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처음치곤 잘한거지.. ? "
그녀는 나가떨어진 표적과 그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 기본이긴 하지만. 이 정도까지 기대는 안했는데 기대이상이네 꼬맹아 "
그는 세이렌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작게 웃어보였다.
" 뭐야 왜 웃어! 그리고 머리 헝클어뜨리지마 이 싸가지가! "
그녀는 그가 비웃는다고 밖에 생각하지 못한걸까.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있는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는 자신의 손을 잡는 그녀를 보고도 헝클어뜨리는걸 멈추지 않았다. 역시 자기 성적에 관련되어 있었으니까 잠깐 친절해졌던건가?
" 야, 아직 안끝났어 꼬맹아, 나한테 배웠으니까 청소 쯤은 이제 너가 할 수 있잖아 "
' ... 저게 목적이었을지도 몰라.. 저 싸가지.. '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 세이렌 펠디아의 이름으로 명하노라, 이곳을 깨끗하게 만들길 원하노니. "
그렇게 기세좋게 앞으로 뻗어 내민 손과 당차게 실수하나 없이 영창을 해낸 그녀였지만 ....
보기좋게 완벽히 실패해벼렸다. 오히려 어지럽혔다면 더 어지럽혔달까 깨끗해진곳은 코빼기도 안보였다.
" ..... "
" 풉... 어쩐지 오늘 좀 잘한다 했다 "
조용해진 연습장으로 울려퍼지는 그의 웃음소리, 기세등등하게 영창을 해보였던 그녀는 한없이 작아졌다.
" 아르 에스테반의 이름으로 명하노라, 이곳을 깨끗하게 만들길 원하노니. "
전처럼 말끔하게 정리된 연습장, 그녀가 완벽히 실패한 뒤에 그가 이어해서 그런지 더 깨끗해보였다.
" 으아.. 잘될거 같았는데.. "
그녀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다.
마력석 없이 처음 다뤄보는 마법들, 손에 마력석이 없이도 많은 마력을 다뤄보고 싶다는 그녀의 소원이 이뤄진거나 다름이 없었지만, 막상 마력석이 손에 없으니 느낌이 이상했다.
그렇게 손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그녀의 머리위로 커다란 손이 터억 올라왔다.
" 뭘 그렇게 보냐. 난 청소 다 끝냈으니까 간다 꼬맹아 "
그의 큰 손은 그녀의 머릴 한번 쓰다듬었고, 이어 그는 인사을 남긴채 연습장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렇게 혼자 덩그라니 남은 세이렌은 그가 쓰다듬고 간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 쟤 오늘 뭐 잘못먹었나 '
그녀는 쓰다듬는 것이 싫진 않았지만, 오늘따라 이상한 행동을 많이하던 그를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겨렸다. 그리고 한참 뒤, 그녀 역시 올린 옷 소매를 내려 단추를 잠그고, 옆에 두었던 가방을 들고 기숙사로 향했다.
오늘 하루 그 둘은 다른사람이 보기엔 평소처럼 티격태격하는 것으로 보였겠지만, 그 둘은 왠지모르게 사이가 가까워 진 것만 같았다.
***
기숙사로 돌아간 그녀가 문을 열쇠로 열려고 할 때였다.
그녀는 그녀의 방문에 꽂혀있는 흰색봉투를 발견하고 집어들었다. 흰색 봉투에 검은색으로 정갈하게 쓰여져 있는 글씨, 바로 그녀의 아버지인 하벨이었다. 그녀는 오랜만에 하벨의 따스함이 느껴지는것만 같아 들뜬 마음으로 편지를 들고 서둘러 방문을 들었다.
" 아빠한테 온 편지라니 생각도 못했네 헤헤 "
평소 대부분의 대화는 그녀의 아버지인 하벨과 해왔던 터라 그녀가 입학하고 기숙사에 들어온뒤 그녀의 마음속엔 빈자리가 꽤 컸다. 그렇게 컸던 빈 소중했던 사람에게 온 편지를 받았다면, 누구나 설렐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분명 걱정가득한 편지겠지 ? "
그녀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들고 있던 가방을 침대 근처로 휙 던지고 , 들고 있던 편지봉투를 서둘러 부욱부욱 뜯었다. 역시나 정갈하게 써내려져 있는 검은글씨체는 하벨이 하나하나 정성껏 썼음을 증명해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뜯은 봉투와는 다르게 천천히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편지는 그녀의 예상대로 반이상이 걱정으로 가득했다. 예를 들면, 학교 기숙사랑은 잘맞니라던가 친구들은 많이 사귀었니라던가 아프지는 않니 정도? 정말 딸바보라고 괜히 불리는게 아니다.
