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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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하는
작성일 : 17-11-09     조회 : 58     추천 : 0     분량 : 7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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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도중에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어 이상하겠지만 둘의 사연을 자세히 알려면 원준이 상민을 만나기 한 달 전으로 잠시 거슬러 올라가야 할 이유가 있다.

 

 그때 시점이 언제냐 하면, 대형 비행기 사고가 있었던 때다. 당시 200여 명이 타고 있던 비행기가 사고를 당했는데, 살아남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로인해 당시 뉴스는 비행기 사고로 온통 도배가 되었고 연일 비행기 사고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사고 이후 1주차를 넘어서고 있을 때 유원준의 사수인 김정섭이 그를 급하게 호출하여 취재 파일을 하나 주었다. 비행기 사고와 관련된 일인데 한 번 조사해보라는 이야기였다.

 

 원준에게는 그게 첫 취재였다. 건네 받은 것은 프린트된 종이로 모두 세 장이다. 각각의 종이에는 이번 비행기 사고에 대한 기사에 댓글을 달아놓은 글 중에서 일부를  발취하여 프린트한 것이었다.

 

 세 장의 내용은 일맥상통했다. 이번 비행기 사고에 같은 마을 출신의 사람들이 5명이 타고 있었는데 그들의 죽음이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는 내용이다. 개중 한 글에서는 그들이 아니었으면 200여 명의 희생자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도 있었다. 미리 예고된 경고를 무시하였기에 모두가 사망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였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내용이었다.

 

 "뭐야? 장난도 아니고. 이걸 믿으라고 나에게 준 거야?

  에이, 제길. 바쁜 틈을 타서 이때 정식 취재 하나 따나 했더니.

  고작 네티즌의 믿거나 말거나 식 댓글 조사야. 에이, 제길."

   

 원준은 세 장의 내용을 다 읽고 나서 못마땅해 투덜거리면서도 결국은 아는 사람들을 통해 댓글을 쓴 사람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첫 장의 댓글은 20대로 같은 나이 또래의 여자였다. 처음에는 인터뷰를 하기 위해 몇 번을 연락하였지만 만나 주지를 않았다. 전화 통화도 연결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결국 몇 번의 숨바꼭질 끝에 전화 통화만 할 수 있었다.

 

 전화 통화를 통해 알아낸 사실은 5명이 A라는 마을에 살았다는 사실이다.

 

 "A라는 마을 출신들이예요."

 

 A 마을이라는 이야기에 원준은 단번에 추상민을 떠올렸다. 친구 상민의 고향 동네임을 이름만 들어도 알았다.

 

 그 외에는 횡설수설하여 제대로 된 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다. 저주라고, 죽음이 예고되어 있었다고, 죽음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과거에 도둑질 한 것으로 대학 간 사람들이라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았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을 몰랐던 그로서는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원준이 지금 들었다면 그게 무슨 말인지를 알았을 것이다.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듣고는 첫 번째 인터뷰가 끝났다.

  

 다음 두 번째 사람은 남자였는데, 이 사람 또한 대단히 경계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몇 번이고 원준에 대한 신상을 물어본 다음에 인터뷰를 할 수 있었는데, 그를 통해 앞으로 수없이 많이 듣게 될 말을 들었다.

 

 "도둑질한 자료로 그걸 자기 글로 속여 입시비리로 대학 간 사람들이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요. 그들이 저주받은 사람들입니다.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다섯 명도 같은 사람들이고요. 그들로 인해 죽음이 일어나는 겁니다."

 

 대뜸 한다는 첫 마디가 이 말이었다.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하며 죽은 5명이 도둑질로 얻은 글로 대학 간 사람들이라 했다. 뒤에 이어진 이야기는 앞선 여자의 이야기와 같은 내용의 횡설수설이었다.

 

 이 사람 또한 앞서 전화 통화를 했던 여자와 같은 동네를 지목하였다. A 마을. 그 뒤로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앞에서 한 도둑질로 대학 간 자들 이야기.

  

 세 번째 사람은 아무리 연락해도 연결이 되질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그가 전날 사고를 당해 죽었다는 사실과 지금 그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처음 연락을 했던 날 만났다면 살아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한 발 늦었다. 하루 이틀 사이에 인터뷰를 못하게 되었다.

