 맞는 말이지. 맞는 말이지만 어쩜 맞는 말을 저리도 기분 나쁘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내가 할 말은 아니기에 입을 다문다. 분명히, 이 부분에 관해서 가해자는 나다.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제기랄. 이 빌어먹게 어설픈 이광진 병X이.

 

  가끔 있는 일이다. 항상 남의 마음을 헤아리며 상대가 나에게 적개심을 품게 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자기 최면을 거는 주제에, 가끔씩은 이렇게 본의 아니게 남을 괴롭히는 짓을 하기도 하지.

  내 전 여자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에게 이별을 고하며 했던 말이다.

 

  남과 함께 지내다보면 서로 상처를 입힐 수도 있지.

  하지만 넌 아닐 줄 알았어.

 

  왜 이딴 기억이 떠오른 걸까.

  이 정수기녀 때문이지.

  시X.

 

  “그나저나, 괜찮으신 가요?”

  “네?”

  뭐가 괜찮다고?

  “보아하니 새벽에 들어오는 날도 가끔있으신 것 같고 대학 생활을 꽤 편하게 하시는 것 같은데 이번 과제는 제대로.......”

  뭔가 하나가 끊어졌다.

  하지만 나의 이성의 끈이란 놈은, 다른 사람과는 달리 여러 개가 있기에, 여기서 감정을 발산하진 않는다.

 

  그래 이제 이해한다.

  성격이 그 따위니까 아웃사이더로 사는 거지.

 

  그렇지만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화를 억누르며 항변한다.

  “이봐요 조지은씨........”

  “그렇게 부르지 마.”

  “네?”

  갑자기 반말?

  아니 동갑이긴 해도, 아직 잘 모르는 사이고, 무엇보다 내가 반말해도 된다고 하지 않았는데?

  “아니, 저는 그냥 조지은씨라고 한 것 밖에는 없는데요. 이게 뭐가.......”

  “풀네임으로 부르지 말라고.”

  하나가 더 끊어졌다.

  참자. 참아야한다.

  조별과제를 떠올리자. 남은 2주간의 정신건강을 걱정해보자.

  “네 죄송합니다. 그럼 지은씨가 뭔가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오해요? 뭐가요? 밤늦게 음악을 틀어놓고 술을 마시며 소리를 지르는 평소 모습에 어떤 오해가?”

  아슬아슬하다. 내 감정의 억제가 말야.

  아냐. 참자. 방금 건 내가 잘못 말한 거다. 오해라니, 애초에 술 마신건 사실이잖아.

  하지만 따질 건 따져야지.

  “참고로 저번 술자리에선 그런 행동은 한 적이 없습니다. 술 마신 건 사실이지만 음악은 안틀었어요.”

  “평소엔 자주 트시잖아요?”

  김준환 이 개 같은 놈이. 그 빌어먹을 랩인가 뭔가 작작 틀어놓으라니까. 우리 빌라는 오래 되어서 방음 따윈 개나 줬다고 이 미친놈아.

  “그건 죄송합니다. 제가 친구에게 말해 놓죠. 하지만 제가 처음에 집 가지고 질문을 드린건, 그냥 우연치곤 신기해서........”

  “그런가요? 말씀드렸다시피, 전 안신기한데요.”

  아. 이 여자 왜이래? 나한테 무슨 악감정 있나? 왜 사사건건 트집이야? 내가 뭘 잘못한거 있나?

  “.......참 죄송하게 됐습니다.”

  나도 모르게 말에 비아냥이 살짝 들어가 있다. 한편 정수기녀는 그 말을 듣고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그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짜증나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제가 과민반응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죠. 하지만 광진씨처럼 지나칠 정도로, 충분히 화가 날 상황임에도 기괴할 정도로 이성적이고 친절한 사람이라면 이상하게 여기는게 당연하지 않을 까요?”

  이 여자는 내게 무슨 악감정이라도 있는 것이 확실하다. 이건 비아냥 같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나는 그렇게 확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내 성질을 일부러 건드리지 못해 안달난 것 같은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음, 그러니까....... 내 탓이다? 내가 조금 과할 정도로 사근사근하게 대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게 뭔가 속셈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 속셈이라면 있었지. 내 계절학기 마무리를 원만하게 보내기 위한 속셈이었지.

  이런 생각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을 때, 정수기녀가 다시 잽을 날린다.

  “죄송하지만 전 그런 거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그래. 인정하지. 넌 예쁘다. 나도 눈이 있고, 평범한 사람의 미적감각을 가지고 있으니 잘 안다. 온갖 잡것들이 꼬여들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내가 너를 꼬시려 한 적이 있었어?

  네가 과거에 무슨 일을 겪었던 간에, 그게 나와 관계가 있어?

  네가 어떤 상처를 받았건, 어떤 기억이 있건 간에, 그 걸로 인해 내가 기분 나빠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냐고.

  “저기요. 전 그런 이유로 말을 건 게 아닌데요?”

  “글쎄요? 정말로요?”

  참자. 상대가 아무리 뇌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걸로 보이는 성격파탄자라고 해도, 참아야한다.

  원만한 관계를 쌓아야한다.

  “.......”

  감정을 애써 참고 있는 내게, 빌어먹을 정수기 여자가 다시 말을 내뱉는다.

  “지나친 친절은 가식으로 보일수도 있어요. 얼마 전 집 앞에서도 마찬가지죠. 그 상황에선 억울해서라도 강하게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데요?”

  아아.

  하하하.

  축하한다. 그리고 경의를 표하마.

  네가 처음이야.

  ‘그 날’ 이후로.

  내 이성의 끈 수십 개를 순식간에 모조리 끊어낸 것은.

  네가 처음이다. 빌어 처먹을 여자야.

  좋아. 싸움을 원해?

  이제 너와의 원만한 관계는 필요 없다.

  어찌해도 네가 나를 적대하겠다면,

  나도 포기했다.

  덤벼라. 정수기XX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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