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밝은 별들이 아름다웠던 밤은 어느새 태양의 빛에 삼켜지고 있었다.
그렇게 떠오르는 태양은 어둠진 곳을 구석구석 밝히며 떠올랐다. 그녀의 방 역시 밝은 태양빛으로 가득찰 무렵, 그녀는 따사로운 햇살에 눈을 떴다.
" ... 으아아, 피곤해.. 지금 몇시지.. "
세이렌은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무거워진 눈을 힘겹게 들어올려 시계를 바라보았다.
분명 그녀의 눈이 틀린게 아니라면, 시계바늘이 가리키고 있는 시간은 8시 10분, 지각까지 정확히 20분 남은상황.
역시 너무 늦게까지 연습을 한걸까, 그녀는 눈을 몇번이고 비비며 다시 시계를 바라보았지만, 시계바늘은 어찌 그리 야속한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 ......하하.. "
그녀는 망했다는 생각에 잠시동안 침대에 앉아 멍때리고 있다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침대에서 후다닥 일어났다. 적어도 10분안에는 끝내야 지각을 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녀는 할 수 있는한 최대의 속도로 준비를 시작했다.
옷장에서 깨끗한 교복을 꺼내 후다닥 입고, 부스스해진 긴 검은 머리는 대충 빗질하고 정리되지 않고 대충 널브러져 있는 가방을 들어 문을 빠르게 열고 나갔다. 빠르게 열고 나가면서 무언가를 떨어뜨렸지만, 지금은 뒤돌아볼만한 여유가 없었기에 그녀는 앞만을 보고 교실을 향해 달렸다.
" 하아... 하아... "
전속력으로 달려와 교실에 도착한 그녀는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시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계바늘이 가리키고 있는 시간은 다행히 8시 29분, 그녀는 다행히 1분을 남기고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했다. 시계를 확인한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 풉... 꼴이 말이아니네 "
지금 그녀를 보며 비웃고 있는 목소리는 분명 그녀의 옆자리에 앉은 아르임이 틀림없다.
그녀는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그에게 기분이 나쁘다는 듯 그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쏘아보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왜인지 그녀는 오늘하루가 모두 예상되는 것만 같은 느낌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가 교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은지 얼마되지 않아 선생님이 교실문을 열고 들어왔다. 들어온 선생님은 교탁에서 한명한명 출석여부를 확인하였고, 출석확인이 끝나자 첫교시 수업이 시작되었다.
" 자, 어제 진급시험에 관한 공지는 모두 봤을거라 생각합니다. 오늘부터는 입학 첫날 설명해줬던 대로 진학시험 준비 위주로 수업이 되니, 파트너와의 신뢰관계가 중요해지겠죠. "
파트너와의 신뢰관계라.. 세이렌과 아르에게는 정말 멀고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 그래서 오늘 첫수업은 공격과 방어를 주제로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는 겁니다. "
공격과 방어, 분명 어제 세이렌이 열심히 연습했던 과목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없었다. 그닥 마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의 성과를 말해보자면.. 지나가는 개미 한마리에게 상처입힐정도...? 그런 그녀는 슬쩍 그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도중 그와 눈이 마주쳤다. 수업시간이었기에 크게 말할 수 없던 그는 입모양으로 그녀에게 무엇인가 말하고 있었다.
" 연습했다했으니까 , 어느정도인지 기대할게 꼬맹아 "
그녀가 본 그의 입모양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말은 그녀를 한없이 깊은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 ... 이따 내 마력이랑.. 연습한게 고작 그정도의 성과라는걸 알면 그 때도 저런 표정으로 말하고 있을까.. '
그녀는 그닥 좋지 않은 표정으로 불안한 듯 손톱을 깨물며 온갖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 그럼, 이제 연습할 수 있는 야외 연습장으로 나가봅시다. "
아아, 이젠 진짜 나가서 해야하는구나..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파트너와 하나 둘씩 문을 열고 나갔지만 차마 그녀는 자신의 자리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다못한 그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 너 안나가냐? "
" 아.. 어.. 나가야지..! "
그제서야 그녀는 허둥지둥 일어나 야외연습장으로 발을 옮겼다. 눈치가 빠른 그는 이미 그녀가 왜 그러고 있는지 눈치를 채고 피식 웃으며 교실문을 닫고 그녀를 뒤따라 갔다.
그곳은 역시 페일리아의 야외연습장답게 입이 떠억 벌어질만큼 좋은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연습장에선 이미 연습을 시작한 팀이 여럿 보였고, 분위기를 보니 자율적으로 연습하는 형태를 띄고 있는 듯 하였다.
" 야 꼬맹이, 우린 여기서 하자 "
그는 멍하니 멀뚱멀뚱 서있는 그녀를 데리고 연습장 한곳에 자리를 잡았다.