 

 보통의 취재라면 인터뷰 대상의 죽음으로 인해 인터뷰할 사람이 없어 중단했어야 할 일이지만 이미 앞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상한 행동들이나 경계하는 모습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낀 원준은 직접 장례식장에 찾아갔다. 그곳에서 그는 또 다른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죽은 사람이 자신보다 두 살이 많고, 추상민의 누나인 추지선의 친구라는 사실이다.

 

 그녀는 추지선을 통해 들은 말을 댓글로 달았다는 것과 추지선의 죽음에 의심을 품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뭐지? 혹시... 누나도... 그 도둑질한 자료로 대학을 간 사람들 속에... 그렇다면 상민이가 연락을 하지 않은 이유도...'

  

 그곳에서 원준은 처음으로 누나 추지선이 1년 전에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친구 누나이며 자기도 누나라 여겼던 사람의 죽음을 1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된 것이다. 그날 그 사실을 알고 수도 없이 상민에게 전화 연결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받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인터뷰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니 모든 이야기가 단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A 마을.

  

 A 마을에서 도둑질한 자료로 대학 간 사람들.

 남의 글을 자기 글로 속여 대학을 간 사람들이 죽음을 불러온다는 저주.

 

 그 이야기에는 묘한 이끌림이 있고 호기심이 생겼다. 특히 익숙한 이름 A 마을. 마치 예전 고향같은 느낌이 드는 이름에 원준은 더 끌렸다. 굳이 더 큰 이유를 들자면 1년 동안 얼굴을 못 본 상민에 대한 관심도 있고, 죽은 상민이 누나 지선에 대한 궁금함도 있었다. 뭔가 조사를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밤새 잠을 못 자게 만들었다.

  

 다음 날 김정섭에게 허락을 받아 원준은 직접 A 마을로 취재를 떠났다. A 마을은 그가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친구 고향 동네라고 찾아갔던 동네였다. 친구를 따라다니며 동네 구경을 한 터라 여전히 뇌리에 잘 남아 있는 동네다.

 

 그런데 현재의 모습은 과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눈에 들어왔다. 그새 그곳은 몰락해버린 시골 마을이 되어 있었다. 동네 사람들도 대부분이 고향을 떠나 타지로 가고 남은 사람은 아주 극소수였다. 어느 곳도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 없었다.

  

 겨우 찾은 식당에서 마을이 변모한 이유와 로봇 영농 사업,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이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원준이 비행기 사고에 대하여 물었는데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극도의 불안감과 과도한 경계심. 특히 식당 주인의 과민 반응은 굳이 따지고 들거나 들추지 않아도 마을 사람들이 그 일에 대하여 얼마나 민감한지를 바로 알 수 있게 하였다. 도둑질로 대학 들어간 사실과 그들이 죽음을 불러온다는 사실에 극도로 예민하다는 것을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다 알아버렸다.

  

 원준의 이야기에 놀란 식당 주인이 도망을 치듯이 가게를 나갔는데 얼마 뒤 비슷한 나이의 2명과 그들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걸음이 불편할 정도의 노인이 함께 들어왔다. 그렇게 나타난 그들은 원준이 모르는 누군가를 욕하기 시작했다. 노인은 연신 나쁜 놈이라고 말했고 식당 주인과 옆에 있는 두 사람은 빨갱이라는 소리를 했다.

 

 그들에게 있어 빨갱이는 큰 보호막처럼 여겨졌다. 모든 불법과 잘못을 감출 수 있고 은폐할 수 있는 위대한 방패 같았다. 그에 비해 끌려온 것 같은 노인은 치매 걸린 분처럼 나쁜 놈이란 소리를 앵무새처럼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더 이상의 취재는 허락되지 않았다. 소수의 마을 주민들 전체가 극도의 경계심 속에서 외면하거나 도망치기 급급했다. 얻은 것 하나 없이 돌아서야 할 판이었다. 그때 돌아서는 원준의 앞에 어떤 사람이 나타났다. 제보자였다. 여기 이름을 적을 수는 없는 비밀을 지키겠다 약속한 제보자다.

 

 "여기 A 마을이 아니라 A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많이 이주한 D 시에 가서 찾으면 도움이 더 될 겁니다. 거기에는 이번 일 인터뷰할 사람들이 제법 있을 겁니다."

 

 그의 말에는 신빙성이 있었고 믿음이 갔다. S시로 향하려던 차를 바로 돌려 출장 날짜를 더 연기하면서까지 원준은 D시로 향했다.

