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아님 ,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곧 하벨님께서 돌아오실거에요 "
배가 불룩한채 누워있는 유리아는 상태가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시녀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뒤로한채 , 물수건으로 유리아의 땀방울을 연신 찍어냈다.
밖은 어찌나 그리 슬피도 우는지 비가 쏟아져 내렸다.
그 때 아랫층에서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하...하벨님! "
" ....유리아, 그녀는 어디 있는거지? "
그는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와 바닥을 피로 물들이고 있었다.
하벨은 본인의 상처는 신경쓸새도 없이 유리아, 그녀만 애타게 찾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시녀는 서둘러 유리아에게로 하벨을 안내하였다.
" 유리아!! "
유리아의 상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악화되어가고 있었다.
" ....하..벨... "
그녀는 힘겹게 눈을 뜨며 그를 맞았다.
하벨은 유리아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절대 좋지만은 않은 상황 ,
그는 유리아가 누워있는 침대가 붉은 피로 물들어가는 것을 깨닫곤 몇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옆에서 물수건을 들고 초조해하는 시녀에게 자신에 손에 들고 있던 것을 건네었다.
" 이건...."
그것은 다름아닌 드래곤의 눈알이었다.
드래곤의 신체부위는 인간에게 만병통치약이라고 알려져 있는 귀한 약재이다.
하지만 드래곤에게 감히 덤볐다가는 오히려 수명을 단축하는 짓이었기에 나서는 자는 거의 없었다.
" 보는대로야. 어서 유리야에게 줘 , 그녀에게 시간이 얼마 없다는건 너도 잘 알잖아 "
시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유리아에게 조금씩 먹이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눈알을 먹은 유리아의 상태는 눈에 보일정도로 빠르게 좋아졌고, 이어 검은색 머리와 붉은색 눈을 가진 여자아이를 출산하였다.
유리아는 기쁜듯 아이를 안아들고 하벨을 바라보았다.
"....하벨 , 당신을 많이 닮은 예쁜 여자아이에요 "
" 그런데 이건... "
유리아가 안고 있는 여자아이에 손목으로 언뜻 검은 무언가가 보였다.
" 이건 드래곤의 문장이야... 내가 가져온 드래곤의 눈알의 영향을 받은 모양이군.. "
그는 문장을 보고는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그리고 뒤이어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유리아 역시 그의 표정을 보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지막히 물었다.
" 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건가요? "
하벨은 잠시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 내가 가져온 눈알의 주인인 드래곤은 어둠의 힘을 다루는 드래곤이야. 그렇다는건 그 아이에게도 그 힘이 이어졌을지도 모르겠군 분명 좋은건 아닐테지... "
유리아는 아이의 손목을 어루만졌다.
" ....제가 몸이 약해 좋은 엄마이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
하벨은 슬픈표정을 지으며 아이의 손목을 어루만지고 있는 그녀를 보고 안고 달래주고 싶었지만,
자신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을 깨닫고선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차마 슬픈표정을 지켜만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정적만이 흐르고 있던 방에 끼이익 문소리가 울려퍼졌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유리아와 같은 보라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아이 바로 카렌이었다.
유리아는 그런 카렌을 보고는 살짝 웃음을 지어보였다.
" 카렌이구나, 어서 이리와보거라 "
카렌은 잠시 고민하다 들어오더니 하벨의 옆에 꼭 붙어섰다.
" 조금 떨어지거라 , 지금 아비는 깨끗하지 못하니 "
카렌은 하벨을 보고 흠칫 놀랐지만 이어 조금 옆으로 비켜섰다.
" 아버지 , 그런데 이 아이는 누구에요? "
유리아는 그런 카렌이 귀여운지 작게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 이 아이는 너의 여동생이란다. 앞으로 오빠가 됬으니 잘 지켜줘야한단다 "
" 동생이요...? "
카렌은 동생이란 말을 듣자 표정을 사정없이 구겼다.
"저는 동생같은거 필요없어요. 아버지... "
동생이 생긴 것은 유리아가 말해주었지만, 평소 유리아를 좋아하지 않는 카렌은 하벨을 바라보며 말했다.
