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렌의 오른손목에 있는 검은색 문장을 본 아르는 그 답지 않게 생각이 많아져 머리가 복잡해졌다. 어디에서 본 것같기도 한 문장, 하지만 인간이나 마족에게 그런 문장이 새겨져 있는경우는 본 적도 들어본적도 없다. 그녀가 처음이었다.
' 드래곤이라면 몰라도.. 인간이나 마족에게는.. '
그녀가 표적을 다시 끙끙대며 일으키고 있을 때, 그는 그 자리에 멀뚱히 서서 팔짱을 끼고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 ... 잠시만, 드래곤... ? '
그는 무언가가 뇌리에 스치는 느낌을 받고, 더 깊은 생각에 빠지려 할 때였다.
" 아르 에스테반? 에스테반군? 듣고 있나요? "
그도 모르는 사이에 선생님이 그를 여러번 불러도 대답하지 않자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 아 , 네 잠시 다른 생각 중이었습니다. "
그는 무언가 떠오르려다가 선생님이 방해한 느낌이 들었기에 조금 화가 났지만, 그제서야 자신의 뒤에 선생님이 있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뒤를 돌아보았다.
" 이게 다 무슨일이죠? 다른 학생들이 저 나무는 아스테반군이 한거라 하더군요 "
' ... 맞다, 나 사고쳤었지. '
그는 일이 꼬여서 머리가 복잡한듯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대답하기 곤란해하고 있을 때였다.
" 죄송합니다, 제가 이 녀석이 연습하려 할 때 부르는 바람에 저를 보다가 그런 것같아요 "
아르 그가 아닌 그녀가 대신 고개 숙이며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그는 그녀를 확 잡아당기며 소근소근 말했다.
' 야, 너 갑자기 뭐냐 꼬맹아 '
' 아 좀 가만히 좀 있어봐,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으면서 '
그렇게 말하곤 그녀는 이어 그의 머리를 확 눌러 고개를 숙이게 했다. 물론 그는 하기싫은 듯 바둥바둥거렸지만.
" 뭐, 첫시간이기도 하고 둘이 그렇게 반성해준다면 한번은 봐드리죠. 하지만, 나무를 부러뜨린건 잘못한 일이니 오늘 수업이 끝난 후 방과후에 둘이서 이곳을 깨끗하게 청소하도록 하세요 "
다행히 큰 나무 하나를 부러뜨린 것치고는 작은 벌을 받았다. 그 말을 끝으로 선생님은 옆에서 연습하는 다른팀에게로 발걸음을 옮겨가셨다.
선생님이 옮겨가시자마자 아르와 세이렌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를 보며 비웃기시작했다.
" 그 뻔뻔함은 다 어디로 가고, 선생님 앞에서 그렇게 소심해져있었데? 풉.. "
그런 그는 그렇게 놀리는 그녀의 볼을 세게 잡아 당기며 어금니를 꽉 문채로 말을 이어갔다.
"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꼬맹아. 안그래? 근데 감히 비웃고 있어? 어? "
그녀는 그가 꼬집고 있는 볼이 아픈지, 그에게 놓으라는 듯 그의 손을 마구 쳤다.
" 빠리 노으라그으- (빨리 놓으라고) "
" 풉... 진짜 못생겼다. "
그는 그녀를 보며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그녀는 크게 소리내어 웃는 그를 보고 그의 손을 더욱세게 치던 그 때, 그녀의 오른손목으로 다시한번 통증이 전해져내려왔다. 그 전 통증보다 몇배는 아프게 느껴졌기에 그녀는 순간적으로 손목을 전보다 세게 움켜잡았다.
그런 그녀를 보고 놀란 그는 그제서야 그녀의 볼에서 손을 땠다.
" ....야, 너 역시 그 문장 때문ㅇ.. "
그녀는 그의 입에서 문장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급하게 그의 입을 틀어막으며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
" 쉿, 나도 문장에 대해 잘모르지만 절때 문장때문에 그런거 아니니까 신경꺼 멍청아 "
" 신경안쓸수가 있냐, 그런 문장이 인간이나 마족한테 있는건 처음보ㄴ... "
그녀는 다시한번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 그만하라니까? 옆에 애들 듣겠어 "
그렇게 둘이 그녀의 손목에 있는 문장을 가지고 다시 티격태격 싸우고 있을 때,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학교 곳곳으로 울려펴지고 있었다.