  

 D시에서 그는 서로 다른 나이의 4계층을 선택하여 취재 대상을 뽑았다. 그런데 취재를 위한 대상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미 도둑질로 대학 들어간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대상자의 상당수가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해 제외되었다. 여기서 젊은 나이라고 한 것은 계층의 선택이 자신의 나이를 기준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비행기 사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나이. 죽은 친구 누나의 나이. 자신의 나이. 자신보다 두 살 어린 나이.

  

 그런데 이들의 생존율이 타 지역의 생존율에 턱없이 부족할 만큼 현격하게 사망률이 높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4개의 나이를 대상으로 인터뷰 허락을 부탁했는데 그중에서 인터뷰가 가능한 사람은 30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달리 분석하면 당시에 도둑질한 자료로 대학을 가지 않은 학생이 4개의 나이 계층 안에서 30여 명 밖에 되질 않는다는 말이 되었다. 죽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허락하지 않은 사람들은 전부다 도둑질한 자료로 대학에 들어간 사람으로 보면 된다.

  

 그냥 말로만 듣고 찾을 때와는 전혀 다른 현실 앞에 직면하였다. 다수의 힘으로 진실을 감추기가 얼마나 쉬웠나를 가름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예가 없었다. 남의 글을 도둑질 하였고 그 도둑질한 자료를 마치 자신들이 쓴 글인 것처럼 조작하여 대입 원서나 자료에 이용하였다. 그걸 다시 모두가 단합하여 숨겼고 은폐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비행기에 탑승한 5명의 죽음처럼 죽음이 예고된 저주라는 사실이다.

 

 "이걸 믿어야 하는 거야 안 믿어야 하는 거야.

  저주라니...

  나의 글을 도둑질하여 대학을 가면 죽게 된다는 저주라니..."

 

 결국 믿지 않게 되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도 없고 그들의 이야기에 대한 믿음도 가질 않았기에 믿지 않았다. 그 영향에 가장 큰 힘을 보텐 것은 선배 김정섭이다. 원준의 초안을 본 그는 그 즉시 미친 소리라고 정신나간 소리라며 취재를 그만두고 당장 S시로 올라오라고 했다.

 

 여기까지가 A마을에 대하여 알게 된 경위고 원준이 알고 있는 내용의 전부였다.

 

 상민의 지금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전혀 믿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상민이 스스로 회개하는 발언이 나왔을 때 충격적이었다. 상민이 누구인가. 그가 취재한 파일에 매번 등장하는 A마을 이라는 곳이 고향인 친구다. 거기다 그곳 학교를 나온, 다른 말로 하면 도둑질한 남의 글로 대학을 간 사람들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인물이다. 그 누구보다 그 사건에 대한 진실을 많이 알고 있을 그가 스스로 실토를 하였다. 그게 진실이라고.

 

 원준의 저주가 사실이냐는 질문에 상민이 대답을 못했다. 하지만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건 사실이라는 의미도 되고 부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된다. 그렇다면 원준이 생각하고 있는 현실이 아닐 거라는 판단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대답을 못하는 의미가 뭔지 아는 것 같은 원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랬구나. 대체 거기서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상민이 허전한지 안주를 젖가락으로 호작질하며

 "다 알고 있는 것 같던데."

 

 "다 알기는 뭘 다 알아. 네 입으로 듣고 싶다.

 ...

  왜 말이 없어.

 ...

  내가 너희 고향에 갔던 대학 1학년 때도 포함되지!

  넌 그때 그곳에 갔던 나에게도 아무 말도 안 했어. 이번에는 정말 너의 입을 통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

 

 상민이 하던 호작질을 멈추고 원준을 진지한 눈으로 보며

 "네가 방금 다 말했어. 거짓, 은폐, 이합집산.

 ...

  도둑질한 것으로 대학 가고. 그걸 은폐하고. 세상 밖으로 나갈 것 같으면 이합집산하여 모든 것을 감추는 일.

  그게 전부야. 다 들었다며. 애들이 다 말했다고 하던데."

 

 원준이 조금은 놀란 눈으로 그게 전부 사실이냐는 듯이 그를 똑바로 보며

 "그게 정말로 사실이냐. 그때 너희 동네에서 그런 일이 있었어?"

 

 상민이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원준이 다급한 사람처럼 바로 물었다.

