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조용한 도서실에 그가 세게 열어젖힌 문의 소리가 울려펴졌다.
' 문장이 정리되어 있는 책이라면, 어쩌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그가 수업이 끝나자마자 들린 곳은 다름아닌 학교 내 도서관이었다. 펠디아의 최고의 학교이기에 대부분의 책들은 거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는 도서관에 사서선생님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 선생님, 혹시 문장에 관한 책은 어디있어요? "
역시 그는 그녀의 문장이 궁금해 찾아온 것이었다. 세이렌은 신경쓰지말라고 그렇게 말했지만, 그런 그녀의 말이 그의 호기심을 억누를순 없었다
" 저쪽 2층 오른쪽 끝 3번째 줄 책장에서 5번째 칸이 다 문장에 관한 책이야 "
" 네, 감사합니다. "
그는 한시라도 빨리 그 문장의 정체를 알고 싶어 도서관임에도 불구하고, 2층까지 후다닥 뛰어올라갔다.
" 거기 학생, 뛰지 마세요 "
역시 지적을 받지 않을리가 없지.
하지만 그는 꾸중은 듣지도 않은채 책쪽으로 발을 더욱 빠르게 옮겼다.
" 3번째 줄.. 그리고 5번째 칸.. 아 여기 "
그는 ' 문장 관련 서적 ' 이라고 적혀 있는 책장 앞에 섰다. 그리곤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는 듯이 책장을 훑어보며 드래곤의 문장이 있는 책을 찾기 시작했다.
" 드래곤.. 드래곤.. 아, 이게 좋겠네 "
그가 꺼내든 책은 꽤 두꺼워 무게가 있는책이었다.
" 올해까지 정리된 드래곤의 문장이라....엄청 두껍네 "
그는 한손으로 들기 버거워 마법을 이용해 들고는 옆 책상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그리곤 의자에 앉아 한장씩 넘겨보기 시작했다. 책에는 다른 드래곤의 각각 다른 문장들이 정말 많았다. 색깔도 모양도 무늬도 다 제각각이었다.
그렇게 반의 반정도를 읽어내려갔을까, 다음 수업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도서실도 예외는 없다는 듯 잔잔히 울려퍼졌다.
그는 그런 종소릴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 벌써 쉬는 시간이 다 끝났다고.. ? "
책을 굉장히 집중해서 읽던 그는 쉬는시간이 다 끝났다는 사실에 놀라며, 책을 들어올린채로 도서실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 선생님, 이 책 좀 빨리 대출해주세요 "
그는 종이 쳐서 급해졌는지, 선생님을 재촉하여 책을 대출했다. 뒤이어 그는 순간이동 마법을 써서 이동하고 싶었지만, 교칙상 위반이라 복도를 마구 뛰어갔다.
" 하아...하아.. 책은 더럽게 무거워가지고.. "
다행히 교실에 도착했을 땐, 선생님이 들어오시기 전이었기에 그는 서둘러 자신의 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 풉 ,, 너도 꼴이 말이 아니네 "
그녀는 숨을 고를새도 없이 자리로 금히 들어오는 그를 보며, 그가 예전 자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 후우.. 후우. 저 꼬맹..이를 그냥.. "
그는 숨을 고르며, 자신을 놀리는 그녀를 쏘아보았다. 이 둘은 언제쯤 사이가 좋아질까, 전혀 상상이 되질 않았다.
그렇게 둘이 아웅다웅하는 사이 선생님이 들어와 수업을 시작했고, 그는 세이렌이 수업시간에 졸고 있는 것을 보고 도서실에서 빌려온 책을 마저 읽기 위해 책에 표시해둔 곳을 다시 폈다. 물론 수업시간에 이럴 수 있는 것도 자리가 맨뒷자리이기 때문이다.
' 어디 한번 읽어볼까나 '
그는 들어야할 수업은 듣지 않고 책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책을 오늘 마지막 수업까지 몰래 읽으면서 끝까지 다 읽어보았지만....
그녀가 가진 문장은 적혀 있지 않았다.
' 분명 드래곤의 문장과 비슷하게 생기긴 했는데.. '
그의 궁금증은 갈수록 더 깊어져만 갔다.
' 나중에 더 찾아보도록 하지 뭐.. '
하지만 지금으로선 찾을 수 있는 단서가 너무 부족했기에 그는 단서가 좀 더 보였을 때 찾아보기로 마음먹고 책을 덮었다.
수업이 끝난 방과후였기에 그는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가방을 들고 의자에서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였다.
" 야, 너 어디가 우리 청소해야 되잖아 바보야 "
그녀가 의자에서 일어나 나가려는 그의 옷 소매를 붙잡고 말했다.
" 아 , 맞다. 너 때문에 내가 사고쳐서 혼났었지 하아- '
그는 그녀를 보며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 빨리 끝내고가자 "
그녀는 그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앞질러 갔다.
***
방과후의 야외연습장은 정말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역시 모든 반이 한번씩 써서 그런걸까, 전쟁터라 해도 믿을 수 있을것 같았다.