" 자, 그럼 연습한 너부터 저 표적에 공격마법을 해봐 "
불안해보이는 그녀를 보며 결과정도는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는 그였지만, 심술궃게도 그는 그녀에게 먼저 해보라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 아...아, 알겠어.. "
긴장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는 그녀는 표적맞은편에 서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마력석을 꺼내려했지만... 어째서인지 그녀의 주머니는 텅텅 비어있었다.
' 설마, 오늘 아침에 떨어뜨린 그게... '
그녀는 오늘아침의 기억을 찬찬히 되짚어보았다. 오늘 아침에 달그락 소리를 내며 방바닥으로 떨어진 무언가가 지금의 정황을 보니 마력석인게 분명했다.
' 마력석까지 없으면.. 진짜 나 어떡하지.. "
" 안할건가? 분명 연습했다고 하지않았나? "
그녀는 계속 재촉해오는 그를 보며, 어쩔수 없이 마력석을 쥐지 않고 분명 실패할게 뻔했지만 한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어제 연습을 너무 무리해서 한걸까, 그녀는 욱씬거려오는 문장이 있는 오른손목을 한번 움켜쥐어 조금 진정시킨뒤 손을 표적을 향해 들었다.
그리고 연습한것처럼 온 신경을 마력석대신 들어올린 손 끝에 집중했고, 목표인 표적을 뚜렷하게 떠올려낸 뒤 표적을 향해 공격마법을 걸었다.
' .. 방금 꼬맹이 머리색이.... 아냐 잘못본거겠지. '
그는 방금전 그녀의 머리의 일부가 붉게 변하는 것을 보고 잘못본것이겠거니 하고 무시하며 넘겼다.
그러나 그 뒤 이어진 예상치 못한 결과에 놀라며, 표적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시작하기도 전부터 불안해하던 그녀는 여러번 공격을 시도하나 하나도 성공을 하지 못했어야 하는게 맞지만, 꽤 강한 마력으로 표적을 깔끔하게 맞춰 넘어뜨린 것이었다.
물론 놀란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 역시 마력석을 쥐고 있어도 성공하지 못했던 마법이 성공한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표적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에서 힐끗힐끗 쳐다보던 반아이들도 마력측정불가가 떴던 그녀가 그런 마법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란 모양이었다.
" ... 꼬맹이 제법인데.... ? "
그렇게 한참을 멀뚱히 지켜보던 그는 처음으로 세이렌에게 칭찬을 해주었다. 그런 칭찬을 들은 그녀는 얼떨떨해하며 자리를 비켜주며 말을 이었다.
" 아.. 응, 고마워.. 그럼 다음은 싸가지 너가 할 차례야 "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넘어뜨린 표적 옆 새로운 표적 맞은편에 섰다. 그리곤 손을 뻗어 표적에 공격마법을 걸고 있을 때였다. 그는 평소와는 다르게 마력이 더 세게 느껴졌고, 세게 느껴지는 그 순간 다시한번 그녀의 머리칼이 아주 잠깐이었지만 붉게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보다 그만 표적이 아닌 곳에 마법을 걸어버렸고, 그 마법은 옆에 있는 나무에 맞아 나무를 쓰러뜨려버렸다.
그는 평소보다 세진 마력에 놀랐고, 그녀 역시 마력석 없이 성공한 마법에 놀란 그들은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다가 그는 갑자기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와 마주보며 꽤 가까운 거리에서 아무말없이 그녀의 머리칼을 들어올려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카락은 밤하늘처럼 어두운 검은색만 가지고 있을 뿐 붉은색 머리카락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 ..저..저기 너무 가까운 거 같은데... "
그런 그녀에 말에 그는 놀라 조금 뒤로 물러났다.
" 아.. 미안. 아까 너 머리카락이 붉게 변했던거 같아서, 잘못봤다고 하기엔 너무 선명했거든 "
붉은색? 검은머리가 붉은색으로 변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 아, 방금 말은 그냥 잊어 "
그는 붉은색으로 잠깐이었지만, 너무나도 선명하게 변했던 그녀의 머리카락이 신경쓰였지만 자신이 잘못본거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 ... 뭐, 그러도록 할게 "
그녀는 문장이 새겨져 있는 손목이 여전히 욱씬거리듯 아픈지 손목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는 자연스레 그녀의 손목으로 시선이 옮겨져 갔고, 곧이어 그녀에 손목에 있는 검은색 문장을 발견했다.
" ... 그 손목에 있는 문장은 뭐지? "
그녀는 급히 옷 소매를 끌어내리며 대답했다.
" 아.. 이거 신경쓰지않아도 돼, 나도 어렸을 때부터 있던거라 잘몰라 "
그 말 끝으로 그녀는 자신이 쓰러뜨린 표적을 정리하러 표적을 발걸음을 옮겼다.
' 어쩌면, 방금 꼬맹이의 머리카락이 붉게 변했던건 그 문장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
[ To be contin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