 "그들은 내가 뭔가를 아는 사람처럼 이야기했어. 마치 자기 동네 사람들끼리 대화를 하듯이. 그래서 정말 구체적인 원인과 시작은 몰라. 그걸 알고 싶어.

 ...

  그 저주라는 내용. 그들이 말하는 저주가 뭐야?"

 

 상민이 회상을 하듯이 첫 말을 되뇌였다.

 "시작... 시작이라...

  그 시작은...

  아주 오래 전이지. 내가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쯤."

 

 상민의 말에 따르면 그때 자기 동네에 외지에서 들어온 귀향한 사람이 있었다. 작은 동네라 새로운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그 사람은 집에서 소설이나 시 쓰는 사람이 있었다. 문제는 그 시나 소설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어느 날, 어떤 조직의 사람들이 그 사람을 욕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외지에서 귀향한 사람을 험담하고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상민은 이 부분에서 구체적으로 어디라 말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지금와 잘잘못을 따져봐야 뭐하나 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방금 말했듯이 모두 다 죽은 뒤에 들추어 뭘 하겠느냐는 마음도 있는 것 같았다. 여하튼 그런 연유로 험담을 하게 되면서 일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작은 시골 마을의 한 조직 사람들이 단합하여 한 사람을 욕해야 하는 일이 생기니까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했던 모양이다. 그 사람의 인근에 살고 있는 사람을 인맥으로 동원하여 감시를 하거나 엿듣게 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때 막 사회에 이슈가 되기 시작한 도청이나 몰래 카메라는 필수였던 모양이다. 그의 말에서 그 사람이 뭘 하는지를 다 알았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분명해 보인다. 결국 자기들 과시나 합리화를 위해 그 사람이 뭘 하는지 감시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엿듣고, 험담을 만들기 위해 그가 하던 일을 도둑질 해야 했다.

 

 원준이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이 조금은 놀란 표정을 하며

 "도둑질을 해? 그냥 남 험담하고 욕하려고."

 

 "그래, 단순하게 남 험담하고 욕하려고.

 ...

  아주 작은 동네다 보니 그런 조직에서 그런 짓을 하면 경찰도 쉬쉬, 공무원도 그냥 쉬쉬 했어.

  고작 한 개인의 험담이 참으로 치졸하고 어처구니 없는 형태를 만들었지."

 

 기득권이 있는 세력들 간의 단합이 우선인 곳이 그곳이라 했다. 불법적인 일을 통해 어떤 잘못을 해도 법이 눈을 감았고, 작은 마을 공동체 사회가 함께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몰래 카메라가 당연시 되었고, 도청이 고귀한 수단이 되었다. 오로지 회자되는 험담과 그 날의 일을 떠들 수 있고 알 수만 있다면 괜찮다는 듯이 모든 불법이 아름다운 것으로 포장되던 지역공동체였다고 했다.

 

 상민이 마치 자기가 그 피해 당사자인 것처럼 흥분하며 언성을 높여가다가 마지막에야 진정을 하고는 차분히 말했다.

 

 "그렇게 해서 험담하고 욕하려는 사람들이 그가 집에서 뭘 하는지를 다 알게 되었는데.

  그가 뭔가를 쓰고 작성하고 있었어.

  험담을 해야 할 입장에서는 궁금했던 거지.

  결국 도둑질해 보니 신문 기사 내용에 대한 평가글이나 일기나 시, 소설 같은 거였어.

  그게 도둑질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지."

 

 원준이 복잡한 내막에 신경이 쓰였는지 자기가 먼저 술잔을 들어 마시고는 다시 상민의 술잔을 상민에게 밀어 주었다.

 

 "문제가 아니라 희망이었겠지.

 ...

  동네 사람들 말로는 그걸 보는 순간 자식들 대학 들어갈 때 사용하면 된다는 걸 알았다고 하던데.

 ...

 아니야?

 ...

  남이 쓴 글을 자기들 자식들이 쓴 글로 속여 대학 가는데 이용하는 걸로.

  그 당시 대입에는 가능했잖아. 학생부 종합이나 자소서로 수시모집하던 시대였으니까!

  수시모집에 이용했다고 하던데."

 

 상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원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그건 뭐야?

 ...

  저주.

 ...

  그건 어떻게 해서 나온 말이야?

 ...

  내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던데.

  그들이 말하는 저주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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