" 그럼 나도 이에 맞게 답장을 해야겠지! "
그녀는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채 , 방 서랍에서 편지봉투를 꺼내들며 의자에 앉아 쓸 수 있는 가장 예쁜 글씨체로 하벨에게 답장을 써내려갔다.
" 아빠 안녕, 난 잘지내고 있어요.친구들은 .. - "
첫날부터 마력측정불가로 아이들에게 좋지못한 인상을 남겨 따돌림 달했던 그녀지만, 편지에서 느껴졌던 걱정들을 보니 차마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진실이 아닌 거짓말을 섞어 편지를 써내려갔다.
" 친구들은 물론 많이 사귀었죠, 또 학교는 얼마나 좋은데요! 아, 물론 집보단 아니지만. 그리고 파트너는 - "
그녀는 파트너라는 글씨를 쓰고 잠시 멈칫했다.
' 아.. 파트너 이야기는 괜히썼나. 그래도 오늘은 꽤 괜찮았으니까 '
그녀는 혼자 중얼거리며, 자신의 파트너인 아르에 대해서 써내려갔다.
" 제 파트너는 아르라는 앤데, 조금 싸가지이긴 해도 아마 꽤 친절해요. 파트너랑은 이번 진급시험을 같이 봐야하는데,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
확 욕을 잔뜩 써버릴까도 생각했던 그녀였지만, 오늘 보여준 친절함이 생각났기에 파트너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을 어느정도 솔직히 써내렸다.
그렇게 한참을 편지를 쓴 그녀는 아기자기한 봉투에 자신의 편지를 담아 문 밖에 편지가 꽂혀있던 그 자리에 자신이 쓴 편지를 다시 꽂아놓았다.
' 부디 잘 전해지기를 '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신난 표정을 지어내며 편지를 꽂아두고, 다시 방안으로 들어오던 도중 자신이 아침에 떨어뜨리고 갔던 마력석을 발견하고 주워들었다.
" 역시 아침에 급하게 나가다가 떨어뜨렸구나 "
주워든 분홍빛 마력석을 쥐고, 그녀는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평소에 마력석이 없이, 아니 마력석이 있어도 그정도의 마력은 내지 못했을텐데 도대체 어떻게 그 마법들은 해낸걸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미스터리였다.
' 뭐, 그래도 나름 좋았으니까 오늘! '
그녀뿐만 아니라 여러사람들도 함께 생각이 많았던 하루가 어느새 끝을 보이고 있었다.
***
그 후,
그녀는 이유는 잘 모르지만, 마력석 없이도 대부분의 마법들은 잘 해낼 수 있었다.
또 아르와는 평소와 다름없이 티격태격하는 걸로만 보일지 몰라도, 수업시간에 굉장한 조합를 보이고 있었다. 수업시간에 체크되는 결과지에도 언제나 둘이 1등을 하고 있다고 하면 어느정도 설명이 될까. 둘은 선생님들에게도 호평을 많이 받고 있었다.
뭐, 둘이 수업시간에 잘한다고 해서 싸움이 덜한건 아니지만...
물론 그녀에 대한 따돌림도 눈에 보이게 줄었다. 모두들 마력측정불가가 떴던 그녀가 그렇게 잘해낼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는 표정과 놀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 곧 그 시선은 동경의 시선으로 바뀌었다. 꼴등만 할 것 같은 그녀가 그와 함께 1등에 자리잡고 있으니 그도 그럴만 했다.
하지만, 행복이 오면 불행도 함께 오는 법.
누구나 그들의 행복을 박수치며 좋아해주는건 아니었다.
" 여기 우수학생 명단이야. "
이름모를 그는 차가운 손으로 책상위로 이번 우수학생으로 추천된 학생들의 명단을 건넸다.
한 달에 한번, 페일리아에서는 우수학생을 뽑아 장학금같은 특혜를 제공한다.
명단을 전해 받은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명단을 휙휙 넘기며 확인했다. 그렇게 휙휙 넘기며 확인하던 도중 그는 갑자기 휙휙 넘기던 손을 멈추었다.
" ... 세이렌 펠디아.. ? "
[ To be contin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