" 그럼, 난 먼저 간다 이 싸가지야 "
그녀는 종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로 연습실을 나가버렸다. 그 역시 수업이 끝나고 갈 곳이 있었다는 듯, 문 밖으로 빠르게 나갔다.
***
드르륵
그녀는 여전히 욱씬거리고 있는 손목의 소매를 더욱 잡아내리며, 보건실 문을 열었다.
" 저.. 저 파스한장만 주실 수 있으실..... 응? "
보건실에 들어가 파스를 찾던 그녀는 뜻 밖의 인물과 마주쳤다.
" 울보? 여긴 무슨일로 왔냐 "
날 울보라고 부르며, 찰랑이는 분홍머리를 가지고 밝은 초록색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이 남자는 분명..
" 카일..? 너가 왜 여기있어? 어디 아픈거야? "
" 질문은 하나씩 해주면 좋겠는데. 일단 설명해주자면, 우리 브라이트 가문은 대대로 치료술이 강해서 왕족의 건강을 맡는 경우가 많아. 나 역시 그런 가문을 잇기 위해서 페일리아에 입학한거고, 그럼 연습할 곳은 이곳 보건실이 제일 좋잖아? 뭐.. 가끔은 실내정원에 있기도 한다만.. "
가문을 잇는다라.. 그녀는 그런 그가 꽤 멋진 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 부담스러워. 그만 쳐다보고 여긴 왜 온건데 "
" 아.. 어제 연습을 너무 무리하게 해서 손목에 무리가 온 것 같은데, 파스 한장만 주면 안될까? "
보통 파스는 인간들이 근육통이라는 것을 겪을 때 많이 쓴다고들 하지만 , 마족에게도 효과과 있어 많이들 쓴다.
" 손목이라.. 그 정돈 내가 치유마법으로 완화시켜줄순 있는데 "
그녀는 더이상 손목에 문장이 보여지는걸 원치 않았기에 고개를 내저었다.
" 아니야 카일. 신경써준 것까진 고맙지만, 손목은 파스정도면 충분해 "
그녀는 자신을 생각해주는 그의 제안을 부드럽게 거절했다.
" 너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뭐 "
그런 그녀의 대답을 들은 그는 고맙게도 더이상 묻거나 흥미를 가지지 않고 의료약품들이 있는 서랍으로 걸어갔다.
" 요샌 괜찮냐 "
그가 나지막히 그녀에게 물었다.
" ... 응? "
" 요샌 걔네가 안 갈구냐고 "
내심 걱정이 됬던 것일까, 그는 그녀에게 파스를 건네며 말했다.
" 아 그거, 요샌 큰일은 없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
그녀는 그가 건네는 파스를 건네받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언제부턴가 웃는날보다 한숨쉬는 날이 더 많아지고 있던 그녀이기에 지금 웃음은 그 어느때보다도 빛났다.
그런 그녀의 미소를 본 그는 얼굴이 뜨거워지며, 붉어지고 있었다.
' 왜 쟤가 웃는 것만 보면 이러지.. '
그는 뜨거워진 자신의 양볼을 차가운 손으로 어루만지며 , 세이렌에게 들키기전에 서둘러 식히려고 했으나, 뜨거운게 식기는 커녕 더 뜨거워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 .... 야 울보. 이제 그만 가는게 어때. 조금 있으면 종친다 "
볼이 붉어진 모습을 보여 약점을 잡히기 싫었던 그는 고개를 돌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났나? 그럼 난 슬슬 가볼게 "
이번에도 역시 그녀는 그의 얼굴이 붉어진 것은 눈치채지 못한채 다음에 보자는 인사만을 남긴채 보건실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그녀가 나간 것을 확인한 그는 더욱 붉어진 얼굴을 확인하고,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맴돌았다.
아픈건가, 아니면 없던 홍조가 생기는 것일까, 혹시 뭐가 묻은걸지도.. 아, 어쩌면 혹시..
' 나 저 울보를 좋아하는건가 .... ? '
[ To be contin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