" .... 여길 다 청소하라고.. ? "
널브러져있는 마법도구들 그리고 오늘 아르가 쓰러트린 나무들과 마법이 실패한 흔적들... 이걸 손수 하나하나 치우려면 오늘 하루가 다 지나도 못할 양이었다.
" 하아- "
그녀는 일찍가길 포기한듯 옷 소매를 걷은 후 , 허리를 숙여 널브러져있는 마법도구를 줍고 있던 그때였다.
" 이정도면 금방 끝내겠네 "
그녀와 다르게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손목을 풀고있었다.
" 너도 그렇게 멀뚱히 서있지만 말고 얼른하지? "
그녀는 그를 쏘아보며 따지듯 말했다.
" 기다리고 보기나 하시지? "
그는 그런 그녀의 말을 듣고 손을 앞으로 쭉- 뻗어 보였다. 마법이라도 하려는 걸까.
" 아르 에스테반의 이름으로 명하노라 , 이곳을 깨끗하게 만드길 원하노니 "
그는 곧이어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마법주문을 영창했다. 자신의 이름을 쓴 마법주문은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 ...와.. 싸가지 너 이런것도 할줄알아? "
순식간에 깨끗해진 연습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사용한 마법주문이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써본적이 없기에 그저 신기해하기만 했다.
" ... 와.. 넌 이것도 할 줄 모르는거냐 꼬맹아? "
그 역시 오늘 그런 마법을 보인 그녀가 이런 기본적인 마법도 하지못하는 것을 보고 놀라며 신기해했다.
" 그럼, 너가 알려줄래? "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 .... 뭐.. 딱히 바쁜것도 아니니까 "
그는 싫지만은 않다는 듯 흔쾌히 허락하였다.
" 치우는 것도 너가 금방 치우니까 저기서 같이 연습하면 되겠다! "
" 응? 아니, 잠시만. 꼬맹ㅇ.. "
그녀는 그의 말은 듣지도 않은채 그의 손을 잡아끌고 연습장 한가운데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는 갑자기 잡혀진 손에 당황했지만, 싫지 않은듯 뿌리치지 않고 같이 가주었다.
" 자 그럼 얼른 가르쳐줘 싸가지! "
그녀는 여전히 눈을 반짝이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 ... 그래 뭐.. 어차피 써야할 주문이었으니까 배우는것도 나쁘진 않겠지. "
그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마법주문을 영창해서 성공하려면, 먼저 자신의 마력을 믿고 시작해야해 "
' 내 마력을 믿는다라.. '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귀기울여 들었다.
" 그리고 너가 이 마법을 사용하려는 목적을 정확하게 설정해야해, 또 너의 마력이 그만큼 소모된다는 점 기억해둬 . "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해보기 위해 팔을 표적을 향해 들었다.
그는 표적을 향해 팔을 들고 있는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 팔은 좀 더 들어, 좋아. 그 상태로 시도하면 괜찮을거야 "
그는 그녀의 뒤에 서서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평소와 다르게 꽤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그를 본 그녀도 연습에 진지하게 임했다.
" 그럼 한다...? "
그녀는 실패할 것 같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 그런 표정으로 하면 분명 실패할걸 꼬맹아 "
역시 꼬맹이라고 놀리는 그를 보아 그의 친절함은 오래가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아르 덕분에 긴장이 조금 풀린 세이렌은 영창마법을 시작했다.
" 세이렌 펠디아의 이름으로 명하노라 , 이 표적에게 해를 입히기를 원하노니 "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여 마법주문을 영창하자 꽤 큰 진동이 느껴지며, 엄청난 마력으로 표적을 공격했다. 표적은 곧 산산조각이 났고, 힘을 제어못한 그녀 역시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그녀의 머리카락은 살짝 붉어졌다가 이어 다시 원래색으로 돌아왔다.
" .... 머리색도 그렇고.. 기본마법으로 이렇게까지 하다니.. 허.. "
그는 놀란듯 넘어져있는 그녀는 멀뚱히 쳐다보았다.
" 나도 마력석없이 이렇게까지 잘될지 몰랐는데, 그럼 잘되는김에 내일 하는 것도 미리 연습해볼래? "
그녀는 신난듯 치마에 뭍은 흙을 털어내며 어린아이처럼 웃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 협동공격기술 말하는거냐 "
" 응, 그거! 지금이면 잘할 수 있을거 같은데! "
" 그럼 해보던가, 방금 가르쳐 준 기본마법 응용해서 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 꼬맹아 "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바로 옆으로 다가가섰다. 다가가섰다기보단 다가가붙었다가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그리고 여전히 손을 잡는게 익숙하지 않은 둘이었지만, 다른 협동공격들은 몰라도 기본적인 협동공격은 손을 잡고 해야했기에 아르와 세이렌은 손을 마주잡았다.
" 아르 에스테반의 이름으로 명하노라, "
" 세이렌 펠디아의 이름으로 명하노라, "
" 앞의 표적에게 해를 입히기를 원하노니 "
둘은 처음하는것처럼 보이지 않을정도로 타이밍이 정확히 맞았을뿐더러 결과도 좋았다.
표적은 멀리나가떨어졌고, 둘은 자신들도 그렇게 잘될줄은 몰랐는지 한참을 멀뚱히 서있었다.
[ To be contin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