" 그게 어머니께 무슨 무례한 행동인것이냐 카렌, 너의 여동생이다. 너의 어머니의 말대로 오빠로서 잘 지켜줘야한단다. "
카렌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듯 했으나, 하벨이 말하자 곧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 하벨, 이 아이의 이름은 제가 생각해둔 것이 있는데 제가 지어도 괜찮을까요? 이렇게 계속 우울해져 있으면 꼭 이 아이의 탄생이 잘못된 것만 같잖아요"
아까의 슬픈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유리아는 환하게 웃으며 하벨을 바라보았다.
" 좋아, 생각해둔 이름이 있다면 분명 좋은 이름 일테지 "
하벨도 나쁘지 않다는 듯 유리아를 보며 웃었다.
" 세이렌, 제가 생각해둔 이름은 세이렌이에요 "
" 당신같이 아름다운 이름이군 "
그렇게 정적이 흐르던 분위기는 웃음이 가득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 이 아이는 내가 내일 엘리아에게 데려가 보도록 할테니 , 그대는 이제 쉬는게 좋겠어. 카렌 너도 늦었으니 어머니께 인사드리고 이만 자는게 좋겠구나 "
" 하벨 당신도 힘든 하루였을테니 쉬세요. 카렌 너도 쉬렴 "
카렌은 하벨에게만 인사한 후 방을 나가버렸다.
언제부턴가 카렌은 유리아를 무시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더욱 심해졌다.
" 저 녀석... 예의를 잘못 배웠군 "
하벨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 아직 어린아이잖아요, 분명 나중엔 좋아질겁니다"
카렌에게 무시당함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카렌편을 들어주는건 유리아 뿐이었다.
" 그럼 나도 이만 나가보겠소 "
하벨도 인사를 한 뒤 방문을 닫고 나갔다.
***
다음날,
이른 아침이었지만, 하벨의 집 시녀들은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바로 어제 태어난 세이렌의 손목 문장 때문에 손님이 오기 때문이다.
" 똑똑 "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고, 뒤이어 시녀 몇명이 그녀를 맞이하였다.
" 아, 하벨님은 어디계신거죠? "
" 이쪽입니다. "
긴 은색머리를 가진 그녀는 자신의 긴 머리를 쓸어넘기며 급한듯 하벨을 찾았다.
" 하벨님 , 엘리아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
엘리아라고 불리는 그녀는 페일리아의 교장직을 받고 있는 펠디아에서 손꼽히는 대마법사였다.
" 그녀를 들이도록 "
문을 여는 소리와 그녀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오랜만에 뵙는군요 하벨님, 소식은 이미 들었습니다. 드래곤의 눈알을 빼오시다니 참 무모하시군요... 안고 계신 그 아이가 세이렌입니까? "
카렌은 세이렌을 안고 급한듯 서둘러 엘리아에게 다가갔다.
" 오랜만이군 나의 충신이었던 엘리아,소식은 이미 들었다고 하니 일처리가 훨씬 빠르겠군 . 난 세이렌이 어둠의 마법에 빠지는것은 그닥 보고 싶지않군... 무슨 방법이 없겠나?"
엘리아는 한숨을 내쉬며 그다지 좋은상황은 아니라는 듯 좋지않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 하벨님의 아이답게 뛰어난 마력을 가졌군요... 그러나 드래곤의 어둠의 마력도 함께 지니고 있어요. 어둠의 마법을 봉인할 수는 있으나 이 아이의 마력도 함께 봉인될 것입니다. 또한 이 아이에 의지가 강해질 때 깨질 수도 있고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
카렌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 부탁하겠네 , 엘리아 "
엘리아는 하벨이 승락하자 눈을 감고 세이렌의 이마 위에 손을 얻고 봉인마법을 걸기 시작했다.
봉인마법은 생각보다 짧게 끝났으나 , 세이렌의 손목에 문장은 흐려지지도 지워지지도 않았다.
" 문장을 지울방법은 없는건가.."
카렌이 놀라 우는 세이렌을 달래며 엘리아에게 물었다.
" 안타깝게도 문장을 지울 방도는 없습니다 "
카렌은 엘리아의 말을 듣고 세이렌에게 미안한듯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이어 엘리아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 그래도 고맙네, 엘리아 "
" 아닙니다. 저 또한 오랜만에 하벨님을 만나뵙게 되어 기뻤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페일리아로 돌아가보지요"
그렇게 하벨에게 고개숙여 인사를 힌뒤,
엘리아는 자신이 교장이라는 직분으로 책임지고 있는 학교 페일리아로 돌아갔고,
페일리아, 나라의 여왕이 될 그녀 세이렌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